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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4대강 살리기 사업만큼 전 국토에 걸쳐 크고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국책사업이 또 있을까. 이전에 큰 논란이 되었던 동강댐 사업이나 새만금 사업의 경우도 공간적으로는 강원도, 전라북도 등에 한정되 어 있었다. 사업 규모에 있어서도 4대강 사업은 대 한민국의 가장 큰 물줄기 4개에 걸쳐 보 건설 및 전 면적인 준설 작업이 이루어진, 이 전의 사업들과는 차원이 다른 초대형 규모의 사업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큰 사업의 계획, 실행 및 완공까지 걸 린 총 기간이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업 완공 후 5년째인 2017년 대선에서, 대 부분의 대선 후보들은 4대강 사업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며 보 수문 상시 개방을 공약했고 그 중 한 명 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경우 1970년대부터 계획되어 방조제 완공에만 16년, 내 부 매립 및 개발사업은 아직도 진행 중인 점을 고려 하였을 때, 이 모든 과정이 불과 10년 안에 벌어졌다
는 것은 무척이나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법까지 바 꿔가면서 단기간에 밀어붙인 이 사업이 우리의 하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 씬 크고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는 이제 그 변해버린 시스템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선 택의 기로에 서 있다.
2. 4대강 보 담수후의 급격한 환경 변화 - 금강 공주보를 중심으로
담수 직후 초유의 물고기 집단 폐사 2012년 가을 4
대강 보의 본격 적인 담수가 시 작되고 얼마 지 나지 않아 금강 과 낙동강에서는 대규모의 물고기 집단 폐사 사고 가 발생했다. 특 히 금강의 공주 보-백제보 구간 에서는 136 cm 의 메기 등 수만 (정부측 주장)에
4대강 녹조‘현상’을 해결하려면 03
하천 ‘시스템’ 자체의 복원이 필요한 때
이 현 정
가톨릭관동대학교 보건환경학과 연구교수 [email protected]
그림 1. 2012년 10월 26일 금강변에 서 발견된 메기 사체(사진제 공: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서 수십만(환경단체 주장)마리의 물고기 사체가 수 거되었다.
이 사고 이후 이현정(2012)은 물고기 떼죽음 사건 과 호소화(湖沼化)의 연관 가능 메커니즘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 바 있다. 먼저 하천의 유속 감 소 자체에 따른 용존산소(DO: Dissolved Oxygen) 감소의 가능성, 둘 째, 호소화 되고 수심이 깊어지면 서 발생한 성층현상(stratification)에 따른 하상 인 근의 혐기성 혹은 무산소 층의 형성, 마지막으로 이 렇게 형성된 성층이 전도(turn over)되면서 바닥의
오염물질이 급격히 발생할 수 있는 수중 용존산소의 소모에 따른 산소결핍 등이다. 당시 측정된 상류의 용존산소량은 수심 1m 지점에서 측정 된 자료밖에 없었지만, 당시의 기온변화(그림 2) 조건은 전도현 상이 발생할 수 있기에 충분한 정황을 보여주고 있 으며, 녹조제거제 등을 포함하여 바닥에 많은 양의 유기물이 쌓이고 있음은 이후 수차례의 조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일년 후 충남도가 자체적으로 구성 한 민관합동조사단도 유사한 결론을 발표 한 바 있 다(연합뉴스 2013년 10월 21일자).
하상 토성(soil texture) 변화 및 유기물질의 축적 금강 곰나루의 모래사장은 직하류의 공주보 건설 로 인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더 심각한
변화는 물 밑에서 일어났다. 4대강 완공 이후 공주 보 상류의 저질토 변화를 살펴보면, 토성의 변화와 함께 바닥에 유기물이 쌓여 온 과정을 볼 수 있다.
그림 2. 부여관측소 일교차 및 일최저기온(2012년 7월 1일~11월 5일, 출처: 이현정, 2012)
그림 3. 금강 곰나루의 4대강 사업 전 후 모습 (항공사진 출처: 다음지도)
그림 4. 공주보 상류 저질토 조사 위치도(지도 출처; 건설교통부, 2009,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a) 1번 지점 토성분석 결과
(c) 2번 지점 토성분석 결과
(b) 1-1번 지점 토성분석 결과
(d) 2-1번 지점 토성분석 결과 그림 5. 공주보 상류 저질토 토성(soil texture) 변화
토성의 변화는 특히 물이 휘돌아 내려가는 안쪽, 즉 좌안의 측정지점인 1-1, 2-1번 지점에서 명확하 게 드러난다. 담수 초기에만해도 90% 이상이 모래 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2015년이 되면 85% 이상이 실트와 점토질의 고운 입자로 바뀌어 있다. 유기물 의 퇴적 양상 역시 완전히 바뀌었다. 2012년 말 담 수 이후, 2013년 초에는 손으로 흩어질 정도의 오 염물질이 위에 살짝 쌓여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1년 후, 바닥의 저질토는 점토질이 대부분으로 떡 반죽 과 같은 형태로 바뀌었다. 2015년 여름에는 점토층 이 훨씬 두꺼워 졌으며, 오염된 하천을 대표하는 생 물인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바닥 전체에서 발견 되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낙동강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동일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3. 펄스 방류가 효과 없는 이유
지난 3월 16일, 이용득 의원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낙동강·금강 댐·보 연계 운영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결과를 요약하자면 4대강 녹조를 제거하기 위해 시행해 온 펄스(pulse) 방류 가 수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 다. 보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수질을 개선시 킬 방법을 찾던 사람들에게는 나쁜 소식이었겠지만, 강이라는 시스템을 이해한다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3월 16일 공개된 보고서에는 “낙동강의 경우 방류 직후 일시적인 유량 증가로 저층과 표층의 물이 뒤 섞이기는 하지만 방류를 중단한 이후에는 이전 상태 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방류 후 1시간 간 격으로 수심별로 남조류 세포 수를 조사한 결과 방 류 약 2~3시간 후에 표층의 남조류는 변화가 없거 나 감소하지만 저층에서는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모든 시스템은 자신의 상 태를 안정적인 정상상태(steady state)로 유지하려 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인체라는 시스템이 체온을 36.5℃로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
그림 6. 금강 공주보 상류의 저질토 성상 및 생물상 변화
그림 7. 호소의 영양물질 동역학 (출처: Martin Søndergaard, 2007)
찬가지이다. 몸에 염증이 생겼을 때, 염증을 없애기 위해 일시적으로 열이 나지만, 원래 상태로 되돌아 오려는 항상성은 다시 평상시 체온으로 돌아오게 하 는 능력, 즉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그림에서는 평상시에 보 상류의 호소화된 구간에 오염물질이 유입되면 감소된 유속으로 인해 바닥으로 오염물질이 가라앉는 것을 나타내는 모습 이다. 두 번째처럼 상류에서 더 많은 오염물질이 흘 러오면 바닥으로 더 많은 오염물질이 가라앉게 되어 있다(노란 동그라미).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이미 바닥에 오염물질이 많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위의 물 을 잠시 흘려보내는 펄스 방류를 시행하면 어떤 일 어날까? 보고서가 기술한 것처럼 방류 직후에는 효 과를 볼 수 있지만, 물의 오염물질이 줄어들면 바닥 의 오염물질이 오히려 물로 녹아 나온다는 것이 호 소의 영양물질 동역학 그림의 3번째 그림이다(붉은 동그라미). 저질토와 수체가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복원력을 가지는 것이다.
4. 녹조는 결과, 복원할 것은 하천 시스템
흔히 녹조라고 불리는 수화현상(water bloom)은 다양한 색을 가진 조류(藻類, algae)들이 대량 번식 하여 물의 색이 녹색(녹조류), 남색(남조류), 갈색 (규조류), 적색(홍조류) 등으로 변하는 현상을 통칭 하는 말이다. 이 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독성 물질을 분비할 수 있는 남조류이다. 다른 조류들이 식물성 플랑크톤인 반면 남조류의 다른 이름은 시아 노박테리아, 즉 세균의 일종으로 분류되며 지구에 나타난 최초의 독립영양생명체라는 타이틀도 가지 고 있다.
녹조가 창궐하게 되는 데에는 3박자가 맞아야 한 다. 먼저 수온과 일조량이 많아야 하며, 영양분 충분 히 많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건은 녹조가 번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이 를 우리는 물이 머무는 시간, 즉 체류시간이라고 부
른다.
4대강 사업은 이 세 가지 중에 두 가지 조건을 완 전히 바꿔 놨다. 즉, 보를 세워 체류시간을 늘려놓았 고, 영양염류가 시스템 내에 머물게 했다. 문제는 체 류시간의 증가는 어쩔 수 없이 나타난 부정적인 부 수효과(side effect)가 아니라, 보 자체의 목적이라는 데에 있다. 보의 목적은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4대강 사업을 통해 우리가 바 꾼 것은 수질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흐름 이 있는 유수(流水) 생태계(lotic habitat)를 흐름이 거의 없는 정수(停水) 생태계(lenthic ecosystem) 로 바꾸었으며, 수질과 생물상의 변화는 그 결과로 나타나는 변화일 뿐이다. 큰빗이끼벌레가 상징하는 바도 아주 명확하다. 호소 등 정체된 물에 번식하는 생물이 강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작년에 발표된 금 강 수환경 모니터링 2단계 1차년도 연구용역 최종보 고회 결과에 따르면 2010년 1천 910개체에서 2014 년 978개체로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눈동자개, 밀 어, 참종개 등 유수성 어류가 크게 감소하고, 붕어, 잉어, 몰개 등 정수성 어종이 증가한 결과를 보였다.
즉, 4대강은 그 전의 강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으 로 변화하고 있다.
4. 시스템의 복원, 재자연화가 답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최근 녹조의 증가에 따라 먹는 물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먹는물 의 안전성(safety)은 기본적으로 원수 수질의 안정 성(stability) 위에서만 확보될 수 있다. 한 번도 경 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조류 농도와 수질의 원수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로 시험운전을 할 수는 없다. 다양한 정수처리 방법이나 녹조 제거 방법들 은 각각 그 나름의 단점들과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 성을 수반하고 있으며, 낙동강 유역의 경우 원수 수 질 악화에 따른 소독약품 사용량 증가가 발암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THMs)의 증가라는 결과로 뚜렷하 게 나타나고 있다.
보의 본래 목적이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체 류시간의 증가는 녹조의 증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 을 수 밖에 없다. 상시개방을 한다는 것은 이미 보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보
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수질을 개선시킬 방법은 없다 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과 같다. 그렇다면 우 리는 4대강 사업을 통해 변화시킨 시스템 그 자체를 복원해야 한다. 강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은 흐르 는 데에서 나온다. 우리는 이제 그 흐름을 되돌려 줄 때이다.
참고문헌
건설교통부 (2009), 금강수계 하천기본계획(변경), 건설교통부.
댐보 연계운영 중앙협의회 (2017), 낙동강·금강 댐·보 연계운영 모니터링 결과, 댐보 연계 운영 중앙협의회.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금강 물고기폐사는 4대강사업 때문” 2013/10/21 기사.
오마이뉴스 “금강서 136cm 초대형 메기도 죽었다” 2012/10/26 기사.
이현정 (2012). “4대강 사업과 수질, 그리고 호소화에 대한 논란”, 생명의 강(대한하천학회 지, 1(1), pp. 53-65.
Martin Søndergaard (2007), Nutrient dynamics in lakes, National Environmental Research Institute, University of Aarhus. Den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