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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질서와 미중 관계- Henry Kissinger, David Shambaugh, Joseph S. Nye 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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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질서와 관련된 논의는 세계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이 주를 이루고 있다. 더 나아가 세계질서는 재편될 것이라는 가정은 이미 가정을 넘어 당연한 사실로까지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미국과 중국의 세력전이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놓여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가 전개되기 위해 서는 기본적으로 따져봐야 할 사안들이 있다. 첫째, 세계질서의 본질은 무엇이며, 어떠한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가? 둘째, 논의를 미국과 중국에 맞추었을 때, 국제적 수준에서 미국과 중국의 상대적 국력 차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그에 대한 답은 크게 매우 단순하게 나뉜다. 즉, 중국의 국력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다, 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이 단순한 답 또는 가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할 질문이 하나 더 있다. 중국은 지속적 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며, 미국은 쇠퇴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미중 관계와 세계질서 변화에 대해 이와 같은 세간의 관심을 반영하는 글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그중 국제정치와 중국정치의 대표적 학자라 할 수 있는 키신저(Kissinger), 나이(Nye), 그리고 샴보(Shambaugh)의 최근 글들이 돋보

21세기 세계질서와 미중 관계

- Henry Kissinger, World Order

David Shambaugh, China Goes Global: The Partial Power Joseph S. Nye Jr., Is the American Century Over?

이지용 국립외교원 교수 연구 동향과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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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다. 먼저 키신저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2014년 World Order를 새롭게 출간했다.

책에서 저자는 정보화 시대의 문제점으로 ‘풍부한 정보와 부족한 지혜’를 지적하고 있다. ‘부족한 지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수십 년간 국제정치 학자로서 그리 고 정책참여자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동원하면서 키신저는 세계질서 형성과 변화에 대해 날카롭고 풍부한(rich) 관찰과 충고를 해주고 있다. 나이는 최근 대중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미국 쇠퇴, 중국 부상, 그리고 미국 주도로 형성된 국제 정치 ․ 경제 질서 변화에 대한 논의에서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Is the American Century Over)?”라는 직설적 화법으로 이의를 제기한다. 그는 결론적으로 미국의 세기는 끝나지 않았으며, 현재 미국과 국제 사회가 공히 고민해야 할 당면 과제는 미중 간 세력전이 보다는 엔트로피(entropy)로 대변되는 가변성과 복잡성의 시대 의 초국가적 이슈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끝으로 샴보는 2013년 출간한 China Goes Global에서 중국의 부상과 세계적 강대국으로서의 중국에 대한 논의에 일침을 놓고 있다. 샴보는 중국은 하드파워 (hard power)와 소프트파워(soft power) 양측면에서 세계적 강대국으로서 미국 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는 반쪽짜리 강대국(partial power)이라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세계질서의 변화와 미중 세력전이 논쟁과 관련해 이들 학자의 날카 로운 분석과 통찰력 있는 정책적 조언을 세계질서 변화, 미중 관계와 동아시아 정치 ․ 경제 질서변화에 대한 함의 순으로 비교해 보고자 한다.

세계질서와 질서의 변화

키신저가 World Order에서 말하고자 하는 세계질서 변화와 그에 따르는 불안정 은 향후 세계질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키신저가 관찰하는 작금의 세계질서 변화는 단순히 국제구조의 다극화 또는 양극화가 아니다. 유럽과 미국 주도로 편성 된 현존 세계질서에 대한 힘(power)과 정당성(legitimacy)을 둘러싸고 점점 더 모순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 국제정치이다. 즉, 현존 세계질서를 이루 고 있는 정치적 가치와 규범, 제도에 대한 회의와 도전이 비서구 국가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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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되고 있는데, 제도와 규범 같은 질서의 근본적 기반을 둘러싼 경쟁은 조정과 협력, 그리고 재균형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의 세계질서는 30년 전쟁의 결과로 형성된 웨스트팔리안 국제체제(the Westphalian System)에 기반을 두고 있다. 웨스트팔리안 체제는 주권을 가진 국가에 대한 불간섭 원칙을 기반으로 국가들 간에 세력균형에 의한 안정 유지를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키신저는 유럽에서 형성되어 현재 세계질서로 작동하고 있는 웨스트팔리안 체제는 다른 지역의 세계관과 충돌해왔다고 지적한다. 즉, 유교 적 위계질서를 특징으로 하는 중국적 세계질서나 종교적 원칙과 단일성에 기반을 둔 세계질서를 형성해오고 있는 이슬람 지역과 세계질서에 대한 관점이 충돌한 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질서를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돌하는 세계질서에 대해 한쪽의 힘 또는 정당성을 고수하면서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안된다. 힘과 정당성 간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정치 기술 또는 외교술이 요구되는 것이다.

키신저는 중국의 부상이 21세기 세계질서에 구조적 도전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러한 도전요인에 노출되고 있는 현재 세계질서의 중요한 구조적 요인들은 불안정하며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국가는 기본적 국제체제 단위로서 그대로 남아있으나 동시에 비국가 행위자의 등장과 국가 실패 등으로 국가의 속성 자체가 도전받고 있다. 다음으로 세계 정치와 경제 기구 간에 불일치의 확대 현상 이다. 이는 세계질서의 패러독스이기도 하다. 즉, 세계 정치 ․ 경제 질서는 세계화의 촉진을 요구하는데, 세계화는 정치적 반대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정치적 반대를 관리하고 경제적 세계화를 촉진시켜야 한다. 하지만 경제적 이익은 정치적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고 정치인들은 세계질서 관리에 정치적 자산을 희생하고자 하지 않는다. 세계 정치 ․ 경제 질서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의 문제가 시급한 것이다.

문제는 글로벌 거버넌스 관리를 위한 G7, G20, EAS, APEC, NATO 등의 국제 기구나 조직은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키신저는 끝으로 미국이 세계적 초강대국으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는 미국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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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는 또한 향후 세계질서의 구조변화에 영향을 줄 주된 변수는 중국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미국은 중국이 현재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국제 정치 ․ 경제 질서 에 성공적으로 편입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쇠퇴, 중국의 부상?: 미중 관계와 동아시아 정치․ 경제 질서

평화로운 세계질서를 이루기 위해서는 힘과 정당성이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는 키신저의 충고는 주로 미국을 향하고 있다. 미중 관계와 관련해서 키신저는 미국은 웨스트팔리안 체제에서 세력균형을 이루는 것이 국제 관계를 관리하는데 필수적이라고 사고하고 있지만, 중국적 세계질서와 세계관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미국의 접근은 중국으로부터 정당성을 갖지 못할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 적 세계관에서는 미국의 세력균형 정책이 중국과 지역 질서를 위협하는 서구의 시도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즉, 미국은 중국을 위협하거나 중국의 몰락을 의도하지 않지만 중국은 이를 위협으로 잘못 인식하고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유의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로운 세계질서를 위한 이 두 개념의 균형은 세계적 수준 만이 아니라 지역적 수준에서 대국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할 요소를 축약해 주고 있다. 지역적 수준에서의 대국, 또는 리더국가에 논의가 좁혀지면 단연 ‘중국의 부상’이 떠오른다. 이와 관련해, 나이는 세간에서 피상적으로 논의되는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나이는 쇠퇴(decline)와 부상(rise)의 개념이 과잉 단순화의 문제를 가지고 있 으며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시간적 개념을 확대해 볼 경우 전후 70년대, 80년대 미국의 쇠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왔지만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은 소련의 붕괴와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오히려 부각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쇠퇴의 개념은 절대적인 내재적 쇠퇴(absolute internal decline)와 외재적인 상대적 쇠퇴(external relative decline)로 나누어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부상의 개념 또한 단순히 GDP로 계산된 경제 총량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설령 현재의 미국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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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성장 추세가 단선적 경로를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한 국가가 세계질서 를 주도하는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하드파워뿐만 아니라 소프트파워를 구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하게는 한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하드파워와 소프 트파워를 효과적으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전환(power conversion) 할 수 있는 역량, 즉 스마트파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쇠퇴 논의에 대한 나이의 결론은 이러한 논의 자체가 피상적일 뿐만 아 니라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자정능력을 상실한 미국정치의 암울한 현실을 비판하면서 미국의 쇠퇴를 주장한 것(Francis Fukuyama 2014) 과는 사뭇 다르다. 나이는 미국 정치의 쇠퇴와 고질적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이 러한 요인은 미국의 쇠퇴를 전망하는데 단 하나의 요인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나이는 그 근거로 이민제도, 개방된 사회에서 촉진되고 있는 기술혁신, 개방경제, 셰일가스로 대변되는 에너지 혁신 기술, 그리고 우수한 교육제도 등의 장점을 제시 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인들로부터 유지되고 있는 미국 소프트파워의 긍정적 측면 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나이에 의하면 미국 쇠퇴에 대한 피상적 논의는 보다 중요하게 미중 관계와 국제질서 안정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쇠퇴와 세력 전이에 대한 미국의 과잉 우려가 중국의 섣부른 공세적 행동 이나 미국의 소모적 과잉대응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는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21세기 도전은 중국의 부상과 미중 세력전이라기 보다는 복잡성과 질서의 변동을 특징으로 하는 엔트로피와 초국가적인 이슈들이라고 설명한다. 그 런데 이러한 이슈들은 세력우위 유지를 위한 경쟁보다는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적 대처를 요구한다. 따라서 미국이 이러한 이슈들에 대처하기 위해 힘을 효율적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이 글로벌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고 본다. 여기서 효율적인 힘의 전환은 나이가 이전에 제시한 개념인 ‘스마트파워 (smart power)’의 행사로 요약할 수 있겠다.

나이가 처방하는 미국의 21세기 전략과 옌쉐퉁(阎学通)이 제시하는 이른바 ‘중국 의 세기’가 되기 위한 중국의 전략을 비교해보는 것은 흥미롭다. 옌쉐퉁은 중국이 세계적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왕도에 기반을 둔 외교정책을 전개해야 한다고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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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세계적 대국으로 갖추어진 하드파워를 기반으로 공공재를 제공하고, 공평 (公平), 도의(道義), 문명(文明)의 가치로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해 안정을 도모함 으로써 대국으로서의 ‘위신’을 확립한다는 것이다. 즉, ‘도의(적) 현실주의’에 기반 을 둔 적극적 관여(engagement)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하드파워만이 아니 라 중국이 부족한 소프트파워를 발전시켜야한다고 제시하고 있다(옌쉐퉁 2013).

중국이 세계적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지역적 수준에서의 ‘대국’이라도 되고자 한다면 증강된 하드파워로 강권(强權) 또는 패도(覇道)를 추구해야 할 것이 아니라 주변국들이 자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소프트파워를 키우고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옌교수의 지적은 중국의 지도자들이 반드시 귀담아 들어야 하는 충고이다.

나이와 옌쉐퉁을 각각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학자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 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세계질서와 미중 관계를 둘러싸고 두 학자가 보여주고 있는 분석의 수준과 깊이는 분명 차이를 보이고 있다. 두 학자 공히 세계 적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가 하드파워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중요 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옌쉐퉁이 세력균형 개념에 머물면서 중국은 향후 소프트파워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반면, 나이는 세력균형 개념을 넘어 초국가적 이슈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협력과 스마트한 파워 전환 및 집중을 주문하고 있다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21세기 복잡다단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슈를 관리하는데 인식과 전략의 차원에서 나이의 지적이 매우 날카롭게 다가오는 반면 옌쉐퉁은 여전히 전통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한편 샴보는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한 중국의 역량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 하고 있다. 샴보는 중국의 글로벌 역량에 대해 분석하기 위해서 현재 중국의 글로벌 정체성, 그리고 외교 ․ 경제 ․ 문화 ․ 안보적 영향력 등에 대해 하나씩 꼼꼼히 따져 본다. 이를 통해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과 거버넌스 참여능력을 평가하면서, 결론적 으로 중국이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 강대국이 될 수 없다고 단정한다. 왜냐하면 중국은 경제, 군사력 등 하드파워의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는 있으나 중단기적으로 볼 때 여전히 미국에 한참 뒤처져있으며, 무엇보다도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한 소프트파워를 겸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이래 국제 정치 ․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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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의 최대 수혜자이면서도 글로벌 이슈에서 자기 편익 중심의 선택적 대응을 하는 중국은 하드파워의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반쪽짜리 강대국에 머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굴욕의 일세기’로 대표되는 중국 근현대사의 굴곡에 대한 피해의식은 대외 정책에서 보복적 민족주의(revanchist nationalism) 형태로 발현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글로벌 리더로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끝으로 현대 중국을 이끌면서 정치적 안정과 고속성장을 이룩한 중국 공산당이 통치를 이어갈지도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샴보는 한마디로 중국은 글로벌 리더가 될 역량 도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키신저, 나이, 그리고 샴보가 부상하는 중국에 대해 보이는 공통점 중 하나는 이들 모두 중국이 2차대전 이후 미국 중심으로 형성된 자유주의에 기반한 국제 정치 ․ 경제 질서에 성공적으로 편입해야 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특히 키신저 는 역사적으로 15번의 사례 중 10번의 사례가 전쟁으로 귀결된 패권경쟁의 투키 디데스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 미국과 중국은 ‘신형대국 관계’를 성공적으로 형성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키신저가 말하는 미중 간 신형대국 관계 형성 은 결국 현재의 자유주의 국제 정치 ․ 경제 질서에 중국이 성공적으로 편입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신형대국 관계’에 대한 중국의 이해는 다르다. 중국이 미중 간 신형대국 관계를 제시할 때, 그 실질적 의미는 아시아지역에서의 중국 영향력을 미국이 인정함으로써 양 강대국이 아시아 ․ 태평양에서 평화롭게 공존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키신저가 힘과 정당성의 균형 필요성을 충고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인식차는 좁히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식차가 존재한다면 나이가 주장하듯이 미중 간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비교할 때 21세기 세계질서 관리에서 ‘중국의 부상’은 여전히 부차적인 요인이며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과 함께 초국가적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제안 또한 실행 가능성이 떨어지게 된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국제 정치 ․ 경제 질서 에 대해 다른 인식을 바탕으로 대안적 도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샴보가 지적하듯이 근현대 서구 침탈의 역사적 경험으로 현존 세계질서에 분노와 불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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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대항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중국이 말하고 있는 신형대국 관계 형성과는 멀어지게 될 것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세 명의 저자들이 공히 지적하듯이 하드파워가 아닌 소프트파워, 즉 가치, 규범, 세계관에서 근본적인 입장 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동아시아 세계질서와 관련해 서구적 인식은 여전히 한계를 가지 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특히 키신저는 세계질서에 대한 인식과 관련해 서양과 아시아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양은 웨스트팔리안 시스템, 세력균형, 아시아는 유교의 정치 사회 질서가 국제질서로 확장된 형태인 가부장적이고 위계 적인 질서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키신저의 인식과 설명은 논쟁의 여지가 많다. 과거 중국 중심의 조공 체제는 중국의 이웃 국가들이 그를 당위성으로 수용 했다기보다는 중국과의 힘의 관계에 의해 불가피하게 적응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 이 강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키신저가 말하는 중화 국제질서가 동아시아에서 국제질서의 당위성을 획득한 것이라기보다는 힘의 관계를 반영했을 뿐이라는 사실 이다. 또한 21세기 현대 동아시아 국가 관계에서 과거 중국 중심의 중화질서가 어떠한 형태로든 반영될 수 있다는 가정은 설득력이 없다. 또한 중국의 역대 왕조 가 과거 중화질서에 만족해서 해외로 팽창정책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수긍할 수 없는 점이다. 과거 중국 왕조는 능력이 허락하는 한 대외팽창을 추구했다. 역사 적 시간순으로 가깝게 볼 때, 청왕조는 티베트, 신장위구르, 동남아 방면 등에 걸쳐 팽창과 정복의 비용 대비 이익 계산에서 이익이 발생하는 한 팽창정책을 취 했던 것이다. 중국이 역사적으로 팽창을 추구하지 않고 평화와 공존을 추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끝으로 키신저가 미중 간 신형대국 관계 형성과 북한 요인을 연결시켜 설명하는 부분은 흥미롭다. 키신저는 북한과 남한의 한반도 통일 이슈가 미중 관계에서 중국 이 말하는 신형대국 관계를 형성하는데 큰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하나의 바로미터 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행간에서 읽을 수 있는 키신저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왜냐하면 미국이 바라고 있는 한반도 질서는 북한 비핵화, 자유민주주의 질서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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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이지만 중국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키신저 설명에 의 하면 중국은 한국전 참전을 통해 ‘굴욕의 일세기’에 종지부를 찍었고 중국의 영향권 내에서 외부세력의 간섭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가 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아시아 질서와 관련해 자국의 영향권 고수라는 입장을 견지 하는 한 미국과의 타협은 쉽지 않을 것이다.

맺음말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 그리고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무엇이 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동아시아와 세계 정치 ․ 경제 질서 변화의 맥락에서 한국의 외교전략을 논의할 때 화두처럼 제기되는 질문이다. 키신저, 나이, 샴보 이들 세 학자는 모두 미국 학자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전개하는 논리는 미국적 관점과 편향 이 다분히 담겨져 있다. 나이가 진단하는 미국의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그리고 이른바 아메리칸 세기에 대한 확신은 자기만족의 우(愚)를 범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제시하는 판단의 지표와 21세기 변화하는 세계 질서의 양상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한국에서 논의되는 미중 관계와 국제질서에 대한 일반적 분석들이 중국 부상, 미국 쇠퇴, 미중 세력 전이 등의 단순한 가정과 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 수준에서 미중 관계만을 놓고 세계질서 재편을 논할 때 따져봐야 할 점은 GDP로 단순히 계산된 한 국가의 경제 총량만은 아닌 것이다. 세간에서 중국이 2023년, 또는 2030년, 아니면 2050년경에 미국을 추월하는 것을 미중 간 세력 전이의 지표로 설명하는 것은 말 그대로 설명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그것이 절대적 인 세력전이 지표이기 때문은 아니다. 경제 총량 지표는 상징적인 설명 지표일 뿐 이다. 더군다나 한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단선적 경로를 밟아 나갈 것이라는 예측은 다양한 시나리오 중 하나에 불과하다. 향후 10년의 경제성장률만 놓고 보더라도 정체 ․ 하락 ․ 상승 등은 경제학자들의 수치분석을 반영한 것으로서 정치적 ․ 사회적 ․ 국제정치 ․ 경제적 변수 등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지표만을 근거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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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또는 국가들 간의 세력 변화 양상을 분석지표로 삼는 것은 과잉 단순화의 오류를 범할 뿐만 아니라 상황을 매우 호도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의 부상만을 놓고 볼 때, 과연 중국의 경제 총량 및 규모 증가를 나타내는 다양하고도 압도하는 수치들이 중국을 지역적 수준에서나마 역내 리더로 판단할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경제가 향후 경제적 변수만을 고려한 분석과 예측 경로로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차치 하고라도, 과연 중국이 역내 정치 ․ 경제 질서를 재편할 수 있는 소프트파워를 겸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소프트파워는 문화와 가치 측면만이 아니라 중국이 지향 하는 새로운 지역 정치 ․ 경제 아키텍처를 구성할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즉, 현재의 국제 정치 ․ 경제 질서를 대체하면서 역내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대안적 질서와 가치규범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이 이러한 능력을 갖추었는가를 보기 위해서는 중국 국내 정치 ․ 경제 및 사회를 보아야 한다. 왜냐 하면 소프트파워는 현재 중국 정부가 시도하듯이 정부가 자금을 투자해 관련 기관 을 세우고 육성한다고 해서 목표한 시간에 형성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프트파워는 한 사회의 발전을 반영하는 정치제도, 경제질서, 사회문화적 수준 이 그 사회에서 반영되어 나타나고, 동시에 대외적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되어 나가 는 것이다. 현대 중국 정치 ․ 경제 및 사회적 수준은 중국 국내에서조차 풀기 힘든 발전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또한 한 국가가 지역의 리더가 되면서 지역 질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제 정치 ․ 경제에 ‘공공재’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 고 이 ‘공공재’ 제공 방식 또한 효율적인 힘의 전환능력을 요구한다. 그런데 질문이 하드파워만이 아니라 소프트파워 측면을 모두 고려하면서 중국이 역내(域內)에서 나마, 나이가 지적하듯이, 파워를 효과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에 이르면 중국의 지역리더십과 영향력에 대해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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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Fukuyama, Francis. Political Order and Political Decay: From the Industrial Revolution to the Globalization of Democracy. New York: Farrar, Straus and Giroux, 2014.

阎学通(옌쉐퉁), 󰡔历史的惯性: 未来十年的中国与世界󰡕. 北京: 中信出版社, 201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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