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토 시 론
창조성과 도시의 미래
강형기｜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향부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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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의 선구자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의 말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원동력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인간의 지혜, 욕망, 동기, 상상력, 창조력 이라는 요소가 지금까지 도시의 중요한 자원으로서 기능해왔던 입지, 자연자 원, 시장의 접근성보다도 더 중요해졌다. 우리는 도시에서 살면서 도시를 경 영하는 사람의 창조성이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창조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한 다. 그리고 옛것을 새롭게 활용한다는 것을 말한다. 창조한다는 것은 인류의 유산을 넘어서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에는 인류의 유산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독창성이 요구된다. 도시를 창조적으로 경영하려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무 엇보다도 그 담당자들이 창조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창조도시를 창조한다는 것은 그 토지에서만 가능한 고유한 발상으로 미래를 개척하려는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구미 선진국의 경우,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창조도시라는 슬로건과 함께 창조도시를 지향하는 것이 하나의 붐을 타기 시작했다. 창조도시란 규모는 작 아도 우수한 산업ㆍ문화ㆍ기술의 창조력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도시를 개념화한 것이다. 창조도시의 연구자 리차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포 스트 공업화의 현대를 크리에이티브 이코노미(creative economy)의 시대라면 서, 앞으로 도시가 부유해지려면 부의 원천인 창조성이 풍부한 인재를 불러들 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조적인 인재는 창조성이 용인되는 풍토에서 육성되고 창조적 인재가 존 중받는 시스템이 구비될 때 모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창 조적 인재가 결집하고 이들이 밀도 높게 교류하여 새로운 산업과 문화를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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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창조적 환경은 어 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도시의 창조적 환경은 경영 론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학습론적인 관점에서 접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근본은 역시 공간적 접근이다.
창조도시의 전략을 실천하고 있는 도시들을 살 펴보면 지역의 역사적 건축물을 새롭게 활용하고 아름다운 경관 가꾸기에 열중하고 있다. 인간성을 회복하고 고유한 문화자산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그 곳에 살거나 일하는 사람들의 창조성을 북돋우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따라서 창조도시에서는 예술과 문화를 중시해야 하고 예술과 문화를 육성 하기 위해서는 예술가와 창조자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졌던 나라는 그 모두가 관용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시스템의 창조성을 이끌어 내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시스템의 창조성이란 자전거가 여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는 것과도 같다. 예컨대 핸들과 체인 등의 부 품이 단독으로는 아무 역할도 못하지만 서로가 연결 되어 부분부분이 제 역할을 할 때 다른 부분도 적절 한 기능을 할 수 있게 되는 것과 같다. 즉, 자전거는 부품 하나하나의 주체적 창조성과 아울러 바퀴와 체 인의 상생, 페달의 적절한 위치와 프레임의 기능 등 상호 연결되는 시스템의 창조성이 확보될 때 하나의 교통수단으로서 완성되는 것이다. 이를 반대로 표현 한다면 조직이나 사회에서 개인 레벨의 주체가 갖는 창조성은 시스템의 상태와 환경의 효율성에 따라서 살아나기도 하고 마모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시스템의 창조성은 관용적인 공간에서 그 기량이 발휘된다. 이질적인 사람들이 그 사회에서 생활하고
일하며 번영할 수 있도록 포용하는 관용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리차드 플로리다는 도시의 창조성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인재와 기술 그리고 관용성을 들 었고, 이 중에서 무엇보다도 관용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역설하고 있다. 우리는 플로리다가 관용성 을 측정하는 척도로서 보헤미안과 게이의 수, 외국 인 등록자의 수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 요가 있다.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 서로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수용하는 사회환경이 창조성을 높이며, 그 러한 자유로운 풍토가 창조계급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얼마나 열린 사회를 만들고 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인간의 창조행위는 에너지를 투입하여 더 큰 에 너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핵융합을 위해서는 진공상 태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고 나서는 자장을 발생하 게 하여 새로운 힘을 부양시켜 플라즈마라는 새로운 에너지가 창출되게 해야 한다. 인간이 하는 창조행 위는 그것이 아주 미약한 것일지라도 핵융합의 과정 과도 같다. 그것은 비울 것을 비우고 채울 것은 채움 으로써 새로움을 잉태시키는 것이다.
창조는 비우고 채우는 과정이다. 한 나라의 발 전이나 도시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그곳의 발전은 그 구성원들이 비우고 채우는 창조성의 총화로 결 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