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 KRIHS 보고서 ㅣ
미래 국토연구의 시금석이자 새로운 출발점
서순탁 |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 도시과학대학장(stsuh@uos.ac.kr)
미래 국토발전 장기전망과 실천전략 연구(III) - 국토공간구조 미래시나리오와 대응전략 -
Future Prospects and Strategies for National Territorial Development(
III)
이용우·손학기·김선희·김동한·임상연·윤영모·임지영·강은진·박정호 지음흔히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신의 영역이라 한다. 미 래 예측이 인간의 영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물 가 운데 유일하게 인간만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공간 에 대해 궁금해 하고 걱정하며 대비하는 존재일 것이 다. 예언가나 점쟁이처럼 직관에 의존하든 아니면 계 획가처럼 그럴듯한 추론에 근거하든, 경험하지 않고 가보지 않은 시공간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다가올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나 호 기심 아니면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원초적 갈망 때문 일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거나 국토의 미래를 예측하고, 보다 나은 국토를 창조하고 디자인하는 작업은 미래 한국에 매 우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국토를 둘
러싼 여건변화는 복잡하고 다양할 뿐만 아니라 위험 성도 커지고 있어 예측은 물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점차 고착화되고 있는 경제성장의 둔화와 서서히 그러나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 는 저출산·고령화는 국토의 노화를 부추길 가능성 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가치관이나 문화의 다양성이 증대하고 있어 보다 포용력 있는(inclusive) 국토환경 을 조성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우리 국 토는 갑자기 닥친 재난이나 질병에도 취약하여 보다 회복력 있는(resilient) 국토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던 차에 우리 국토의 미래에 대한 장기전망 과 실천전략을 제시한 보고서가 출간되었다. 본 보 고서는 3차연도에 걸쳐 수행된 것으로, 지금까지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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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제405호(2015. 7)
간된 책자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 다. 탄탄한 장기전망 방법론을 적용하여 메가트렌드 와 생활공간 트렌드가 국토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키 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면서 대응전략을 제시하 고 있기 때문이다.
본 보고서가 주목 받는 이유는 또 있다. 먼저, 과거 30년 동안의 국토공간구조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국 토공간 변화의 관성(inertia)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 국토는 균형성이 약화되고, 종주도시 화가 심화되는 등 불균형적인 공간구조가 형성된 것 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지역 간 접근성이 개선되었 으나 대도시와 중규모 도시의 인구는 증가하고 중소 도시 및 농어촌지역의 인구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국토공간의 과거와 현재는 국토를 둘러싼 메가트렌드와의 상호 작용을 거쳐 국토공간 의 미래로 이어질 것이다.
본 보고서에서 설정하고 있는 국토공간의 미래 시 나리오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경제발전 및 제약 요인과 자원 및 성장의 배분방식을 두 축으로 설 정한 다음, 기술 중심인지 자원 및 환경 중심인지에 따라 그리고 경쟁적인지 협력적인지에 따라 4개의 시 나리오를 도출하고 있다. 즉, 기술 중심의 발전이 이 루어질 경우, 미래 사회시스템이 경쟁적 배분체계에 서는 대도시 집중이 두드러져 메가도시권이 성장한 다는 전망이나, 협력적 배분체계에서는 소규모 도시 중심의 다핵화가 이루어지면서 이들 간의 상호 연계 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에 식량 및 에너 지가 부족할 경우, 경쟁적 배분체계에서는 지역 간 교 류협력이 약해지고 자족단위로 분산될 것이나, 협력 적 배분체계에서는 도시규모에 따라 기능을 분담하 고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이른바 분산적 집중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네 가지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의 구체성도 눈에 띈
다. 메가도시권 성장 시나리오하에서는 수도권과 같 은 거대도시권의 글로벌 경쟁력은 강화되나, 집중에 따른 외부충격에 취약하고 지역격차가 심화될 전망 이다. 대응전략으로 거대도시권의 비즈니스 인프라 확충과 양질의 정주환경 조성은 물론 외부충격에 견 딜 수 있도록 도시회복력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자족적 분산 시나리오하에서는 식량 및 자원의 부족 으로 식량 및 자원생산지역 부활을 통한 자족자급체 계 구축이 추진되나, 이동성 감소로 미이용 또는 저이 용 국토의 증가가 예상된다. 지역자원을 중심으로 한 재지역화 추진과 미이용 또는 저이용 국토의 효율화 등을 대응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분산적 집중 시나 리오하에서는 광역적, 체계적 정주여건의 형성과 지 역 간 상호 협력이 예상되나, 비대도시권은 쇠퇴할 전 망이다. 생활권 중심의 의료, 복지, 안전서비스 공급 체계 구축과 다차원적 국토관리 거버넌스체계 구축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다중심 초연계 시나리오하에서 는 첨단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유형의 인프라 및 공간 이 증가하고 공유형 국토이용이 증가하나, 인구분산 으로 대도시가 쇠퇴하고 기존 인프라의 효율이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대응전략으로 첨단 지능형 국토공 간 조성, 디지털 공간과 생활공간의 조화, 국토이용 의 유연성 제고 등을 제시하고 있다.
본 보고서를 계기로 고성장기의 국토관리 틀에서 벗어나 저성장기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국토·도시 발전 목표와 정책수단을 도출하는 연구를 기대해본 다. 그것은 아마도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하 고 회복력 있는 국토·도시와 정주환경의 조성이 아 닐까 싶다. 동시에 국토·도시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 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