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과 조사관 (delloas04@gmail.com)
뒤쫓는 것만으로는 어렵다
부동산을 분양받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기대를 한다. 자신이 분양받은 아파트가 멋지게 지어져 다른 집보다 가격이 더 오 를 것이라는 기대, 분양받은 상가나 호텔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거나 당초 예상과 다른 일이 벌어질 때 사람들은 깊은 실망을 느끼고 자신이 받아 야 할 정당한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받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이를테면 시행사를 상대로 민사소 송을 제기하거나 관련 행정기관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분양사업자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을 위 반하는 부당한 광고에 해당하는 광고를 했는지를 판단해 조치하는 일뿐이다.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지난 2년간 표시·광고법 위반사건을 처리하면서 느낀 점은 문제가 된 부동산의 광고를 표 시·광고법 위반으로 조치한다고 해서 부동산을 분양받은 소비자들에게 발생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 그리고 표시·광고법 집행만으로는 소비자 피해의 예방이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표시·광고법 집행을 부동산 소비자 피해의 예방수단으로 삼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중 첫 번째는 부당한 광고행위를 인지하고 조치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광고행위를 알게 된 시점에는 이미 광고가 시중에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고 사건 심사가 개시되어 위원회에 상정 되고 그 법의 위반 여부가 판단되는 시점까지는 통상 수개월이 소요된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부당한 표시·광고 사 건 처리만으로 부동산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란 다소 어려워 보인다.
두 번째는 부동산 광고에 새빨간 거짓말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최근 상가나 분양형 호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 시행사 의 광고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례를 보면 대부분 거짓·과장광고가 아닌 기만적인 광고행위에 대한 조치이다. 이 런 기만적인 광고행위의 대다수는 수익률 보장기간이 제한적이라거나 광고에 표현된 수익금이 일부에 한 한다는 표현이 없는 광고들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광고가 소비자의 구매·선택에 중요한 정보를 누락했으므로 기만적인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를 광고만 보고 판단하는 소비자는 극히 드물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소 비자는 개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여 나름의 판단을 가지고 수익률이나 수익금액 그리고 그 보장기간에 대해 확인을 할 것이다. 이렇듯 광고만으로는 사업자가 소비자를 속일 가능성은 극히 적어보이는데 부동산 광고에 대한 좀 더 엄격하고 광범위한 법 집행을 한다 한들 소비자 피해가 예방이 될지는 과연 의문이다.
결국 부동산 분야의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항상 뒤를 쫓는 방식으로 사후에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 자들이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고, 자신이 투자하려는 부동산의 미래 가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양질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 가 아닌가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친다. * 필자 개인의 의견임을 밝혀둡니다.
102 국토 제438호(2018. 4) 짧은 글 긴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