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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에 대한 오해와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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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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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공정거래법이라고 불리는 법의 정식 명칭은「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이 이런 긴 제목을 갖게 된 이유는 ‘독점규제’와 ‘공정거래’라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독점규제’

와 ‘공정거래’가 모두 중요한 목적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를 동시에 추구하 기는 어렵다. 마치 겁에 질린 두 마리의 토끼가 다른 갈래로 흩어져 도망갈 때 사 냥꾼이 둘 다 잡겠다고 덤비다가 하나도 못 잡게 될 수 있는 것처럼, 정부가 뚜렷 한 철학이나 일관된 논리를 갖지 않고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의 두 가지 목적을 모 두 이루겠다고 기업을 압박하다가는 자칫하면 시장경제의 본래의 효율성을 해치게 될 위험성이 있다. 일반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를 ‘독점규제’라는 토끼와 다른 방향으로 튀는 별개의 토끼처럼 상충되는 목적으로 인식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경쟁 보호와 무관한 불공정거래행위 규제가 갖는 위험성

공정거래법에서 ‘공정거래’ 목적과 관련 있는 위반행위 유형은 불공정거래행위이 다. 공정거래법 제1조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을 통합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같은 법 제23조에서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위법성을 “공정한 거래를 저 해할 우려”라고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불공정거래행위 조항에는 ‘경쟁’이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정거래법 집행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의 경우 ‘경쟁에 대한 피해’와는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기업의 사업 활동에 대하여도 적용된 사례가 적지 않다. 그 근거는 행위가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났다든지, 그로 인해 거래상대방의 사업 활동이 곤란하게 되었다든지 또는 고 객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든지 하는 식으로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그 자체로는 객관적인 비교기준을 갖기 어려운 주관적 평가가 될 위험성이 있다. 더러 그러한 행위가 사실은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도 아울러 초래하는 행위였다 면 결과적으로 그 규제가 타당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 한 행위가 시장경제를 작동하게 하는 기제인 경쟁의 구조와 기능에 비추어 자연스

공정거래에 대한 오해와 이해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변호사

201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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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행위이거나 오히려 경쟁을 촉진하는 행위임에도 규제가 될 경우, 그 규제는 경 쟁의 보호를 위한 규제가 아니라 경쟁자의 보호를 위한 규제가 되고 오히려 창의적 인 기업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불공 정거래행위 규제가 사회적 정서나 정치적 고려에 기대어 동원되는 경우 그러한 역 기능의 위험성은 증대된다.

경쟁 보호와 무관한 불공정거래행위 규제가 갖는 위험성은 단순히 공정거래법에 있는 불공정거래행위 규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알게 모르게 공정거래위원회가 집행 권한을 갖는 법들 중에는 불공정거래행위 규정을 뿌리로 하는 법들이 많아졌 다. 그런 법들은 대체로 ‘거래 공정화’라는 표현을 그 이름에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그 러한 사례이다. 올해는 이 목록에 하나의 법이 추가되었다.「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 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법들에 의한 규제도 결국 불공정거 래행위 규제로 귀착된다.

공정거래법상 독점규제와 공정거래는 두 마리 토끼가 아니다

불공정거래행위 규제가 원래의 입법 의도와 다르게 잘못된 도구로 사용될 수 있 는 위험성은 근본적으로 ‘독점규제’와 ‘공정거래’를 두 마리 토끼로 인식하는 오해에 서 비롯되었다. ‘독점규제’는 경쟁의 보호를 위한 것이지만 ‘공정거래’는 경쟁의 보 호와 무관하다고 보는 것이 그러한 오해이다. 예컨대, 최근 정부는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 상생협력, 공생발전과 같은 정책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 목표는 경쟁의 보호 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상 ‘독점규제’와 ‘공정거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쫓아야 할 두 마리 토끼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경쟁당국이 쫓아야 할 토끼는 원칙적 으로 ‘독점규제’가 되어야 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통해 ‘독과점적 시장에서의 경쟁촉진’이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역할에 충실하여야 한다. 일부 특정 사 업 분야1)를 제외하면 경쟁의 보호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맡겨진 고유의 역할이고 공 정거래위원회가 그 역할을 다 하지 않으면 이를 대신할 마땅한 정부기관이 없기 때 문이다. 이에 대하여 ‘공정거래’는 시장에서의 경쟁이 성립하는 전제이자 기반으로 서 사적 자치 내지는 경제활동의 자유 보장, 거래질서의 건전성이라는 가치와 관련 된 것이다. 이러한 가치를 보호하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이 경쟁의 기반

1) 정부 부처 가운데는 특정 사업분야에 국한하여 경쟁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수단을 갖고 있는 경우 가 있다. 방송통신 분야를 관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그러한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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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되는 것이라는 ‘경쟁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어야 비로소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 영역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가치는 일차적으로 그에 영향을 주는 상대방의 활동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주도로 추구되고 정부는 합리적 인 규범의 틀 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이다. 부득이한 경우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하여 직권으로 개입할 수도 있겠 으나, 그런 경우라도 ‘경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꼭 나서 야 할 이유는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라는 목적을 쫓으면서 ‘경쟁 관련 성’이 인정되는 한도에서 ‘공정거래’의 영역에 보충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그 역할에 맞는다.

위법성 판단 부담으로부터의 회피를 부추기는 입법의 폐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의 입법 목적은 경쟁의 기반으로서의 ‘경쟁 관 련성’으로 이해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은 ‘독점규제’를 주로 추구하면서 보충적 으로 ‘공정거래’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볼 때, 공정거래위원회 고 유의 영역인 ‘독점규제’ 분야에서 그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고 그 역량 또한 강화될 수 있다. 그 역량의 핵심은 ‘독점규제’의 영역에서는 경쟁제한성을 판단하는 기준과 방법론을, 이를 보완하는 ‘공정거래’의 영역에서는 경쟁과 관련성을 갖는 경쟁의 기 반 요소를 식별하는 기준과 그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론을 개발하는 데 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의 공통적인 규제 근거를 찾고 그에 따른 집행을 위한 규범적, 실증적 분석 능력을 증진하는 일에 보다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배분할 때 가능해지는 일이다.

그러나 최근의 입법 동향을 보면, 이러한 기대에 역행하는 추세가 엿보이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최근 개정된「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새로 제정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는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에서 공 정거래위원회가 그 핵심 역량이 되어야 할 위법성 판단을 부담으로 인식하고 그로 부터 회피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이 대거 들어와 있다. 그러한 규정의 한 사례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는 납품받은 상품의 대금을 감액하여서는 아니 되고, 대금 감액이 인정될 수 있으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해당 거래분야에서 합리 적이라고 인정되는 기간 내에 상품대금을 감액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스스로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로서는 그저 대금 감액 사실만 객관적으로 확 인하여 사업자의 행위를 적발한 후 사업자가 어떤 식으로 스스로를 변호하는지 들 어보고 판단만 내려주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공 정거래위원회가 문제되는 행위가 경쟁과의 관련성을 갖는 것인지 따져보고 경쟁당 국이라는 역할에 충실한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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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시장 감시자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더욱 더 이탈하여 당사자 사이의 적극적 조정 자로서의 권한을 즐기게 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처럼 굳이 나서서 쫓지 않 아도 될 ‘공정거래’라는 토끼를 잡아 갖고 노는 동안 ‘독점규제’라는 토끼는 누구의 추격도 받지 않고 저만치 달아나게 될까 걱정이 된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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