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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뜻을 찾는’ 우석 글쓰기 대회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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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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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꿈과 뜻을 찾는’

우석 글쓰기 대회 작품집

우석대학교 교양대학 글쓰기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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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꿈과 뜻을 찾는’

우석 글쓰기 대회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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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꿈과 뜻을 찾는’ 우석 글쓰기 대회 작품집

차례

발간사 / 교무국제처장 김성희 • 7

심사평: 쓰기, 삶을 들여다보는 귀한 여정 / 정도상·최정숙·박지윤 • 15

<대상>

빠나나 우유 / 한약학과 3학년 최형석 • 19

<최우수상>

부치지 못할 편지 / 간호학과 3학년 강민지 • 25

잘못된 선택은 없다 / 조경도시디자인학과 4학년 김승은 • 27 엄마랑 짜는 버킷 리스트 / 문예창작학과 4학년 홍승표 • 31

<우수상>

Break The Frame, 판을 흔들어라 우수상 / 한의예과 2학년 강민수 • 37 내 인생의 목표는 ‘행복’ / 미디어영상광고학부 3학년 김선태 • 43 나의 정원사에게 / 특수교육과 3학년 신나라 • 47

연극 <킬롤로지>를 그리워하며 / 특수교육과 3학년 윤미승 • 51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 / 한약학과 2학년 윤연서 • 55 용기 있는 변화 / 아동복지학과 4학년 정유진 • 59

<가작>

모든 청춘의 버킷 리스트 / 심리학과 4학년 권혁식 • 65 나의 가장 오래 친구 / 유아특수교육과 1학년 김예린 • 69 꿈에 대한 방황 / 제약공학과 2학년 박소리 • 73 삶의 방향 / 한약학과 2학년 반수진 • 77 내 인생의 전환점 / 역사교육과 2학년 신병권 • 81

무기력한 나를 뒤집을 때 / 문예창작학과 4학년 이미경 • 85 가슴을 뛰게 하는 버킷 리스트 / 항공서비스학과 2학년 이승연 • 89 전하지 못한 진심 93 / 한의예과 1학년 이해원 • 95

YOLO! 한 번뿐인 내 청춘 / 제약공학과 2학년 최지수 • 99 평범하지 않았던 고등학생 / 군사학과 1학년 한현빈 • 103

<특별상>

나의 첫 정원 설계 / 조경도시디자인학과 2학년 고정환 • 109 꽃은 그렇게 핀다 / 특수교육과 3학년 김성범 • 111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 식품생명공학과 4학년 서은혜 • 115 나의 꿈과 뜻 / 심리학과 4학년 서현영 • 119 봄에 바치는 시 / 특수교육과 2학년 성시현 • 123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 간호학과 1학년 임주희 • 127 나의 능력에 만족하되 더 나아지려 하고 / 역사교육과 3학년 장승모 • 131 나의 첫사랑 / 외식산업조리학과 2학년 정광교 • 135

뒤엎지 않아도 괜찮아요. / 유아특수교육과 4학년 주 희 • 139 11월의 기차 안에서 / 국어교육과 3학년 황종인 •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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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꿈과 뜻은 상상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온 몸으로 밀고 나갈 때 현실이 되지요.

꿈의 가능성을 믿고 앞으로 나가세요.

이제 꿈을 펼칠 차례입니다.

제7회 ‘꿈과 뜻을 찾는’ 우석글쓰기 대회를 통해 더 큰 성장을 이룬 우석인을 축 하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깊은 감정과 생각을 글로 옮기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아 무나 해낼 수는 없습니다. 글쓰기는 고된 정신적 노동이며, 좋은 글은 수고로운 시 간을 견뎌낸 후에 탄생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에 응모한 416명의 글은 모두 귀하고 소중했습니다.

대회를 계획하며 우리는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글을 억지로 짜내 기보다는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을 꺼내 놓을 수 있도록, 더 많은 학생이 글쓰기 대회 에 응모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제시하고자 했지요. 이번 글쓰기 주제‘부치지 못 한 편지, 내 청춘의 버킷리스트, 모든 걸 뒤엎고 싶을 때’는 이러한 고민 속에서 정 해졌습니다.

마음을 담기 수월한 주제라서 그랬는지 지난해 두 배에 가까운 학생들이 글을 응 모했습니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의 내용과 표현 수준도 높았고, 무엇보다 과거에 비 해 참신하고 다채로운 글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글쓰기 대회가 높은 성 과를 이루어 지금처럼 훌륭한 작품집으로 탄생해 무척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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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꿈과 뜻을 찾는’ 우석 글쓰기 대회 작품집

글쓰기는 나를 성장 시킵니다. 글을 쓰기 위해 펜을 든 순간부터 마지막 문장을 쓰고 마침표를 찍기까지 무언가를 떠올리고 고심한 모든 과정이 바로 나를 키우는 비법입니다. 대회에 응모한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뜻을 곰곰이 생각하고, 수많 은 단어와 문장을 머릿속에서 조합하며 쓰기와 지우기를 반복했을 테지요. 글을 다 쓰고 나서도 분명 여러 번 고치고 다듬었을 겁니다. 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이 세 상을 어떻게 살아가려 하는가, 내가 삶에서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어디인가’ 등을 질문하며 저마다의 장점과 지향점을 찾아 꿈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계획도 적었겠지요.

자아 성찰과 인격적 성숙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바로 삶의 주체 로 우뚝 서기 위한 위대한 여정입니다.

좋은 글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습니다. 평생에 걸쳐 연습하고 닦아나가야 할 능 력이죠. 글쓰기가 몸에 배어야 합니다. 자기의 생각을 온전히 한 문장으로 완성했을 때의 짜릿함은 글을 써보지 않은 자는 맛볼 수 없는 희열입니다. 앞으로도 여러 글 쓰기를 통해 더 큰 희열을 경험하고 정신을 고양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꿈과 뜻은 이번 글쓰기를 시작하며 이미 반은 이루어진 셈입니다. 그냥 누워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린다고 소원이 이루어질 리는 없습니다. ‘그 무 엇’을 간절히 바란다면 용기 있게 소망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야 합니다. 매일 눈 뜨고 감는 순간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진 짜 이루려는 것은 뭐지? 꼭 거창한 꿈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나름의 고민 속에서 방법을 모색할 때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리고 삶의 방향도 보일 것 입니다.

공들여 글을 쓴 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대회 결과를 기다렸을 학생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그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다음 대회는 수상자를 더 늘려야겠 다는 욕심을 가져 봅니다.

꿈과 뜻은 상상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온몸으로 밀고 나갈 때 현실이 되

지요. 당신이 꾸는 꿈의 가능성을 믿고 앞으로 나가세요. 이제 꿈을 펼칠 차례입니 다.

교무국제처장 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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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꿈과 뜻을 찾는’ 우석 글쓰기 대회 작품집

“내 안에 품었던 수많은 질문을 꺼내자”

제7회 ‘꿈과 뜻을 찾는’우석 글쓰기 대회

□ 취지 및 목적

○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 하는가?, 내가 삶에서 도달 하려는 곳은 어디일까? 등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자아 성찰과 인격적 성숙을 도모하고자 함.

○ 자신의 꿈과 뜻을 진지하게 찾아보는 글쓰기를 통해 학생들이 저마다의 개성 과 장점 및 지향점을 발견하게 함.

○ 글쓰기 대회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꿈과 이상을 뚜렷하게 인식할 기회를 가 지며 꿈을 이루기 위한 실천 계획을 가짐.

□ 대회 개요

○ 대 회 명 : 제7회 ‘꿈과 뜻을 찾는’ 우석 글쓰기 대회 [현상공모]

○ 주관 : 교무국제처 교무학사팀, 교양대학 글쓰기교육부

○ 공모기간 : 2018년 10월 15일(월) ~ 11월 16일(금)까지

○ 대상 : 우리 대학교 재학생

○ 주제 : ‘부치지 못한 편지’, ‘내 청춘의 버킷 리스트’, ‘모든 걸 뒤집고 싶을 때’

중 선택

○ 형식 : 자유(사진첨부 허용)

○ 원고 분량 : A4용지 1~2매(200자 원고지 10매~15매)

○ 원고 제출 : * 전주캠퍼스 : 인문관 1312호 글쓰기교육부

* 진천캠퍼스 : 온누리관 3103호 통합과사무실 방문 제출 (학과·학년·학번 및 연락처 반드시 기재)

또는 전자우편 제출(writing123@woosuk.ac.kr)

○ 결과 발표 : 2018년 12월 첫째 주 우석대신문에 수상자를 발표하고 대상작 게 재 예정

□ 시상 내역

[응모자 전원 참가상품 증정]

구 분 인 원 내 용 기 타

대 상 1 명 상장 및 장학금 (50만원) 최우수상 3 명 상장 및 장학금 (각 30만원)

우 수 상 6 명 상장 및 장학금 (각 10만원)

가 작 10 명 상장 및 상품 (각 3만원 상당) 참여 학과별 분포를

고려하여 선정 특 별 상 10 명 상장 및 상품 (각 3만원 상당)

※ 시상 일정은 추후 공지 ※ 응모자 우석챔프 마일리지(인성개발활동 영역>교내주최 각종 행사 참여 2M)부 여

※ 수상자 우석챔프 마일리지(입상활동 영역>교내 및 시군구 규모 20M) 부여 ※ 전자우편(writing123@woosuk.ac.kr)으로 원고를 제출한 학생은 원고 제출처 를 방문하여 참가상품을 수령하시기 바랍니다. (▲ 전주캠퍼스 : 인문관 1312호 글 쓰기교육부 ▲ 진천캠퍼스 : 온누리관 3103호 통합과사무실)

※ 기타 자세한 사항은 글쓰기교육부 행정사무실(063. 290-1678)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무국제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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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꿈과 뜻을 찾는’ 우석 글쓰기 대회 작품집

■ 글쓰기 대회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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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꿈과 뜻을 찾는’ 우석 글쓰기 대회 심사평

쓰기, 삶을 들여다보는 귀한 여정

글쓰기, 삶을 들여다보는 귀한 여정

글이란 마음이 밖으로 나온 것을 말한다. 즉 마음을 쓰는 것이 글인 것이다. 화 려한 수사나 관념적인 단어가 많은 글, 마음을 치장하는 글, 전하고자 하는 뜻이 애 매모호한 글, 자기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않은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가장 좋은 문 장은 아름다운 문장이 아니라 정확한 문장이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마음 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문장을 두고 정확한 문장이라고 한다.

이번 우석대 글쓰기 대회에서 예심을 거치고 본심으로 올라온 학생들의 작품을 읽으며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예상보다 훨씬 좋은 글들이 많았다. 좋은 글이 많다는 것은 심사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응모작을 꼼꼼하게 읽어야하기 때문이다.

세 분의 심사위원들이 각자 읽고 평가한 것을 토대로 우수상 부분, 가작 부분, 특별상 부분으로 대상작품을 구분했다. 우수상 부분에 올라온 작품 중에서 <부치지 못한 편지>, <뒤집고 싶었던, 뒤집을 수 있었던 순간들>, <엄마랑 짜는 버킷리스트

>, <빠나나 우유>를 살펴보기로 했다.

먼저 <부치지 못한 편지>는 ‘나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2년 동안 휴학을 하고 서 울에서 영화공부를 하던 시절의 얘기인데, 비록 영화계로 나가지 못하고 다시 학교 로 돌아온 스스로에게 위로를 보내는 내용이다. 실패를 통해서 성숙해지고 삶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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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꿈과 뜻을 찾는’ 우석 글쓰기 대회 작품집

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내용에 깊이 공감했다. <뒤집고 싶었던, 뒤집을 수 있었던 순간들>은 열아홉의 마지막 선택이 컴퓨터의 데이터에 의해 결정되어 우석대로 진 학한 학생의 이야기였다.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고, 학기 초에는 방황하는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면서 대학생활을 보람차게 꾸 려가고 있는 이야기였다. 절망하기 보다는 절망을 뒤집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엄마랑 짜는 버킷리스트>는 엄마의 욕망을 찾아내는 이야기다. 대 개의 자식들은 부모에게 욕망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부모들은 자식들을 위해 욕망을 숨기고 희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엄마에게 숨겨진 욕망을 찾아내는 이야기로 전개 솜씨가 아주 깔끔했다.

마지막으로 <빠나나 우유>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연이어 대학에 실패했을 때에 도 아들을 믿으며 묵묵히 생을 감내하신 아버지가 어느 날 쓰러졌고 끝내 돌아가셨 다는 이야기인데, 읽는 동안에 ‘울컥’ 했다. 아버지에 대해 관념적으로 표현하고 효 도를 못해서 미안하다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바나나 우유를 매개로 한 아버지의 마 지막 날들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이 아주 담백하게 펼쳐져 있었다. 만장일치로 이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했고, 나머지 작품들은 최우수상에 선정되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냥 목수가 아닌 글쓰는 목수, 그냥 간호사가 아닌 글쓰는 간호사, 그냥 특수교사 가 아닌 글쓰는 특수교사가 된다면 훨씬 더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글 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정도상(소설가) 최정숙(우석대 글쓰기교육부) 박지윤(우석대 글쓰기교육부)

■ 대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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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나나 우유

한약학과 3학년 최형석

따가운 여름 햇살이 저를 가만두지 않았지요. 금강유원지가 어린 저를 자꾸만 부 르더라고요. 저는 아버지를 조릅니다. 낡은 자전거 한 대와 유일한 간식거리 빠나나 우유를 사 들고 가서 신나게 수영을 했습니다. 한 달에 두어 번 쉬시던 아버지의 휴 일 한나절은 왜 그렇게 빨리 가버리던지. 아버지와 함께 수영을 하다 지칠 때 마셨 던 빠나나 우유의 맛은 또 얼마나 달콤했던지요.

아버지는 유독 저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해주셨지요. 집 공사 할 때도 저를 조수처 럼 옆에 끼고 일을 하시고 시장 가실 때도 항상 대동하셨고요. 주변 사람에게 들은 얘기지만 제가 형보다 편했다면서요. 그때는 귀찮기만 했던 일들이 그리운 추억으 로 남아있습니다. 아버지 덕분에 삽질, 망치질, 톱질에 능숙해졌고 이제 닭장 하나 정도는 반나절이면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일이 무슨 쓸모가 있 다고 배워두라실까 푸념도 했는데 제 생각을 사물로 펼칠 수 있다는 것이 그 무엇 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능력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연이어 대학 입학에 실패했을 때 “아무 걱정하지 마라. 내가 살아있는 한 네가 하 고 싶은 거 할 수 있도록 도우마.” 하시던 말씀은 얼마나 든든하던지요. 겉으로 표 는 안 냈지만 그때 그 한 마디가 작은 제 몸에 얼마나 큰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는지 모릅니다.

새벽이었어요.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부엌을 향해 가던 중 웅숭그리고 앉아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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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꿈과 뜻을 찾는’ 우석 글쓰기 대회 작품집

적이 찾아오리라 굳게 믿었거든요. 집에 도착하여 문을 열어보니 아버지가 벌였던 사투의 흔적이 옴스래기 남아있더군요. 욕실 수도꼭지는 빠진 채로 물이 철철 흐르 고, 여기저기 연장들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비누며 샴푸도 흩어져있는 모습을 보 니 아버지가 어떻게 죽음과 몸부림을 쳤는지 눈에 선하게 들어왔습니다. 욕실에서 쓰러진 뒤 안방까지 기어 어머니 번호만 누른 채 말은 못하시고 “응~~응~~” 신음 만 하셨다지요.

4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그날. 불길한 예감에 병원에 연락해 보았습니다.

늦은 시각이어서 면회를 할 수 없으니 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날 무작정 달려갔 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정신이 아직 맑으실 때 더 봐야 했습니다. 며칠 후 수 업 도중 위급하다는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달려가는데 형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돌 아가셨다고요. 임종도 못 지킨 저는 한바탕 울고서 아버지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봤습니다. 우리 아버지 눈썹이 참 진했구나. 얼굴에 점이 이렇게 많았구나. 노동으 로 굳어진 손도 만져 보았습니다. 평소에는 얼굴도 잘 마주치지 않고 한 마디씩 툭 툭 주고받던 일상이었으니 제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양지바른 곳에 잘 모셔드리고 집에 돌아와 보니 제 주머니에 아버지 핸드폰이 있 더군요. 이리저리 아버지 흔적을 더듬는 중에 우연히 녹음파일 하나를 발견했습니 다. “형석아~ 이거 녹음 이렇게 하는 거 맞아?” “그냥 이 버튼 누르면 돼.” 무뚝뚝하 고 귀찮아하는 제 목소리. 너무나도 후회스러워 한참을 엉엉 울었습니다.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란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정약용 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책의 탓도 큽니다만, 엊그제 학교 행사 때 나온 바나나 때문이기도 합니다. 바나나로 각인되는 아버지의 인생은 저를 아프게 합니 다. 특히 빠나나 우유는 금강유원지에서의 달콤한 시간도 떠오르지만 너무 아프기 도 해서 요즘은 먹지 못하겠습니다.

“아버지~~ 이번에 장학금 타서 제 주머니가 두둑합니다. 빠나나 우유 200개쯤 사 를 드시고 계시던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나 몰래 맛난 것을 숨겨놨다가 혼자 드시

냐고 그만 참견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바나나 우유를, 아이들 이나 먹는 그 흔해 빠진 것을, 저더러 먹으라면 손사래를 칠 그 우유를 들고 계셨습 니다. 아마 그때 저는 안심했겠지요. 역시 아버지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아. 혼자서 맛있는 것을 드시지 않아. 싱긋 웃으며 지나쳤지요.

언젠가 어머니께 들어보니 가난한 시절 아버지는 바나나 먹는 사람들을 가장 부 러워했다더군요. 그래서 아버지는 바나나를 보면 무지 좋아하시고, 최고의 먹거리 로 여기신다고요. 아버지는 저의 취향을 잘 알고 계셨는데 저는 아버지에 대해 아 는 게 없었어요. 알려고 하지도 않았더라구요. 시간이 많을 줄 알았어요. 기회도 더 있을 줄 알았지요. 주변에 팔십 넘은 노인들이 쌔고 쌔서 내 아버지도 당연히 그렇 게 사시겠거니 했어요.

작년 2월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아직 말은 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그나마 다행이다 했지만 그렇다고 맘을 진정할 수는 없 었 습니다. 어른거리는 가로등 불빛만 따라 뛰었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아버지 는 평온하게 코를 골며 주무시더군요. 안심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CT 촬영 결과는 정반대였어요. 주무시는 것이 아니라 의식을 잃어가고 계시다고. 예전에 심장 수술 을 하신 적이 있어 강력한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계셨고 그 때문에 피가 잘 멈추지 않는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하더군요. 아! 이런 느낌이 천붕이구나. 온 몸에 힘이 쫙 빠지며 털썩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아버지의 얼굴은 고통스러워 보였어요. 오른손에 힘을 주며 제 손을 꽉 잡아주셨지요. 아버지와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악수, 아직도 제 오른손 에 아버지의 온기가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가깝고도 멀었던 당신과 나.

수술은 했으나 의식은 돌아오기 힘들다는 결과를 듣고도 아버지를 중환자실에 두 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남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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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수상 작품

서 보내 드릴 수 있으니 부디 주소 적어서 보내 주십시오.”

2018. 11. 16. 둘째 아들 형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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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꿈과 뜻을 찾는’ 우석 글쓰기 대회 작품집

부치지 못할 편지

간호학과 3학년 강민지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까? 너의 안부를 물어야 할까 아니면 나의 안부를 먼저 말 해야 할까.

나는 잘 지내. 네가 걱정으로 밤을 샜던 날들이 무색하리만큼 잘 지내고 있어. 벚 꽃이 예쁘게 핀 학관 앞에서 사진도 찍었고 민정이랑 두 시간씩 통화하면서 걱정했 던 첫 임상실습도 잘 마쳤어. 머리가 굳었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전공 공부도 남 들보다 몇 시간씩 더 하면서 기초부터 다시 다졌고 시험 성적도 전보다 많이 올랐 어.

일 년 전, 2017년은 영화 공부를 위해 서울에 올라간 해이자, 휴학을 일 년 더 하 던 시기였지. 고등학교 때부터 꿈꾸던 것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서울에 올라갔어.

폰 번호를 바꾸고 부모님과 연락도 끊고 신촌에서 침대 하나 있는 하숙방을 구했 지. 종일 연남동에서 알바를 하고, 알바가 끝나면 홍대앞 학원에서 연출과 연기를 공부했어. 많이 놀았기도 했지. 그래도 참 열심히 살았어. 모두가 말하는 ‘청춘’말이 야. 그때가 나한텐 ‘청춘’이더라. 젊음을 무기로 뭐든 다 해내던 그때가 나의 청춘이 고 앞으로 그렇게 가슴 뜨거운 순간은 없을 것 같아.

주위에서 휴학하고 뭐했냐는 질문을 진짜 많이 받았는데 그때마다 대충 얼버무리 거나 아니면 그냥 서울 가서 알바하면서 놀았다고 둘러댔어. 왜냐하면 부끄러웠거 든. 어떻게 보면 실패하고 내려와서 다시 복학한 거잖아. 그걸 말하기가 나는 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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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꿈과 뜻을 찾는’ 우석 글쓰기 대회 작품집

러웠어. 그런데 있잖아. 진짜 부끄러운 건 그 일을 창피해하는 내 자신이더라.

누구나 마음속에 꿈 하나씩 품고 살잖아.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나는 행동 했어. 작지만 단편 영화도 찍고 시나리오도 쓰고, 연극무대에도 올랐잖아. 이제 미 련도 없고 후회도 없어. 그 때 도전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그 두 해가 감사하고 소중해. 그동안 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다양한 경험을 했고 세 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지. 스스로 많이 성장했음을 느껴. 정말 힘들고 지친적 도 있었지만 그 시간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고 누구보다 즐겁게 하루하루 살아가 고 있어. 영화도 그때보다 더 많이 보고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있어. 모두 네 덕분이 야. 정말 고마워.

누구보다 믿어주고 사랑해줬어야 했는데 일 년 전에 나는, 나를 믿지 못했어. 계 속 다그치고 부족하다고 생각했지. 너에게 고맙다는 말, 수고했다는 말을 못한 채 서울 생활을 마무리 지은 거 같아. 이게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야. 너한테 고맙 다는 말을 하고 싶고 이제야 그 용기와 여유가 생겼거든. 내 삶에 너그러워졌고 간 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가치관도 확립되었어. 간호학 공부를 계속하다보니까 이 길 이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들고 정말 재미있어. 그래서 용기가 생긴 거야. 너를 위로할 용기, 내 휴학 생활을 정리할 용기.

고마워 수고했어. 그때 밤잠을 설쳐가며 했던 고민들, 이제 다 극복했고 잘 이겨냈 어. ‘잘 안돼서 복학하면 어떡하지?’ 너의 머릿속 한 켠을 차지했던 생각 이제 지워버리고 집중해. 복학한 나를 걱정하지 말고 실패했다 말고 후회 안 남게 네가 하고 싶은 것 다 해. 넘어질 수도 있고, 잘 안될 수도 있지. 그 경험을 통해서 네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 으로 충분해. 앞으로 남은 일과 걱정들은 내가 짊어져야 할 것들이니까.

2017년의 민지야, 걱정 말고 매 순간을 열심히 살자. 2018년의 민지는 네 덕분에 행복해.

잘못된 선택은 없다

조경도시디자인학과 4학년 김승은

‘멈추어라 순간이여 너는 참 아름답구나’ 파우스트의 한 대목을 보면 이런 대사 가 나온다. 찰나의 순간을 아쉬워하며 이 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절절한 심정 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순간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워서 놓치 고 싶지 않을 때가 있고, 그와 반대로 지옥과 같아서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하는 순 간이 있다. 한순간이 기회가 되고 때론 후회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매 순간 을 살아간다. 나는 내가 살아왔던 순간에서도 모든 것을 다 뒤집고 싶었던, 뒤집을 수 있었던 순간에 대해서 매우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때는 수능시험이 모두 다 끝난 후였다. 수능성적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알 정도로 나의 시험은 매우 처참했다. 그때의 심정을 글로 쓰라 한다면 100페이지도 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도시락 통을 들고 버스에 올라타 노을이 드리운 하늘을 보니 눈물이 차올랐다. 도시락 통을 보며 엄마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이 차올랐고, 저녁노 을을 보며 허무하게 끝나버린 하루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함에 눈물이 났다.

‘내가 왜 이 하루를 위해 12년이란 세월을 공들여야 했을까.’

‘나의 모든 학창 시절이 단 하루, 8시간 만에 끝이 났다.’

공허함 그리고 우울감. 그것은 금세 후회와 불만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헤르미온느의 모래시계가 있었다면 시험 시작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 아 니다. 고3 초반 때로? 그것도 아니면 고1 때로 되돌아가야 하나?’ 말도 안 되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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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꿈과 뜻을 찾는’ 우석 글쓰기 대회 작품집

상을 하며 결론은 점점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퍼져갔다.

‘한국 교육의 폐해야. 나는 희생양이야.’, ‘왜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수능을 봐야 하는 거지?’ 계속되는 합리화, 그리고 돌아오는 자괴감 속에서 이 모든 순간과 상황 을 뒤집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정말 모든 걸 다 뒤엎어 버리고 싶 었다. 뒤엎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방법도 몰랐고,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 차기만 한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힘들고 복잡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수능 성적이 발표되었다. 내가 목표하던 대학은 꿈도 못 꾼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절망했 다. 재수할 용기는 없었고, 대학을 가지 말까도 생각했다. 실제로 정시 마지막 날까 지도 원서접수를 한 곳도 안 하고 있었다.

정시 원서 접수 마지막 날, 엄마와 담임 선생님의 달램 속에서 부랴부랴 원서 접 수를 하러 학교에 갔다. 컴퓨터 데이터에 조경학과를 치고 내 성적을 대입하니 대 학교들이 나열되기 시작했다. 내 인생을, 나의 진로를 데이터 무작위 시스템에 맡겨 야 되는 입장이었다. 나의 미래를 컴퓨터가 분석하고 평가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 이지만, 나는 군말 없이 그 결과를 받아들였다.

지금 와서 보면 참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그땐 그게 나의 인생의 커트라 인이라고 생각했고, 무조건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의 19살 마지막 선택은 컴퓨터의 데이터에 의해 결정되었다.

그렇다. 나는 우석대학교에 꿈과 뜻을 품고 온 것이 아니다. 컴퓨터 데이터 속에 서 정해진 학교가

우석대학교라서 오게 된 것이다. ‘꿈과 뜻을 찾아’라는 타이틀에 맞지 않는 이야 기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나의 솔직한 우석대학교 입학 과정이다. 그리고 나는 대 부분 대학생들의 현실이 이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 야기는 뒤엎고 싶었던 과거가 아닌 지금 현재의 순간, 나

를 뒤엎은 순간이다.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나는 방황하고 있었다. 모 든 계획이 짜여진 고등학교 생활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혼자서 해야 할 것들이 매 우 많았다. 혼자 일어나야 했고, 혼자 생활해야만 했다. 수업도 스스로 짜야만 했고, 대학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 항상 해야 하는 것들 투성 이었던 우물에서 세상 밖을 나오니 뭘 해야 될지 모르겠는 그 막막함과 답답함. 내 가 해결해야할 숙제는 쌓여있는데 숙제를 내준 이가 없으니 정답조차 모르는 그 길 을 불안함을 안고 걸어갔다. 내가 내딛은 첫발은 ‘해야 하는 것’이었다. 정말 간단하 고 당연한 것들을 열심히 했다. 결석 한 번, 지각 한 번 하지 않고 과제 또한 단 한 번도 밀리지 않고 모든 강의를 매우 최선을 다해 들었다. 그때 당시 내가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었기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했다.

두 번째 내딛은 발은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것 들을 찾았다. 그때 마침 ‘총동아리연합회’ 학생회에서 기회가 찾아왔고, 나는 그 기 회를 통해서 우석대학교 학생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었다. 내 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생겨나는 책임감과 뿌듯함은 대 학 생활 속에서 나의 자아정체성을 확립시켜주었다. 그렇게 학기의 시작과 끝이 반 복되고, 매번 그 모든 것이 결과로 내게 되돌아왔다. 노력이 보답해주는 결과물들이 나를 가득 채워주었다. 나는 이제 전혀 공허하지도 허탈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 두 걸음은 나에게 마지막이자 계속될 걸음인 ‘하고 싶은 것’을 가져다 주었다. 나는 이제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더 이상 해야만 해서,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꿈과 목표를 향해 내딛을 수 있는 발걸음이 생긴 것이 다. 그 발걸음의 과정 속에서 보람이라는 뜻을 찾았고, ‘보람’이라는 것은 나를 나 스스로 뒤집을 수 있게 해준 인생의 뒤집개가 되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지금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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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을 돌이켜보면 모든 순간들이 보람찼다. 그리고 그 보람찬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 물론 매 순간이 보람차다해서 내 모든 순간이 좋고 행복했던 것만은 절대 아니다. 예상과 반대로 결과가 안 좋을 때도 있었고, 계속하여 길을 잃 고 방황하기도 했었다. 생각해보면 현재 상황 또한 전에 나의 상황과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지금도 나는 항상 모르는 것 투성이에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 알지 못한 다.

그러나 변한 것은 단 하나, 상황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이다. 그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만으 로도 같은 상황 속에서도 다른 태도를 취하게 된다. 내가 후회와 불만으로 가득했 던 날들에는 선택에 있어, 그 순간에 있어 어떠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누군가를 탓 하기만 급급하고 회피하기 일쑤였다면 지금은 매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간직하고 있고 순간의 배움을 얻는다.

넘어짐은 넘어졌다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틀린 점은 고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내가 스스로 개선되어가는 그 과정 속에서 또 한 번의 성장이 있고, 그 성장 속에서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과거를 포함한 어떠한 순간도 보람차지 않은 적이 없다.

나는 선택에는 많은 것들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선택이란 없다. 또 다른 경험의 선택일 뿐, 그 선택 속에서 배움이 있고 보람만 느낀다면 내가 걷는 길 이 옳은 길임을 믿는다. 인생에 있어서 선택의 매순간이 기회가 되고 반대가 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나는 나의 미래를 뒤엎는 순간의 선택을 하며 보람차게 살아간 다. 모든 걸 뒤엎을 수 있는 건 지금 지나가는 이 순간이다.

엄마랑 짜는 버킷 리스트

문예창작학과 4학년 홍승표

1. 그깟 스테이크가 뭐라고

우리 집은 남의 농사를 품앗이하며 근근이 먹고 살았다. 하루는 라볶이가 매우 먹 고 싶어서 엄마에게 해달라고 조른 적이 있었다. 라볶이가 뭔지는 알아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몰랐던 당신은 가래떡이 들어간 떡라면 비슷한 걸 내놓으셨다. 하 도 실망한 탓에 반도 안 먹고 버렸던 기억이 난다.

사실 따지고 보면―아니, 깊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항상 엄마에게 받기만 했 다. “치킨, 피자가 먹고 싶어요. 탑블레이드 장난감 사다 주세요. 남들 다 있는 핸드 폰 왜 나만 없어요?” 한 번 조르기 시작하면 원하는 물건을 손에 얻기란 시간문제 였다. 그렇게 25년을 살면서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는 엄마의 말에 나는 적잖이 충 격을 받았다.

친구들이랑 이삼만 원짜리 스테이크를 사 먹는 건 당연한 일인데, 엄마랑 와볼 생 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엄마는 나의 버킷리스트였으니 까. 내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들어줬으니까. 나는 엄마에게도 욕망이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여태까지 모르고 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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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엄마의 서사(敍事)

최근에 김애란 작가의 강연을 들었다. ‘전주 독서대전’에서였다. 김애란 작가의 소 설에도 엄마라는 존재가 자주 등장한다. 충남 서산시에서 태어난 그녀는 오랫동안 상경의 꿈을 품어왔다고 했다. 서울의 낯선 인도를 밟으면서 엄마랑 방을 보러 갔 던 기억―결국 마음에 드는 방은 없었고, 작열하는 태양 아래 입이 댓 발 튀어나왔 던 그 날의 일이 전부 소설로 재탄생했다고.

나는 발품 팔듯이 엄마 이야기를 쓰는 게 싫었다. 시는 물론 소설에도 엄마는 거 의 등장하지 않았다. 엄마도 욕망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고, 그런 이야기를 쓴 다는 게 몹시 어색했다. 왜 아무것도 못 해주느냐고 떼쓸지언정, 겨우 그것 하나 못 해주는 엄마의 마음을 직접 이해해보려고 한 적이 없었다. 나는 은연중에 엄마의 욕망을 소설의 서사에서 아예 빼버렸다. 그래야지만 내 마음이 조금 편해지니까.

김애란 작가의 강연은 나의 눈을 다시 뜨게 만들어줬다. 그녀의 서사에서도 엄마 라는 존재는 행복과 죄책감의 근원이었다. “엄마한테 고마우면서도 미안해.” 간단 하면서도 어려운 사유였다. 엄마의 위대함과 나약함을 동시에 인정하고, 그것을 토 대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니까. 마음으로는 알지만, 그것을 객관화시키기가 어려 웠다. 인정과 사유는 별개의 문제였다.

엄마라는 소재를 글감으로써만 소모하는 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서사로 쓰고 싶 어졌다. 나의 엄마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무얼 원하는 사람인가. 그것이 나의 새 로운 사유가 됐다. 지면으로 옮기기에는 빠듯하지만, 나는 분명할 수 있다.

이제야 조금씩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했으니까.

3. 버킷리스트를 짜다

“엄마가 원하는 게 뭐야?”

“나는 우리 아들이 나중에 돈 많이 버는 거.”

당신의 욕망을 찾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당장 먹고 싶은 게 무어 냐고 질문해도 엄마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엄마의 생활양식이 우리에게 맞춰진 탓인지도 몰랐다. 당신 스스로가 무얼 원하는지 모르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 어. 이런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우선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봤다. 1번 항목은 내가, 2번은 엄마가 썼다. 각 자가 당장 혹은 미래에 해보고 싶은 일을 번갈아 써보는 식이었다. 단, 본인의 이익 에 충실한 것만 적기로 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몇 가지 항목을 적을 수 있었다.

엄마가 처음 쓴 항목은 역시 ‘스테이크 먹기’였다. 우리는 당장 패밀리 레스토랑 으로 갔다. 결과는 비교적 성공이었다. “스테이크가 생각보다 맛이 없다”라는 엄마 의 평만 빼면,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나의 1번은 ‘엄마 귀 고쳐주기’였다. 지금 엄마의 왼쪽 귀는 거의 들리지 않고, 나 머지 귀마저 물에 잠긴 것처럼 먹먹해져 갔다. 처음에는 아빠와의 불화로 시작된 장애였고, 그것이 자식들과의 불화로 이어졌다. 우리 남매는 엄마가 잘 듣지 못할 때마다 빽빽대기 일쑤였다. 엄마의 2번이 ‘가족들한테 큰소리 안 듣기’였으니 할 말 이 없을 정도로 죄송했다.

엄마의 귀를 고쳐주는 일만큼 내가 원하는 게 또 있을까. 수술비는 고사하고 당장 학자금 대출 갚기도 빠듯하지만, 실행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세계 관에 엄마의 서사를 포용함으로써 좀 더 나아진 글을 쓰게 된다면 어떨까. 김애란 작가보다 유명한 사람이 되면―그만큼 돈도 많이 벌게 되니까 분명 엄마의 귀를 고 쳐줄 수 있을 것이다.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모양이다. ‘아들 베스트셀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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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가 엄마의 세 번째 버킷리스트였으니까. 내가 성공하는 게 곧 당신의 욕망 때문이라는 사실이 새삼 귀엽게 느껴졌다.

당신에게 있어서 들리지 않는 고통이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쉽게 상상이 가지 않 았다. 주방에서는 이모들의 악착같은 성깔을 받아내야 했을 테고, 그건 집에서도 별 반 다르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하는 당신의 아픔, 소통 의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을 그동안 당신 혼자서 견뎌냈으리라.

지금도 나는 당신의 욕망이나 고통 따위를 고스란히 알지 못한다. 마트에 다녀오 는데 갑자기 집주소가 떠오르지 않아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고, 내게 고백하던 당신 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다행히 알츠하이머의 초기 증상은 아니었다. 혼자 가슴앓이하며 수십 번은 넘게 고민하고 곱씹은 끝에 내게 간신히 그 말을 했을 당 신이 가여워졌다. 당신, 엄마라는 존재는 항상 그런 식으로 죄책감을 떠맡겼다. 나 는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엄마를 용서하고, 또 당신을 미워했던 나 자 신을 용서하고 싶었다. 그러려고 쓴 게 버킷리스트였다.

그래, 버킷리스트. 우리는 조만간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하노이나 일본 온천 여 행이 괜찮겠다. 세상에 대한 고민거리는 잠시 땅에 묻어두고 비행기에 오르는 것이 다. 나의 세계관에 당신이 끼어든 이상 우리는 더 깊은 세계로 나가야 한다. 그것은 행복으로 가는 길이며, 글쟁이의 천명(天命)이기도 하다. 하늘이 우리 모자의 관계 를 점지해준 이생에, 작가 홍승표의 소설이 시작된 셈이다.

■ 우수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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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 The Frame, 판을 흔들어라

한의예과 2학년 강민수

이 글의 제목인 ‘Break The Frame’이라는 문구는 내가 좋아하는 야구팀인 ‘한화 이글스’의 올해 캐치프레이즈다.

내가 좋아하는 이 팀은 야구를 못 한다. 과거에는 야구를 잘했다고 들었지만, 1999년도에 마지막 우승을 하고 지난 10년 동안은 꼴찌를 다섯 번이나 한 만 년 하 위 팀이다. 나의 고향에는 야구팀도 없었고 야구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야구를 즐겨 찾아보지는 않았다. 우연히 이 팀을 응원하는 대 학 동기로 인해서 이 팀의 경기를 보게 되면서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

이 팀은 진정으로 야구를 못 했다. 만년 꼴찌 후보인 이 팀의 선수들은 매번 경기 에서 졌고 패배가 익숙해 보였다. 선수들은 자신감이 없었고, 쉽게 포기해 버리곤 했다. 나는 선수들을 보면서 화도 났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감정도 들었다. 자 연스럽게 나는 이 팀에 연민의 감정을 갖게 되었고 가끔 경기를 찾아보면서 응원을 하다 보니 어느덧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팀을 응원하게 된 이유가 이 팀의 모습과 그 당시의 내가 매 우 비슷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자신감도 없고 패배의식에 젖어버린 이 팀의 모습들이 당시의 나와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나의 생활은 무기 력함의 절정을 달리고 있었다.

나는 연달아 세 번의 수능에서 목표했던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였다. 전혀 생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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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못했던 실패로 인해 스스로 자신감도 떨어져 있었고, 처음 해보는 대학 생활의 부적응과 타지 생활로 인한 외로움까지 겹쳐져서 매일매일 의욕도 없고 목표도 없 이 살았다.

내가 처음부터 이렇게 무기력했던 학생은 아니었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도, 운동도 잘했기 때문에 많은 친구가 부러워하는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에는 전교 부회장도 하면서 내 주변에는 언제나 친구들도 많았다. 그때까지만 하더 라도 나는 자신감이 넘쳤고, 모든 일에 열정적인 학생이었다.

하지만 대학진학의 실패는 나를 점차 의기소침한 학생으로 만들었고 그 컸던 자 신감도 잃어버렸다. 그 이후부터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무서워졌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 자체를 피하면서 목표도 없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무기력한 생활이 어느덧 습관처럼 익숙해져 버렸고 나의 첫 대학 생활의 2년이라 는 시간을 그렇게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다. 무기력한 생활에 지쳐있던 나는 도피처 로 군 복무를 선택했다. 나는 24살 늦은 나이에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진행 하게 되었다. 나는 복무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편하게 2년이라는 복 무기간을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했고, 집에서 가장 가까웠던 ‘사회복지 협의 회’라는 곳에 복무 기관으로 선택하였다. 그런데 나의 이 선택은 의도하지는 않았지 만 나의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다.

나의 복무 기관인 사회복지협의회에서는 우리 주변에 계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나는 그 일들을 옆에서 보조하게 되면서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자원봉사활동이나 기부활동과 같은 사회복지 관련 일들을 경험하였다.

나는 많은 자원봉사자 분들과 사회복지사 선생님들, 기부자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전까지만 해도 자원봉사활동이나 기부활동은 시간적, 경제적인 여유가 있 는 사람들이나 하는 활동인 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내

주변에 계신 평범한 삼촌, 이모님들께서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계셨고, 나보다 나 이가 어린 학생들도 용돈을 모아서 기부를 하거나 자원봉사활동 하는 것을 보게 되 면서 그동안 내가 생각을 잘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또 다른 자극을 주었던 일이 있다. 나는 복무를 하면서 처음으로 장애인직 업재활시설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분들은 비록 신체적으로는 불 편할지도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나보다 훨씬 더 강해 보였다. 그분들은 항상 웃으 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였고 나는 그 모습들을 보면서 노력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살아온 생활에 대해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를 진행하게 되면서 처음 경험해본 많은 일들로 인해서 나 의 지난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의 생활을 돌아보면서 나는 이전의 무기력한 모습에서 벗어나 내 삶을 멋있게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만났던 많은 자원봉사자 분들이나 사회복지사 분들처럼 나는 누군가에게 도 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마침 인터넷 뉴스에서 ‘콤스타’라는 한의사 봉사 활동단체의 기사를 읽게 되었고, 나도 같은 한의사가 되어서 무료 진료도 하고 의 료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내가 느낀 따뜻함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나는 한의과 대학을 목표로 수능 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정을 했다. 하지만 그 결정 을 하는 과정에는 걱정도 많이 있었다. 당시 나는 사회복무요원 신분이었고 소집해 제를 하게 되면 이십대 중반이 되는 나이가 되는데, 이는 다시 대학 생활을 시작하 기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제일 걱정이 된 것은 과거 수능에 서 세 번이나 실패한 기억이었다. 이미 똑같은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다시 같은 실패를 하게 된다면 그 충격이 더욱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갖게 된 목표를 예전처럼 도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인터넷 강의를 신청하고 집 근처 독서실을 끊었다. 근무 시간에는 틈틈이 문 제집을 풀었고, 퇴근하면 독서실로 가서 공부하였다. 군 복무와 수험생활을 병행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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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 조금은 힘들기도 하였지만, 목표를 생각하면서 6개월이라는 시간을 재미있 게 즐겼다.

그렇게 나는 2016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서 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에 합격하였 고, 현재 27살이라는 조금은 늦은 나이로 예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만은 않았지만 나 는 내가 꿈꾸는 목표를 위해서 가끔은 봉사활동도 하고 자기계발도 하면서 재미있 게 학교생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슬럼프에 빠지게 될 때가 있다. 슬럼프에 빠지게 되면 반복되는 생활 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현재의 생활이 재미가 없어지게 된다. 생활이 무기력해지게 되면서 자신감도 잃어버리게 된다. 요즘은 흔히 ‘현타’라고 더 자주 부르는 이 친구 때문에 나는 이십대 초반부터 이십대 중반이 될 때까지 목표도 열정도 없이 살아왔 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과감하게 익숙해진 생활의 변화를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지 금까지 익숙해졌던 행동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새로운 것을 도전하다 보면 ‘설렘’이라 는 다른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이 ‘설렘’은 나를 좀 더 높은 ‘목표’를 갖게 만들고, 그 ‘목표’는 나에게 또 다른 ‘설렘’을 줄 것이다.

이런 긍정의 연쇄작용들은 무기력했던 나를 이전과 다르게 의욕적이고 열정적으 로 변화시켜줄 것이다. 나 또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새로운 목표가 생기 게 되었고 과감하게 도전을 하여 목표를 이루었는데, 그 과정에서 얻었던 설렘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지금도 나는 반복되는 일상이 점점 재미가 없어지고 지쳐가는 느낌이 들 때마다 과감하게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에 해당한다. 이과 출신인 나는 글을 써본 경험도 적고 잘 쓰지도 못한다. 하지만 ‘글쓰 기’에 도전을 하는 것 자체가 익숙해져 버린 최근의 내 생활에 새로운 설렘을 줄 것

이다. 이 도전을 위해 글을 썼다가 지우기도 하고 다시 또 쓰기도 하면서 내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고, 조금은 잊고 지냈던 처음의 목표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 가 되어서 재미가 있었던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기가 태어나서 걷게 되려면 2천 번을 넘어 져야 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걷고 달릴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어릴 때 수없이 넘 어지는 연습을 하면서 다시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넘어져도 다시 일어났던 우 리가 지금은 넘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걷는 것 자체를 포기하려고 한다. 우리는 가 끔 지금의 생활이 무기력해지고 쉽게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내가 지 금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내가 못나거나 능력이 없어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이 또한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 겪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을 해야 하고 어릴 때처럼 과감하게 다시 일어나서 우리의 인생을 재미있게 달려봤으면 좋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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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목표는 ‘행복’

미디어영상광고학부 3학년 김선태

part1.나의 유년시절을 돌아보면

초등학생 시절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진로를 위한 탐색 과정을 말한다면, 어 머니의 무한한 조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의 권유로 탁구를 배웠다. 동년배 친구들에 비해 비교적 좋은 신체 조건이라고 판단하신 어머 니의 결정이었으리라. 그러나 등 떠밀려 시작한 일이 항상 그렇듯 나의 흥미는 오 래 가지 못했고, 자연스레 접었다.

공부 머리는 아니라고 판단하신 것인지 어머니의 두 번째 선택 역시 운동 종목 인 ‘유도’였다. 어머니의 관심은 당신께서 운영하시던 국밥집 단골손님 유도과 학 생들과 접하시면서부터인 듯하다. 예상컨대 유도과 학생들 덩치에 밀리지 않는 아 들의 몸집을 보고 결심하셨을 것이다. 나의 중학생 시절부터 고등학생 중반 시절은 하얀 유도복과 함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 역시 ‘밥벌이’할 정도의 실력 은 도달하지 못했나 보다. 대학 입시를 슬슬 준비해야 할 시기에 자연히 학원을 그 만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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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꿈과 뜻을 찾는’ 우석 글쓰기 대회 작품집

part2.성인이 된 나, 그리고 고민

고등학교 2학년 나는 미대에 입학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 미래에 대해 스스 로 결정한 첫 번째 선택이다.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을 하면 서 살아야 행복할까?’를 두고 고민한 결과 ‘자동차 디자이너’가 그 해답이었다. 자동 차를 볼 때만큼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는 나를 잘 알기에 만약 자동차 디자 이너가 된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내가 해야 할 수 있는 일은 미대 입시라고 판단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야인 미술에 뛰어들게 되었다.

아아, 예술적 감각은 정녕 타고 나는 것일까?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나의 선택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나는 미대 입시 에서 떨어졌다. 상대평가제도 안에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경쟁에서 선택받았 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마치 나의 3년간의 노력이 부정당하는 듯이 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받아들여야만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고 나 를 애써 다독였다.

실패는 또 다른 기회라는 말이 있던가. 나는 진천에 위치한 우석대학교에 입학했 다. 신설된 대학, 신식 건물과 새로운 학생들 실패를 딛고 새 도약이 필요한 나에게 적합한 학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중 필리핀 어학연수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이는 나를 돌아 보고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군 전역을 하고 3학년, 이제는 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확실하게 계획을 해야 한다.

part3.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남들과 차별화되는 나의 강점을 찾아서 계 발하는 방향이 옳다고 판단했다. 나의 강점을 찾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경험해 보 기로 했다. 사실 나는 경험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용돈을 버는 데 목적을 두고 닥치 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공사현장 아르바이트, 떡 공장, 자전거 조립, 사회 복지센터 등…….

시작은 돈벌이를 위해서였지만, 아르바이트를 통해 ‘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된 점은, 먼저 첫째, 성격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긍정적’이라는 단어 자체는 식상하기도 하고, 나 자신을 이 렇게 평가하는 것이 조금은 쑥스럽지만 일을 하면서 아무리 힘들고 고된 일 속에서 도 작은 재미를 찾아가는 나를 보며 남들보다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둘 째, 소질 면에서는 육체적인 노동면에 특화되어 있다. 직접 땀 흘리며 성취한 결과 물을 보았을 때 뿌듯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돈보다도 소소한 경험과 성취에 뿌듯함을 느끼며 일을 하니 늘 장기적으로 두 달, 석 달 일을 지속 해왔다. 동료들이나 사장님 등 많은 사람으로부터 두루 찾아지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이었다.

사실 아직 나의 삶의 설계는 진행 중이다. 불안하고,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현재 나의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이 과 정에서 실패도 겪을 수 있고 그 속도가 더딜 수도 있겠지만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될 것이다.

쉬는 날에 자전거를 즐겨 타곤 한다. 자전거의 매력은 오르막길에서 그 진가를 발 휘하는데, 허벅지가 터질 듯한 고통과 함께 평지와 달리 거북이처럼 느린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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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기간을 버티고 버텨 정 상에 도달한 자만이 성취 의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삶 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우 리는 모두 자기 삶의 목표 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믿는다.

나의 정원사에게

특수교육과 3학년 신나라

to. 나의 정원사에게

잘 지내나요? 편지를 너무 쓰고 싶었는데 평소와 달리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감 조차 오지 않아 오랜 시간 고민하다 내 마음을 적어보아요. 안부를 묻는 게 흔히 편 지의 시작이라 써 내려가다, 이제는 이 안부가 닿을 수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아 마 음이 얼마나 먹먹했는지…….

그곳은 어때요? 행복한가요? 바쁘지 않고 아프지 않아 편하고 좋은가요? 이런 물 음들을 적고 있는 내 손이, 이런 말을 만들어내는 내 머리가 너무 원망스러워요. 당 신께서 내 편지를 읽을 수 없는 날이 올 거라곤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했거든요.

서로의 삶을 나누지 못한 지 벌써 262일이 흘렀어요.

믿어지시나요? 당신이 없는 내 삶이 이만큼이나 쓰였다는 게!

행여 꿈에서라도 당신의 안온한 품에 안겨 얘기 나눌 때면 실체가 없는 꿈임을 알 면서 붙잡으려 발버둥 칩니다. 그 허탈함을 겪고 하루를 보낼 때면 기억 속 당신의 흔적을 찾아 헤매다 눈물로 베개를 적시며 잠들어요.

내게 2018년 겨울에서 봄은 공기가 사라진 세상에서 간간이 숨을 이어간, 속이 텅 빈 대나무 같은 계절 이었습니다. 뫼비우스 띠처럼 끊임없이 떠오르는 당신 생 각에 깊이 빠져 무너지지 않기 위해, 마음을 추스르느라, 무던히 애쓰던 봄이었어 조치원 연꽃 방죽, 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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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아직도 나는 당신이 병원에 계시다고 연락받은 그 날, 내가 설정했던 핸드폰 벨소 리는 듣지 못하고 있어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자신하며, 마음만큼이나 사랑스러 운 삶을 그려내고 있을 당신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는 전화를 받게 될 줄은……. 어떤 생각에도 없던 가정 이었거든요. 많은 이들에게 기도를 부탁했고, 이번에는 내가 먼저 당신께 사랑한다 고 말할 기회만이라도 주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기도가 닿았는지 나는 당신의 스러 져가는 생명의 한끝을 붙잡고 사랑한다고, 많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어요.

손이 차가워서 마음이 따뜻하다고 말하던 당신의 손은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고, 너무 말라서 걱정하던 당신의 몸은 부어 있었으며, 그 사이에서 선명히 들리던 규 칙적인 기계 소리와 여러 줄로 연결되어 겨우 숨을 이어가던 당신의 호흡을 나는 평생토록 잊을 수 없을 거예요. 당신의 마지막 순간을 붙잡고 흘러내리던 눈물을 참으며, 점자가 지워질 만큼 꽉 잡은 종이 편지를 또박또박 읽으려 애쓰던 내 모습 도요.

당신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눈이 보이지 않음은 눈이 보이는 이들에 게는 또 다른 공감의 매개가 된다고!” 그러나 그때만큼은 아무것도 담을 수 없는 내 눈이 미치도록 원망스러웠어요.

함께 달을 보러 가자던, 내 노래를 들려 달라며 노래방은 꼭 가자던, 어릴 적 미술 시간 때와 같이 언젠가는 서로에게 의미 있는 것을 함께 만들어 보자던, 설명은 자 신 있으니 손잡고 영화를 보자던 약속까지. 그 어떠한 약속도 지킬 수 없게 된 당신 이지만, 내 삶의 등대가 되어 준 당신의 마지막 모습만은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는 내 눈이 잠시나마 볼 수 있게 되길,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뼛속 깊게 새긴 22년간 의 삶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나는 간절히 바랐어요.

당신은 섬 같은 내게 밀려온 파도였고, 홀로 서 있는 내게 물과 햇빛을 주어 살아

가게 한 어머니였으며, 비바람에 흔들릴 때면 나를 지켜주던 정원사였으니까요.

당신이 없는 일상에 적응될 때면, 당신의 목소리와 품이 흐려질 때면 여러 일에 치어 당신을 잊어갈 때면, 나 자신이 무척 미워져 스스로를 채찍질하곤 해요. 사춘 기 시절 등을 보이며 진짜 내 부모처럼 당신도 나를 떠날 거라고 확신하던 내가, 어 느새 ‘혼자’라는 외로운 방을 벗어나 누군가에게 안겨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홀로 버텨내기에 바빴던 내가 힘들다는 투정을 부릴 수 있게 된 것도, 불가능 하다는 말에 익숙한 내 꿈을 확신할 수 있게 된 것조차, 언제나 나를 안고 응원한다 며 토닥이던 당신의 무한한 사랑 덕분임을 아는 내가 어떻게 당신의 존재를 잊어갈 수 있냐면서요.

이따금 나를 미워하다 또 당신과의 추억을 되뇌다 보니 야속한 시간은 잘도 흘러 당신을 만나러 간 1학기가 지났고, 내 생일마저도 지나 당신의 생일이 다가오는 2 학기 중반을 보내고 있어요.

짧은 29년의 시간을 보내다 별이 된 당신이지만, 그중 함께 할 수 있던 8년이라 는 시간은 ‘내 삶’이라는 나침반을 완성하게 된 너무나 값진 시간이었어요. 방향을 잃고 헤매던 ‘생각’이라는 바늘이 올바른 방향을 직시하게 된 것, 세상과 사람, 결국 나 스스로에게까지 더 가시를 세우지 않게 된 것, 이 모든 일이 나는 물론 내 주위 의 많은 이들까지도, 당신을 만난 이후 내게 일어난 변화임을 느꼈거든요.

지금도 적응이 되지 않는 건, 손을 뻗으면 닿는 것이 당신의 온기가 아닌 차갑다 못해 싸늘한 유리 표면이라는 것, ‘엄마’하고 불렀을 때 내 목소리만 돌아오는 그 쓸 쓸한 공기, 메시지를 보내면 없는 가입자라며 알려오는 딱딱한 문자와 당신의 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면 들려오는 당신 어머니의 애달픈 목소리까지……. 적응하고 싶 지 않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하루들을 마주할 때마다, 끝 모를 당신을 향한 그리움에 눈물지을 때도 있어요.

그러나 당신께서는 내가 일상 속 그 부재함에 매달리기보다, 당신과 함께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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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도 아름다웠던 날들을 추억하며 한 걸음 더 내디뎌 성장하길 바라시겠죠?

힘겹고 또 어려워 포기하고 싶다고 하늘을 바라보며 투정 부리겠지만, 가끔은 중 학교 2학년 철없던 묘목인 내가, 당신이라는 어머니이자 정원사를 만나 성장하고, 함께 보내던 시간을 추억하며 그리움에 잠겨 우리의 추억이 담긴 물방울을 눈에 매 달기도 하겠지만, 그 시간마저도 양분으로 삼아 성숙해지는 내가 될게요. 약속해 요!

엄마, 내가 어떤 일을 하든지 응원과 격려 칭찬을 아끼지 않던, 마음으로 나를 키 워준, 나의 정원사이자 이제는 별이 된 내 어머니,

‘신나라’라는 캔버스에 찬란하게 그려지는 내 삶을 지켜봐 주세요.

이 마음 한 자락이라도 부디 당신 계신 곳에 스치길 간절히 바라요!

나만의 정원사가 아닌,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from 당신의 딸이자, 당신께서 마음으로 키우신 나무로부터

연극 <킬롤로지>를 그리워하며

특수교육과 3학년 윤미승

▲ 180715 킬롤로지 밤 공연 커튼콜/좌측부터 배우 김승대, 이석준, 이주승 (직접 촬영)

누구나 그랬겠지만 혹은 그렇겠지만, 내게도 이유 모를 슬픔의 시간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나를 힘들게 하던 것은 지독한 자기혐오와 상실감이었는데, 역설적 이게도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 또한 그것들이었다.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괴상 한 충동에 시달렸다. 행복을 강요하는 자기계발서를 집어 던지고 싶었으며 나 자신 의 한계를 느낄 때는 눈물이 났다. 옅게, 이어서 깊이 침전했던 시기, 나 외에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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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 가치 없게 느껴졌던 시기였다.

나는 거울 속에서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만들고 그 형상을 내 위에 덧씌웠다. 거 기서 난 이 세상 누구보다 불쌍하고 특별한 사람이었다. 오로지 그것만이 날 증명 해줬다. 그래, 그래서 당시의 나는 주변을 둘러볼 생각 따윈 하지 못했다. 내게 집중 하기에도 바빴기 때문이다. 고독은 쓰디쓰지만 그만큼 달콤했고 자기비하는 오히 려 나를 우월한 존재로 만들었다. 세상에 나보다 더 비참한 존재는 없었다.

나는 나를 향한 연민에 집중하며 묘한 쾌감을 느꼈고 그로부터의 정신적 일탈을 즐겼다.

당시 어떤 유흥거리와 사람도 날 완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역시 외로 웠는데, 그때 날 달래주던 게 책 몇 권과 공연이었다. 거울 속의 허상을 내 위에 덧 씌운 것과는 반대로 또는 비슷하게, 나는 공연의 유의미를 잘라와 내 마음에 붙였 으며, 유일하게 그때만 마음의 충족감을 느꼈다. 내가 사랑한 것은 공연이자 내 자 신이었다. 늘 그 안에서 나를 찾아왔으니까.

언젠가부터 조금씩 바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공연의 의미가 날 채워주어서 흘러 넘쳤던 여유도 있었고, 극을 만들어내는 외적인 요소에 집중하게 된 이유도 있었다.

한땐 나의 전부였던 공연 속의 세계로부터 현실로 나아갔던 과정. 나는 이걸 “성숙”

이라고 부르고 싶다.

세상과 분리되고 싶어 도피처로 삼았던 공연은 점차 현실과 나를 이어줬다.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에서의 대사를 인용하자면, 어떤 사람들은 인위적인 이야기에서 진실을 찾아내기도 한다. 나 또한 그랬다. 맨 처음엔 아주 작 은 허상 조각이던 것이 점점 맥락을 지니고 자라나 진실을 만들어 갔다.

이렇게 경계에서 혼란이 깊어질 때쯤 올해 연극열전에서 올린 연극 <킬롤로지>

를 만났다. 이건 운명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만남이었다. 아름답지 않은 현실에 지쳐, 또다시 숨어 들으려 했던 연극은 도리어 어떤 곳보다 현실 세상과 닮아있었

다. 그리고 내게 말을 건넸다. “DON’T LOOK AWAY.” 외면하지 말라고, 우리가 살 아가야 할 세상은 아름답지 않지만, 그 안에 틔워내지 못한, 눈부신 아름다움이 있 을 수 있다고.

연극 <킬롤로지>는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세 인물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극이다.

정서적으로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한 아이들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원인과 책임에 관해 묻는다.

잡아주지 못하고 추락하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만 보는 건 분명 큰 고통이었다. 그 런데도 아픈 현실 자체를 돌아보는 과정 자체가 나한테 큰 위로가 되었다. 독백의 변명들은 나를 살게 했고 존재 이유를 만들어줬다. 나는 이 연극 안에서 나를 만나 고, 비로소 내 오만을 죽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존재하는, 존재해야 할 사회를 보았다.

감정을 비우고 비우다 마침내 텅 비어버린 기분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원래 감정의 출처는 늘 바깥에 있다. 나는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러 니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개인과 세상은 분리될 수 없다. 나에게 도취하였던 순간들 은 결코 가치 없지 않았다. 그 과정이 없었더라면 내 감정은 여전히 땅에 묻혀 있을 테고 나는 진실로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그 토해낸 감정을 딛고 일 어서, 인정할 수 있다. 나는 개인만으로 존재할 수 없고, 두려울지라도 직시해야 할 문제가 세상에는 많다는 것을. 내가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게 특별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란 사실을 이제는 안다.

물론 나는 완전하지 않은 인간이기에, 아마도 불안은 끝까지 이어질 것이다. 사실 요즘에도 가끔 어딘가에 숨고 싶다. 세상에 나밖에 없는 듯 고개를 처박고, 자신을 꽉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 나를 아는 척하지 않았으면 싶다가 도 완전히 미움받고 싶지는 않은 그런 류의 모순적인 생각도 종종 한다. 그러나 이 런 불안정 속에서도 자기 연민으로만 도피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많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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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되었다. 내 고통을 인정해주고 여태껏 날 꽉 잡아준 사람들이 현실에 있음을 알 기 때문이다. 내 고통에 파묻히는 대신 나도 나와 같은 누군가를 꽉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사회가 잡아주지 못해 추락할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존재할 것이다. 나는 이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안다.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

한약학과 2학년 윤연서

‘너는 참 부모님이 좋아하시겠다.’ ‘너는 부모님을 진짜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

생각해보면 저는 하루에도 여러 번 이런 이야기들을 듣곤 합니다. 이런 말을 들으 려 일부러 한 행동은 아니었는데도, 이런 말을 들으면 ‘나 그래도 못난 딸은 아니구 나.’라는 생각도 들 때도 있었고요. 그런데 저는 어김없이 부모님, 당신들의 앞에 놓 이면 어느샌가 철부지 딸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머니 아버지, 저는 두 분께 이제껏 수많은 편지와 쪽지들을 썼습니다.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저는 우리가 다툰 날, 혹은 각종 기념일 및 생일들에 빠짐 없이 편지들을 쓰곤 했으니까요. 그래서 ‘부치지 못한 편지’라는 주제를 보고 두 분 을 떠올렸다는 것에 꽤 의아하실 것 같네요. 그런데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이 편지는 제가 드렸던 그 어느 편지보다 진솔하고 가장 저의 모습을 담은 편지이자, 제가 두 분께 부치지 못할, 아니 부치지 않을 편지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 사실 고백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편지를 전하지 않 을 이유이기도 하죠. 저는 매우 활발하게, 그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를 웃음으로 채우지만, 사실은, 정말 사실은, 두 분을 뵙는 게 아직 많이 아픕니다.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변한 게 없다고 아무리 스스로 생각해보려 해도, 저는 왜인지 쉽사리 마음먹은 대로 되지가 않습니다.

이번 해 1월, 두 분은 부부 사이 관계라기보다는 서로의 지향점, 그리고 그에 따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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