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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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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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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화국

우리나라를 다녀간 외국인들에게 우리 도시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을 물어보면 다들 고층의 주거용 아파트를 꼽는다. 그 장엄한(?) 건축물들이 도시 한가운데뿐만 아니라 외곽지역까지 점령하고 있는 모습은 그들에게 퍽이나 인상이 깊었을 수 있었겠다.

오죽 이상하고 인상이 깊었으면, 박사학위 논문까지 썼겠나 싶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 리 줄레조는 그녀의 박사 논문을 정리하여 「아파트 공화국」(2007)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물 론 한국의 이상한 주거문화인 고층 아파트를 다루고 있다. 그녀는 한국의 아파트 단지들을 보고 ‘충격적인 모습’이라고까지 표현하면서, 아파트에 열광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에 브레이 크가 고장 난 자동차가 질주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주위의 많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를 연구논문으로 확정하고 한국으로 와 국토연구원을 비롯하여 많은 관계자들을 만났 다. 그리고 이 고층 아파트 열풍은 권위적인 자본주의의 결과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아파 트 단지의 경관과 메커니즘을 나름대로 분석하면서 향후 그것으로 발생할 도시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치르게 될 비용에 대해 프랑스와 비교하여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만화 작 가인 박봉성 씨도 그의 작품 ‘아파트 공화국’을 통해 재개발 · 재건축에서 난무하는 권력의 비리와 메커니즘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어린 시절 동무와 놀던 그 골목길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우리가 여행에서 만난 서양 의 골목길들은 그 자리를 지키며,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도시경쟁력과 일자리를 만드 는 데 한몫하고 있지 않은가? 여행에서 돌아와 방문하였던 도시들을 생각해보면, 현대식 도 로와 마천루가 즐비한 시가지보다, 아기자기한 골목길들이 거미줄처럼 또는 구불구불 엮이 어 긴가민가하고 가다보면 ‘짠’ 하고 광장과 오래된 교회들을 등장시켜 우리의 탄성을 자아 냈다. 우리는 이를 통해 그 도시 또는 그 장소의 역사와 정체성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도시와 비교하여 좋다 나쁘다라는 판단을 하지는 않겠다. 또 좋다와 나쁘다라고 표현할 수도 없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나라와 도시가 지닌 역사 김상조 | 국토연구원 연구위원([email protected])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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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파트인가. 도시 건축물의 대부분을 차지함으로써 도시 모습을 결정짓는 것이 주거용 이고 그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그럼 왜 이 시점에서 아파트를 논 하고 있는가? 1985년 우리나라 주택 중 13%에 불과하던 아파트 비율은 2015년 60%, 연립 과 같은 공동주택 15%를 포함하면 75%에 육박한다. 그 기간 천만 호라는 주택이 늘어났지 만 절대다수가 아파트로 채워진 셈이다. 2018년 4월 현재도 나라 곳곳엔 수많은 고층 아파 트들이 세워지고 있다. 지역마다 약간의 미스매치는 있겠지만 주택보급률 100%를 넘긴 이 마당에 도대체 왜, 누구를 위하여 이 많은 고층 아파트들이 지어지고 있는 것일까?

돌아보면 지난 20, 30년간 우리나라 도시는 신도시 개발이라는 큰 물결을 맞아 국토 여기 저기에 인구 수십만의 새로운 시가지들이 건설되었다. 부동산 투기와 맞물려 서민주택의 안 정적인 공급이라는 큰 명제는 신도시 위주의 주택정책을 탄생시켰고, 도시정책을 끌었고, 국토정책을 끌었다. 저렴하고 이해관계가 비교적 단순한 도시 외곽의 토지들이 그렇게 개발 되어 도시를 에워쌌다. 도시 내부의 단독주택들과 서민들이 사는 마을들은 주거환경정비라 는 명제 아래 재개발 · 재건축을 통하여 아파트단지로 채워졌다. 그렇게 우리의 도시들은 아 스팔트와, 재미없는 고층의 콘크리트 아파트로 채워져 갔다.

우리나라에 고층 아파트가 왜 많은지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진하게 ‘땅이 좁고 부족해서가 아닐까요’라고 오히려 반문한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 고 있다. 발레리 줄로조도 그녀가 한국에서 만난 사람마다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누군가는 대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파트가 많이 건설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토지, 즉 땅이 부 족해서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90%가 우리나라 전체 토지면적의 불과 5%에 모여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산이 많고 경사지가 많다고 하더 라도 사람이 모여 살 정도의 땅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우 리나라의 개발 가능한 토지는 도시지역과 비도시지역 모두 합해서 25% 내외는 될 것이다.1) 즉, 전 국토의 25% 정도에는 흩어져 살아도 무방하다는 이야기이다. 나지막하고 아기자기 한 집들이 널찍널찍하게 떨어져 있는 서구 유럽도 10% 내외의 국토를 이용할 뿐이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국가근대화사업과 경제개발사업은 도시 내 토지의 소진과 가격급등

1) 2011년 기준 도시지역 중 주거·상업·공업지역이 3.7%, 관리지역이 25%이며, 각종 규제나 물리적 한계를 감안한 추정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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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을 불러일으켰고, 도시로, 도시로 몰려드는 인구에게 공급할 토지와 주택은 절대적으로 부 족했다. 또한 이렇게 상경한 노동자의 대부분은 당시 도시 외곽에 불량주거지를 형성하여 살거나 주택구매력이 지극히 낮은 서민들이 되었다. 정부는 공장용지와 주택용지를 공급하 기 위하여 공기업을 만들었다. 이들 기업들은 저렴하고 권리관계가 단순한 도시 외곽의 토 지를 대량으로 구매해 용적률이 높은 아파트단지를 건설하기 시작하였다. 이들 사업의 목표 는 서민주거안정이었고 신도시가 많이 건설될수록 사업수법들은 대규모 · 표준화되었다. 이 렇게 싼 가격에 구매한 토지에 대량의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단위 주택은 많은 서민을 위하 여 저렴하게 공급되었다. 1990년대 아파트 중심의 주택을 공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여 극악하다 할 정도의 주거환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다. 여 기까진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으니 이해하겠다. 우리의 현실이고 역사이자 맥락이다.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2015년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2%, 1가구 1주택을 넘겼다. 물론 지방마다 차이는 조금 씩 나겠지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도 97%에 육박하고 지방은 이미 다 100%를 초과한 상태 이다. 물론 가구의 세분화, 노후주택의 대체 등으로 향후에도 주택은 지속적으로 지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좋다. 이것도 인정. 그러나 과거처럼 주택보급률이 심각하지 않은 상 황에서 반드시 고층 아파트를 더 지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초기에는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좁은 지역에 고밀의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한다고 했지만, 지금 어 떤가? 웬만한 대도시, 웬만하게 입지가 나쁘지 않은 곳에서는 분양가가 천만 원을 훌쩍 넘 어간다. 재개발 · 재건축단지이긴 하지만 어떤 곳은 2천만, 3천만 원대도 있다고 한다. 앞서 소개한 발레리 줄레조의 말대로 과연 이 권위적인 자본주의의 결과물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납득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에 돌입했다. 비록 전 정부에서 계획해 놓은 많은 개발계획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필요하다면 계획의 수정이 필요하다.

누구 하나의 잘못은 아니라고 본다. 적어도 이렇게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서는 중앙정부, 공기업, 건설회사, 지자체, 이 4개의 기관과 조직이 서로 박자를 맞추어야 가능하다. 게다가 놀랍도록 왜곡된 부동산 시장은 소비자를 자극하여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 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까지 덧붙인다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도 어렵다. 그러나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며, 국민을 설득할 책임이 있는 공공부문에서의 선도적 역할은 아쉽기만 하 다. 밀도를 낮추고자 관련 법령이나 지침을 조금 손볼라 치면 여기저기 규제라면서 소리를 높이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아니 더 완화되는 규정을 보면 안타깝다.

수많은 신도시들이 수도권과 지방에 건설되면서 도시의 모습도 조금씩 바뀌어가기 시작했 다. 발레리 줄레조의 말대로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충격적인 모습의 도시가 만들 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도시는 단조롭고도 특징 없는 도시경관을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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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환경적 피해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 외곽에 성벽처럼 둘러싼 고층 아파트는 대기흐름을 방해하고 도시 내 대기 중 먼지함량을 높인다. 초고밀로 인해 벌어지는 도시 내 교통정체는 미세먼지의 함량을 높이는 주범 중에 하나다. 무엇보다 이미 시작된 단지들도 있 겠지만 건축내구연한이 20~30년 지난 아파트들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한 세대야 리모델링을 통해 해결한다지만, 두 세대, 세 세대가 지나 이 땅을 살아갈 우리 후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암담한 현실에 선조들을 욕할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만 답 답해진다. 무엇이 지속가능한 개발인가.

우리는 고층 아파트에 집단적인 환상이라도 갖고 있는 것일까? 미래 가장 살아보고 싶은 주거형태를 묻는 설문에 대부분의 응답자가 단독주택을 선택했지만, 그들이 정작 구매하는 것은 아파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땅을 밟고, 작지만 나의 마당을 갖고 살아가고픈 꿈 은 없는 것일까? 아파트가 생애 마지막 주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 아파트 저 아파트 전전하면서 꿈만 꾸는 것일까? 하긴 젊은 세대를 포함하여 미래세대는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죽을 것이니 이제 꿈도 꾸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파트 한 동을 덜렁 그려 놓고 ‘우리 집’이라고 제목을 붙인 어느 초등학생 그림을 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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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굳이 단독주택만을 짓자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중 · 저층의 휴먼 스케일이면 충분하다. 땅이 부족한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보자. 3층, 5층의 아파트들과 도 심으로 들어가면 10층 내외의 아파트들이 외부공간과 엮인 아기자기한 모습은, 우리나라처 럼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로 사람을 압살하지 않고, 참 인간적이면서 세련되고 깨끗해 보 였다. 이렇게 아파트의 장점과 단독의 장점을 결합한 다양한 형태의 공동주택이라면 그래도 사람 사는 냄새가 좀 나지 않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2028년을 기점으로 절대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축소도 시형 도시계획을 해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난리다. 연례행사처럼 해외사례가 분석되고 우리 도 그렇게 대비해야 한다는 식의 연구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도시용지가 남아돈다는 이 야기다. 앞서 언급하였지만 우리나라의 도시용지는 5%에 불과하다. 인구감소에 따라 더 줄 여야 된다는 말인가? 남아도는 도시용지를 잘 활용한다면 고층의 아파트 공화국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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