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즘‘땅콩집’이 장안의 화제다. 동백, 판교, 하남 등 수도권을 중심으 로 강원도 화순과 전남 여수에도 땅콩집이 지어지고 있다. 땅콩집 의 원조는 용인 동백에 있다. 지난해 가을 광장건축 이현욱 소장과 한겨레신문 구본준 기자가 함께‘한지붕 아래 두 가족’이 살 수 있는 단독주택을 지은 것이 센세이션을 일으키 며 전국으로 전파 중이다. 껍질 하나에 땅콩 두 알이 들어 있는 모양을 닮은 땅콩집처럼, 두 집이 붙어서 건 물 하나를 이루는 스타일을 건축에서는‘듀플렉스’라고 한다.
원조 땅콩집의 두 남자는 마당 있는 집에서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고 싶은 평범한 40대 중년 가장이 다. 우리 시대 대다수 샐러리맨의 처지가 그러하듯, 땅값이 하도 비싸 직장이 있는 서울이나 서울 근교에서 단독주택을 지어 사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땅을 같이 사서 두 집을 짓고, 따로 살면서 마당은 같이 쓰자 는, 이현욱 소장의 제안이 있기 전까지는 적어도 그랬다. 구본준 기자는 땅값 부담을 반씩 나눌 수 있으니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섰다. 파트너만 확실하고 나중에 팔 때 같이 팔 건지 따로 팔 건지 미리 꼼꼼히 정하 면 맘에 맞는 이웃과 마당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것이다. 두 남자는 각각 3억 3천만 원을 투자해서 넓은 다락 공간과 마당이 있는 이층집에 입주하게 된다. 공사가 쉽고 친환경적인 목조주택 패널공법으로 한 달 만에 공사를 완료해 건축비까지 절감했다.
지난해 10월의 어느 주말 아침, 두 남자의 땅콩집을 만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고백하건대, 누구라도 땅 콩집의 풍경을 탐낼 만했다. “나, 호미 처음 잡아봐. 하하.”“난 마당 있는 집에도 살아봤지만 잔디 심기는 처음이에요. 호호.”두 아내의 설레는 억양이 잔디뭉치를 나르는 남편들의 움직임 사이로 실려 왔다. 흙마 당에 잔디가 채워지자 아이들은 푹신한 이불 위에 나뒹굴듯 몸을 던졌다. 그들에게 집은 제 몸에 맞는 옷처 럼 편안해 보였다.
자작나무를 활용한 내부 인테리어는 소박하면서도 도시적인 세련미를 풍겼다. 각 층의 바닥면적은 32 평, 두 집이 16평씩 나눠 쓴다. 마당에서 툇마루로 연결되는 1층에는 주방과 아담한 거실이 자리해서, 언제 든지 마당의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다. 2층은 계단실을 중심으로 부부공간과 자녀방으로 나뉜다. 3층에는 천창이 달린 두 개의 다락방이 있어 아이들의 놀이방과 아빠의 서재로 사용되고 있다.
두 남자의 의기투합에서 시작된 땅콩집의 열기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 은 책이 국내 유명서점의 생활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누군가의 집짓기 경험에 이렇게 관심을 쏟은 일은 좀처럼 없던 것으로 기억된다. 두 남자가 찾은 지혜는 어찌 보면 간단하다. 자신의 처지와 철학에 맞 는 집을 지은 것이다. 우리의 주거양식이 획일화되다 보니, 우리의 처신도 그러했던 게 아닌가 반성하게 만 드는 대목이다. 국토와 도시, 건축을 연구하고 실현하는 전문가들 역시 두 남자의 지혜에 귀 기울이기를 바 래본다.
구선영|주택저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