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포럼 (2020. 5.) 위기는 언제나 가장 취약한 고리에 제일 먼저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에 고약하다. 코로나바이러 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전 국민의 일상 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제대로 된 돌봄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이 사태를 어떤 상 황과 조건으로 마주하고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정익중, 2020).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열악한 집 안에서 방치된 채, 지금 이 순간을 어렵게 버티는 중일지 모른다. 어 른들이 집을 비운 사이에 화재가 발생하여 아동 들이 사망한 사건(황덕현, 2020),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집 안에서 아동학대가 증가했다는 기사(윤지연, 2020)와 같이 코로나19로 인한 아 동 문제가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대공황 수준의 최악의 경제위기가 예견됨과 함께 악화되 는 빈곤 문제, 이로 인한 결식아동 문제의 심각성 이 보고되고 있지만(이해인, 2020) 아직 그 현황 에 대해서는 파악조차 어렵다. 이처럼 미증유의 위기에서 아동이 또다시 소외되고 있는 것이 아 닌지 우려스럽다. 아동은 우리나라에서 취약한 집단 중 하나이지만, 투표권이 없어 당사자의 목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동은 ‘우리의 미래’ 라고 하지만 그에 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마지 막 식민지’처럼 다양한 권리 영역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와 같은 불안한 시기에 아동들을 함께 이 겨내야 하는 사회의 일원으로 여기며 이들을 위 해 ‘코로나 기자회견’을 연 노르웨이와 캐나다(김 수진, 2020)의 아동 존중 관점을 생각해 봐야 한 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가 될지 마지막 식민지 가 될지는 우리 사회의 노력에 달려 있다.
아동은 우리의 미래인가,
마지막 식민지인가
정익중 |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아동복지학회 회장우리 사회에서는 저출생으로 아동인구가 급격 하게 감소한다는 점, 엄청난 투자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는 점, 아동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는 점 등의 이유로 아동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추진 세력 없이 방관적이고 소극 적인 태도가 지속되어 왔다(정익중, 2009; 오정 수, 정익중, 2017). 그래서 일반적으로 아동정책 에 대해서는 격렬한 반대도, 적극적인 찬성도 없 는 편이다. 아동수당, 영유아건강검진, 무상보육 등으로 아동에 대해서는 사회에서 충분히 지원한 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 아동·가족복지 공공지출 비율은 국내총생산 (GDP) 대비 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 나마 보육을 제외하면 0.2%로, OECD 국가 평 균인 1.4%에 크게 못 미친다(한미희, 2018). 우 리나라의 아동빈곤율도 OECD 국가 중 낮은 편 에 속하지만, 이는 아이를 낳으면 빈곤해질 가정 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슬픈 현실을 반영한 것뿐 이다(여유진 외, 2017). 아동은 가정에서 부모가 돌봐야 한다는 생각 이 만연한 가운데, 가정에서 학대로 고통받는 아 이들은 여전히 많다. 2018년 아동보호전문기관 에 신고 접수된 아동학대 사례는 전국적으로 2만 4604건이었고, 학대받은 아동 수는 2만 18명이 었다(보건복지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2019). 2014년에서 2018년까지 5년간 아동학대 사망 아동이 132명에 달해 지금도 한 달에 2명 이상의 아동이 학대로 사망하고 있다(강현아 외, 2019). 또한 약 3만 명의 아이들이 학대나 빈곤을 이유 로 가정 밖의 시설 등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약 2 천 명의 아이들이 만 18세에 자립이라는 이름으 로 사회에 강제로 배출되고 있다(통계청, 2020). 어른들은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어린아이들이 철 저히 보호받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 의무와 책 임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어른으로서 정말 부 끄럽다. 우리 사회는 아동을 보호하는 전문인력에 대 한 사회적 관심도 부족하다(정익중, 2020).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아이들의 학습권 을 보장하기 위해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모든 학생이 온라인 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스마트기기의 보유 현황과 온라인 접속의 주변 환경 문제가 주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 만 그 환경을 넘어 온라인 교육에 관한 보호자 지 원이 부재한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대 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보호자가 대부분의 시간 을 경제활동에 할애해야 하거나 신체적·정서적 어려움으로 인해 아동을 제대로 돌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때 아동은 가정 외 전문인력에 의해 돌봄과 보호를 받을 수밖에 없다. 위기 상황 에서 아이들을 분리하고 구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보호자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돌 봄 전문인력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돌봄
보건복지포럼 (2020. 5.) 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기며, 그에 대한 업 무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하 루 종일 아이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며, 특히 다수의 아이를 돌보는 일은 전문성이 요구 된다는 것을 하루라도 제대로 돌봄을 해 본 사람 들은 알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아동 분야에서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 등 근무 여건이 열악하여 전 문인력의 소진을 유발하기 쉬우며, 이직률이 높 아 업무의 연속성도 떨어진다(정익중, 이정은, 이 상균, 2011). 또한 전문인력의 잦은 교체는 보호 자가 자주 바뀌는 것과 같아, 아동의 정서불안이 나 기본적 신뢰감의 상실 등 심리적 외상을 일으 키기 쉽고 아이들의 심리·정서적 적응에 부정적 인 효과를 가져온다(정익중, 이경림, 이정은, 2010; 주영선, 정익중, 안은미, 박지혜, 2020). 따라서 아동 분야에 적정한 수의 전문인력을 확 보하고 그들의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등 근무 여 건을 개선할 수 있는 획기적 조치가 무엇보다 먼 저 마련되어야 한다(정익중, 2006). 교육이 교사 의 질을 넘을 수 없듯이 아동정책은 아동전문인 력의 질을 절대 넘을 수 없다. 아동발달 과정에 따른 지원의 연속성도 동반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아동은 보건복지부, 청소년은 여성가족부가 담당하면서 아동과 청소 년의 지원이 부처별로 구분되어 있다. 이는 유사 서비스의 중복이나 사각지대의 서비스 누락이 발 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오정수, 정익중, 2017).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아 동양육시설에서 만 18세가 되어 보호가 종료된 아이들은 국가로부터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여성가족부가 운영하 는 청소년쉼터에서 보호가 종료된 아이들은 비슷 한 환경과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로부터 지원 을 받을 수가 없다. 이러한 분절은 정부 부처를 넘어서는 정책의 연계와 통합으로 반드시 해결되 어야 한다. 중앙부처가 통합될 수 없다면 지자체 단위에서 관련 예산을 합쳐 유연하게 집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아동·청소년을 통합 적으로 다룬다면 생애주기적 접근을 통해 정책 시너지 효과는 물론, 보다 연속성이 있는 정책도 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정책의 통합은 기존 보호복지 중심의 아동정책과 활동 중심의 청소년 육성 정책의 통합으로, 각 분야의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 가 될 수 있다(오정수, 정익중, 2017). 또한 통합 적 접근은 현재 아동·청소년정책의 외연을 넓혀 궁극적으로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발달을 효과 적으로 지원할 수 있고, 향후 잠재적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정익중, 2009). “아동정책은 아동의 피를 먹고 자란다.”라는 표현처럼, 지금까지 우리나라 아동정책은 체계적 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수립된 것이 아니라 수시로 발생한 문제에 대한 땜질식 사후 처방으 로 만들어져 분절적이다(정익중, 2009; 이현주, 정익중, 2012). 심각한 학대 사건 하나가 터져야
만 전 국민이 충격을 받고,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야단스럽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망각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정부는 2019년에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였고, 그 동안 분절적으로 이루어진 요보호아동 지원체계 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아동 관련 중앙지 원기관들을 통합한 ‘아동권리보장원’도 설립하였 다. 이를 통해 아동복지 전달체계 및 정책 총괄 지원, 사업 평가, 아동 중심의 이력 관리 전산시 스템 등의 국가 역할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역할 이 실제로 빛을 발하려면 지자체 책임의 공적 보 호체계와 예산을 확충해야 하고 그 체계 내에 전 문인력들이 충분히 포진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아이디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예산이 부족했을 뿐이다. 아동발달에 영향 을 미치는 가장 대표적인 위기는 학대와 빈곤이 다(오정수, 정익중, 2017). 아동학대로 인해 우 리 사회가 부담하고 있는 연간 비용은 최소 3899억 원(GDP 대비 0.03%)에서 최대 76조 원 (GDP 대비 5.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고(김 수정, 정익중, 2016), 빈곤으로 인해 우리 사회 가 부담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절대빈곤율 기준 55조 원(GDP 대비 3.5%), 상대빈곤율 기준 99 조 원(GDP 대비 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 다(김수정, 정익중, 2017). 눈앞의 예산을 아끼 려다가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아동정책에서 인력과 예산에 대한 고민이 충분치 않다면 우리 의 미래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이제 말만 국가 책임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이번 보건복지포럼에서 아동 영역을 다차원적으 로 살펴보면서 새로운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용 기를 줄 수 있는 아동정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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