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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설

EU의 규범은 대표적으로 유럽연합조약과 이에 근거하여 유럽의회 등이 제정 한 규칙(Regulation), 지침(Directive) 등으로 구성된다. EU의 규범은 회원국의 국내법보다 우선 적용된다.204) 따라서 EU의 지침은 회원국이 그 내용을 반영하 여 국내법을 제정하도록 요구한다. 약관에 대한 규제만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 는 EU의 규범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1993년 제정된 ‘소비자계약에 있어 불공정 조항에 관한 지침(이하 ‘불공정조항지침’이라 한다)’205)이 소비자계약에서 약관의 내용통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EU가 지향하는 공동시장의 실현을 위 해서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 로,206) 2011년 12월 12일부터 ‘소비자권리지침’207)이라는 이름으로 포괄적인 입법 지침이 시행되었다. 다만 불공정조항지침의 모든 조항이 전부 소비자권리지침에 수용된 것이 아니어서, 불공정조항지침도 그 자체의 효력은 유지되고 있다.208) 결국 약관에 의한 거래에 있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EU지침은 여전히 불공

203) 이병준, 「현대 시민사회와 소비자계약법」, 집문당, 2013, 148-150면; 예를 들어, Cour de Cassation, Chambre civile 1, du 16 juillet 1987, 84-17.731; Cour de Cassation, Chambre civile 1, du 14 mai 1991, 89-20.999 등.

204) Flaminio Costa v. ENEL (1964) Case 6/64.

205) Council Directive 93/13/EEC of 5 April 1993 on unfair terms in consumer contracts.

206) 김성천 · 이준우, “EU의 소비자법에 관한 연구”, 한국법제연구원, 2007, 14면.

207) Directive 2011/83/EU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25 October 2011 on consumer rights, amending Council Directive 93/13/EEC and Directive 1999/44/EC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and repealing Council Directive 85/577/EEC and Directive 97/7/EC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소비자권리지침은 방문판매 에 관한 지침과 원격거래에 관한 지침을 전적으로 포섭하고, 불공정조항지침과 소비재의 매매 및 관련 보증에 관한 지침은 일부조항만 수용하였다).

208) 김중길, “유럽연합(EU) 소비자권리지침의 핵심적 규정내용-독일에서의 논의를 중심으로-”,

「법학연구」 제22권 제2호, 경상대학교 법학연구소, 2014, 5면.

정조항지침이라고 할 것이고, 이에 소비자권리지침을 부가적으로 고려하여야 한 다.209)

한편 유럽재산법의 통일화를 목표로 EU의 지원을 받아 학술적 입장에서 유럽 민사법의 공통기준안을 마련하여 법령의 형태로 제안한 것으로 DCFR(Principles, Definitions and Model Rules of European Private Law : Draft Common Frame of Reference)이 있다.210) DCFR은 일반사법 영역에 대한 연구를 기초로 총 10편 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2편(Book Ⅱ)은 제8장 제1절에서 계약의 해석에 대하 여, 제9장 제4절에서 불공정한 조항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DCFR은 그 자체가 법률이나 법 규정이 되지 못하여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지 만,211) EU의 규범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필요에 따라 DCFR의 내용 중 약관 규제와 관련된 부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2) 편입통제

불공정조항지침은 소비자(consumer)와 사업자(seller or supplier) 사이의 계약 에만 적용된다.212) 최근 EU 최고법원인 사법재판소(European Court of Justice) 는 변호사와 고객 사이의 정보비대칭성을 근거로 변호사와 고객의 법률서비스계 약을 소비자계약으로 판단하여 불공정조항지침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는 등 소비자의 범위를 넓히면서 소비자계약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213)

소비자권리지침 제5조는 소비자가 사업장에서 대면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사 업자가 소비자에게 제공할 정보의 내용을 규정한다. 사업자는 물품이나 서비스의

‘주요 특성(main characteristics)’과 전체 대금, 사업자의 신원(identity), 계약의

209) 송호영, “유럽연합(EU)에서 소비자에 대한 사업자의 부당거래행위 규제에 관한 연구-유럽연 합의 관련지침과 독일의 국내입법을 중심으로-”, 「법학논고」 제49집,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2015, 237면.

210) Christian von Bar · Eric Clive · Hans Schulte-Nölke (eds.), Principles, Definitions and Model Rules of European Private Law, Draft Common Frame of Reference(DCFR), Outline Edition, European Law Publisher, 2009, Introduction paras.6-8. DCFR은 2008년 임시요약판 (Interim Outline Edition)으로 발표된 뒤 1년에 걸쳐 DCFR 요약판(Outline Edition)과 해설 및 주석이 부가된 완성판(Full Edition)이 출간되었다.

211) Carsten Herresthal, Consumer Law in the DCFR, The Common Frame of Reference: A View from Law & Economics, European Law Publishers, 2009, p.165.

212) 불공정조항지침 제1조 참조.

213) Case C‑537/13, Birutė Šiba v. Arūnas Devėnas [2015], para.23.

이행 등에 관한 정보를 ‘명백하고 이해할 수 있는(clear and comprehensible)’ 방 법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다만 계약의 내용으로 보아 명확한 (apparent) 정보는 제공할 필요가 없다.214) 제6조는 소비자가 원거리나 사업장을 방문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있어서의 사업자의 정보의무에 관하여 규정한다. 제7조 제1항에 의해 사업자는 제6조의 의무를 서면으로(on paper) 이 행하여야 한다. 이는 대면계약에 비하여 비대면계약시에 정보제공의무의 요건을 가중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자가 제공하는 정보는 소비자가 읽기 쉽고(legible) 평이(plain)하며 이해할 수 있는(intelligible) 언어로 작성되어야 한다.

(3) 해석통제

불공정조항지침 제5조는 서면에 의한 소비자계약에 대한 해석기준을 규정한 다.215) 제1문은 소비자에게 서면으로 계약이 제안되는 경우에, 계약 조건은 평이 하고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여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2문은 계약조 건의 의미에 의문이 있으면,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해석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DCFR 제2권(Book Ⅱ)의 제8장 제1절은 계약해석의 일반적인 기준을 제안한다. 동절의 규정 중 해석통제와 관련한 조항은 Ⅱ.-8:102조를 들 수 있는 데, 제1항은 개별적으로 협상되지 않은 조항에 의문이 있는 경우 작성자에게 불 이익하게, 제2항은 어느 당사자의 우월한 영향으로 작성된 조항에 의문이 있는 경우 그 영향을 끼친 당사자에게 불이익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객유리의 해석원칙과 달리 객관적 해석원칙과 같은 규정은 EU의 규범에서 찾 아보기 어렵다.216)

(4) 불공정성통제

214) 예컨대 소비자가 이미 사업자의 신원을 알고 있는 경우이다.

215) 불공정조항 지침 제5조 제1문 및 제2문 In the case of contracts where all or certain terms offered to the consumer are in writing, these terms must always be drafted in plain, intelligible language. Where there is doubt about the meaning of a term, the interpretation most favourable to the consumer shall prevail.

216) 객관적 해석원칙은 독일을 제외한 유럽법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김진우, 앞의 논문 (2011), 182-183면).

불공정조항지침에서 규정하는 불공정조항에 대한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217) 첫째, 개별적으로 교섭되지 않은 계약 조항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계약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에 있어서 소비자의 이익에 현저한 불균형(significant imbalance)을 야기하는 경우, 이를 불공정조항으로 본다.218) 둘째, 특히 사전에 작성된 표준계약(standard contract)의 내용과 같이 계약 조항의 초안이 미리 만 들어져, 소비자가 그 내용에 영향을 줄 수 없었던 경우에, 그 계약 조항은 개별 적으로 교섭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 만일 계약의 전체를 평가하여 사전에 작성된 표준계약으로 볼 수 있다면, 어떤 특정 계약 조항이나 그 조항의 일부가 개별적 으로 교섭되었다는 사실로, 계약의 나머지 부분에 대한 불공정성 판단을 배제하 지 못한다.219) 불공정조항지침은 구체적으로 별표(Annex)에서 불공정조항으로 볼 수 있는 17개의 예시조항을 두어 사업자의 부당거래행위를 개별적으로 유형 화하였다. 유형화된 부당거래행위는 대체로 사업자의 책임배제 및 제한, 소비자 의 권리 제한 및 해제나 채무불이행시 책임가중, 사업자의 일방적 급부내용 결 정·변경권 및 무통지 계약종료권, 계약의 부당한 자동갱신, 소비자에게 증명책임 전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다.220) 이와 같이 불공정조항지침은 불공정조항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여 기술함으로써, ‘불공정’이라는 개념의 추상성으 로 인해 회원국마다 그 의미를 다르게 이해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통일적 규제의 기준을 마련하였다.221)

불공정조항지침 제4조 제1항은 불공정성을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로 제품 또

217) 불공정조항지침 제3조(이에 대한 번역은 김성천 · 이준우, 앞의 논문, 64-65면 참조).

218) 불공정조항지침 제3조 제1항 A contractual term which has not been individually negotiated shall be regarded as unfair if, contrary to the requirement of good faith, it causes a significant imbalance in the parties’ rights and obligations arising under the contract, to the detriment of the consumer.

219) 불공정조항지침 제3조 제2항 A term shall always be regarded as not individually negotiated where it has been drafted in advance and the consumer has therefore not been able to influence the substance of the term, particularly in the context of a pre-formulated standard contract. The fact that certain aspects of a term or one specific term have been individually negotiated shall not exclude the application of this Article to the rest of a contract if an overall assessment of the contract indicates that it is nevertheless a pre-formulated standard contract.

220) 불공정조항지침의 별표에 관한 상세는 김성천 · 이준우, 앞의 논문, 65-67면 참조.

221) Stephen Weatherill, EU Consumer Law and Policy, 2nd ed., Elgar European Law, 2013, p.145.

는 서비스의 성질(the nature of the goods or services), 계약체결에 이르게 된 일체의 사정(all the circumstances attending the conclusion of the contract), 그 계약의 다른 조항이나 그 계약의 전제가 된 다른 계약(all the other terms of the contract or of another contract on which it is dependent)을 규정한다. 불공 정조항지침 제4조 제2항에 따라 불공정성 여부는 문제된 계약 조항이 계약의 핵 심내용인지를 살핀 뒤에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222)

참고로 DCFR도 불공정조항지침을 기초로 B2C계약223)에서 흔히 발생하는 17 가지 유형의 약관을 예시로 들고 이를 불공정약관으로 추정하고 있다.224) 이러한 17가지 유형은 ‘grey list’에 해당하여 반대사실의 증명이 가능하다.225) 다만 DCFR은 소비자계약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므로 제Ⅱ.-9:403조에서 제Ⅱ.-9:405조 까지의 규정을 두어 계약의 유형별로 불공정성의 판단 기준을 달리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B2C계약은 소비자의 불이익, C2C계약226)은 상대방의 불이익, B2B 계약227)은 선량한 상관행이 불공정성의 판단 기준으로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