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업의 합리화
약관은 어떤 종류의 계약에 있어 그 내용을 표준화·정형화시켜 놓은 것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량적 거래에 있어 계약내용결정의 자유를 보완하여 합리적 으로 계약이 체결·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28) 대량적으로 발생하는 계약에 있어 그 계약체결시마다 개별적으로 계약체결의 당사자가 계약내용에 대 하여 협의하여 합의된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한다면 시간적·경제적으로 매우 번 거로울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는 계약체결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결국 계 약내용결정의 편의, 보다 정확하게는 계약체결의 편의를 위하여 기업은 약관을 이용하여 온라인거래계약·은행예금계약·항공운송계약 등과 같은 대량적·집단적·
반복적 거래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약관은 기업과 고객이 전화, 인터넷 등의 방법에 의하여 손쉽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29)
28) 권오승, 앞의 책(2005), 139면; 이은영, 앞의 책, 73면.
29) 김상용, 「채권각론」 제3판, 화산미디어, 2016, 23면; 김형배 · 김규완 · 김명숙, 「민법학강의」
(2) 법률의 상세화·전문화
현대사회에 이르러 종래에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계약형태가 계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입법을 통하여 법규범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려고 하더라도 절차상·내용상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30) 따라서 실제 거래관계에서 새롭게 나타난 계약형태와 그 내용을 규율하는 법률의 규정이 흠결되어 있거나 불완전한 경우에 이를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 기업이나 정부는 그가 작성한 약관으로 계약을 체결하여 그것 이 계약의 내용이 되게 하고, 이로써 약관은 법규범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게 된다.31) 계약에 관한 법규는 대체로 임의법규가 원칙이지만, 사업자는 약관을 수 단으로 고객과 임의법규와 다른 내용의 합의를 하여, 법규범을 보완하는 것 이상 으로 이를 수정하거나 새로운 법규범을 창설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도모한다. 다 시 말하면, 약관은 법규범을 대신하여 변화·발전하는 경제현실에 대한 규범적 수 요를 충족시켜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32)
(3) 거래위험의 분산
사업자는 약관을 준비 또는 개정하는 과정에서 대량거래에 대한 상세하고 통 일적인 계약조건을 마련한다. 이를 통하여 사업자는 고객과의 법률관계를 명확하 게 하고, 거래위험을 미리 산출하여 사전에 이를 대비하고자 한다.33) 사업자가 거래위험을 고려하여 작성한 약관은 고객에게 제시되어 계약의 내용이 된다. 약 관규제법은 내용통제를 통하여 사업자가 마련한 약관 조항의 적절성과 공정성을 심사한다. 약관에 포함된 계약의 내용에 대하여 고객은 1차적으로는 약관 조항
제15판, 신조사, 2016, 1222면; 한삼인, 앞의 책(2011), 20면.
30) 최근 사인의 생활관계에 대중화·보편화된 여행과 관련하여 다양한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규율하는 직접적인 법령이 없는 상태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민법이 직접 제 674조의2에서 제674조의9까지 규정을 신설하고, 여행계약의 의의, 해제·해지, 이행, 담보책임 등 여행계약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였다(개정법은 2016년 2월 4일부터 시행 중이다).
31) 권오승, 앞의 책(2005), 139면; 정기웅, 앞의 책, 25면.
32) 손지열, 앞의 책, 290면.
33) 이 점은 영업의 합리화에도 이바지한다.
자체에 의한 보호, 2차적으로는 약관규제법의 규율에 의한 보호를 받는다. 사업 자는 불공정한 것으로 판단된 약관 조항을 추후에 수정하고, 이후에는 수정된 약 관을 기준으로 사업자와 고객이 거래의 위험을 예측하게 된다. 이와 같이 약관은 약관규제법을 통한 규율에 의하여 비로소 사업자와 고객이 거래위험을 분산하여 부담하도록 하는 장치로 기능하게 된다.34)
(4) 검토
약관에 의한 계약체결은 주로 사업자인 기업의 편의성을 위한 것이므로 약관 의 개별 조항 역시 사업자의 이익을 위하여 작성된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기업이 약관에 의한 거래를 통하여 최대이윤과 최소손실의 추구라는 이념을 실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35) 그런데 현대사회의 고객은 인터넷과 전자기기의 발달로 인하여 물품이나 서비스 공급계약에 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36) 약관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에 큰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영업의 합리 화를 이유로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비교하고 계약체결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침해해서는 아니 된다.
약관이 법률의 규정을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여 약관을 규범과 같은 것으 로 취급하여서도 아니 된다. 어디까지나 약관이 구속력을 갖는 것은 그것을 계약 의 내용으로 하자는 당사자의 합의에 근거하므로, 약관의 주요한 기능은 계약내 용을 상세히 규정하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사업자 편향적인 약관은 고객유 리의 해석원칙을 도출해 내는 하나의 근거가 된다. 약관이 기업과 같은 사업자의 편의를 위해서 이용되는 이상 거래의 상대방인 고객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 할 수 없으며, 사업자인 기업의 일방적·이기적 목적을 추구하는 약관에 대하여는 반드시 규제가 요구된다.37)
사업자와 고객의 이해를 조정한다는 미명하에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사전에 작
34) 권오승, 「경제법」 제12판, 법문사, 2015, 560면.
35) 손지열, 앞의 책, 290면.
36) 김웅규 · 김민우,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적 이해와 법정책의 방향-소비자기본법을 중심으로-”,
「서울법학」 제23권 제1호,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연구소, 2015, 357면.
37) 이은영, 앞의 책, 75면.
성한 약관은 불공정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약관규제법은 이러한 경우 기업의 면책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38) 고객의 입장에서 약관이 거래위험을 분 산하는 장치로 기능하는 것은 약관 본래의 사회적 기능이라기보다는 약관규제법 의 규율에 의하여 불공정한 약관의 사용을 방지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약관에 의한 거래는 주로 국내법을 중심으로 논의되었으나, 오늘날 국제간의 금융·무역·보험·해상·운송과 관련하여서도 약관에 의한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는 이상 국제법적 관점에서의 논의 역시 등한시되어서는 아니 된다.
종래 논의되어 온 약관의 사회적 기능은 영업의 합리화, 법률의 상세화·전문 화, 거래위험의 분산 기능을 중심으로 사업자 편의적인 측면만이 강조되어 왔다.
생각건대 최근 약관이 실제로 대부분의 거래에서 사용되고, 합리적인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에 맞추어 약관의 사회적 기능은 수정이 필요하며, 고객 보호 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현대적 의미를 가져야 한다. 첫째, 약관은 고객 선택의 합리화에 기여하여야 한다. 둘째, 약관은 계약의 내용을 상세화하는 것으로 이해 하여야 한다. 셋째, 약관은 내용통제를 수단으로 하여 고객을 보호하고 거래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사명을 수행하여야 한다. 넷째, 국제거래에서의 약관에 대하 여도 고객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