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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는 법을 배우는 시간

문서에서 비상구에서 지은 누구나의 집 (페이지 72-80)

앨리스엑시트가어떤곳이냐고누가물어볼때면내고향이고내친 정집이라고말했어요.지금도그렇게생각해요.내가어디에있든…

돌아갈곳이고돌아가고싶은곳이에요.그래서여기서요청오는대 외활동에더목을맸던것같기도해요.돌아갈기회라고생각했으니 까.무슨일이든일단잡았어요.그일이내가할수있냐없냐는딱히

중요하지않았어요.

앨리스집에있을때,우리끼리친해지니까활동가와도밀접해지 고싶었어요.그런데활동가에게는우리를만나는게일이잖아요.그 걸받아들이고싶지않았어요.활동가들을들들볶았죠.너는나를일 로써만나는거니?넌나의뭐야?이러면서.(웃음)활동가들도답을

내기가힘들었던것같아요.저를만나는게일이라고만말하고싶지

않았겠죠.

이관계가수평적이지만출국하고시간이지나면이전보다연결

이약해질수밖에없어요.활동가들은지금있는앨리스들을챙겨야

되잖아요.저는다른앨리스들이나엑시터들에비해서출국후의삶 이굴곡이없는편이에요.그러다보니까더접촉이안돼요.잘사니 까.저사람들하고연결되려면나의필요성을계속각인시켜야하는

걸까?이런고민을하던시기도있었어요.너무맹목적으로좋아하니 까내가바라는만큼돌아오지않는게섭섭한거죠.활동가들과우리 가부모자식관계는아닌데내가그런걸바랐나싶기도하고.

저는가족이라는개념이연결과연관성이있다고생각하거든요.

저도가족을이루고싶은데보통의가족을이룰수는없으니까가족

구성에대해서엄청고민했어요.앨리스집에서살았던이들중4명 이근처로출국을했거든요.동네주민인거예요.사는공간은달라졌 지만내가줄수있는게생기면서로줬어요.계속연결되어있었어 요.이걸뭐라고부르면좋을까하다가‘네트워크가족’이라고부르기 로했어요.저는여기에활동가도들어왔으면좋겠어요.제가족이었 으면좋겠지만어렵죠.어렵다고생각해요.그래서활동종료소식을

들었을때…

어쩔수없는상황이기때문에받아들이긴했지만,아직도정리하 는중이에요.이몰려오는울컥하는감정들을.저의10대후반부터현 재까지의모든게다들꽃청소년세상에있어요.이곳에있었던꽤많 은기관들이이미없어졌고없어지고있어요.한기관이없어질때마 다제가있던시간이같이없어지는느낌을받아요.헤어지는법이라 는게다똑같지는않더라고요.헤어질때마다너무힘들어요.그허 무함과허탈감을잘이겨내야엑시트자립팸종료이후의삶을살수

있지않을까라는생각을하고있어요.

저는나쁜경험도마냥나쁘기만하지않고제안에쌓여서언젠 가필요할때도움이된다는걸알고있거든요.거리에있는청소년들 은좋은사람만나는경험도별로없을거예요.좋은사람들을만나본

적이없는데어떻게좋은사람하고헤어지는걸해봤겠어요.앨리스 도엑시터도나한테좋은영향을준사람들과헤어지는방법을배우 게될거라고생각해요.그리고활동가들은…그사람들도이렇게끝 날줄알았겠어요?활동가들이너무이활동을좋아하니까자기가갈 려나갈때에야그만두거든요.그래서제가만날때마다말해요.이제

그만두니까제발너를챙겨라.휴가가라.

 기록:박희정

활동가의 방/ 2장 선생님도 친구도 아닌, 그냥 사람 *

* 홍은전의책〈그냥사람〉에서빌려온말

사회적약자를지원하는위치에설때받게되는오해가있다.굉장히

사랑이많은사람이라거나높은도덕심을지녔을것이라는기대같은

것이다.사랑과도덕심은물론소중하다.엑시트와자립팸활동가들 의출발점이전혀다른곳에있을뿐이다.이들은그저‘좋은사람’이

되려는사람들은아니라는뜻이다.

엑시트와자립팸활동가들이스스로자기위치와자기활동의의 미를정의하는말은다양하다.그중모두에게적용할수있는설명을

뽑아보자면이런게아닐까싶다.엑시트와자립팸활동가들은서로

평등하게만나려는사람들이다.이말을이렇게도바꿔볼수있다.

엑시트와자립팸활동가들은서로의존엄한삶을지켜내려는사람들 이다.

평등하게만난다는건상냥해지거나아낌없이퍼주는사람이된 다는것과는아주먼거리에있는말이다.우리는불평등한관계에서 도서로상냥해지거나아낌없이퍼줄수있다.어떤면에서상냥함이

나일방적원조는불평등의결과나그증거이기도하다.

평등이란엄연히존재하는벽을마치없는척연기하는일이아니 다.그벽들을섬세히감각하는일이다.우리를둘러싼세상의복잡한

구조를인식하고우리의서로다른위치를살펴야만우리의관계를

새롭게조직할수있다.평등하게만나기란,그저나의권위를내려놓 기만하면도달할수있는어떤‘상태’가아니라쉼없는‘균형잡기’

에가깝다.

우리는모두청소년이었다.그러나청소년의관점은저절로장착 되지않는다.청소년은나이를중심으로형성된권력구조안에서약 자지만청소년안에서도다양한차이가있다.남성청소년과여성청 소년사이에도단순화하기어려운역학관계가있고,청소년마다경 제적배경이나처한어려움의내용도다르다.성별정체성이나성적지 향,장애,인종이나문화적배경등여러요소가교차해셀수없이고 유한삶이만들어진다.

엑시트와자립팸활동가들은끊임없이내가누구인가,내가만나 는청소년이누구인가를고민하는이들이다.이활동가들은청소년과

친구같은관계가되길바라지만섣불리친구가되길바라진않는다.

친구같다는말은이들이지향하는수평적관계에대해청소년들이

사용하는비유의언어일때그의미가있다.지원하는동안은지원자 로서의자신의위치를명확히인식하고있어야한다.그래야평등하 게만나는게가능하다.

좀더구체적으로말하자면엑시트와자립팸활동가들은청소년 의삶에빈곳을채우기만하는것이아니라,청소년이스스로삶의

주인이될수있도록조력하는사람들이다.누구라도그런삶을살수

있어야하고,누구나그런삶을누릴수있을때나의존엄도지켜지 기때문이다.이기는방법을체득하기위해안간힘을써온이들에게 는함께사는방법을고민해보자고말을건넨다.내가맺고있는여러

사회적관계의본질을묻고생각해보는힘을기를기회를마련한다.

그모든과정에서갈등과투쟁을무릅써야한다.그러니이들은

어떤지향을품은사람들이아니라그지향을포기하지않으려는사 람들에더가깝다.무던히도애쓰는사람들이란뜻이다.자기위치를

고민하고,자기안의모순을인식하고,복잡한지형에놓인청소년들 의복잡한삶을복잡한그대로읽어내면서매일새로운실패와마주 하는일.생각만해도아찔한그시간의흔적이여기담겼다.

이현장에서있었거나지금서있는활동가들의목소리를기록한

것은이활동을기리고자해서가아니다.여기실린글들은다른현장 을향해정성을담아써내려간연대의편지다.척박한청소년지원현 장을응원하는마음이담뿍담겼다.이현장이지켜온활동의원칙,

그리고활동의조건이어떻게형성되었는가에주목해주길바란다.엑 시트와자립팸활동가들이내내강조하는것은존엄한삶은우리가

함께만들어가는것이라는점이다.존엄한삶으로가는길도우리가

함께만들어간다.그렇기에아낌없이내놓는것이다.우리가쌓아온

수많은질문의역사를.

 글:인권기록센터사이박희정

엑시트는 삶이었고 세상이었죠

변미혜의 이야기

함께걷는아이들(이하함걷아)은2010년부터아동청소년문화예술사 업으로시작한사회복지법인이에요.들꽃청소년세상(이하들꽃)은

1994년부터청소년과같이살아가기위해서여러사업을하는사단 법인이에요.두단체가아동·청소년을유연하게만나고지원하는사 업을고민하던중에같이엑시트를시작하게됐어요.저는2011년엑 시트시작부터함께했어요.좋은사람들을만나청소년들이요구하는

것들을마구시도해볼수있었고,자립팸도같이만들수있었네요.

지금은엑시트,자립팸지원기관인함걷아에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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