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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낙원에서 마주하는 현실, 호놀룰루

문서에서 51727997 2017년 8월호 (페이지 74-81)

도시의 민낯

하와이는 많은 이들에게 최고의 휴양지로 꼽힌다. 하지만 알렉산더 페인 (Alexander Payne)이 감독하고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가 주연을 맡은 영화 ‘디센던트(The Descendants)’에서 하와이는 미국의 현실을 극 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한다. 2011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지금도 인터넷에서 하와이를 여행하기 전에 볼 만한 영화로 많이 추천되고 있다. 필자 역시 ‘일상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떠나는 휴가’1)를 준비하면서 보게 된 영화다. 그렇지만 일상의 복잡한 일들을 잠시 잊으러 떠나는 가족 여행을 꿈꿀 때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비록 카메라가 낙원과 같은 하와이의 아름다운 풍광 곳곳을 비추고 있지 만, 그곳에서 펼쳐지는 사건은 ‘불륜’과 ‘죽음’, ‘유산’과 같이 흔하지만 골치 아픈 현실의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본토에 사는 친구들은 내가 하와이에서 사니까 매일매일 휴가를 보내 는 것처럼 지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날마다 해변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서 핑하고, 엉덩이를 흔드는 훌라춤을 추면서 살 것이라고. 제정신인가? 하와 이에 살면 인생을 즐기기만 한다고?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로 막장이고, 여 기 사는 사람들도 암에 걸리고, 똑같이 아프고, 마음 아픈 일이 생긴다. 서 핑을 안 한 지도 15년이다. 그리고 나는 지난 23일간 튜브와 오줌주머니의

‘낙원’에 살고 있다. 낙원? X같은 소리 하네!”

조지 클루니가 열연한 주인공 매트 킹(Matt King)의 독백과 함께 보여 주는 호놀룰루 다운타운의 모습은 여느 대도시 한복판과 다르지 않다. 감 독의 시선은 호놀룰루의 전경에 이어 고속도로의 교통체증, 도심부 상가 를 거니는 보행자들, 광장의 노숙자, 보도 위를 힘겹게 지나가는 휠체어 탄 장애인, 바닷가 판잣집(shack)에 사는 빈곤한 원주민들로 이어진다. 우 리가 쇼핑과 휴양의 천국으로 알고 있는 호놀룰루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 는 것이다.

하와이의 주도(州都)인 호놀룰루는 도심부 인구가 약 39만 명, 광역인 구는 약 95만 명으로 하와이주 전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도시2)다.

디센던트(2011) 감독: 알렉산더 페인 출연: 조지 클루니,

주디 그리어, 보 브리지스 등

1) 김영하 작가가 2017년 7월 14일에 tvN에서 방송된 ‘알쓸신잡’에서 한 말임.

2) https://ko.wikipedia.org/wiki/호놀룰루(2017년 7월 16일 검색).

호놀룰루 위치

오아후

호놀룰루(Honolulu)

하와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59년 미국의 50번째 주 로 편입되면서 하와이의 경제는 관광업과 관련 서비 스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성장했고, 와이키키를 비롯 한 여러 섬들의 해변 곳곳에서 리조트 개발이 이루어 졌다. 그래서 호놀룰루는 미국에서도 집값과 물가가 비싼 도시에 속한다. 각 도시별로 삶의 질을 여러 가 지 지표로 비교하는 NUMBEO.com에 따르면 2017년 중반을 기준으로 호놀룰루는 미국에서 생활물가(cost of living)가 가장 비싸고, 부동산 임대료나 주택 가격

이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다음으로 높은 도시다. 관광 천국으로 몰려드는 사람들과 부동산 개발 붐으로 급 속히 성장한 도시는 필연적으로 원주민과 전통사회의 붕괴, 양극화, 가족의 해체와 같은 사회문제의 무대가 된다. 이러한 이슈들에 주목해 온 알렉산더 페인 감독 에게 하와이 호놀룰루는 천국 같은 자연과 대조적으 로 변화하는 미국사회의 일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에 좋은 도시다.

와이키키 해변과 호놀룰루 전경

호놀룰루 도심의 노숙자 해변에 거주하는 빈민층

가족은 군도(群島, archipelago)와 같다

후손에게 물려줄 것은 무엇인가

영화의 제목인 디센던트(descendant)는 ‘후손’이라는 뜻이다. 매트는 하와이 왕국을 세운 카메하메하 1세 (Kamehameha I)의 후손이다. 매트의 고조할머니는 왕가의 공주였는데 하와이 원주민과 결혼하지 않고 백인 선교사 부부의 아들인 금융인과 결혼했다. 매트 어(Mattew Lillard 분)를 찾기 위해 카우아이(Kauai)

섬으로 여행에 나선다. 이 여행의 동기는 아마도 질투 심이거나 복수심일 것이다. 결국 아내가 사랑했던 남 자를 만나게 되지만 그는 엘리자베스를 사랑하지도 않 았고 단순한 불장난 정도로 넘기려 한다. 여기서 매트 는 같이 있던 브라이언의 아내에게 불륜 사실을 폭로 하고 그의 가정을 파괴함으로써 얼마든지 복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가 죽어간다는 사실만을 전 하고 돌아온다. 이는 죽어가는 아내에게 죽기 전 사 랑했던 남자를 만날 기회를 주려는 마지막 배려일 수 도 있다.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아내의 죽음을 앞두 고 있기 때문에 남은 딸들과 가족을 지탱해야 하는 가 장으로서 상대편 가족의 붕괴를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 른다. 이 중년 남성의 뒤늦은 자각은, 딸의 불행을 딸 에게 소홀했던 사위의 탓으로만 여기는 장인 앞에서 아내의 불륜에 대해 침묵하는 모습으로도 드러난다.

오아후섬 동쪽 끝의 마카푸 전망대에서 본 해변 카우아이 섬의 신탁토지를 바라보는 매트 가족

는 부동산 변호사라는 전문직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 지원칙(rule against perpetuities)에 따라 7년 안에 개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거대 리조트로 개발하려

게 남긴 유산이자 회복된 가족 관계와 유대감을 상징 한다. 엘리자베스가 죽기 전 브라이언의 아내가 병실 로 찾아와 남편이 사랑하지 않은 불륜 상대를 용서하 는 장면은, 매트가 신탁토지의 매각을 유보함으로써 브라이언의 가족 관계도 다시 회복되었음을 보여 주 며 영화의 주제를 강조한다. 이는 도시재생이나 부동 산 개발에서 근본적으로 떠오르는 ‘개발사업에서 현세 대가 이익을 얼마나 취해야 하고 미래 세대에게 얼마 나 남겨줄 수 있는가? 외부인에 의한 개발이익이 어떻 게 지역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가? 개발은 결국 가족이 나 사회를 유지하는 가치와 질서를 파괴하는가?’라는 질문들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하와이의 아름다운 풍경과 장소들의 이면에 하와이언들의 복잡하고 고단했던 삶 이 깃들어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감독은 영화의 줄 거리와 여러 장면을 통해 하와이의 역사와 지역사회

의 특징을 엿보게 해준다. 하와이는 미국에서도 백인 비율이 낮은 지역 중 하나다. 매트는 하와이 원주민 (왕족)과 백인의 혼혈로 근대 이전의 유산을 많이 물 려받았지만, 현대적인 질서(법률)에 따라 후손에게 전 수할 수도 있는 중산층이다. 그러나 많은 원주민들이 그랬듯, 다른 사촌들과 함께 선대의 유산을 탕진하거 나 가족 관계나 사회적 유대감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 다. 매트의 둘째 딸 스코티가 괴롭힌 친구는 아시아계 로 보이는데 그의 어머니를 통해 카우아이 토지 개발 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를 전해 듣기도 한다. 첫 장 면에서 와이키키 앞바다는 엘리자베스가 보트를 타 며 생의 마지막 기쁨을 느끼는 공간이지만, 끝부분에 서는 한 줌의 뼛가루가 되어 천국으로 돌아가는 곳이 다.3) 이처럼 호놀룰루 역시 다양하고 이질적인 사람들 이 불안하게 공존하며 살아나갈 수밖에 없는 현대 도 시들 중 하나일 뿐이다.

3) 영화에서 바다와 물은 두 딸의 엄마인 엘리자베스의 모성을 상징하는 듯함. 매트의 집에 돌아온 알렉산드라가 수영장이 지저분하다고(관리 소홀에 대해) 불평하자 매트는 엄마가 죽음을 앞두고 있음을 알리고 알렉산드라는 물 속에서 오열함. 매트는 병원에서 아내의 회복 불능 소식을 듣고 스코티를 와이키키 바다로 데려가는데 여기서 스코티는 천진난만하게 스노클링을 함.

이질적인 것들이 공존하는 도시 호놀룰루

머리말

일본은 북쪽부터 아래로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규슈 네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열도 국가다. 홋카이도 는 그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섬이며 면적은 8만 3454㎢로 혼슈 다음으로 넓다. 홋카이도는 원래 아이누 족이라는 원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이었으며, 내륙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본 본토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개 척지 혹은 내국식민지라는 인식하에 개발되어왔다. 그 결과 홋카이도는 일본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근 대 역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발전하였으며, 공업과 같은 여타 기간산업에 기반을 둔 지역 발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며 변화하였다.

메이지 시대의 홋카이도에서는 주로 석탄 산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나, 그 이후 점차 농업 분야 에 관심이 있는 인구가 유입되면서 주요 산업이 농업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특히, 일본의 고도 성장기 (1960~1970년대)를 거치며 낙농업과 관련된 투자가 활성화되었고, 이는 농업이 홋카이도의 중심 산업 으로 자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당시 홋카이도 일부 지역에서 추진된 공업부문 개발은 엔고현상으로 대부분 쇠퇴하거나 실패하였다. 이에 반해, 농업은 1990년대 정점에 다다른 후 현재까지도 홋카이도 지 역 1위 산업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그러나 홋카이도 역시 최근 우리나라의 농촌과 마찬가지로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다양한 신규 취농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농업지역인 홋카이도의 농촌개발 과정을 살펴

1) 이 글은 국립 홋카이도대학교 농학부 야나기무라 교수와의 인터뷰 및 구리야마초・비라토리초 군청, 농업진흥공사 등의 방문 및 취재를 바탕으

1) 이 글은 국립 홋카이도대학교 농학부 야나기무라 교수와의 인터뷰 및 구리야마초・비라토리초 군청, 농업진흥공사 등의 방문 및 취재를 바탕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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