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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의 한반도 전략

하버드 대학 케네디 행정대대학원 연구원인 윌리엄 토비(William Tobey)는 “북한은 중국의 지원 없이는 생존 그 자체가 불가능한 나라 다. 중국은 오랫동안 북한을 보호해 왔고, 지원해 왔으며, 김정일의 악몽 같은 독재정권을 지원해 왔다,” “중국의 지원이 없다면 북한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지경이다”112)라고 언급했다. 중국의 대한반도 관련 전략 이익과 그것을 수호하기 위한 중국인들의 사상과 행동을 정확하게 언급한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불안정(instability) 상태를 바라지 않는다.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은 현상유지(現狀維持, Status Quo) 이다.

중국인들은 북한의 불안정은 한반도에서 군사 분쟁의 발발, 그로 인한 북한 난민의 중국 유입, 정치적 혼란 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생 각한다. 그래서 그동안 중국은 지속적으로 중국에 국가의 존재(생존) 자체를 의탁하고 있는 북한을 연명 가능하게 해주고 있었다.

서방측의 전문가와 학자들 중에는 “중국은 잔인한 실패국가인 북 한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서 살려줄 것이냐 혹은 평화롭고, 번영된 대 한민국에 의해 통일된 한반도를 선택할 것이냐의 기로에 와 있 다”113)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 내에도 그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학자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114)

112) William Tobey, “Ignore North Korea, offer Beijing a choice,” Foreign Policy Magazine, Internet edition, June 16, 2010.

113) Ibid.

그러나 중국이 도덕적인 고려와 맥락에서 결정하기에 북한 문제는 너무나 심각하다. 심각한 국가이익이 결부된 국제문제가 도덕적 고 려에서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2010년 3월 26일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인해 한국 초계함이 피격, 침몰되어 46명의 대한민국 해군 이 전사한 일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 편을 두둔하는 민망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잘잘못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또한 11월 23일 북한의 노골적인 연평도 공격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 의 존재 그 자체에 충격을 초래할지도 모를 일체의 조치에 대해 반 대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역시 중국의 국제문제 전문가인 스인 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천안함 사건으로 한중관계가 손상되 고 중국의 국제적 입장과 이미지가 불리해져도 중국에겐 북한이 더 중요하며 궁극적으로 중국의 북한을 제재하는 어떤 조치에 대해서도 반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115)

스인훙(時殷弘) 교수의 분석은 현재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입장을 좀 더 솔직하고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모두 알고 있 는 북한의 무력도발 행동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 및 응징조치에 대해 서조차 반대하는 중국이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하는 대한민국의 통 일정책에 반대할 것이라는 사실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2) 중국의 한반도 인식

중국이 한반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역사적・전략적 분석을 통해 우리는 통일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중국이라

114) 장롄구이(張璉 王鬼)는 중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공산당 중앙당교 교 수다. 그는 북한이 올바로 행동해야 중국이 도와줄 가치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15) 조선일보, 2010년 5월 24일자.

는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거의 2000년 전인 한(漢)나라 당시의 중국은 그 정치・경 제・군사 문화적 차원에서 가히 로마제국에 버금가는 대제국이었다.

이처럼 막강한 중국제국은 수(隨), 당(唐), 송(宋), 원(元), 명(明), 청(淸)으 로 이어지면서 국력의 부침(浮沈)이 있었지만 대체로 한반도에 대해 서는 압도적인 권위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주국의 역할을 해 왔다.

중국의 힘이 넘쳐날 때마다 한반도는 중국의 침략 대상이었다. 고 구려(高句麗)와 중국의 수, 당 제국이 벌인 대전쟁, 신라와 동맹을 맺 어 고구려를 붕괴시킨 당나라의 3국 통일전쟁 개입, 그리고 당을 몰 아내기 위한 신라의 힘겨운 전쟁, 중원(中原)을 차지한 원나라 몽골제 국의 고려 침략과 점령통치 등은 한중관계사의 폭력적 측면을 잘 보 여준다.

한중관계가 비교적 평화적인 관계로 바뀐 것은 한국이 중국의 속 국으로 스스로 무릎을 꿇은 후부터였다. 중국은 자신의 지도자를 황 제(皇帝)라고 칭했지만 우리나라는 왕(王)이 다스리는 중국과는 급(級) 이 다른 아래에 속한 나라였다. 조선은 매년 사절을 파견, 국가의 사 절이 중국의 조정에 나아가 바닥에 코를 갖다 대는 큰절(고두, kowtow) 로서 중국 황제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귀한 공물을 바침(朝貢)으로써 조선왕은 통치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불평등 관계였다. 중국은 우리 가 조공을 잘 바치고 중국이 정한 국제질서에 순응하는 한도 내에서 조선에 자치권을 보장했던 것이다.

중국은 1842년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배하고 1895년 일본과의 싸움에서도 패배함으로써 그 허상이 드러나면서 중국의 한국에 대한 종주권이 대폭 약화되었을 때 조선은 비로소 독립국임을 선포했고(大 韓帝國), 고종과 순종 두 임금은 중국이 막강하던 시절이라면 감히 엄 두도 내지 못했을 황제의 칭호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을 세상의 중심에서 빛나는 나라(中華)라고 인식 하고 주변에 있는 나라들이 중국의 황제와 중국의 영화(榮華)를 흠모 하여 중국 아래에 자발적으로 들어와 있는 상황을 가장 바람직한 국 제정치 상황으로 가정한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국제질서의 유지를 위해 때로 강압적인 수단을 써서 주변국들을 복속시키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인간사회의 위계질서를 강조하고 각자가 자신에게 해당되는 위치를 잘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할 때 질서와 평화가 유지 된다고 본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아우가 형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맞먹으면 안 된다는 중국인들의 이와 같은 유교적 인간관계의 관점을 국제관계에 도 적용하였다. 중국은 아버지의 나라이고 주변의 작은 나라들은 아 들과 같은 존재다. 중국의 전통사상은 각국이 수평적 평등관계가 아 니라 수직적 상하관계로 배열되어 있을 때 비로소 평화로워진다고 인식한다. 이런 인식은 아직도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잠재하고 있으 며 이는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3) 중국의 국가이익과 딜레마

1) 중국의 국가이익과 북한 급변사태

북한의 급변사태에 관한 중국의 국가이익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급변사태로 북한주민의 대량탈북이 일어나 북한 접경 지역에 혼란상 황이 발생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급변사태로 인해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관련이 있다. 만약 김정일 사후 북한의 새로운 권 력이 남한과 합의하여 통일을 추진하거나 북한이 스스로 붕괴되어 남한 주도의 통일이 이루어져 전통적인 한미동맹의 축인 통일한국이

탄생하면 중국은 정치・외교, 안보, 경제적으로 불리하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에 현재와 같은 친중 북한정권이 존속하기를 바라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단아 김정일을 지원해 주고 김정일이 죽 더라도 그의 아들이 정권을 이어받아 지금과 같은 체제를 유지하기 바란다.

북한 급변사태에 관한 우리의 대중국 외교는 이런 중국의 이해를 직시하고 가능한 한 북한의 급변사태로 중국이 우려하는 상황이 발 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초점은 아래와 같다.

① 대량탈북이 중국의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함

② 우리가 의도적으로 흡수통일을 만들어가지 않는 것

③ 한반도 통일이 중국의 위협이 되지 않을 것임을 설득

④ 한반도 통일은 중국의 경제발전에 큰 이익이 될 것임을 설득

⑤ 한미동맹을 통해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

우선 21세기 중국의 국가전략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국내외 적 균형을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에 우호적인 대외환경을 조성하는 것 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2012년 제5세대 지도자 시진핑(習近平)을 후진타 오에 이어 새로운 리더로 선택했다. 시진핑도 강력한 개방과 개혁을 표방하며 글로벌 중국을 표방할 것으로 예상되나 북한에 대한 입장 은 최근 그의 한국전쟁 발언에서 보듯이116) 기존 입장을 견지할 것 이다.

116) 시진핑은 10월 25일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미화 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침략 국가라고 지칭했다.

중국은 이미 북한 급변사태 시 자신들의 개입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으며 각종 언론 등을 통해 개입을 기정사실화하려고 노력한다. 북 한 급변사태 시 중국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근거를 내세워 북한 에 개입하려 할 것이다.

첫째, 중국은 6・25전쟁 참전국이자 정전협정 당사국이다.

둘째, 중국은 북중동맹조약 체결국이다.

북한은 1961년 러시아, 중국과 각각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을 체 결한 바 있다. 소련과 북한 사이에 체결되었던 조소 우호협력 상호원 조조약은 김영삼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으로 폐기된 바 있지만117) 중 국은 우리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동맹조약을 유지하고 있다.118)

조중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은 내용은 공식적인 동맹조약으로 일 방이 무력침공을 당하거나 개전상태에 놓이게 되면 상대방도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도록 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계 약 쌍방이 수정 또는 폐기할 것에 합의하지 않는 한 계속 유효하도 록 되어 있어, 어느 일방이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타방이 동의하지 않 는 한 효력이 존속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조약은 오늘 날 조중 동맹조약으로 불리고 있으며 중국이 맺고 있는 유일한 동맹 조약으로 그 의미가 비교적 크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이 한미 양국에 의해 주도될 경우 북한에 미군

117)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6월 러시아를 방문해 옐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에서 동 조약의 폐기를 강력히 요청했고, 1995년 8월 7일 러시아는 동 조 약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북한에 통보함에 따라 1996년 9월 10일 이후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118) 북한과 러시아는 1998년부터 협상을 시작하여 2000년 2월 9일 우호친선 및 협력에 관한 조약을 새로이 체결, 일반적인 국가 간 우호협력관계를 복 원했다.

기지가 세워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중국은 이 를 대단히 두려워하며, 국내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 황에서 북한 급변사태로 인한 대량탈북으로 또 다른 혼란이 초래되 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이런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전략을 수립해 탈북자 문제나 통일이 궁극적으로 중국의 국가이익에 손해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기여할 것 임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미군기지와 관련해서는 독일 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 북한 지역에는 대량파괴무기를 통제하는 임무 이외에는 미군 주둔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고려 할 만하다.

대량탈북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 따라 탈북자도 남 한국민임을 선언하고 모든 탈북자들을 남한이 수용할 것임을 밝히고 이들로 인해 초래되는 모든 비용은 대한민국이 부담할 것을 사전에 고지해야 한다. 대량탈북과 관련해서는 몽골 및 연해주 등 주변 지역 에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거처를 만드는 계획도 밝히고 추진해 가야 한다.

이런 면밀한 준비 작업을 통해 중국의 우려를 조목조목 불식시켜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방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이 과 연 대한민국의 설득에 어느 수준까지 동조할지는 미지수이다. 통일 을 이루기 위해 최악의 경우 중국이라는 변수를 극복(overcome)할 수 있는 대비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우려

중국은 지난 수십 년 간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냈으나 성장 의 그늘도 아주 깊숙이 드리우고 있다. 소수민족 문제와 같은 정치적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2억 명에 이르는 농민공(農民工)들의 실업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