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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통일을 향한 한미공조

북한이 야기하는 핵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들은 물론 북한의 급변사태를 관리하고 북한의 급변사태를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이 주 도하는 자유민주통일로 귀결시키기 위해서 필수적인 일은 한미공조 임을 이미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가 국제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궁극적인 평화통일을 달성하기 위해 한반도 주변국들은 물 론 국제사회가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큰 관심 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역시 미국이다. 21세기 세계정치를 이끌어가 는 미국은 반테러 전쟁, 핵확산 문제, 중국의 도전 문제 등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 문제들은 북한의 급변사태와 직・간접적 으로 연계된다.

우선 미국은 북한의 급변사태는 북한의 대량파괴무기가 제대로 관 리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할 수도 있으며, 북한의 대량파괴무기가 테 러리스트 혹은 무책임한 자들의 손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 문에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북한에서 발생할 제반 상황에 대해 가장 관심이 높은 나라는 물론 대한민국이다. 북한의 핵과 대량파괴무기들이 미국에는 핵 테러, 핵 확산의 문제가 되지만 우리에게는 국가 생존의 문제가 되는 것이며, 특히 한국은 북한과 적대적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북 한의 모든 행동들은 우리나라의 안보와 직결된다. 더 나아가 한국은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미래 비전을 갖고 있는 나라이

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 대해 가장 중요한 이해 당사국이다.

한국과 미국은 특히 동맹국으로서 북한 문제 해결이 무엇을 의미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전략적 지향 방향이 같은 나라다. 그러나 한국 과 미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북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목표에 대해서는 상이한 점이 있을 수 있다.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인 1994년 6월, 미국은 북한의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외과적 공격을 시도했었고 당시 한국의 김영삼 대통령은 이를 전적으로 만 류했다. 부시 행정부 동안 한국에는 좌파적인 정권이 집권하고 있었 기 때문에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목표는 물론 북한 문제 를 바라보는 시각도 미국과 한국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인 햇볕정책을 줄곧 주장했고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봉쇄하는 정책을 택했기 때문에 한 미 간 대북 공조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 한이 핵을 보유하려고 하는 것은 일리가 있는 행동이라고 두둔하기 도 했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약 20년이 지나는 동안 한국과 미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 공조하는 데 여러 부분에서 실패했다.

그동안 북한의 대미 전략 목표는 한미 양국을 이간하고, 한반도에 서 북한의 입장을 공고화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입장을 위태롭게 만들 고 궁극적으로 북한이 미국을 통해서 한반도의 승자가 된다는 것이 었다.

그러나 결국 북한은 급변사태에 당면하고 있다. 김정일이 노쇠하 고, 경제가 파탄에서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봉쇄가 강화 되고 있고, 김정은의 권력은 공고화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는 김정일 정권의 사실상의 종식을 정 책목표로 삼아 왔다. 특히 2010년 후반기 이후 미국의 대북제재 양

식은 김정일 정권의 종식으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한미 양국은 현재 북한 핵문제를 넘어, 바람직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공통의 견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서는

▲ 현재와 같은 긴장상태가 지속, 김정일 – 김정은 체제의 지속 ▲ 현 북한정권 붕괴, 친중 정권 수립 ▲ 현 북한정권 붕괴, 한미양국 에 의한 북한 장악, 궁극적인 통일, 자유민주주의국가 건설 ▲ 현 북한정권에 의한 무력도발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전략은 궁극적으로 한반도에 한국 주도의 통일이 이 루어져 자유민주주의 통일한국이 설립되는 것이다. 이 같은 미래 비 전을 미국도 공유하기 원하는 것이 한국인들의 바람이다.103) 한반도 에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주의체제의 통일국가가 건설되는 것을 한미 양국이 공동의 비전으로 공유하고 있을 때 비로소 북한 급변사태를 자유민주통일로 귀결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공조가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가 수립된 이후, 상기 목표를 위한 한미관계는 대폭 호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미관계는 지난 10년의 부조 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2년 4월 17일 로 예정되어 있는 노무현 정권 당시 결정된 작전통제권 한미 양국군 각자 단독행사 및 한미연합사 해체 문제 등은 2015년 12월 1일로 그 지연이 결정되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지는 않은 상 태다.104)

103) 냉혹한 국제 정치현실은 미국은 물론 주변 국가들이 한반도의 현상 유지 를 더욱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은 한반도의 분단이 아픔이 아니기 때 문이다. 주변국들은 모두 남북한이 통일될 경우 그것은 자국에 유리한 통 일이어야만 한다는 조건을 걸고 있을 것이다. 가능성은 대단히 낮은 일이 기는 하지만, 만약 북한이 무력이든 또는 한국에 친북 좌파 정권을 건설함 으로써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을 이룩하려는 경우 주변국들은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될까?

(2) 미국의 대전략과 북한

부시 대통령이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명한 것은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핵무기 및 대량파괴무기가 중동으로 수 출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알카에다를 직접 지원하지는 않았 을지 모른다. 그러나 북한은 중동의 테러리스트들을 훈련시키고 그 들에게 각종 무기체계를 지원한 나라다. 북한은 이란에 미사일 기술 을 지원하고 파키스탄과 연계하여 핵기술, 미사일 기술을 교환, 거래 한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105) 그래서 북한은 미국의 패권에 대한 테러리스트들의 도전의 일부분을 구성하는 나라가 된다. 미국이 북 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 테러리즘의 두 전선을 동시에 해결하는 것 이 된다. 북한은 스스로 테러리스트이며106) 중동의 테러리스트를 지 원하는 국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북한 문제는 미국에 대한 전통적인 패권 도 전문제, 즉 중국의 도전과 직결된다. 미국이 만약 북한을 잘 다룰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즉 북한이 미국 편이 되거나 미국이 컨트롤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할 수 있는 결정적인 전 략적 위치를 장악하는 일이 될 것이다.

미어셰이머 교수는 미국이 아무리 막강한 나라라고 할지라도 바다

104) 한국의 안보전문가들의 절대적 다수가 한미연합사 해체 시기의 지연을 요구한 결과 3년여의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안보를 우려하는 식자들은 물론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이 한미연합사를 예정대로 해체하는 것은 한국의 안보에 위험하다고 주장했던 결과다. 예: Bruce Bechtol, Jr.,

“The U.S. and South Korea: Prospects for CFC, OPCON, and Contingency Plans: Problems and Remedies,” Paper presented at the 2009 Joint International Security Conference, Seoul, Capital Hotel, 29-30 October 2009.

105) End to Evil.

106) 2002년 부시 대통령이 지목했던 악의 축 3개국 중의 하나라는 의미에서다.

건너편에 있는 강대국과 전쟁을 벌이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결국 육 군으로 상대 국가를 점령할 수 있는 경우에만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 를 거둘 수 있는데, 미국은 아직도 바다 건너편에 있는 강대국과 싸 우기 위해 육군을 투사시킬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 정도의 나라라면 몰라도 미국이 육군을 동원 해서 중국과 싸우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미어셰이머 교수는 싸워야 할지도 모를 바다 건너편의 강대국과 육지로 연결되어 있는 곳에 군 사기지(military base)를 얻을 수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미어셰이머의 논법을 빌린다면 미국이 중국의 패권 도전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미국 편으로 만들어 놓는 일이 결정적으로 중요 하다.107)

미국이 만약 북한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놓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중국에는 전략적인 재앙이 될 것이다. 이미 북경대의 차오위즈(喬禹 智)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의 도래를 우려한다. 차오위즈는 중국정부가 북한 핵을 막지 못한 것은 큰 실수이며 특히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 이 미국과 교섭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더 큰 실수라고 주장한다.

차오위즈 교수는 그렇게 함으로써 결국 중국 동북 3성(흑룡강성, 길림 성, 요령성)에 거주하는 3억 명의 중국인이 북한 핵무기 위협 아래 놓 이게 되고 말았다고 주장한다.108) 차오위즈의 분석은 북한이 만약 미국 편이 된다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는 중국인을 위협하는 무기 가 될 것이라는 지극히 현실주의적 분석이다.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대전략은 이 같은 상황의 도래를 앞당기는 일이 아니겠는가.

미국의 세계 대전략에서 북한은 이중적(二重的)으로 중요한 나라다.

107) John Mearsheimer, 이춘근(역),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서울: 나남출 판, 2004.

108) 차오위즈, 조선일보 시론, 2007년 7월 20일자.

북한은 그 자체가 미국의 반테러 전쟁의 중요한 전선이며 동시에 중 국의 패권 도전을 제압하는 전략적 요충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 문제를 잘 해결한다면 미국은 테러리즘 문제의 중요한 부분을 해결 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의 핵무기와 대량파괴무기가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들어가는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북한의 무기가 중동 국가 들로 흘러들어 가는 일이 중지될 것이니 북한 문제의 해결은 테러 리즘에 대처하는 미국에게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일이다.

더 나아가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미국이 중국과 패권 경쟁 을 벌이는 데 결정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의 전 략가들은 이 같은 큰 맥락에서 북한 문제를 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단순히 북한의 핵폭탄이 제거되는 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는 날은 북한의 핵이 물리적으로 완전히 제거되는 날이기보다는 미국이 북한을 더 이상 미국의 위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날일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미국 편으로 인식하는 혹은 적어도 미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고 생각하 는 그날이다.

그러나 이 같은 날은 김정일 정권이 존재하는 한 도래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과 미국이 수교를 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북 한 핵문제가 종료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것도 역시 김정일 정권 이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김정일 정권이 미국과 수교를 하면 반미주의를 포기해야 할 터인 데 ‘반미주의’라는 정치사상 없이 김정일 체제가 유지된다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반미주의는 김정일 정권이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 의 조건이다. 김정일 정권의 모든 악행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악마의 존재를 핑계로 정당화될 수 있었다. 현 북한정권의 딜레마가 여기 있 다. 개혁・개방을 하자니 정권이 위태로울 것 같고, 고립주의를 지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