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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과 통일의 국제정치적 조건

북한 급변사태를 통일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동북아시아의 국제 정치적 역학구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안정 적으로 관리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질서의 통일을 이룩하는 방향으로 진전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요소(International determinants for the Reunification of Korea)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정 확한 국제인식의 바탕 위에서 우리는 국제적인 힘을 우리에게 유리

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현재 상황에서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들 중 한반도의 통일 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정 도는 다르지만 주변국들은 저마다 한반도 분단과 통일에 대한 상이 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통일은 국제정치학적인 대세(大勢)에 순응하는 것이기보다는 오히려 대세를 거스르는 일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2001년 이후 형성된 반테러 전쟁 시대의 국제 상황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고, 중국의 급부상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 사이에서 나타나는 갈등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남북통일 을 이룩할 수 있는 유리한 계기를 제공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중국은 지정학적 이익을 노려 북한이 어떻게든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제거의 대상으로 지목했 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북한을 궁극적으로 변화시키겠다(Regime Change) 고 결심한 상황은 우리나라가 궁극적인 한반도 통일을 위해 유용하게,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산(資産)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 한반도 통일의 국제적 변수

1) 한반도 현상 유지 세력

현재 한반도 주변에는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원하는 현상 유지 세 력과 한반도의 현상을 변화시키기 원하는 세력 등 두 가지 세력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세력은 대체적으로 보아 모두 한 반도의 ‘급변’ 사태보다는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변화를 원한다는 점에서 공통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는 그 비중은 다르지만 한반도의 안정을 바라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 그

러나 중국과 북한 내부의 현상을 유지하려는 세력들은 주로 북한의 붕괴를 회피하려는 노력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의 생존을 도우려는 대한민국 내의 세력 역시 우리가 북한 급변사태를 통일로 연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유념)해야 할 세력이다.

2) 한반도 현상 타파 세력

북한은 비록 몰락과 붕괴의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적화 통일, 무력 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세력들이 집권하고 있다. 2009년 이래 끊임없이 지속되는 북한 의 무력도발은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건, 그리고 11월 23일 연 평도 공격 사건으로 점차 강력해지고 있다.

동시에 대한민국 내에도 자유민주통일을 원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의 전략과 의지의 총량이 북한의 그것보다 앞서는 경우 한반도는 안정을 이룩할 수 있다.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미국, 일본 내의 세력도 존재하고 있는데 북한 급변사태 도래 시 이 세력들과 연합해야 할 것이다.

3) 대한민국의 국제전략

한반도 현상 유지 세력, 북한체제 지지 세력을 최소화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북한정권을 약화시키고, 중국을 설득하는 일, 그리고 대한민국 내에서 북한을 지원하는 세력을 최소화하는 일이 선행되어 야 한다. 동시에 대한민국 내의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자유민주통일 세력, 즉 대한민국의 힘을 최대화하고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일본, 미 국과의 연계를 극대화해야 한다.

현재 미중 갈등의 맥락에서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미국의 세력이 증가세에 있으며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한국 내의 세력도 증가세에

있고, 북한의 체제 유지력은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의 대남 적화통일 노력은 증가세에 있다(핵무기 등 군사력 증강, 남한 내 좌익세력의 증가, 도발 수준의 상향 조정 등).

이 같은 제반 요소들의 증감 현황을 전략적으로 이용하여 우리는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국제구조(international structure)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2) 한반도에 대한 주변 강대국의 인식

경제학에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있는데 보이지 않는 손에 해당하는 국제정치학 개념이 바로 ‘지정학’이다. 한반도는 현재 분단되어 있고 온 한국 국민은 통일을 원한다. 그런데 통일이 되기 위해서는 바로 이웃나라들의 동의, 즉 국제정치적 동의가 이루 어져야만 한다. 그런데 주변 4개국이 동의하는 통일이 대단히 어렵 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1) 중국

현재의 중국은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을 제일 바라지 않는 나라 중 하나다. 대한민국이 통일을 이룩하는 것은 특히 반대다. 북한이 통일 하는 것도 그렇게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최근 위키리 크스의 보도에 의하면 마치 중국이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하 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국제전략 구조상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북 한이 통일을 하는 경우 북한이 지금처럼 중국에 고분고분할 리가 없 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통일된 한반도가 마치 과거 조선 수준으 로 거의 완벽하게 중국의 영향권에 속하는 경우가 보장된다면 그때 비로소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할 것이다.

중국은 통일된 한반도가 일본, 혹은 미국 등 소위 ‘해양세력’에 편 입되는 경우 그런 한반도는 ‘중국의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망치’라 고 인식한다. 이처럼 위험한 망치를 일본, 미국의 손에 들어가도록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중국인들이 입버릇처럼 말 하는 ‘한반도의 안정’이라는 말은 현재 상태, 즉 분단 상태의 지속을 의미한다.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북한의 지속적인 존재, 어 려운 군사 전략 문제는 뒤로하고 주로 경제적인 데 집중하는 대한민 국과의 관계 유지가 중국이 한반도에서 원하는 최선의 전략이다.

2) 일본

일본 역시 지정학적인 이유 때문에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을 그렇 게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은 특히 통일된 한반 도가 대륙세력에 포함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일본 사람들 은 통일된 한반도가 대륙의 일부가 될 경우 그러한 한반도는 ‘일본 의 심장을 겨누고 있는 단도’와 같을 것이라고 인식한다. 일본의 안 전을 위협하는 단도가 중국, 혹은 러시아 등 대륙 세력의 수중에 들 어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은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 의 체제로 통일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관점이 남아 있다. 한 일관계의 근대사에서 야기된 양국 간의 감정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 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일본을 직접 위협하는 대상 이 된 후, 그리고 중국 국력의 급격한 증가와 대일 갈등상황의 전개 로 인해 일본의 대한반도 정책은 대한민국에 의한 자유민주통일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이행하고 있다.

3) 한반도 분단: 중국과 일본의 견해

분단은 한 민족에게는 고통스런 문제의 출발이었지만 한반도에 직 접 이해를 가지고 있는 중국, 일본 등이 인식하기에 한반도의 분단은

‘골치 아픈 국제 문제의 해결’이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는 각각 한반도를 독차지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상대방이 한반도를 독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전쟁도 불사했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 이 한반도 전체를 점령하려 했을 때, 중국의 명나라는 당시 조선을 일본과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었고, 청나라 말엽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한반도 분할에 관한 논의가 진행된 적도 있었다. 일본은 궁극적으로 청일전쟁(1895)과 러일전쟁(1904)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각 각 격파함으로써 한반도 전체를 장악할 수 있게 되었다. 한반도 전체 를 장악한 일본은 한반도를 발판으로 삼아 중국, 만주로 공격해 들어 갈 수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은 북한의 남침을 통해 한반도 전체를 적화통 일함으로써 다시 일본의 심장을 겨눌 수 있는 단도를 온전히 장악하 고자 했다. 한반도의 적화(赤化) 통일은 일본의 운명도 풍전등화(風前 燈火)처럼 만들었을 것이다.

거꾸로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이 압록강에 도달했을 때 중국은 한 국전쟁에 개입, 한반도가 해양세력의 영향력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 했다. 중국은 한국전쟁에 개입함으로써 197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약 20년 동안 ‘침략자’의 낙인을 쓰고 살아야 했다.

분단된 한반도는 개념적으로 부러진 망치, 부러진 단도다. 분단된 한반도는 더 이상 중국이나 일본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닌 것 이다. 그러니 중국, 일본이 차후 동북아 국제정치의 문제를 야기할지 도 모를 한반도의 통일 문제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대처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통일을 포기하고 지금과 같은 불편한

상황에 만족하고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의 힘의 증진을 통해, 특히 훌륭한 전략을 통해 한반도 통일을 이룩해야만 하며, 또 한 이룩할 수 있다. 현재 한반도 통일에 가장 불안해하며 반대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통일을 위해 적극적인 대증정책이 필요하다. 동시 에 중국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일이 중요하다.

(3) 한반도와 미국: 한미동맹관계

1) 한미동맹

미국은 한반도와 첫 번째로 관계를 맺은 서양 국가지만 미국이 한 국과 본격적으로 관계를 맺게 된 것은 1945년 일본을 패망시킨 미국 군이 한반도에 주둔한 이후부터였다. 미국은 대한민국 건국을 뒤에 서 후원한 나라이며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구한 나라다. 한국전 쟁 이후, 한미관계는 한미동맹을 체결, 본격적인 동맹국이 되었으며 한미동맹은 이제 6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동 맹으로 인식된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억지하는 데 성공했고 대한 민국이 세계적인 산업국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안보의 기반을 제공 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을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축이라고 말한다. 미국이 대한민 국의 국가안보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만약 오늘 미국이 지구상에서 없어진다면 내일 세계정치(한반도를 중심으로)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 까?”라는 비록 공상적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결정적 중요성을 새삼 일깨울 수 있는 주제를 생각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북한은 즉각 남침전쟁을 감행할 것이며 중국과 일본도 한반도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즉 미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안전은 그날로 끝 장날지도 모른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 북한 급변사태,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