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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배려의무의 법리 확장

(1) 안전배려의무의 근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안전배려의무의 법적 성격 및 그 근거에 대한 이론이 미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배려의무를 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할 것인지, 채무불 이행책임으로 구성할 것인지, 아니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법정의무로 파악할 것인 지가 대립된다.624) 산업재해에 따른 사용자의 민사책임에 대해서는 전통적으로 불법 행위책임으로 구성하여 오다가 최근에 채무불이행책임으로 구성하려는 경향을 보이

620) 정현승, 전게논문, 250면.

621) 송병춘, 전게논문, 124면.

622) 김상찬․조두환, 전게논문, 38면; 하윤수, 전게 “재학계약론에 관한 고찰”, 239면.

623) 최창렬, 전게 “안전배려의무의 체계”, 159면.

624) 김용호, 전게논문, 375면.

고 있다.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책임으로 이론 전개하는 주요 목 적은 피해자의 권리구제에 있어 불법행위책임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채무불이행에 기한 안전배려의무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의 요 건도 충족되므로 불법행위로 처리하면 충분하다는 견해가 주장된다.625) 이 견해에 따르면 불법행위법 영역을 넘어선 안전배려의무를 인정하는 경우 그 실질적 근거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까닭에 불법행위법과의 한계설정이라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 제를 남기게 된다고 한다. 나아가 안전배려의무는 불법행위법상의 주의의무와 실질 적인 차이가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채무불이행책임 구성에 의한 과실의 입증 책임 전환도 실제상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으므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의 불완전한 연장이라는 것 이외에 별다른 실익이 없다고 비판하는 견해도 있다.626)

이하에서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불법행위와 채무불이행 중 어떠한 책임으로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 그 간의 학설과 판례를 중심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1) 학설

가. 부수의무 내지 보호의무설(고용계약설)

안전배려의무627)는 계약당사자가 원칙적으로 자유․평등한 계약당사자를 지배하 는 신의칙상의 의무로서 고용계약상의 부수적 주의의무, 보호의무에 근거한다는 견 해이다.628) 이 설에 의하면 계약관계에 의하여 상호 접촉하는 특별한 관계에 들어선 경우에 당사자는 상대방의 생명․신체․건강 내지 재산 등의 법익이 그 계약관계에 기한 위험에 의하여 침해되지 않도록 배려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으로, 주로 민법학자들에 의해 지지되는 견해이다.629)

625) 伊藤浩, “在學契約に付隨すの安全配慮義務”, 「ジュリスト」 第984號, ジュリスト社, 1991, 187面; 新美育文,

“安全配慮義務の存在意義”, 「ジュリスト」 第823號, ジュリスト社, 1984, 90面.

626) 山本隆司, “學校事故と安全配慮義務”, 「法律時報」 第55卷 第1號, 1983, 208面.

627) 송오식, 전게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152면; 이은영 교수는 근로자의 안전한 작업조건 아래 작업할 권리에 상응하는 사용자의 의무가 안전배려의무이며, 안전배려의무라는 용어는 일본법학 특유의 채무 불이행책임과 결합된 용어이므로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이은영, “산업재해와 안전의무”,

「인권과 정의」 제181호, 대한변호사협회, 1991. 9, 26면).

628) 곽윤직, 전게 「채권각론(제6판)」, 246면; 이은영, 전게 「채권각론(제5판)」, 503면; 我妻榮, 前揭書, 586面.

629) 최창렬, 전게 “안전배려의무의 체계”, 152면.

부수의무는 급부의무인 주된 채무의 내용을 실현하기 위하여 적절한 배려와 주의 를 베풀어야 하는 의무로서, 급부의무의 발생, 이행, 소멸의 과정을 통하여 급부에 실현되는 계약이익의 유지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보호의무는 급부의무와 함께 채권관계 상호간의 이른바 현상이익 내지 완전성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요청 된다.630) 보호의무는 채권관계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양 당사자간의 특 수한 사회적 접촉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수적 의무가 아니고 신의칙 에서 구한다.

나. 독립적 의무설(노동계약설)

안전배려의무는 급부의무에 부수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노동시장 등에서 노동 자의 생명․신체 등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필연성이 있는 점에 비추어 사용자에게는 고용계약상의 보호의무보다도 질적으로 고도의 의무이다. 즉 노동자 개인의 부주의 까지도 예측하여 불가항력 이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의 조치를 취해야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는 계약상의 본질적인 급부의무라고 한다.631) 이 견해는 주로 노동법학자들에 의해 주장되는데, 노동법학에서 특수한 근로계약상의 안전배려의무 에 관심이 집중되는 결과 기타 계약유형의 안전배려의무와 계약책임론 일반에 있어 서 안전배려의무론의 위치에 관한 채무구조에는 관심이 적다고 평가된다.632)

안전배려의무는 그 근거가 헌법 제25조의 생존권 및 제27조의 노동권의 보장 아 래서 노동자의 생존권 확보의 이념에 의하여 신의칙상 노동자의 생명․신체․건강 상의 침해를 방지하여야 할 규범적 의무가 요청된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이 견해 는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가 본질적 의무이므로 사용자의 책임을 배제하는 합의는 허용되지 않고 노동자의 과실을 이유로 하는 상계도 제한하며. 사용자의 안전배려 의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노동자의 증명책임을 경감하는 방향으 로 접근하고 있다.633) 대체로 안전배려의무는 계속적 채권관계에서 문제되고, 그 의

630) 김덕중. “민법상 안전배려의무의 법리에 관한 고찰(판례를 중심으로)”, 「법학연구」 제24집 제3호, 원 광대학교 법학연구소, 2008. 9, 102면.

631) 김형배․김규완․김명숙, 전게서, 879~880면; 平田秀光, “産業災害におけろ安全保護義務再論(一)”, 「勞 動判例」 第295號, 1978, 7面; 罔村親宜; “産災におけろ企業責任論”, 「季刊勞動法」 第82號, 1971, 59面;

桑原昌宏, 前揭書, 233面.

632) 下森定, 前揭論文, 237面.

633) 최창렬, 전게 “안전배려의무에 관한 연구”, 106면.

무의 근거는 인적 급무의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있다고 한다.

다. 안전배려의무 2분설

안전배려의무는 계약관계에서의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의무라고 하면서 그 적용영 역이 고용계약이나 근로계약의 범주를 초월하여 확장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부수의무 내지 보호의무로서의 성격을 갖는 안전배려의무와 고용계약에서 안전배려 의무를 급부의무로서의 성격을 갖는 안전확보의무로 2분하여 파악하는 견해이다.634) 이는 수단채무와 결과채무의 구분을 고려한 것이다. 보호의무로서의 안전배려의무 는 채무자가 상당한 위험방지조치를 하여야 할 선관의무인 수단채무를 부담하여야 할 통상의 의무라고 한다. 반면 안전확보의무는 계약적 접촉에 의한 사고발생 위험 성이 현저하게 높은 것에 주목하여 상대방의 안전확보 그 자체를 의무내용으로 하 는 급부의무로서 만전의 사고방지 장치를 강구하여야 할 결과채무에 속하는 절대적 의무이다. 이 견해가 의도하는 것은 안전배려의무의 효과를 사후적 구제로서의 손 해배상에 그치지 않고 사전적 구제로서 노무급부거절권 및 안전배려의무의 이행청 구권을 인정하려고 하는 점이다.

통상의 안전배려의무에서는 채권자가 구체적인 안전배려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사 실 등을 주장 증명해야 하고 채무자는 무과실의 증명으로 족하지만, 안전확보의무 에서는 채권자가 단지 추상적인 안전배려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사실 및 손해발생 사실만을 주장하면 되고 채무자가 면책되기 위해서는 불가항력 또는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입증되어야 한다.635) 특히 고용계약에서의 안전배려의무는 사용자가 생산시 설이나 기계설비 등 작업환경으로부터 노무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하여 적극적 인 조치를 강구해야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전자에 속하는 것으로 의료 계약, 재학계약, 임대차계약 등이 있고, 후자에 속하는 것으로 고용계약, 운송계약, 그리고 결함상품에 의한 사고관계가 있다.

634) 송오식, 전게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153면; 宮本健臧, 前揭論文, 193面 以下. 下森定, “契約責任(債務 不履行責任)の再構成”, 「現代民法學基本問題(中)」, 第一法規, 1983, 163面 以下.

635) 이정식, 전게 “안전배려의무의 법리에 관한 고찰”, 402면.

라. 검토

급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순수하게 채무불이행책임으로 취급할 수 있지만, 보 호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 경합하고, 양 책임을 이익형량화 하여 법적 효과를 도출할 수 있다.636)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타인에 게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업무상 주의의무 위 반으로 인정하여 불법행위책임으로 해결한다. 계약체결상의 과실로 인하여 거래상 대방에게 안전배려의무 또는 사회생활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도 통설은 불법 행위책임으로 파악하고 있다.637)

채무불이행책임은 계약의 주된 급부의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위한 제도이며, 부수적 의무인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신체손해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채무의 내용에 보호의무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면 계약존속 중에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

채무불이행책임은 계약의 주된 급부의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위한 제도이며, 부수적 의무인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신체손해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채무의 내용에 보호의무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면 계약존속 중에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