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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 국토·도시계획

문서에서 국토발전 미래 어젠다와 정책방향 (페이지 117-123)

계획과정에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주민과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 한 첫걸음이다. 국토의 주인은 주민이다. 그렇지만, 국토·도시계획 수립은 아직도 행정과 전문가의 몫이다. 주민이 공청회와 공람을 통해 국토·도시계획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1981년 도시계획법이 개정된 이후이며,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과 더불어 주민참여 기회는 조금씩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국토·도시계획과정 에 주민이 참여하면, 국토·도시정책에 대한 주민의 이해를 높여 실천성을 높이고, 주체 사이의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타협할 수 있게 도와주며 주민의 책임성을 높여 지속가능한 국토·도시정책의 기틀을 다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국토계획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토·도시계획과정의 주민참여는 공청회 와 계획안 공람을 통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그러나 행정과 전문가가 마련한 계획에 참여하는 것이기에 한계가 있다. 지방의회의 의견청취나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자문을 통한 참여도 주민에게는 쉽지 않다. 이밖에 기반시 설의 설치·정비와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지정·변경과 지구단위계획의 수립·변경 등 도시관리계획의 입안과정에서 주민이 제안할 수 있도록 한 입안 제안(법 제26조) 제도가 있다.

아직은 도시계획의 공공성과 행정의 주도성 때문에 도시계획과정에서의 주민참여가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국내외 사례에서 주민참여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2년에 수립된 청주시 도시기본계획 수립 사례가 있다. 주민과 지역시민 단체들이 계획입안 단계부터 참여하여 행정과 전문가와 함께 도시의 미래상과 비전을 설정하였다. 주민에게 매우 민감한 사항인 개발제한구역해제에 따른 취락지구 경계선 설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었던 점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주민참여 도시계획이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미국의 시애틀 시는 정책프레임워크 개발, 도시기본계획안 수립, 이를 구체화시키는 근린계획 프로그램 개발의 세 단계를 밟아 시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계획안 마련을 위한 정책프레임워크 개발에 1,2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하였고, 시는 주민이

근린계획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였다. 한편 캐나다의 밴쿠버 시는 도시계획 수립과정에서 시민들이 핵심 역할을 하였는데, 시민의 참여는 아이디어 창출, 아이디어 박람회, 선택, 계획 채택의 네 단계로 이루어졌다. 근린주구의 지역비전 은 문장·그림·사진·지도를 포함한 구체적인 서류형태로 주민들이 직접 마련하였다.

독일의 졸링겐시는 계획세포제도를 통해 도시계획의 주민참여를 실현하고 있다.

시가 주민을 무작위로 뽑고 이들이 계획을 작성하면, 시에서 이를 바탕으로 도시계획 을 수립하는 방식인데, 계획 수립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외국사례처럼 도시계획에서의 주민참여가 활성화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부작용 도 생기고 있다. 2007년에 주민소환제가 도입되자 일부 지자체장에 대한 주민소환투 표가 추진되는 등 주민과 소통하지 못한 행정주도의 도시정책 추진과정에서 예산과 시간이 허비되는 사례가 생기고 있고, 이에 대응하여 시민사회운동에서 도시계획과정 에 주민참여를 활성화시키려는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 지방자치 경험을 바탕으로 행정주도형 도시계획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힘써야 하며, 다양한 이해주체들의 주장을 조정하기 위해 주민참여 기회를 더욱 확대시켜야 한다. 도시계획 과정의 주민참여는 계획단계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토계획법에서도 도시관 리계획의 입안 제안, 지방의회의 의견청취,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단계에서 주민참 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문제는 주민참여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어도 주민의 도시계획 전문지식 부족과 참여방식의 제한으로 주민참여가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다 는 점이다. 주민참여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적극적인 주민참여 방법인 도시관리계획의 입안 제안제도를 적극 활용하 여야 한다. 입안 제안제도의 경우 입안권자에게 제안하는 것이기에 주민으로서는 간접적이라는 한계가 있고, 제안서에 도시관리계획도서와 계획설명서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도시계획의 비전문가인 주민의 손만으로는 힘에 벅찬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주민이 일상으로 생활하는 마을과 자주 이용하는 어린이공원·보행자도로·

광장 등 익숙한 공간을 대상으로 제안하기에 주민이 주도성을 갖기가 한결 쉽다.

따라서 주민들이 일상생활공간의 공원·광장 등 기반시설을 대상으로 계획을 입안 하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행정·전문가·공공기관·시민사회단체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무원의 지역 전담제, 도시 전문가의 파견, 주민제안에 대한 공공부문의 지원, 마을 만들기 사업 공모, 주민협의체 구성·운영 지원 등이 각 주체가 주민참여를 현실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2) ‘도시권(都市權, Right to the City)’의 제도화

1960년대 후반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가 ‘도시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the city, 도시권(都市權))’를 처음 주장한 이래, 이 개념은 더욱 정의롭고 평등한 도시생활이나, 도시계획 및 도시행정에 대한 더욱 많은 참여를 의미하는 용어가 되었다. 도시와 관련된 실천 활동에서 도시권 개념에 입각하여 현실 도시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콜롬비아와 브라질에서는 도시개발 및 관리와 관련된 집합적 권리로서 도시권 을 도입한 도시 관련 법률이 제정되었다. 바르셀로나, 몬트리올 등 여러 도시에서 도시권 개념에 바탕을 둔 도시 헌장과 도시 조례들이 제정되었으며 최근에는 유네스코와 유엔-해비타트(UN-Habitat) 같은 유엔 산하 국제기구들이 도시권 연구와 함께, 이 개념에 입각한 도시 정책들을 소개 보급하고 있으며, 도시권 세계 헌장을 제정하였다. 이른바 세계시민사회의 ‘도시권에 관한 세계 헌장(The World Charter on the Right to the City)’이 바로 그것이다.

이 헌장에 따르면 도시란 사회적 기능을 해야 하는 곳이라 볼 수 있다. 사회적 기능이란 경제적 성취의 야심을 고층으로 쌓아올리는 곳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삶을 돌보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시민의 복지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인간다운 생활에 필수적인 것들을 평등하게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기능을 위해 정부 및 지자체의 운영은 민주적이어야 하고 투명해야 한다. 시민들은 연대의 의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이런 권리를 추구할 수 있다.

도시권의 핵심요소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정의의 원칙을 고려하는 도시의 평등 한 사용권이다. 도시권은 모든 도시 거주민의 집단권, 특히 취약하고 냉대 받는 사람들의 권리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성, 연령, 인종, 민족, 정치적

및 종교적 지향성에 따른 차별 없이 문화적 기억과 정체성을 보존할 도시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시민이란 영구적으로나 일시적으로나 그 도시에 사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

도시권에는 몇 가지 원칙들이 있다. 첫 번째는 도시의 민주적 운영이다. 모든 시민은 직접적으로나 대표를 통해 도시의 관리, 도시 계획 및 통치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모든 시민은 도시의 계획, 설계, 관리, 운영, 복원 및 개선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두 번째는 도시의 사회적 기능이다. 도시는 모든 사람에게 도시의 경제, 문화 및 자원을 완전히 이용할 것을 보장해야 제 사회적 기능을 하는 것이다. 평등한 분배 기준을 준수하고 문화와 생태의 지속가능성을 존중하고 오늘의 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해 모든 시민의 복지가 자연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계획과 자본이 시민의 혜택을 위해 이행될 때 도시는 제 사회적 기능을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재산의 사회적 기능이다. 도시와 시민에게 속한 공공 및 사유 공간과 재산은 사회적, 문화적 및 환경적 이익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이용되어야 한다. 모든 시민은 사회정의의 이상 위에서 지속가능한 환경의 조건 하에서라는 민주적인 변수에 기반하여 도시 영토의 소유권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공공정책의 형성과 이행은 성 평등과 환경평등, 안전과 더불어 수행되어야 한다.

네 번째는 시민권의 완전한 행사이다. 도시는 평등과 정의, 거주지의 사회적 생산을 완전히 존중하는 속에서 모든 사람의 존엄성과 집단적 복지를 보장하는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의 실현을 위한 장소여야 한다. 모든 사람은 도시에서 연대의 의무를 지는 동시에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및 환경적 발전에 필수적인 조건을 찾을 권리가 있다.

다섯 번째는 평등과 비차별이다. 이 헌장에 새겨진 권리는 영구적으로나 일시적으로 나 도시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연령, 성, 성적 지향성, 언어, 종교, 의견, 인종 및 민족적 출신, 소득 수준, 시민 또는 이주자 상황에 따른 어떤 차별도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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