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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방법상의 문제점

문서에서 행정조사의 실태와 개선방안 (페이지 125-145)

1. 일제조사 관행의 지속

대부분의 법에서는 행정조사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 고 있다. ‘업무수행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 혹은 ‘법 시행상의 필요’, ‘직무상 필요한 경우’ 등과 같이 포괄적으로 규정한 경우가 전체의 61%를 차지한다. 단순히 행정기관에 조사권한이 있다고 만 규정하고 있는 경우도 9%나 된다.

행정조사 요건을 이같이 규정함에 따라 피조사자는 언제, 어떠 한 사유로 조사를 받을지 사전에 알 수 없다. 즉 행정조사에 관한 예측가능성이나 투명성이 크게 결여되어 있어 기업은 혐의 없이도 조사받을 수 있고, 이 같은 조사에 항변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행정조사에 관한 이 같은 법조항들은 형사소송법에 비해 지나 치게 포괄적이다. 형사소송법은 수사개시 요건을 고소, 고발 혹은 자수 등의 경우나, 내사단계를 거쳐 범죄를 인지(입건)한 경우에 만 수사하도록 규정한다. 임의수사의 경우에는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어야 하며, 강제수사를 할 경우에는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으로 발부받아야 한다. 체포되더라도 피의자는 묵비권을 행 사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조사는 법에 조사요건을 ‘법 위반혐의를 인지한 때’

와 같이 구체화한 경우에도 ‘직권조사’45)라는 명분으로 혐의 포착

45) 직권조사는 본래 소송상의 용어로 법원이 당사자의 항변이나 이의를 기다리 지 않고, 또는 당사자간의 다툼의 유무에 관계없이 소송상의 사항에 관하여 자진하여 고려하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나 중소기업

과 상관없이 조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소속된 기업집 단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조사받기도 한다. 이 같은 일괄조사 관행은 특정기업에 법위반 혐의가 인지되더라도 바로 확인하지 않고, 뒤로 미루었다가 일제조사 시기에 한꺼번에 조사하려는 행 정편의주의나 조사기법의 낙후에도 상당부분 기인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탓은 법에 조사요건이 구체화되지 않은 데 있다.

이 같은 조사관행에 대해 “일제조사”, “투망식 조사”, “행정편 의적 조사”라는 지적이 끊이자 않자 일부 부처에서는 조사방식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IMF 이후 기업구조조 정 과정에서 일제조사가 불가피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행정편의 적 조사”, “투망식 조사” 등의 비판과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 었음을 감안... 그룹 규모에 따른 순위별 일제조사를 지양하고 혐 의가 있는 기업에 대해 선별적 직권조사 및 필요시 수시조사를 병행한다’고 밝혔다.46)

환경부는 ‘오염물질 배출업소에 대한 지도・점검계획 수립시, 사 업규모와 위반횟수 등을 고려한 객관적 기준에 의해 조사대상을 선정하여 지도점검 업무의 투명성을 강화’하기로 하였다.47) 국세 청은 ‘세무조사의 방향과 선정기준을 사전에 공표하여 납세자의 두려움을 해소하고, 조사대상은 컴퓨터에 의해 과학적 방법으로 불성실 신고자 위주로 최소로 선정’하기로 하였다.48)

이 같은 개선노력에도 불구하고 행정조사 방법은 조사의 객관 성, 공정성, 예측가능성 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청 등에서는 하도급거래 등의 조사를 직권조사라고 표현하고 있다(공정거래 법 제22조, 중소기업간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27조 등).

46) 공정거래위원회, ‘부당내부거래관련 조사방법 개선 보도자료’, 2004.2.24.

47) 환경부, 「2003년도 부패방지 제도개선 세부실천과제」, 2003.8.

48) 국세청, 「세정혁신, 세무조사시스템 개선」,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

2. 중복조사의 개선 미흡

우리나라 행정규제의 특징 중의 하나는 부처간은 물론, 부처 내에서도 유사하거나 사실상 중복되는 규제가 많다는 점이다.49)

’98년에 규제개혁위원회가 출범한 이래 많은 규제가 개혁되어, 피 규제자들이 개선을 요구하는 규제는 대부분 중복규제50)이다. 중 복규제가 존재하는 한 규제를 줄이더라도 피규제자들이 느끼는 규제개혁의 체감도를 높이기는 어렵다. 피규제자들이 같은 사안 으로 여러 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제재를 받을 때 불만은 높 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T) 등 과학기술의 발전과 기술융합, 그리고 경제 의 퓨전fusion화 현상으로 전통적인 산업분류는 달라진 경제현실 을 반영하지 못한다.51) 이에 따라 종래의 산업분류 방식에 의해 편제된 중앙부처간의 업무구분은 불명확해지고, 그만큼 부처간의 중복성 규제는 늘어나고 있다. 다음 장의 정책개선과제 중 중복 조사 개선방안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토지, 식품, 사업장 안전, 투자 등 기업활동이 많은 분야에는 여러 부처가 업무를 분장하며

49) 규제개혁위원회, 󰡔2000년도 규제개혁백서󰡕, 2001.5, p.27.

50) 중복규제(dup licated regulation)는 사실상 동일한 행위에 대하여 여러 행정기 관에서 규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복규제는 같은 내용의 서류를 여러 기관 에서 제출요구, 유사한 내용의 검사와 교육 실시, 기준만 조금 다를 뿐 사실 상 같은 내용의 규제를 가하는 것들이 주를 이룬다.

51) 이러한 이유로 통계청은 일부 산업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것을 기 초로 작성한 분류표(정보산업, 관광산업, 환경산업)와 국내 행정기관의 요청 을 토대로 작성한 분류표(정보통신산업, 물류산업, 문화산업, 스포츠산업)는

“특수분류” 대상으로 규정하여 별도로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 통계청 홈페 이지(www.nso .go .kr) 통계표준분류의 산업분류 참조.

관련법도 많다.

예로 사업장의 안전관련 검사부문을 보자. 사업장 안전과 관련 해서는 노동부・환경부・산업자원부 등 5개 부처가 업무를 분장하 며, 관련법이 15개에 달한다. 이 분야의 중복조사는 <표 4-8>에 서 보듯이 부처간은 물론, 부처내, 지자체, 산하기관간에도 걸쳐 있다. 이러한 중복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기업활동규제완 화특별조치법은 제47조에서 검사의제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고압 용기 등의 일부 분야에 한정되어 있어 실효성이 낮다.

<표 4-8> 산업안전 관련부처 및 담당기관

안전분야 법률 담당기관

정부 산하기관

근로자 산업안전보건법, 진폐예방 및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노동부 한국산업안전공단

토목, 건축시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건설기술관리법 건설교통부 시설안전기술공단

가스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액화석유가스의

안전 및 사업관리법, 도시가스사업법 산업자원부 한국가스안전공사

전기 전기사업법 산업자원부 한국전기안전공사

에너지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집단에너지사용법 산업자원부 에너지관리공단

광산 광산보안법 산업자원부

승강기 승강기 제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산업자원부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유해물질 유해화학물질관리법 환경부 환경관리공단

위험물・소방 소방법 행정자치부 한국소방안전공사

기업규제완화 기업활동규제완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산업자원부

자료 : 한국행정연구원, 󰡔부처별 중복규제 일원화방안 : 산업안전분야󰡕, 2003.

주 : 교통안전에 관한 내용과 검찰・경찰의 조사는 제외하였음.

이 같은 중복성 규제로 인하여 고압가스시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석유화학업체는 여러 기관으로부터 유사한 내용의 검사를 받고 있는데, <표 4-9>는 한 석유화학업체가 1년간 받은 안전점 검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중복규제의 개혁이 절실하지만 중복규제를 정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앙부처 통폐합과 같은 정부조직 개편이나, 부처간 의 중복기능에 대해 완벽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부처들은 기존의 규제를 지속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복규제는 존속되기 때문이다.

<표 4-9> 석유화학업체의 안전점검의 중복조사

근거법령 점검기관 점검대상/내용 또는

조사(점검)명

점검 횟수

1회당 조사기간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에너지관리공단 열사용 기자재 정기안전

점검 1 10

전기사업법 한국전기안전공사 수전설비 및 비상발전

설비 안전점검 2 1

고압가스안전관리법 한국가스안전공사 SMS 사후확인검사 1 2

고압(액화)가스법 한국가스안전공사 고압가스시설 정기검사

(압력용기 포함) 5 4

원자력법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정기검사 1 1

산업안전보건법 한국산업안전공단 정기검사(크레인

호이스트, 압력용기) 4 2

소방법 소방서 소방시설 정기점검 1 1

산업안전보건법 노동부/산업안전공단 중대산업재해 예방 및

PSM 이행실태점검 2 3

고압가스안전관리법 한국가스안전공사 특별안전점검

(배관, 염소탱크로리 등) 2 1

고압(액화)가스법 시청/가스안전공사 고압가스 제조시설/

특별안전점검 2 2

<표 4-9> 계속

근거법령 점검기관 점검대상/내용 또는

조사(점검)명

점검 횟수

1회당 조사기간

산업안전보건법 한국산업안전공단 특별안전점검

(협력업체 안전관리) 1 1

소방법 소방서 특별안전점검

(소방시설, 위험물관리) 2 2

소방법 소방서 소방환경영향평가 1 2

산업안전보건법 노동부/산업안전공단 특별안전점검(작업

환경, 운송, 보호구 등) 2 1

해양오염방지법 해양수산청 부두 위험물 안전점검 1 1

원자력법 과학기술부 방사성 동위원소관리

(특별점검) 1 1

소방법 감사원, 소방서 특별안전점검

(위험물관리, 소화제) 1 1

고압가스안전관리법 한국가스안전공사

냉동기, 압력용기 중간/

완성검사 SMS 및 완성검사

5 1

원자력법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시설검사(변경신청) 1 1

산업안전보건법 한국산업안전공단

완성검사(크레인, 호이스트, 압력용기) PMS 확인검사

2 2

소방법 소방서 설비, 위험물 제조소

완공검사, 변경검사 2 1

자료 : 전경련, 󰡔중복규제실태와 개선방안󰡕, 2002.

그래서 각 부처들은 중복규제를 정비하기보다는 부처간 혹은 부처 내에서 실시하는 중복조사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90년대 이후부터 강구하여 왔다. <표 4-10>은 이 같은 노력을 보여준다.

노동부와 환경부는 각각 정기조사시 부처 내에서 동일한 사업장 에 대한 조사는 통합적으로 실시하도록 훈령으로 규정했다. 세무 분야에서는 동일세목에 대한 중복조사가 법으로 금지된다.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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