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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면탈 목적의 시차선임에 대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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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으로 집중투표제도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도록 하더라도 집중투표제도는 선천적 으로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회사가 동 제도의 적용을 면탈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사 선임에 시차를 두는 경우에는 얼마 든지 집중투표제도의 적용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방법을 마련하 지 않고서는 아무리 집중투표제도를 정관으로 배제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하여도 그 실 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회사가 집중투표제도의 적용을 면탈할 목적으로 별다른 경영상의 이유나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사의 선임을 시차를 두 고 하는 경우에 대한 적절한 규제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에 관한 규정을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시차 선임 자체를 법률로 금지하는 것 또한 기업의 경영에 대한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 이어서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이사의 시차 선임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유동

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로 하여금 의도적으로 집중투표제도의 적용을 잠탈하지 않도록 간접적으로 규제하 되, 관련 규정을 다소 포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 어, 회사가 동시에 선임할 수 있었던 이사들을 집중투표제도의 적용을 면탈할 의도로 개별적으로 선임한 경우에는 주주총회결의 취소사유로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4장 전자투표제도

제1절 제도의 의의 1. 도입 경위

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의 눈부신 발달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기업의 경영방 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뉴질랜드는 1993년 세계 최초로 주주총회의 전자화에 관한 입법을 그 회사법에 시행하였다(Companies Act 1993 s.124 Schedule 1 Clause 3).63) 미국 회사법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델라웨어주64) 또한 그 일반회사법(Delaware General Corporation Law, DGCL)에 전자주주총회에 관 한 법적근거를 마련함으로서 주주총회의 전자화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델라웨어주의 전자주주총회에 관한 각 규정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별도로 정 리하였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제도의 필요성 그리고 편리함 등을 고려하여 우리의 상법 또 한 2009년 개정을 통해 제368조의4를 신설하여 주주총회의 운영절차 전반에 정보통신 기술을 적용하고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주주는 보다 쉽게 주주총회의 소집통지를 받고 소집공고를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주주총회 현장에 직접 출석하거나 대리인을 보내지 않아도 전자적 방법으로 그 의결권 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제363조 제1항, 제542조의4 제1항).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이 대기업집단과 그 계열회사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소수주주들은 주 주총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더라도 재벌의 절대적인 지배력으로 인해 회사의 경영 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었고, 이제는 그런 목소리를 내는 것 마저 어려운 구 조가 갖추어져 주주총회가 형해화 되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전자투표 63) 허원준, “주주총회의 전자화 방안에 관한 연구”, 연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석사학위 논문,

2017. 2, 70면.

64) 델라웨어주 법원에서 회사법 사건에 관하여 판시하는 판결의 내용들은 미국의 다른 주 법 원에서도 참고할 만큼 권위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미국 상장회사의 50% 이상 그리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60%가 델라웨어주의 일반회사법에 기초하여 설 립될 정도로 다수의 기업이 해당 법의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를 통한 경영정보의 신속하고 용이한 제공, 편리한 주주총회 참여의 수단 제공은 소수주주로 하여금 보다 원활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장려할 수 있는 수단 으로 관심 있게 다루어졌다.65)

그리고 위 개정상법은 그 시행령에 전자투표의 관리업무를 각 회사가 직접 수행할 수도 있지만 그 선택에 따라 전자투표의 관리업무에 전문화된 기관에 위임할 수 있게 하였으며(시행령 제13조 제2항), 이에 따라 2010년부터는 한국예탁결제원에 의해 전자 투표제 관리서비스가 시장에 제공되기 시작했다. 참고로 2014년에는 자본시장법의 시 행령 개정을 통해 의결권 대리행사의 권유 절차에도 전자적 방식을 적용한 전자위임장 권유제도가 도입되어 한국예탁결제원에 의해 그 관리서비스 역시 시장에 제공되고 있 다.66)

2. 도입 취지

우리나라 대다수 상장회사와 그 계열회사들의 주주총회가 재벌로 대변되는 지배주주 가 설정한 방침에 따라 진행되는 형식적 행사로 전락하였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 니다. 이러한 사실은 2014년 상장회사 주주총회백서에 나타난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동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주주총회는 평균 32.4분에 걸쳐 개최되 고 종결되었으며, 10분에서 20분 만에 끝나는 경우도 22.2%나 되었다. 또한 회사에서 준비하여 주주총회에 상정한 안건의 통과율은 99.9%에 달하는 반면, 2015년 기준으로 주주제안이 의안으로 상정된 기업은 25개 사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승인된 건은 1건에 불과하여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67)

65) 주주총회의 형해화 원인에 대해 혹자는 소수주주들의 단기투자수익 실현에만 집중하여 정 작 회사의 경영에는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나, 소수주주들이 이러한 경향을 가지는 것은 그들의 의사가 어차피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 이며, 아울러 주주총회의 형해화에는 소수주주들의 이러한 경향 외에도 소수주주의 주주총 회에 대한 접근성을 제약하는 운영방식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같은 견해로는 장영수, “전자 투표제도와 전자위임장권유제도의 운영현황과 개선과제”, 증권법연구 제16권 제2호(2015.

8.), 한국증권법학회, 171면.

66) 다만 전자투표제도와 전자위임장권유제도 모두 그 관리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요건 등 이 구체적으로 법제화되어 있지는 않다. 때문에 한국예탁결제원은 개별 발행회사 또는 위임 장 권유자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그러한 사적계약에 따라 발행회사 또는 위임장 권유자를 위해 전자투표 관리업무 또는 전자위임장권유관리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67) 황현영, “2015년 상장회사 정기주주총회 현황과 과제”, 선진상사법률연구 제71호(2015. 7.), 법무부, 131면.

이처럼 지배주주를 제외한 주주들의 의사가 주주총회에 반영되기도 어렵고 실제로 승인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보니 자연스럽게 주주들의 주주총회에 대한 관심과 참석 률 또한 낮게 나타나고 있다. 현행법상 주주총회의 결과를 공시할 때 주주들의 참석률 을 반드시 기재할 것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그 정확한 수치를 파악할 수는 없으나, 그나마 공시된 자료들에 의하더라도 매 년도 25%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68) 참고로 독 일의 경우, 1970년대에는 통상 70%의 주주총회 참석률을 보였고 2000년 이후로는 30

〜40%의 참석률을 보이고 있으며,69) 30대 상장회사(DAX 30)의 경우에도 1998년 기준 으로 60.95%, 2004년 기준으로 47.29%를 보여 비록 주주총회 참석률이 하락하는 추세 에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경우보다 높음을 알 수 있다.70)

주주총회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상법 또는 정관에서 정하는 사항에 대해서 결의를 할 수 있는데(상법 제361조), 상법은 각 의안의 중요도에 따라 결의의 성립에 필요한 다수결의 요건을 구분하고 있다. 그 결의사항은 크게 보통결의사항, 특별결의사항 그리 고 특수결의사항으로 구분된다.71) 일반적으로 결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정한 수의 의결권을 가지는 주주가 출석하여야 하고(의사정족수), 이후 그 출석한 주주의 의 결권을 기준으로 일정비율을 초과하는 다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의결정족수). 이처럼 결의의 성립을 위해 의사정족수를 요구하는 이유는 주주총회결의에 주주의 대표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이고, 의결정족수를 요구하는 이유는 주주총회에 참가한 주주들을 통 68) 김화진, “주주총회 관련 제도의 개선을 통한 상장회사 주주권의 강화”, 선진상사법률연구 제

73호(2016. 1.), 법무부, 7면.

69) Henrik-Michael Ringleb et al, Kommentar zum Deutschen Corporate Governance Kodex 81(3. Aufl., C.H.Beck, 2008).

70) Friedrich Kübler & Heinz-Dieter Assmann, Gesellschaftsrecht 222(6. Aufl., C.F.Müller, 2006).

71) 각 결의사항의 주요대상은 다음과 같다.

1. 보통결의사항

: 이사, 감사, 청산인의 선임 및 그 보수의 결정, 재무제표의 승인과 주식배당, 배당금의 지 급시기 결정, 청산회사의 재무제표 승인, 검사인의 선임, 총회의장의 선임, 총회의 연기 또 는 속행의 결정, 청산인의 청산종료 승인 및 청산인 해임 등.

2. 특별결의사항

: 정관의 변경, 영업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에 관한 사항, 이사 또는 감사의 해임, 자 본의 감소, 사후설립, 임의해산, 회사의 계속, 주식의 분할, 주식의 할인발행, 제3자에 대한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 신설합병의 경우 설립위원의 선임, 합병계약서의 승인, 회사분할계획서와 분할합병계약서의 승인, 주식교환계약서의 승인, 주식이전의 승인, 휴면회 사의 계속, 이사 등에 대한 주식수선택권 부여 등.

3. 특수결의사항

: 이사 또는 감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 면제, 유한회사로의 조직변경 등.

해 주주 전체의 의사를 도출해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상법은 1995년 개정을 통해 의사정족수 요건을 전면 폐지하고 의결정족수 요건만 남긴 다음, 폐지된 의사정 족수 요건을 대신하여 결의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주식총수의 일정비율 이상 의 요건(발행주식총수 요건)을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현행 상법에 의할 경우 발 행주식총수 요건이 실질적으로 의사정족수 요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 다.

이에 따라 보통결의사항에 대해서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가 요구되고, 특별결의사항에 대해서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가 요구되며, 특수결의사항에 대해서 는 발행주식총수의 전부를 소유하는 총주주의 동의가 요구된다. 즉, 현행 상법은 보다 원활한 주주총회의 운영과 결의의 성립을 위해 주주총회의 성립을 위한 의사정족수를 요구하지 않고 의결정족수만으로 결의가 성립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전자투표제도는 기본적으로 위 각 결의유형에 따라 요구되는 발행주식총수 요건의 충족을 용이하게 하여 보다 원활한 주주총회 운영이 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도입된 제 도라고 할 수 있는데,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기 어려운 주주(주로 소수주주)로 하여금 주주총회의 결의사항에 대해 전자적 방법으로 그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소수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보장하는 효과도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즉, 전 자투표제도는 주주총회 운영을 위한 발행주식총수 요건의 용이한 충족을 통해 보다 원 활한 주주총회 운영을 도모함과 동시에, 소수주주의 원활한 의결권 행사가 결과적으로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도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G20/OECD의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원칙(G20/OECD Principles of Corporate Governance)을 살펴보더라도 제1편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한 기업지 배구조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으며, 곧바로 제2편에서 주주의 권리 및 공평한 대우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주주의 공평한 대우를 위한 구체적 방안 중에는 “Impediments to cross border voting should be eliminated"라고 하여 국외에 있는 주주라 하더라도 그 의결권 행사에 장애가 없도록 배려할 것을 권장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결국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72)

72) OECD의 기업지배구조원칙(OECD Principles of Corporate Governance)은 1999년 제정되어 2004년 1차 개정이 이루어진 원칙으로, 본 논문에서 인용한 위 G20/OECD의 기업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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