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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규율체계의 개선

문서에서 저작자표시 (페이지 39-44)

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연성규범에 속한다.

금산분리의 원칙은 감시자인 금융과 감시대상인 산업은 분리되어야 하고 감시대상인 산업이 감시자인 금융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핵심 골자로 하는 것으로, 우리나 라가 택하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민경제의 다양한 제도와 상호 보완관계를 형성해야하기 때문에 이러한 원칙을 현실에 적용하는 구체적 방법은 시대, 국가, 그리고 업종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또한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현행 금산분리 규제체계는 상당히 경직적인 것으 로 볼 수 있다. 은행법, 자본시장법, 보험업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다양한 법률에 근 거한 건전성 규제와 자산운용 규제 이외에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24조의 소유 규제, 공정거래법 제11조의 의결권 규제, 그리고 (금융)지주회사제도에서의 지주 회사 행위제한 규제 등 사전 금지적 규제방법에 지나치게 많이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사전 금지적 규제방법으로의 편중으로 인해 이미 금융산업에 진입한 산업자본(특히 재 벌)을 강하게 규제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재벌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문제가 발생하였고,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문제도 초래하였다.

또한, 경직된 규제로 인해 금융산업의 경제적·기술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 게 되어 금융산업 자체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현행 금산분리 규제체계는 과거에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산업자본이 금융산업 에 진출하고 이를 사금고화 할 유인이 강했던 시대에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금융환경이 크게 변해서 우리나라는 자본보다는 노동이 부족한 나라가 되었다. 즉, 이 미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을 사금고화 할 유인 자체가 감 소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로 금융산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 지면서 금융업의 매력 또한 크지 않다. 이 때문에 금융업에 이미 진입했던 재벌들 중 에서도 금융계열사의 매각을 고려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완전히 달라진 금융산업 환경에서 과거의 경직된 규제체계를 고수하는 것은 별다른 효과 없이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물론 지금의 사전 금지적 규제를 한꺼번에 폐지하거나 수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를 점진적으로 사후 감독적 규정으로 대체하여 지금의 사전 금지적 규제체계 하에서 발생하고 있는 규제감독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즉, 규율 수단의 체계적 합리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금산분리 규율체계의 재설계 방향을 은행권과 비은행권으로 나누어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20)

나. 은산분리 규제체계의 재설계

“은행은 (일반 사기업에 비해) 특수하다”라는 것이 전통적인 관념이었고, 이에 따라 은산분리는 사전 금지적 규제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관념에 따라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은행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두 가지 주된 요소가 바로 산업자본의 정의와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지분 소유 상한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은행법에서는 2002년 개정을 통해 동일인 중 비금융회사의 자산 규 모가 2조 원을 초과하거나 또는 비금융회사의 자본 비중이 25%를 초과하는 경우 산업 자본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소위 이중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중기준에 따라 산업자본을 정의하는 것이 문제가 된 사건에서는 모두 자산 규모가 2조 원을 초 과하는지 여부가 주된 논점으로 다루어졌다.21) 그러나 다른 국가들, 특히 우리나라만큼 이나 은산분리 규제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하는 미국조차도 산업자본에 해당하 는지 여부를 정할 때에는 단일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즉, 산업자본을 정의함에 있어 자 산 규모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는 없고, 자산·자본·수익 중에서 비금융업이 차지하 는 비중만을 기준으로 산업자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산업 자본의 정의에 관한 우리나라의 현행법 규정은 산업자본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설정 하도록 하고 있어 금융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신규자본의 유입을 억제하는 결과를 초 래하고 있다.

반면, 산업자본은 은행(지주회사) 지분을 4%를 초과하여 보유할 수 없게 되어 있는 데, 이는 지나치게 경직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를 초과하는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10%까지 보유할 수는 있지만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미 국의 경우, 산업자본이 보유한 은행지분이 5% 미만일 때에는 다른 반대 증거가 없는 한 비지배로 간주하고, 25% 초과 지분을 보유할 때에는 역시 다른 반대 증거가 없는 한 지배로 간주하는 이중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지분 율 5∼25% 구간에서는 감독당국의 재량적 판단을 인정하고 있다.22)

20) 김상조, 앞의 토론회자료, 23-24면.

21)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테마섹의 하나금융 지분 취득, 우리금융지주 산하의 지방은행 매 각, 그리고 최근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등의 사건을 들 수 있다.

22) 김상조, 앞의 토론회자료, 25면.

이에 비추어보면, 우리나라의 은행(지주회사) 지분소유 상한규제는 결코 합리적이라 고 보기 어렵다. 산업자본에 의한 은행의 지배를 막는다는 이념 하에 도입한 각종 사 전 규제적 제도와 이에 대한 철저한 신봉이 오히려 이미 금융산업에 진입하여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산업자본(특히 재벌)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은산분리 규제체계가 그 시대적 사명을 다 하였음을 인정하고 현실에 맞는 새로운 규제체계를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다. 비은행권 금산분리 규율체계의 재설계

현행 비은행권 금산분리 규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산업자본을 지나치게 폭넓게 정의 하고 있어 그 규제대상이 지나치게 넓고, 이에 대해 일률적이고 경직적인 규제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사실상 이미 금융업에 진출한 재벌들을 효율적으로 규제할 수 없고 오 히려 그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에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 대란의 충격을 거치면서 상당수 재벌들이 아예 금융업에서 철수해 버리거 나 그 비중을 줄였으며,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금융업의 장기 침체가 이어짐에 따 라 새롭게 제2금융권에 진출할 유인마저 줄어들었다. 그 결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감독해야 할 대형 금융그룹은 10개 정도로 축소되었으며, 이들이 제2금융권 전체 자산 및 자본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삼성과 한화 등 금산결합그룹 및 미래에 셋, 교보, 한국투자금융 등의 금융전업그룹이 금산분리 규제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아래 각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3] 30대 민간기업집단의 금융계열사 및 전체 계열사 수 대비 비중 추이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각 연도 발표자료

비은행권 자본총계 (조 원)

점유비중(%)

1위 삼성

2위 한화

3위 미래

4위 교보

5위 현차

6위 한투

7위 동부

8위 현대

9위 롯데

10위 태광

* 동양

10개 합계

11개 합계

‘02.4월 18.8 43.2 1.1 1.8 3.6 3.8 5.7 2.3 2.0 0.3 0.1 3.6 63.9 67.5

‘03.4월 37.8 30.6 2.4 1.0 3.2 2.2 3.3 1.6 0.3 0.6 0.3 1.1 45.5 46.6

‘04.4월 32.7 32.9 5.8 1.4 4.1 2.3 6.5 1.8 3.6 1.4 0.4 0.9 60.2 61.1

‘05.4월 46.8 27.8 5.6 1.2 3.0 1.6 3.3 1.6 2.4 1.1 0.5 1.3 48.2 49.4

‘06.4월 52.5 27.6 6.3 1.6 3.3 2.2 4.5 1.7 2.3 1.3 0.7 1.6 51.6 53.2

‘07.4월 64.5 23.6 5.7 3.4 2.9 3.1 5.4 1.5 2.3 1.4 0.8 1.5 50.1 51.7

‘08.4월 76.1 23.4 5.3 4.1 2.9 3.4 5.2 1.4 2.0 1.5 0.7 1.8 49.9 51.7

‘09.4월 89.9 21.3 5.1 4.5 3.3 3.5 5.4 1.8 2.5 1.5 0.5 1.9 49.4 51.3

‘10.4월 96.3 19.2 4.8 5.5 3.6 4.2 4.6 1.7 2.4 1.7 0.7 1.9 48.4 50.3

‘11.4월 116.5 22.4 6.4 5.0 3.9 4.0 4.3 1.8 2.1 1.7 0.7 2.1 52.3 54.4

‘12.4월 130.2 23.5 6.0 5.1 4.1 4.4 4.0 1.9 2.1 1.8 0.7 2.2 53.6 55.8

‘13.4월 151.4 23.2 5.5 4.4 3.9 4.2 4.0 2.3 2.1 1.7 0.8 1.9 52.0 53.8

‘14.4월 167.0 24.1 5.1 4.8 4.0 4.1 3.7 2.5 1.9 1.7 1.0 53.0

‘15.4월 179.8 23.0 5.7 4.9 4.1 4.1 3.6 2.6 1.8 1.7 1.0 52.6

[출처] 김상조, “재벌개혁의 전략과 과제”, 야3당 정책연구소 공동시국토론회(2017. 1.), 27면.

[표 6] 비은행권 자본총계 대비 주요 10개(11개) 금산결합그룹의 점유 비중 추이

또한 우리나라의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금융그룹의 조직형태에 따른 규제에 격차가 있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체제의 경우 그룹통합감독체계가 구축되어 있어 통합적인 감독이 가능하지만, 이외의 금융전업그룹 및 금산결합그룹의 경우에는 이러한 통합감독체계가 구축되어있지 않아서 여전히 개별 금융회사 단위로만 감독이 이루어고 있다. 금산결합그룹이 금융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지 않는 주된 이유 또한 통 합감독체계에 따른 통합적 감독대상에서 배제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금 융그룹의 위기를 조기에 포착하고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였다.23) 이처럼 사전 금지적 규제의 대상이 되는 소수의 대형 금산그룹 이외의 나머지 금융회사(그룹) 에 대한 감독을 현행 감독체계가 적절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 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IMF도 우리나라 금융감독체계의 위와 같은 허점을 파악하고 2015년 대한민국에 대 한 금융부문 평가프로그램 보고서(Financial Sector Assessment Program : FSAP Korea Report)24)에서 비은행권에도 그룹통합감독체계를 도입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 였고, 우리나라 금융위원회 또한 2015년 및 2016년 업무계획에서 그룹통합감독체계의 도입을 공언하였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시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등 다수의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사전 금지적 규제를 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산분리가 현실 관행으로 잘 정착되어 있는데, 이에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그룹통 합감독체계의 시행을 통한 금산결합의 편익 감소와 부담 증대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 면 비은행권에 대해서도 그룹통합감독체계를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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