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일본의 관세양허 특징과 시사점

문서에서 FTA 대상국의 농산물 협상 사례분석 (페이지 120-123)

일본은 농업부문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고려하여 대부분의 국가들 과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양허수준이 낮은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체결 하는 방식으로 지역무역협정 추세에 대응하고 있다. 낮은 양허수준으로 인 해 다자간 최혜국 대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는 규정인 GATT 24 조의 ‘실질적으로 모든 무역’(substantially all the trade)에 크게 부족한 양 허수준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하여 현행 무관세품목까지 즉시 철폐 양허 에 포함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일본은 EPA나 FTA를 체결하면서 상대국에 관세할당량(TRQ)을 설정함으로써 가시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자국의 목적과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고 있다. 즉, 상대국의 관심품목에 대하여 일본 내 파장이 크지 않 은 범위 내에서 무관세나 저율관세로 TRQ를 제공하여 실질적인 이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대신 일본의 민감품목과 민감분야에 대해서 는 양허제외 등 신축적인 방식으로 양허안을 제시하는 전략이다.

한편 일본의 농산물 양허안은 관세율 철폐 또는 인하 방식이나 인하수준, 그리고 TRQ 물량증가 방식과 수준 등 모든 사항을 세부 품목별로 지나치 게 세분하여 규정하고 복잡한 조건을 부기하여 협정의 투명성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멕시코와의 EPA에서는 농산물 품목별 특성에 따라 이행연도별 로 TRQ 물량을 증량하거나 일정기간 유지 이후 철폐, 또는 재협상을 통해 결정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명시하고 있다. 일본은 TRQ 물량관리 방식도 상대국의 수출건수마다 일본이 발행한 쿼터증서(quota certificate)를 통해 이행을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돼지고기의 경우 쿼터 내 세율에 차액 관세제도를 적용하여 복잡한 방식으로 비교적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대부분의 EPA나 FTA에서 WTO 협정의 다자간 세이프가드(SG) 협정과는 별도로 양국 간에만 적용되는 독립적인 SG 규정인 양자 간 SG(BSM)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BSM의 발동기간을 최장 4년까지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뒤 같은 품목에 BSM을

일본의 FTA 협정 91

다시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EPA나 FTA 협정 이행에 따른 수입증가 의 결과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산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조치 를 취하고 있다. 또한 SG 발동을 위한 피해조사 시 조사개시 통보 의무와 함께 조사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공식 언론에 공개하도록 규정함으 로써 무역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방지하고 있다. 아울러 조사결과 국내 산업 피해 원인으로 수입증가 외에 다른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밝혀질 경 우 BSM 발동을 불허하고 있다.

일본의 BSM 규정은 EPA 협정 체결 경험이 축적되면서 점차 정교해지 고 법적 분쟁의 여지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멕시코와의 EPA에서는 BSM 조치를 도입하면서 발동절차와 조사, 조건과 제약 등 조사 관련 사항이 여 러 조항으로 분산되고 절차 및 운용방식에 관한 내용도 중복 규정되는 등 향후 BSM 발동 시 법적 분쟁의 여지가 남아 있었지만 이후 칠레와의 FTA에서는 미비한 조항들이 상당 부분 정리되고 중복규정도 거의 개선되 었다. 조사기간을 최장 18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함으로써 신속한 발동이 가능해졌으며 멕시코와의 EPA에서 간과했던 특별 세이프가드(WTO 농업 협정 제5조: Special Safe Guard) 규정을 BSM이 저해할 수 없다고 명시함 으로써 다자간 협정과의 법적 조화도 기하고 있다.

또한 칠레와의 FTA에서는 BSM 발동국에 대응하는 권한을 강화하기 위 해 관세철폐 보류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보완한 반면, 태국과의 EPA에서는 BSM에 따른 보상(Compensation) 협의가 타결되지 않 을 경우 발동할 수 있는 보류조치(suspension)를 시행 30일 전까지 상대국에 통보하도록 규정하였다. 아울러 수입급증으로 인해 발동한 BSM 조치의 최 초 2년 이내에는 보류조치권(right of suspension)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함으 로써 자국이 수입급증으로 인한 국내산업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BSM 조치 를 취할 경우 상대국이 즉시 보류조치로 대응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게 되 었다. 산업피해에서 회복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한편 일본의 양허전략에 대응하는 상대국들의 양허방식도 변화하고 있 다. 칠레는 모든 품목이 종가세 대상이면서 중심세율 6%를 적용하는 단순 하고도 투명한 관세체계를 운용하고 있지만 일본에는 닭고기 11개 품목을 모두 양허 제외하여 현행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이 닭고기 관세 철폐

일본의 FTA 협정

92

문제를 FTA 이행 5년 차에 재협상하기로 양허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이 닭고기 종량세를 10년 철폐로 양허하자 25%의 높은 관세를 즉시 철폐한 경우와 대비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일본의 EPA나 FTA 협정이 향후 재개될 가능성이 있는 한·일 FTA 협상 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일본은 농산물 양허제외 품목을 늘리 고 양허수준을 대폭 낮추는 대신 우리나라의 관심품목에 대해 TRQ를 제 공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물 양허수준에 대한 이견이 양국 간 FTA 협상을 교착상태에 놓이게 한 직접적인 원인의 하나 일 정도로 농업부문을 중시하는 일본으로서는 협상이 재개된다고 해도 양 허수준을 높일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일본시장 수출품목 가운데 관세율이 높은 품목들을 중심으로 향후 수출증가 추세 등 합리적인 산출근거를 바탕으로 쿼터 물량을 계측할 필요가 있다.

양자 간 SG(BSM) 협상에서는 발동조건과 조사 관련 사항뿐만 아니라 보류조치 등에 대하여 품목별로 광범위한 검토를 통해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조사개시 통보 의무와 함께 공식 언론에 공개할 의무가 있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조사항목을 사전에 설정함으로써 법적인 분쟁의 소 지를 없앨 필요가 있다.

농업부문의 경우 일본과의 협상에서 상호주의를 엄밀하게 적용할 필요 가 있다. 당장은 일본시장 진출 가능성이 낮은 품목이라도 일본이 설정하 는 TRQ나 관세율 감축 계획, 또는 중간 심사나 재협상품목 등에 대해 상 호 동등한 수준으로 양허안을 작성하여 대응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일본 에 대해 전략적으로 농업부문의 대폭적인 양허제외를 허용함으로써 중국 과의 협상에서 전례로 활용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시장 농산물 수출은 이미 많은 품목에 대한 일본의 현행 관세율이 높지 않아 관 세 철폐나 인하의 효과가 예상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고 오히려 동식물 검 역 등 비관세장벽이 더 큰 문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터키의 FTA 협정 4

문서에서 FTA 대상국의 농산물 협상 사례분석 (페이지 12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