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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초보장제도가 소득, 빈곤, 소비에 미치는 효과

대부분의 공적 이전 프로그램은 특정한 위험(실업, 퇴직, 재해 등)에 노 출된 집단, 생애주기 특성이나 근로능력을 기준으로 할 때 취약한 인구 집단(아동, 노인, 장애인), 일정한 최저 기준과 비교할 때 생활수준이 낮 은 집단(빈곤층)을 대상으로 급여를 지급한다. 이들 프로그램은 특정 위 험과 취약성에 노출된 집단의 소비를 평탄화하고, 최저 생활수준에 미달 하는 빈곤층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필수적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기초보장제도는 빈곤층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사회적으로 인 정되는 최저 수준 이상의 생활을 보장한다. 기초보장제도와 같은 공공부

조는 생계, 의료, 주거, 교육 등을 지원하여 이들 영역에서의 욕구 미충족 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소한다. 빈곤은 식생활을 포 함한 일상생활의 필수적 욕구 충족을 어렵게 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질병 예방 및 치료 기회를 놓치게 하며, 위험하고 유해한 주거 환경에 노출되 도록 하고, 적절한 교육 기회를 향유할 수 없게 하는 등 개인과 가족의 생 활을 위협한다. 또한 빈곤은 한 번 그 위험에 노출되면 빈곤에서 벗어나 기가 어려운 빈곤의 함정 현상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Banerjee &

Duflo, 2011, pp.11-16). 빈곤층을 지원하는 기초보장제도는 빈곤한 개인과 가족이 겪게 되는 부정적 경험을 예방하거나 완화하고, 더 나아가 빈곤층이 빈곤 함정을 벗어나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도 록 지원하는 최후의 안전망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한편 이와 같은 기초보장제도의 긍정적 효과를 약화시키거나 부정적 효과를 발생시키게 하는 요인도 존재한다. 기초보장제도는 최후의 안전 망으로 설계되어 엄격한 선정기준을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당장 소득이 끊겼지만 집이 있다는 이유로 생계 지원이 거부되는 사례, 소득과 재산이 거의 없지만 부양의무자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 등 사각지대가 넓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이처럼 빈곤하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실태는 공공부조의 낮은 수급률(take-up rate) 문제로 제기되어 왔는데(Currie, 2006), 이뿐만 아니라 엄격한 선정기준으로 인한 늦은 수급의 문제도 존재한다. 많은 빈곤층이 빈곤 진입 과정에서 부정적 생활 사건과 고통을 겪은 후에야 기초보장제도의 지원을 받게 된다. 마치 적시 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질병이 악화하여 회복이 어려워지듯이, 기 초보장제도의 지원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원의 효과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상당 기간의 경제적 곤궁으로 성인의 건강이 악화되고 아 동 발달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가족관계가 손상된다면 기초보장제도의 지

원만으로 이들을 빠르게 회복시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기초보 장급여의 내용이나 규모가 빈곤층의 욕구를 적절하게 충족시키지 못하는 미흡한 수준이라면 기초보장제도의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기초보장제도의 지원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더라도 그 효과를 떨어뜨리 는 기제가 작동할 수 있다. 우선 공적 이전이 사적 이전을 구축할 가능성 이 있다(손병돈, 2008). 가족과 친지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빈곤층 을 지원하는 전통적 규범은 개인주의가 강화된 현재에도 어느 정도 유지 되고 있다. 그런데 가족이나 친지의 지원을 받는 빈곤층이 정부로부터 공 적 지원을 받는다면 기존의 사적 지원이 중단되거나 감소할 가능성이 있 다. 더욱이 기초보장제도는 사적 이전을 소득으로 인정하여 급여를 삭감 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지가 사적 이전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더라도 실 질적인 지원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와 같이 기초보장제도가 사적 이전을 구축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기 초보장제도의 지원 대상인 극빈층은 가족과 친지도 빈곤할 가능성이 커 사적 이전 수준이 높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만성적인 빈곤에 시달리는 극빈층에 대해 실효성 있는 수준의 사적 이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기초보장제도의 지원이 가족관계를 해체하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짐 작해볼 수 있다. 빈곤층에 대한 공적 지원이 대안적인 생계 수단을 제공 함으로써 경제적 종속성으로 유지되는 혼인관계를 해체할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Moffitt, 1992, pp.27-31; Ziliak, 2015, pp.76-81). 기초보장제도의 자산 기준이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빈곤층 이 지원을 받기 위해 이혼 등으로 가구를 분리할 유인도 존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그림 3-4〕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간에 따라 기초보장

제도 수급자의 가구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실태가 주목된다. 하지만 이러 한 변화가 기초보장제도의 유인 효과 때문이라고 판단할 증거는 없다. 전 체 사회의 1~2인 가구 증가 추이가 수급자의 가구 규모 분포 변화에 영향 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초보장제도의 가구 분리 유인 효과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더욱이 기초보장제도 수급가구 의 가구 분리가 빈곤으로 인한 가족해체의 결과인지 기초보장제도의 유 인 효과로 인한 결과인지를 구분하기도 어렵다. 이처럼 기초보장제도의 가족관계 해체 효과는 이론적 가능성으로 남아 있을 뿐이고, 이에 대한 규범적 평가에도 논쟁적 요소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가 존재한다면 기초보장제도가 빈곤층을 지원하는 효과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 해둔다.

2. 기초보장제도의 복지 함정 효과

기초보장제도는 빈곤 함정(poverty trap)을 예방하거나 빈곤탈출을 지원하는 긍정적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받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 초보장제도가 복지 함정(welfare trap)을 발생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대 표적으로 공공부조 수급자에 대한 스티그마(stigma)를 강조하는 입장이 존재한다(Moffitt, 1983). 공공부조 수급자는 사회에 만연한 수급자에 대 한 부정적 인식의 희생자가 되기 쉽고 특히 수급 행정 절차에서 경험하게 되는 관계자의 부정적 태도로 인해 자존감이 손상될 수 있다. 이러한 스 티그마는 공공부조 수급자가 경제활동과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빈곤을 벗 어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기초보장제도의 스티그마 효과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어, 수급 행정 절차나 지역사회의 부정적 인식 등으로 인한 기초보장제도 수급자의 낙인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도시화와 전산화가 크게 진척되면서 기초 보장제도 수급자가 지역사회나 행정기관에서 심각한 스티그마를 경험할 가능성이 시간에 따라 작아지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더 많이 일할수록 급여가 삭감되거나 수급 자격 상실 위험이 커지는 공공부조 제도가 수급자의 자활 노력과 의지를 감소시킬 가능성 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Moffitt, 1992, pp.6-27; Ziliak, 2015, pp.22-34). 경제학은 이를 한계세율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기초보 장제도 생계급여는 가구 규모별 최대급여액이 정해져 있고 근로소득의 100%가 최대급여액에서 삭감되었기 때문에 수급자가 일을 하더라도 생 계급여와 근로소득을 합산한 가처분소득이 증가하지 않았다.30) 이는 근 로소득에 100%의 극히 높은 한계세율을 적용한 것과 같아 수급자의 근 로의욕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급자의 경제활동과 근로소득은 생계급여액 삭감만이 아니라 기초보장제도 수급자격 상실의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2015년 개편 전 기초보장제도는 수급자 선정기준 이상으로 소득이 증가 하면 생계급여를 포함한 모든 급여의 자격이 상실되는 통합급여체계로 운영되었다. 이러한 통합급여체계하에서는 소득이 증가하여 수급자격을 상실할 때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는 소득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 이 중요하다. 생계급여만을 고려하면 근로소득의 증가량만큼만 급여가 감소하기 때문에 100%의 높은 한계세율에도 불구하고 소득역전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계급여가 0원이 되는 순간에 의료급여 등 다 른 기초보장급여의 수급자격을 함께 상실하기 때문에 한계세율이 급격하 게 증가하고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통합급여체계

30) 2020년에 근로・사업소득에서 30%를 공제하고 남은 액수를 소득으로 인정하는 변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한계세율이 70%로 낮아졌다(보건복지부, 2020, p.102).

의 소득역전 현상은 수급자의 경제활동에 과도한 불이익을 준다는 점에 서 복지 함정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1990년 대 미국에서는 AFDC와 메디케이드(Medicaid)의 수급자격 연동제도가 이와 같은 소득역전 현상(notch effect)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 기도 하였다(Yelowitz, 1995).

지금까지 논의한 근로억제 유인으로 인한 복지 함정 효과는 주로 근로 능력이 있는 집단에게 적용할 수 있는 주장일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지금까지 논의한 근로억제 유인으로 인한 복지 함정 효과는 주로 근로 능력이 있는 집단에게 적용할 수 있는 주장일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