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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설 및 구조적 위기설

그 밖에 아시아 외환위기는 국제금융시장에서의 공황심리Financial

Panic에 따라 발생한 유동성 위기라는 주장이 있다. Radelet and

Sachs(1998)는 아시아 외환위기에 있어서 국제금융시장의 공황심 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아시아 국가들에 있어서 거시경제적인 문제점들과 불균형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현재와 같은 규모의 외환위기를 발생시킬 만한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강조하는 보다 중요한 요인은 국제금융시장의 공황심리 와 외환위기 발생 직전의 아시아 국가들의 부적절한 정책대응 및 엉성하게 만들어진 국제 구조프로그램의 문제점 등으로서 이들이 결부되어 사태를 악화시킴에 따라 당초 국제투자가들의 자본회수 에 불과했던 문제를 전면적인 외환위기로 심화시키게 되었다는 것 이다.

한편 아시아 통화위기는 아시아 지역경제의 구조적 결함 때문이 라는 견해가 있다. Corsetti, Pesenti and Roubini(1998)는 Radelet and Sachs(1998)의 금융시장의 공황심리에 입각한 유동성 위기론 을 비판하면서 근본 거시경제변수에 입각한 해석Fundamental Based

55) 1997년 12월 한국에 대한 IMF 협상과정에서 미재무장관 루빈은 “협상 참여자는 IMF와 한국 정부였지만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했 다”고 밝혀 협상과정에서 미국이 개입한 것을 시인하였다. 매일경제신문, “루빈재 무, 협상과정 미국개입 시인”, 1997년 12월 5일자 참조.

Interpretation of the Asian Crisis에 의하면 아시아 통화위기는 아시아 지역에 있어서 거시근본변수가 계속 지탱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악화된 데 그 원인이 있으며, 금융시장에서의 공황심리 때문이거 나 복수균형Multiple Equilibria체제하에서 나쁜 균형Bad Equilibrium의 실현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에 의하면 아시아 경제의 전염현상도 아시아 국가들에 있어 서의 취약한 근본 거시경제변수 때문이며, 매우 취약했던 경제 펀 더멘탈들이 아시아 통화위기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제5장 아시아 통화위기의 발생원인 분석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 포함되어 있는 수많은 인과관계들 중 인지 가능한 것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인지 가능한 것 중 분석에 포함되는 것은 또한 얼마나 될 것인가? 간단한 교통접촉사 고가 일어나기 위해서도 적어도 50가지 이상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하물며 아시아 통화위기라는 엄청난 사건에 포함되 어 있는 인과관계 중 관찰자에게 인지되어 일반화하기 위한 분석 에 포함되는 부분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복잡한 인과관계에 대한 인식과 분석의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인과관계를 단순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하나의 방편으로 이 연구는 통화위기 발생에 대한 인식 프레임을 ‘사슬을 잡아당겼을 때 가장 약한 고리의 부분에서 끊어지는 것’과 유사하게 모형화하 였다.

사슬이 끊어지는 과정을 보면 우선 사슬에 있어서 전체에 대한 긴장도가 높아져 사슬이 팽팽해지고, 팽팽해진 상태에서 충격이 가해졌을 때 가장 약한 고리부분에서 끊어져 나간다. 또한 사슬에 있어서 고리들 중에 특별히 약한 고리가 없다면 전체에 대한 긴장 도가 상당한 수준까지 가해지더라도 고리들간에 긴장도의 분산에 의하여 상당한 수준의 긴장도를 견딜 수 있다. 반대로 약한 긴장 도와 외부충격이 가해지더라도 특별히 약한 고리가 있다면 쉽게 끊어져 버리게 된다.

아시아 통화위기 발생도 위기발생과 인과요인들간의 관계를 사

슬이 끊어져 나가는 과정으로 모형화하여 단순화하고자 하며, 향 후 이를 이 연구에서는 편의상 ‘가장 약한 고리 모형’으로 칭하기 로 한다.

‘가장 약한 고리 모형’을 아시아 통화위기에 적용하여 보면, 아 시아 각국 거시경제의 대내외 불균형을 심화시켜 거시경제 전체에 대한 긴장Macro Economic Tension을 높여 현재의 거시경제변수 수준 으로부터 일탈하게 하는 압력을 높인 요인(향후 ‘거시경제 전체에 대해 긴장도를 높인 요인’으로 칭하기로 한다), 경제에 있어서 다 른 부문에 비하여 취약한 부분을 형성하여 충격이 발생하였을 때 가장 먼저 파열되어 위기 발생의 촉매부분을 형성한 요인(향후

‘가장 약한 고리를 형성한 요인’으로 칭하기로 한다), 그리고 외 부의 충격요인(향후 ‘외부적 충격요인’으로 칭하기로 한다) 등으 로 구분하여 단순화할 수 있다.

이러한 모형설정에 의하면 거시경제 전체의 불균형 심화로 상당 수준 긴장도가 높아지더라도 경제 내에 특별히 취약한 부문이 형 성되어 있지 않다면 거시경제의 불균형을 상당한 수준까지 지탱해 낼 수 있다. 반면 경제 내에 ‘가장 약한 고리’부분이 크게 형성되 어 있다면 비교적 경미한 외부의 충격과 약간의 거시경제의 불균 형에 의해서도 경제가 외환위기에 휘말려 들 수 있다.

한편 거시경제 전체에 대해 긴장도를 높인 요인과 경제 내에서 취약한 부문을 형성한 요인 및 외부의 충격요인 등 3자간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 요인인가에 대한 논의는 3가지 요인이 모두 결합 되어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 그 경중을 가린다는 것이 불가능할 뿐 만 아니라 무의미한 논의라고 판단되어 생략하기로 한다.

‘가장 약한 고리 모형’에 따라 분석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 다. 아시아 통화위기는 실물부문에 있어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국

러지게 되었고, 금융 및 자본부문에서 고정환율제를 유지한 가운 데 급속한 자본자유화를 추진함에 따라 유입된 자본이 아시아 국 가들의 거시경제 불균형을 심화시켜 경제전체에 대한 긴장도를 높 였다.

또한 미숙한 자본 및 금융자유화 과정에서 취약한 금융감독에 따라 비대화한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위험부담적인 영업을 수행함 에 따라 부실화되어 위기발생에 취약한 부문을 형성하였으며, 헤 지펀드 등에 의한 공격이 외부적 충격요인을 구성하였다.

즉 아시아 지역내 국가간 분업체계의 혼선과 자본자유화에 따른 거시경제의 불균형 심화로 경제전체에 대한 긴장도가 높아져 가는 가운데 충격요인이 발생하자 부실화된 비은행 금융기관 등 가장 취약한 부문으로부터 우선 국제자본이 회수되면서 통화위기가 발 생하였다는 것이다.

한국 외환위기는 아시아에 있어서 공통된 실물부문과 자본이동 부문에 있어서의 요인 외에 추가하여 UR 협상과 OECD 가입을 위한 협상과정에서 진행된 실물과 자본부문에서의 개방이 환율절 상과 경상수지 적자 확대 등 거시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켜 ‘거시 경제 전체에 대한 긴장도’를 높였다. 또한 그 동안 당국의 비대칭 적인 금융규제에 따라 급속도로 비대화한 종금사 등의 위험을 무 시한 방만한 영업이 방치되어 오다가 위험이 현실화됨에 따라서 종금사 등이 급속 부실화하여 경제에 ‘가장 약한 고리’부분인 ‘취 약부문’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상태에서 홍콩 증시폭락 등 아시아 통화위기로 인한 외부적 충격이 가해지자 가장 약한 고리를 형성 한 종금사 등의 취약부문에서부터 자본이 회수되면서 통화위기가 발생하였다.

이처럼 한국 통화위기의 발생과정과 원인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 과 마찬가지로 많은 부분이 아시아 지역에 있어서의 국가간 국제

분업체계의 혼선과 자본자유화에 따라 거시경제의 긴장도가 높아 지고, 자본 및 금융자유화 과정에서 형성된 주로 비은행 금융기관 의 부실이 경제의 취약점을 형성하는 가운데 투기적 공격과 아시 아 통화위기 등 외부의 충격에 따라 가장 취약한 비은행 금융기관 의 균열로부터 통화위기가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서로가 많은 공통 점을 가지고 있으며 대동소이한 것으로 보인다.

보다 세부적으로 분석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아시아 통 화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의 공통적인 요인들을 보게 되면 우선 실물부문에 있어서는 일본과 아시아 개도국간의 산업구조가 점차 유사해지고 중국이 급속도로 산업화하는 데 따라 일본․아시아 신 흥개도국․중국간에 경쟁이 격화되었다.

아시아 신흥개도국들의 경쟁력은 1995년 이후의 엔화 약세와 1994년 1월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로 인하여 더욱 약화되었다.

이에 따라 아시아 신흥개도국들은 1990년대 중반에 일본과 중국에 게 수출시장을 잠식당하고 수출감소로 인하여 경상수지 적자가 확 대되었다.

이러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의 확대는 아시아 국가들 의 대외 불균형을 심화시킴에 따라 ‘가장 약한 고리 모형’에 의하 면 거시경제에 있어서 긴장도를 높인 요인이 되었다.

자본 면에서 보게 되면 아시아 각국은 1990년대에 있어서 금융 자유화와 자본자유화로 인하여 많은 자본의 유입이 있었다. 그러 나 유입되는 자본을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채권시장과 외환시장 등 자본시장의 인프라는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본자 유화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유입자본은 상당부분이 부동산, 주식 등 기존 국내 자산스톡에 투자되어 자산가격에 버블을 형성하게 되었고, 생산부

비효율적인 부문에 상당부분 투자되어 투자의 비효율을 낳았다.

또한 유입자본은 자국의 실질환율을 절상시켜 수출경쟁력의 약화 를 가져왔고 수입증가로 인하여 대외 불균형을 심화시켜 역시 거 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이 되었다.

그 밖에 외자유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아시아 각국은 장기 간에 걸쳐 고정환율제 또는 이와 유사한 경직적인 환율제도를 유 지하여 왔다. 이러한 고정환율제도의 장기간 지속은 물가상승에 따라 자국의 실질환율을 절상시켜 수출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온 것 외에 민간부문에 있어서 대부분 헤지하지 않은 상태로 외채를 부 담하게 만들었고 국제투기자본의 투기를 조장하게 되었다.

한편 국제자본이동 부문에 있어서는 국제 단기투기자금이 기하 급수적으로 팽창하였고, 세계 각국 금융시장의 동조현상이 심화되 어 일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단시간 내에 타국으로 전파되는 국제금융시장의 통합화가 가속 진전되고 있었다. 이 가운데 1994 년 멕시코 통화위기 발생 이후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던 많은 국제유동자금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국제유동자금 중 많은 부분은 1990년대 초반 일본의 버블붕괴 이후 초저금리로 인하여 일본 외부로 유출된 자금들이었다.

이들 국제유동자금들은 전술한 아시아 각국의 자본자유화와 맞 물리면서 아시아 지역으로 대폭 유입되었다. 이들 유입자금들은 전술한 바와 같은 경로를 통하여 아시아 국가들의 자산시장에 버 블을 형성하고 경기를 과열시키게 되었다. 그러나 경기과열을 억 제하기 위한 아시아 국가들의 정책과 경기순환 요인에 의하여 자 산가격의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자산가격의 버블이 붕괴되자 주로 부동산 등에 투자하여 온 태 국의 금융기관들이 부실화하기 시작하였다. 금융기관이 부실화하 자 이들 금융기관들을 통하여 유입되던 외국자본의 유입이 줄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