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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문의 취약성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부문의 취약성은 아시아 외환위기 발생의 중요한 요인을 구성하였다. 외환위기 발생과 관련하여 아시아 국 가들의 금융부문의 취약점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고자 한다. 첫째 는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외국자본이 다량 유입되었을 때 이들 의 유입에 따른 국민경제의 충격을 줄이면서 생산적인 투자로 연 결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유입자본이 주식시장과 부동산 등 기존 자산시장으로 가는 경로 외에는 이들을 달리 생산적인 투자로 연결시켜 줄 만한 자본 시장의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유입된 자본은 기

것이다. 이는 자본시장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나타 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둘째로는 비은행 금융기관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부실화와 금융 기관을 감독하는 감독시스템의 취약성이다. 이는 자본이 부동산 등 기존 자산시장이 아닌 제조업 등 생산부문으로 투자되었다고 하더라도 금융기관의 여신심사기능이 취약하여 투자의 많은 부분 이 부실화되어 결과적으로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하였다는 점과 이들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시스템이 취약하여 금융기관 의 부실화를 방치하였다는 점이다.

아시아 외환위기 발생에 있어서 주목해야 할 것은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특히 심각하여 외환위기 발생에 있 어서 ‘가장 약한 고리’부분을 형성하였다는 것이다. 위험을 무시한 영업행태와 취약한 금융감독은 금융기관 중에서도 비은행 금융기 관의 심각한 부실을 야기하였고, 이들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실은 전체 금융시스템의 부실을 가져와 전체 금융시스템과 국가의 신뢰 도를 하락시키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상태에 서 외부의 충격이 발생하자 비은행 금융기관들로부터 외화가 회수 되면서 아시아 외환위기를 촉발시키게 되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논의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채권 및 외환시장의 취약성

일반적으로 개도국에 있어서는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 외환위기를 당한 아시아 각국에도 마찬가지로 공통적 으로 나타나는 현상의 하나가 이들 국가에 있어서 다양한 만기와 높은 유동성Deep and Fluid을 가진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금번 아시아 통화위기 발생과 확산요인의 하

나로 이러한 자본시장의 미발달 측면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만기와 높은 유동성을 가진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이 발달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경제의 구조가 자본자유화를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여 자본유출입에 따른 외환위기 발생에 취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깊이 있고 유동성이 높은 채권시장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않 다는 것은 자본자유화로 유입되어 들어오는 자본을 흡수할 수 있 는 능력이 낮은 것을 의미하고, 외환시장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유입국 통화의 평가절하 징후가 있을 경우 환차손을 회피하 기 위하여 급격하게 유출되어 외환위기가 발생할 압력을 높인다.

자본자유화를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인프라의 측면에서 채권시장 을 보기로 한다. 채권시장이 발달하여 채권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만기구조를 가진 금융자산이 존재하게 되면 유입된 자본들 이 이러한 다양한 채권을 구입하게 되고 이는 일시에 자본이 유출 되는 현상을 줄여줄 수 있다.

그 이유로서는 국제 기관투자가들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포트폴 리오 투자를 수행하는 행태를 보았을 때 설립목적과 기금의 성격 에 따라 연금기금Pension Fund처럼 안정성을 위주로 장기로 운용하 는 자금이 있는가 하면 헤지펀드처럼 수익성을 위주로 단기로 운 용하는 자금들이 있다. 이때 자본유입국에 다양하고 유동성이 높 은 채권시장이 발달되어 있다면 자본유입은 자금운용을 하는 국제 투자가들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만기구조와 수익률의 채권들에 걸 쳐 분산유입된다.

이 경우 비록 갑작스런 사태의 발생으로 유입국의 국가신용도가 하락하더라도 만기구조가 단기인 채권에 대해서는 즉각 유출되겠 지만 장기인 채권에 대해서는 자금의 운용이 장기적인 자금의 성

기와 금리의 구조가 중층적으로 다양함에 따라 자본유출이 되더라 도 시기적으로 종류별로 분산되어 유출될 것이며, 이는 자본자유 화를 수행해 나가는 경제가 통화위기 발생에 대해서 보다 저항력 이 있는 구조임을 의미한다.

채권시장 발달이 자본자유화에 있어서 중요한 인프라가 되는 다 른 측면의 근거로서는 유입된 외국자본을 중화Sterilize하는 경우에 서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자본유입으로 인한 본원 통화의 변동을 상쇄하기 위하여 중화하는 과정에서 채권을 발행하 더라도 기존 채권시장의 규모가 크다면 채권 발행물량 증가에 따 른 금리인상효과가 적게 나타난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중화를 위하여 신규채권을 발행하더라도 기 존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정도가 적게 나타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여지가 커지게 된다. 즉 채권시 장의 발달은 유입자본에 대해 중앙은행이 중화할 수 있는 폭을 확 대하고 이에 따라 자본유입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크게 하기 때문에 급격스런 외화유출입으로 인한 외환위기 발생에 대해서 국 민경제의 저항능력을 증진시키게 된다.

그 밖에 채권시장이 발달되어 다양한 금융자산이 존재하게 되면 통화와 실물간의 관계가 통화와 금융자산 실물간의 관계로 다원화 되기 때문에 금융자산의 다원화 이전에 비하여 통화의 유통속도가 떨어지게 되고 이에 따라 국민경제의 인플레이션 발생에 대한 저 항력이 커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채권시장의 발달은 경제구조 를 외환위기 발생에 대하여 보다 저항력이 높은 경제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아시아 통화위기 과정에서 아시아 각국은 자국 채권시장의 미발 달에 따른 문제점을 인식하고 자국의 채권시장을 선진국처럼 다양 한 만기구조와 유동성을 가진 채권시장으로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

게 되었는데 그러한 대표적인 예로 홍콩과 싱가포르를 들 수 있 다.

싱가포르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난 후 국채발행을 통 하여 자국의 채권시장을 활성화해 나가고 자국통화 표시 수익률 곡선을 채권시장에 제공하기 위하여 재정흑자에도 불구하고 10년 짜리 정부채를 발행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한 홍콩도 역시 재정흑자로서 자금조달에 대한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10년짜 리 외환평형기금채권을 이미 발행하였다. 채권시장에 대한 물량공 급을 위하여 중국 정부 5개년개발계획에 소요되는 자금에 대한 채 권을 홍콩이 발행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를 설득하고 있으며, 아 울러 의무적인 연금제도를 실시하는 등 채권수요 확충에 많은 노 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음으로 외환시장의 취약성과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을 보기로 한다. 자본유출입이 급격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외환시장이 발달 되어 있지 않으면 유입자본에 대한 헤지 수단이 별로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유입자본은 헤지가 되지 않은 상태로 유입되고 이들 자 본은 자본유입국의 환율이 절하될 징후가 보이면 환위험을 회피하 기 위하여 즉각적으로 유출될 위험을 가지게 된다. 이에 따라 자 본자유화를 수행하는데 외환시장이 함께 발달되어 있지 않으면 외 환위기 발생에 대해서 취약한 구조를 가지게 된다.

금번 통화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시장을 보면 대부분 의 외환시장이 선물거래에 있어서 초보적인 단계로 외환시장의 폭 과 깊이가 작고 유동성이 매우 낮다. 외환시장에 다양한 만기와 액면의 선물이 부족함에 따라 환위험 헤지에 대한 거래비용이 높 다.

인도네시아의 외환시장을 보면 선물거래와 스왑거래는 사전에

은행 양자간에만 거래되고 있다. 선물환거래가 일반인들에게 개방 되어 있지 않고 중앙은행과 은행간에만 허용되고 있다는 점과 선 물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고 사전에 정해져 있는 환율에 따 라 거래된다는 점에서 볼 때 인도네시아의 외환시장은 대단히 낙 후되어 있는 시장이다.91)

태국의 경우 선물환시장은 일반상업은행과 수요자간에 그리고 일반상업은행간에도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선물환거래는 무 역거래이든 금융거래이든 반드시 실수요에 바탕을 둔 것이어야 한 다는 점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선물환시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말레이시아의 선물환거래는 실물거래Commercial Transaction

와 금융거래Financial Transaction 모두 허용되고는 있으나 금융거래 의 경우에는 사전에 인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완전히 자유로운 외환시장으로 볼 수는 없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무역거래를 위한 선물환거래에 있어서 수입의 경우에는 12개월까지, 수출의 경우에 는 6개월까지의 선물환만이 제공되고 있다.

그 밖에 필리핀의 경우에도 비거주자와 관련된(비거주자로부터 의 매입, 갱신 등 포함) 모든 선물환거래는 필리핀 중앙은행의 사 전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금융결제원을 통한 장내거래와 금융결제원을 통하지 않는 장외거래로 선물환거래를 하고 있으나 시장의 폭과 깊이가 작아 환위험 헤지에 필요한 거래 비용이 높다.

반면 싱가포르는 통화선물이 Singapore International Monetary Exchange(SIMEX)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이러한 통 화선물을 구입함으로써 외환거래에 있어 환위험을 헤지할 수 있 다.

91) IMF, Annual Report on Exchange Arrangements and Exchange Restrictions, 1997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