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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부문 : 아시아 각국내 경쟁의 격화

외환위기를 당했던 아시아 국가들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의 하나는 위의 제2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93년부터 1996 년까지 경상수지 적자와 무역수지 적자가 급속히 확대되어 대외 불 균형이 심화되어 거시경제 전체의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를 당한 아시아 각국의 1995년과 1996년의 경상수지 확대 의 내용을 보면 이는 주로 무역수지 적자의 확대에서 왔다. 이들 각 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1995년과 1996년에 급속도로 확대된 원인이

이 연구에서는 이처럼 외환위기를 당한 아시아 각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갑작스럽게 확대되기 시작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시아 지역 내에서 1990년대에 와서 일본, NIEs, ASEAN, 중국 등 국가군들 간에 국제분업이 흐트러지고 경쟁이 격화되어 일본과 중국의 사이 에 샌드위치처럼 놓여 있는 NIEs 국가들과 ASEAN 국가들의 수 출시장이 잠식되었기 때문이라는 가설 아래 분석하고자 한다. 아 직 엄밀한 경험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관계로 가설의 단계에 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하며 엄밀한 경험적인 검증은 추후의 연구 에 맡기기로 한다.

이 가설에 의하면 아시아 통화위기 발생의 실물부문에서의 원인 은 일본, NIEs, ASEAN, 중국 등 아시아 각국간에 국제적 분업관 계가 흐트러지게 되고 아시아 각국에 있어서 분업과 협력 대신 경 쟁관계가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엔화와 위안화를 절 하한 일본과 중국에게 유리한 가격구조가 형성되어 일본과 중국의 무역흑자가 대폭 증가하는 대신 한국을 비롯한 여타 아시아 제국 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게 되었다. 이는 NIEs 및 ASEAN 국가들의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적자폭의 확대를 가져와 국제금융 시장에서 경상수지 적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킴 에 따라 채권은행단이 채권회수에 돌입하게 된 하나의 원인이 되 었다.

동아시아 지역을 크게 국가별 산업발전 단계에 따라 구분해 보 자면 일본, NIEs(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ASEAN 4개국(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그리고 중국 및 베트남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 국가군들은 1970년대와 1980년대 를 통하여 대체로 산업발전 단계에 따라 일본, NIEs, ASEAN, 중 국 및 베트남 등의 순서로 대열을 유지하며 기러기행렬Flying Geese

처럼 국제분업을 하면서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즉 아시아 지역의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기술집약적인 고도의 첨단제품은 일본에서 생산하고, 그 아래 단계의 기술집약적인 제 품은 NIEs, 노동집약적인 저급제품은 ASEAN과 중국 등에서 생 산하는 등 일본을 선두로 아시아 지역은 기술적으로 일정한 간격 을 두면서 국제분업이 전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국가군들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있어서는 산업발전 단 계가 비교적 분명하게 구분이 되어 국가군들간에는 상호경쟁보다 는 협력과 보완의 측면이 보다 강하였으며, 선진국 수출시장에서 도 국가간 발전단계에 따른 제품의 질에 의하여 시장이 분할되어 국가군 내부에서는 경쟁이 심하였지만 국가군간에는 경쟁보다는 보완의 정도가 훨씬 높았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러한 국가군들간의 분업과 협력체제가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즉 아시아 국가군들간에 산업발 전 단계가 수직적으로 뚜렷하게 구분이 되기보다는 발전단계가 다 국적, 수평적으로 겹치게 되면서 아시아 국가군들간에 경쟁이 격화 되기 시작하여 세계시장에서 일본 및 중국과 여타 아시아 지역 국 가간에 유사한 제품과 시장을 놓고 경쟁이 격화되었다.

이들 국가군들간의 경쟁이 격화된 주된 요인으로 볼 수 있는 것 으로는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의 직접투자의 증가, 일본의 정보산 업과 금융산업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산업구조로의 구조조정 지연 과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로 보인다.

(1)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의 직접투자의 활성화

먼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직접투자의 활성화는 NIEs 국가군들 은 선진국형으로, 중국과 ASEAN 국가군들은 NIEs형으로 산업구

외부자본을 도입하여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국내생산요소를 결 합함으로써 국제적인 비교우위 창출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투자와 무역의 자유화에 따라 중국, 베트남 등 후발개도 국들은 ASEAN 및 NIEs 등 선발개도국들에 대한 추격을 과거보 다 용이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과 베트남 등 동아시아 후발 개도국들은 총고정자본형성 중 많은 부분을 직접투자의 유치에 의 해서 달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베트남 등 후발개도국들은 ASEAN 국가들과 NIEs 국가들의 발전단계를 용이하게 추격하여 상호간 경쟁력 격차를 축소시키고 있다. 이는 동아시아 선발개도 국과 후발개도국간에 경쟁을 치열하게 하는 동시에 이에 따른 구 조개혁과 개방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시아 지역 내에 해외직접투자가 활성화된 계기로는 엔고현상 에 따라 1990년대 초반에 일본이 생산거점을 국내로부터 아시아 각국으로 이전한 것을 들 수 있다. 즉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가 급격히 진행되는 과정에서 엔고를 경영체질의 합리화만으 로는 대응할 수 없게 되자 일본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일제히 다국 적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전환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일차적으 로 생산거점을 ASEAN 및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으로 이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본의 생산거점 이전은 ASEAN 및 중국 등에 위치한 일본 다국적기업의 현지 자회사제품과 한국 등 중저급 기술제품을 생산하는 국가제품들과의 경쟁을 격화시키는 동시에 일본으로의 역수입에 의하여 일본시장 내에서도 치열한 경합을 발생시키게 되 었던 것이다.56)

56) 김창남(1998) 참조.

(2) 일본 경제의 산업구조 개편 지연

일본 경제가 새로운 산업분야에 있어서 미국에 비하여 뒤처지고 있다는 점은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즉 그 동안 제조업에서 미국에 비하여 경쟁력의 우위를 지켜 왔으나, 정보화와 금융산업 의 경쟁력에 있어서나 산업구조의 재편에 있어서는 국가전체의 경 쟁력이 미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분야라고 할 수 있는 정보산업과 금융산업 분야에 있어서 일본이 미국에 비하여 뒤처지게 된 이유는 불분명하다. 일 본이 정보산업이나 금융산업에 대한 투자를 시도하여 실패를 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사회의 구조상 일본의 시스템이 국제화․정 보화의 시대적 조류와 걸맞지 않으며, 제도적 피로System Fatigue로 인하여 일본이 신산업분야에 비교우위를 가질 수가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다만 현재 추론해 볼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새로운 산업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자본조달 면에 있어서 일본은 버블이 붕괴된 1990 년대 초반부터 대단히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추후에 상세히 언급할 것이지만 이처럼 일본이 새로운 산업분야의 투자에 있어서 미국에 뒤처지게 된 것은 1990년대 초 반 일본의 버블붕괴 이후 일본 기업들의 투자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1990년대 초반에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일본의 주식 시장이 침체에 빠져들게 되고 일본의 금융기관 부실이 심화되어 감에 따라 장기간 신용경색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산업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투자를 조달하기 위한 자금조달을 할 수가 없었다. 주식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직접

면서 간접금융으로도 조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일본은 1990년 초반부터 새로운 산업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자금을 동원할 능력을 상실함에 따라 미국에 비하여 새로운 산업부문으로의 진출이 늦어졌다고 추론할 수 있다.57) 새로운 산 업부문으로의 진출이 늦어짐에 따라 일본은 과거의 산업구조를 그 대로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으며, 과거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 는 한 산업발전 단계에서 추격해 오고 있는 아시아 각국과의 충돌 이 불가피해졌다고 볼 수 있다.

즉 일본이 아시아의 신흥공업국들과 유사한 산업구조를 그대로 존속시키게 됨에 따라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등 주로 범용상 품을 중심으로 한 과거의 산업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게 되었다. 이 에 따라 경제발전 단계가 비슷한 아시아 제국과 일본은 유사한 산 업분야에서 서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었으며, 일본과 유사한 상 품과 시장을 놓고 함께 나눠먹기 식으로 경쟁을 벌이는 처지에 놓 이게 되었다. 이러한 논의는 아직 가설의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향후 엄밀한 경험적인 검정을 필요로 한다.

(3)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

일본의 신산업분야로의 진출이 지연된 것 외에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1980년대까지 비교적 질서를 이루어

57) 이처럼 일본이 새로운 산업분야로의 진출을 위한 투자가 미흡했다는 것은 일본 제조업의 설비연령이 미국에 비하여 노후화되고 있다는 데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일본 제조업의 설비연령은 활발한 신규 설비투자 수요에 힘입어 제2차대전 후 일 관되게 미국에 비하여 낮았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 제조업의 설비연령은 버블붕 괴 후 대폭 둔화되기 시작한 신규 설비투자 수요에 따라 점차 높아져 1996년을 기점으로 일본(10.3년)은 미국(10.2년)보다 설비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日本經濟新 聞, “製造業の 設備年齡 逆轉”, 1998년 8월 24일자 1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