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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문의 도덕적 해이가 원인이라고 보는 견해

금융부문의 취약성 및 도덕적 해이가 아시아 통화위기의 원인이 라고 보는 견해는 아시아 지역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 및 취약 한 금융감독 등으로 인한 비효율적인 투자가 아시아 통화위기의 원인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이러한 견해는 아시아 통화위기를 국외자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있는 선진국의 많은 경제학자들이 강조하고 있는데 먼저 Krugman (1998)이 있다. 또한 이러한 견해와 같은 부류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아시아 통화위기의 원인이 아시아 국가들이 시장경제원칙 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로서 미국 FRB 의장 Greenspan(1998)이 있다.

먼저 Greenspan(1998)은 아시아 통화위기는 베를린장벽 붕괴로 상징되는 동유럽의 자유화나 라틴아메리카의 자유화처럼 시장경제

Market Capitalism를 지향하는 세계전체의 움직임과 동일한 맥락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아시아 국가들은 많은 부분에서 시

중앙통제방식Central Planning에 의하였고 이것이 아시아 국가경제에 있어서 치명적인 약점을 형성하여 외환위기를 발생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 통화위기는 통제경제에 대하여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보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부문의 취약성을 아시아 통화위기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대표적 견해로서 Krugman(1998)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그에 의하면 금융기관들의 채무가 정부에 의하여 채무보증 이 되는 경우에는 과거 미국의 경우 Savings and Loan의 금융위 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과도한 투자를 초래한 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시아 통화위기는 아시아 각국의 금융기관 에 대한 정부의 암묵적인 지급보증에 의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 이, 도덕적 해이에 따른 위험하고 과도한 투자, 이에 따른 자산가 격의 상승, 부실한 투자에 따른 거품의 붕괴, 거품의 붕괴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화 과정을 통하여 발생하였다고 주장한다.

Krugman(1998)은 다음의 간단한 모형을 통하여 정부가 채무를 보증하는 경우에 금융기관들이 어떠한 메커니즘을 통하여 기대수 익률이 낮더라도 운이 좋으면 높은 수익률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한 투자를 선호하게 되는지를 보이고 있다.

Krugman(1998) 모형의 가정은 다음과 같다. 2기에 걸친 모형에 서 1기에는 자본을 구입하고 2기에는 생산을 하는데 생산함수는 2 차 함수이다. 고정된 금리로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차입이 가능하 고 실질이자율은 0으로 표준화하며, 은행이 직접투자를 수행한다.

u는 투자에 있어서의 불확실성을 도입하기 위한 확률변수이며, E 는 기대값을 표시하기 위한 연산자, 투자에 있어서 불확실성을 나 타내는 확률변수u의 실현 가능한 최대값을 umax라고 표현하기로 하자. 이러한 가정 아래서 생산함수는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4․1) Q = ( A +u) K-B K2

이러한 경제에서 자본의 수익은 자본의 한계생산성에 의하여 결 정되고 자본재 1단위당 한계생산물은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4․2) R = A +u-2B K

만일 자본시장에 왜곡이 없는 상태라면 자본의 투입량은 기대수 익률이 자본비용과 일치하는 선까지 투자되며 따라서 이러한 경제 에서의 자본투입량은 다음과 같이 결정될 것이다.

(4․3) K = ( A+Eu )/2B

여기서 금융기관 채무에 대해 정부가 보증을 하는 극단적인 경 우를 생각해 보면 금융기관들은 자기들의 채무가 보증되어 있으므 로 금융기관 소유주들은 금융기관이 파산하게 될 경우 채무를 변 제하기 위하여 자본을 출자할 필요 없이 퇴출이 가능해진다. 이 경 우 금융기관들은 확률변수인 u의 기대값 Eu에 따라 ( A +Eu)/2B 만큼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 A +umax)/2B만큼 투자하기 때문 에 자연히 과잉투자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상의 주장을 Krugman(1998)은 다음의 간단한 예를 통하여 정 부가 채무를 보증하는 경우에 금융기관들이 어떠한 메커니즘을 통 하여 기대수익률이 낮더라도 운이 좋으면 높은 수익률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투자를 선호하게 되는지를 보이고 있다.

투자Ⅰ과 투자Ⅱ는 모두 투자비용이 100으로 동일하지만 기대수 익은 투자Ⅰ이 더 높다. 금융기관 채무에 대해서 보증이 없다면

<표 4-1> 채무에 대한 정부 무보증 및 보증시 기대수익률 차이

투자Ⅰ(안전) 투자Ⅱ(위험)

투자비용 100 100

성공시 수익 실패시 수익

107

(

12

)

107

(

12

)

120

(

12

)

80

(

12

)

기대수익 107 100

소유주의 기대수익 7 10

주 : ( ) 안의 숫자는 성공 및 실패 확률

금융기관 채무에 대해서 보증이 있는 경우에는 투자가 실패했을 경우에도 금융기관 소유주가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따라서 투자

Ⅱ의 기대수익 100이 투자Ⅰ의 기대수익 107보다 낮더라도 금융기 관 소유주의 기대수익은 10으로서 투자Ⅰ의 금융기관 소유주의 기 대수익 7보다 높기 때문에 투자Ⅱ를 선호하게 된다.

이 사례에서 투자Ⅱ의 수익 120은 불확실한 투자에 있어서 최대 실현 가능한 값으로서 Pangloss Value라고 부른다.45) 결론적으로 투자가에게 있어서 투자실패에 따른 추가출자의 위험부담이 없다 면 투자가는 확률변수에 따른 기대수익에 따라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Pangloss Value에 따라 투자하게 되기 때문에 위험한 투 자를 선택하게 된다.

45) Pangloss는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 Voltaire의 소설 “Candide”에 나오 는 등장인물로 주인공 캉디드의 정신적 스승이다. Pangloss는 라이프니츠의 “예정 조화설”을 숭배하는 낙천주의자로서 모든 사물은 사용목적에 따라 생겨난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코는 안경을 걸치기 위한 것이고, 돌은 성을 짓기 위한 것이며, 돼지는 먹기 위해 생긴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Panglossian은 지나친 낙관주의자 를 의미하며, Krugman(1997)은 이를 원용하여 사용한 것이다.

<표 4-2> 채무에 대한 정부 무보증 및 보증시 토지가격 지 대 기 말 토 지 가 격

흉 년 풍 년 무보증시 정부 보증시 3기에

보증 철회시

1기 25원

(

23

)

100원

(

13

)

100원 200원 200원

2기 25원

(

23

)

100원

(

13

)

50원 100원 50원

3기 25원

(

23

)

100원

(

13

)

주 : ( ) 안의 숫자는 확률

또한 Krugman(1998)은 다음의 간단한 예를 통하여 정부가 채무 를 보증하는 경우에 어떻게 자산가격에 거품이 생기고 또한 내생 적으로 자산가격의 거품이 붕괴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우선 다음과 같이 가정하기로 하자. 흉년이 들면 25원만큼, 풍년 이 들면 100원만큼의 수익을 가져오는 토지가 있으며, 흉년이 들 확률은 2/3, 풍년이 들 확률은 1/3이라고 하자. 위험중립적인 투자 가들이라면 토지의 한해 기대수익이 50원임에 따라 100원에 투자 를 할 것이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해외에서 국제금리(0)로 자금을 차입할 수 있고 금융기관들이 정부의 보증을 받고 있기 때문에(정부 보증시) 금융기관 채무에 대해서 금융기관의 소유자들이 추가출자를 통해 변제해야 할 책임이 없다면, 금융기관의 소유자들은 1기 초에 토 지에 대한 경매에 있어서 기대수확량에 바탕을 둔 가격 100원보다 는 Pangloss Value에 의한 가격 200원을 기꺼이 지불하려고 할 것 이다. 이처럼 토지가격이 기대수익보다는 Pangloss Value에 의하

다음으로 모형을 2기에서 3기로 확장하여 보자. 그리고 2기에서 3기로 이행하는 시기에 있어서 외생적인 요인(Crony Capitalism을 개혁하고자 하는 개혁성향의 정부의 출현 또는 IMF와의 합의에 따른 조치 등)에 의하여 어떠한 이유로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보증이 철회되어 금융기관의 채무는 금융기관 소유자들의 책임이 되었다고 하자.

2기 말에 있어서 토지의 가격은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이 철회되 었기 때문에 3기의 기대수익 50원에 의하여 결정되게 된다. 즉 1 기 초에 200원이던 토지가격은 2기 말에 있어서 만일 계속해서 정 부의 지급보증이 있었다면 100원에 형성되었을 토지가격이 50원으 로 하락하게 되어 금융기관의 금융중개기능이 무너지게 된다.

이처럼 변화가 외생적 요인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생 적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2기에 있어서 수익이 Pangloss Value에 의한 100원이 아니라 25원이 실현되었다고 하자. 그러면 2기 초에 토지를 구입했던 금융기관들이 2기 말에 토지를 처분하려고 해도 투자가들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일이 3기에서도 언제든지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3기에 있어 토지가격으로 토지로부터의 수익에 대한 기대치 50원만을 지불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2기 초에 200원을 주고 산 토 지에서 2기 말의 수익 25원과 환매가격 50원을 합쳐 75원만의 투 자비용을 건질 수 있게 될 것이며, 당초의 구입비용이 200원이었 음에 따라 125원만큼의 손해를 보게 되어 금융중개기능이 마비된 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서 Summers 는 금융감독의 강화Greater Regulatory Supervision, 투명성의 확보, 일 반적인 회계원칙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의 준수, 금융 기관의 파산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절차의 제정 등을 주장하고 있

다.46)

덧붙여 이러한 시각에서는 아시아 지역 금융기관의 대출이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실시된다고 주장한다. 먼저 담보를 받고 대출을 해주거나, 다음으로 특정한 관계Relationship에 의하여 이루어지는데 여기에서의 관계에는 상호주식보유Cross Shareholdings, 상호지급보증

Cross Guarantees of Subsidiaries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이다.47) 그러나 이러한 Krugman의 모형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도 덕적 해이 방지와 과도한 위험부담 방지를 위한 금융감독 등의 제 도적인 정비는 미국을 비롯한 금융선진국에 있어서도 어려운 일로 보인다.48) 또한 도덕적 해이는 개도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S&L 사 태에서 보듯이 선진국의 경우에도 심각하게 존재했던 것인만큼 아 시아 통화위기 발생의 원인으로서 금융부문의 도덕적 해이만을 거 론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금융제도는 오랜 역사와 관습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며 인위적인 정부의 규제감독정책보다는 금융산업 자체 내의 발전메 커니즘에 의해 결정되는 입장에서 본다면 금융산업의 도덕적 해이 가 아시아 통화위기의 원인이라기보다는 아시아 국가 내의 특유한 발전메커니즘에 따른 결과론적인 현상일 뿐이다.

따라서 아시아 통화위기를 금융부문의 도덕적 해이에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보며 그 동안 금융산업이 자 생적으로 최적 금융구조를 모색할 수 없었던 주변여건의 분석에

46) Summers, Lawrence, “Personal View,” Financial Times, Mar. 11th, 1998.

47) Malmgren, Philippa, “Better Credit Allocation is Key to Averting further Asia Crisis,” Financial Times, Mar. 17th, 1998.

48) 금융감독이 엄격한 미국에 있어서도 북미의 64개 대형은행 중 4개만이 최신의 자산 위험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4개 은행을 제외한 여타 은행에 있어서의 여신 기준은 대단히 느슨하다는 것이다. “Warned on Letting Standards Sl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