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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절 위기대응에 대한 기본적 태도

이곳에서는 위기대응에 관련하여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기본적 법칙과 태도에 대하여 알아보겠다. 기본적 법칙은 잘못될 수 있는 일은 결국 잘 못되고 만다라는 내용을 가지는 머피의 법칙으로서 위기에 대한 판단을 할 때 현실인식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의 기본적 태도는 머피 의 법칙에 근거하여 현실인식이 이루어질 때 가능한 위기에 대한 기본적 태도 혹은 철학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최선보다는 최악을 피해야 한다 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1. 머피의 법칙

16)

머피의 법칙은 엔지니어들이 발견한 경험법칙으로서 잘못될 수 있는 일은 결국 잘못되고 만다(If anything can go wrong, it will.)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윤석철 2010, 26)

이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윤석철 2010, 26-28)

기차들이 탈선사고를 내게 되는 평균 주행거리가 5,000만 킬로미터라 면 50킬로미터 해저터널 속에서 탈선사고가 날 확률은 1백만분의 1이 된 다. 하루에 편도기준 평균 40회 기차 운행이 되고 있다면 하루 동안에 사 고가 날 확률은 1백만분의 40이고, 10년 동안에 이 터널에서 사고가 날 확률 1백만분의 146,000(1*40*365*10)이 된다. 이렇게 시간을 계속 늘 려 가면 사고발생확률은 계속 커지고, 언젠가는 사고발생확률이 1에 가 까워지게 된다. 즉 기차탈선이 반드시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결 국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장기적 세월의 흐름 속에서 반드시 일어난

16) 윤석철 (2010, 24-30)에 근거하여 작성되었다.

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실의 법칙은 미래위기대응에 있어 중요한 준거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미래위기대응과 관련 있는 상황은 어떤 위험이 존재하 는 상황이 기본인데, 머피의 법칙이 말하는 것은 그 위험이 언젠가는 꼭 현실화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실을 인식하고 요 행을 바라지 않는 것이 미래위기 대응과 관련된 기본태도라 생각된다.

다음으로 이러한 현실인식을 할 때 미리 판단의 기준으로서 전제할 수 있는 기본태도에 관해 알아보겠다.

2. “최선의 선택보다 최악의 회피가 중요하다.”(Karl Popper): 지식 보다 지혜가 필요

17)

시대에 따라 환경이 변화하고,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의사결정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연구의 배경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대사회에서는 복잡 화 고도화 되고, 기술의 발전과 국제적 상호의존성이 심화되고 있으며, 기후변화 등으로 대규모의 새로운 형태의 미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머피의 법칙에 따르면 그러한 대규모의 새로운 형태 의 위기가 언젠가는 반드시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현대사회는 빈곤을 탈출하여 어느 정도 풍요로운 생활이 가능 한 시대이다. 따라서 살기위해서 위협을 무릅쓸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조건을 고려한다면 경제적으로 최선을 추구하는 것 보 다는 최악을 회피하는 것이 더 올바른 의사선택의 기본태도일 수 있다.

17) 윤석철(2011, 49)와 윤석철(2010, 28) 참조. 이하의 내용은 윤석철(2011, 48-50)과 윤 석철(2010, 28-29)에 근거하여 작성되었다.

즉 이제는 최악상황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고 최선을 추구하다가 최악 의 상황이 발생하면 그 피해가 최선을 추구하여 얻는 이익에 비하여 훨씬 크기도 하고, 이미 어느 정도 풍요로운 상황에서는 최선을 추구하여 추 가적으로 얻는 이익이 최악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고려할 때 별 의 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선택의 문제는 지식이라기보다는 지혜 차원의 문제라고 할 수 있 다. 위기대응과 관련하여 지식과 지혜의 가장 큰 차이는 지식은 알고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려고 하지만, 지혜는 알고 할 수 있다고 하여도 상황 에 따라 자제하고 자기희생을 하여 포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식 은 주로 제도적 교육에서 이루어지지만 지혜는 스스로의 노력으로도 터 득이 가능하다.(윤석철 2011, 29-30) 이는 지식이 전문적인 것에 비해 지혜는 일반적이고 전반적인 태도와 관련이 많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 러한 의미에서 지혜는 그 사회의 문화적 분위기에 더 많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최선보다는 머피의 법칙에 따른 현실인시을 통하여 최악을 피하는 선택을 한 한 가지 예를 들겠다.(윤석철 2010, 28)18)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해저를 뚫은 유로터널 설계의 예이다. 경제적 최 적해는 하나의 터널을 뚫고 그 속에 왕복노선을 까는 것이다. 그러나 터 널 속에서 탈선사고가 나서 차량들이 뒤엉키게 되고, 그 순간 건너편 노 선으로 기차가 진입한다면 대형참사가 가능하다. 머피의 법칙에 따르면 이와 같이 발생할 확률이 있는 일은 언젠간 반드시 발생한다. 이 사실을 철저히 인식한다면 경제적 최선보다는 언젠가는 반드시 발생할 최악을 피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결정이 된다. 유로터널의 설계자는 최악의 회피를

18) 다른 예로서 미국의 NASA(윤석철 2010, 29)와 폴란드 카친스키 대통령의 비행기 추락 (윤석철 2011, 49-50)을 참조하라.

추구하여 경제적 최적해를 포기하고 두 개의 터널을 뚫었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도 원인 중의 하나가 과적이었다. 과적이 성공하면 경제적으로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적에 의한 사 고가능성이 아무리 낮다 해도, 머피의 법칙에 의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발 생하고, 그 피해는 세월호의 경우처럼 장기간 국가전체의 분위기와 경제 에 까지 파급효과가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머피법칙에 따른 현실 인식과 그에 근거한 최선보다는 최악을 피하는 기본태도가 있었다면 세 월호 참사는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해도 그 피해가 훨씬 작을 수 있었다.

따라서 미래위기 대응에는 발생할 확률이 있는 위험은 언젠가는 반드시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머피의 법칙에 따른 철저한 현실인식과 어느 정도 풍요로운 현대사회에서는 최악을 회피하기 위해 경제적 최선을 포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