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문헌연구
2.4. 우리 나라 조기 영어교육의 문제점
우리 나라는 1971년 문교부에서 초등학교 영어 교육실시를 제기하 면서 시작되어 많은 학자들의 찬반론이 거듭되는 가운데 1982년부터 는 일부지역의 사립과 공립학교의 상급학년(4,5,6년)을 대상으로 특 활형태의 영어교육을 실시하게 되었다. 그러다 1997년부터는 영어를 정규과목으로 편성하고, 일주일에 2시간씩 3~6학년 학생들에게 가 르치고 있다.
조기영어교육실시에 있어서 선행되어야할 통일된 교재나 교수법의 개발, 교사의 체계적인 연수체제는 미비한 상태에서 일단 시작한 연 후에 생각해 보자는 식의 정책 때문에 조기 교육의 좋은 취지가 퇴 색되어버리는 듯 싶다.
박남식(1979)7)는 준비가 안된 조기 영어 교육은 시행착오의 연속으 로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조기 영어교육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가 국어인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 영어 아닌 다른 언어를 모국어로 하 는 사람이 그 나라에 영주하면서 영어를 제2의 모국어로 배우는 경 우(ESL : English as a Second Language)를 다룬 것이다. 따라서
7) 박남식(1979).“국민학교 영어교육의 딜레마-문제와 대안” 『영어교육』 17호 참조
우리 나라와 같이 영어를 순전히 외국어로 배우는 우리의 경우(EFL :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에 직접 적용될 수 없는 것이다.
영어 또한 우리말과 같은 언어이기 때문에 그 언어 환경에 노출이 된다면 쉽게 습득되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고 영어환경에 노출시키지 않는다면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나이 어린 외국어 학 습자들은 인지능력 등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으므로 문제 해결 능 력이나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연령 이외에도 기억력, 지 능, 동기, 태도 및 소질이 외국어 학습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이므 로 성인이 외국어 학습에 있어서 더 유리하다. 또한 발음에 있어서 유아가 성인보다 신체구조상 유리하겠으나 발음은 의사소통을 함에 있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의사소통능력이 중시되는 요즘에 의미 만 전달하면 별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다. 어릴 때부터 쭉 영어환경 에 노출된다면 어릴 때부터 영어를 익히고 습득하겠지만 언어라는 것이 쓰지 않으면 잊어버리는 것이므로 남보다 조금 더 빨리 영어를 접한다고 해서 끝에 가서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약간의 실력을 키 우기 위해 어릴 때부터 쏟아 부은 교육비에 비해 그 성과가 크게 만 족스러울지 의문이다. 또한 어린이는 아직 확고한 판단력이 없어서 너무 일찍 외국어를 가르치게 되면 모국어 습득에 혼란을 가져 올 수 있으므로 영어는 국어를 완전히 깨우치고 난 다음에 가르치는 것 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영어를 일찍 시작한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나 중학교 에 가서 영어시간에 더 큰 흥미를 가지는 아이들도 있지만, 학교수 업은 중간 정도의 수준을 맞춰 수업을 하다보니, 이미 배웠던 내용 이 많아 수업시간에 더 소홀해지고, 자칫하면 어릴 때 배웠던 영어 가 스트레스가 되어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의 아이들도 모국어(영어)를 이해하고 말하기까지는 엄청난 양의 자료와 영어환경에 노출된다. ‘mommy’라 는 말을 익히기 위해서도 수 백번 아니 수 천 번은 더 아이에게 들 려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상황을 보자. 첫째로 우리 나라 는 영어를 외국어로 배운다. 그만큼 영어를 접하는 기회가 적고, 지 속적으로 영어를 쓰는 환경을 접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외국에서 성 공한 조기 영어교육이라 할지라도 우리 나라 상황에서는 힘든 것이 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다는 경제성의 원리에 입각해 서도 조기 영어교육의 성과는 그다지 크게 효과를 봤다고는 할 수 없는 듯 하다. 물론 영어를 일찍 배우게 되면 더 늦게 배우는 학생 보다 처음에는 확연하게 실력 차이가 날 것이고, 영어를 구사하는 방법도 많이 세련될 지 모른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조기 영어교 육을 배운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면 굳이 시간과 돈을 들이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은 1000원을 가지고 장사를 시작해서 10000원 을 벌었고, B라는 사람은 300원을 가지고 7000원을 벌었다고 할 때, 경제성에 입각해서 생각해 본다면 누가 더 돈을 많이 번 것이 될까?
조기 외국어 교육의 교육 통계적 근거는 특정 연령군의 외국어 습 득 정도를 비교한 것이다. 이 조사에 의하면 조기에(5~10세) 외국어 를 배우기 시작한 집단이 늦게(12~15세) 배우기 시작한 집단보다 성적이 더 우수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연구 결과와 정반대로 늦 게 배우는 연령층이 더 우수한 결과를 보고한 조사도 많이 있고, 별 차이가 없다는 조사 결과들도 있다. 그래서 교육 조사 통계 결과만 가지고는 조기 영어 교육이 효과가 있다고도 말할 수 없고 효과가 없다고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외국어는 일찍 배운다고 꼭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늦게 배운다고 꼭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외국어를 늦게 배워서 상당한 정도의 의 사 소통 능력을 발휘하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우리 나라에 와서 각종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외국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들어가서야, 또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비로 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이다. 고등 학교나 대학 때부터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여 거의 원어민의 수준에까지 도달한 사례를 우리 주위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개인별 지능지수와 노력에 따라 굳이 영어를 빨리 배우지 않아도 충분히 따라 갈 수 있다.
무조건 남들이 먼저 영어공부를 하니까 아무런 비판 없이 너도나도 한다는 식의 방법은 우리로 하여금 시행착오만을 겪게 할뿐이다. 외 국에서 성공했다 할지라도 우리 나라의 실정에 적합한가,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터를 닦기도 전에 건물을 세우려는 식의 사고방식은 버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