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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변화와 남겨진 숙제

문서에서 정부의 역할 (페이지 134-145)

1. 관리경제에서 개혁경제로

우리나라 경제는 경제개발기의 관리경제에서 현재의 개혁경제 로 변화하였다. 금융 및 외환위기 이후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 부는 개혁경제를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방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더하여 참여정부는 국민국가의 공동체의식의 강 화를 위한 분배정책에 중요한 역점을 두고 있다고 평가된다. 행 정수도 이전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균형발전의 추구, 교육평준화 의 강화, 부동산세제의 개편 등 일련의 정책은 지역, 경제, 사회 및 교육 등 여러 부문에서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노력은 필연적으로 정부역할의 강화로 이어지게 된다.

2. 개혁경제에서 자유경제로

개혁경제로의 경제관의 변화는 정부역할에 질적・양적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그러나 관리경제에서 개혁경제로 이행하면서 정 부가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줄어들게 된다.

일례로 과거에는 은행을 통하여 대기업을 통제하고 관치금융을 통하여 자원배분과 투자의 우선순위를 조절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혁경제로 접어들면서 대기업의 부채비율이 줄어들고 재무구조 가 개선되면서 사실상 은행에 대한 의존도는 줄어들게 되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은행을 통한 대기업의 통제는 어렵게 되었 다.54) 또한 은행의 의사결정구조에도 외국인의 참여와 그 지배구 조의 개선으로 자율성이 강화되어서 정부가 과거처럼 무리하게 간섭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에 시스템의 제도화를 통 한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기업의 총수나 CEO와의 인격적 관계로 맺어져 있던 관리경제의 특성이 이제는 제도화된 규칙과 일상적 규제로 표준화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직접적이고 재량적인 통제가 점차 어려워지고 이른바 ‘정 치력’에 의한 해결은 드물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와의 관계에서 사법적 소송은 쉽지 않았다. 우선 주무부서와의 관계 때문에 정부의 결정이나 규제사항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해당 주무부서와 불편한 관계 를 감수하여야 하는 이른바 ‘괘씸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가급적 이를 회피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은 행정부의 결정이나 법안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법원이나 헌법재 판소에 가져가서 사법부의 판단에 최종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부와 기업간의 관계에서 사법부의 판단이 많이 존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에서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강화되고 사법부의 독립성이 조금씩 개선되 면서 과거 관리경제 시대에 별 제약 없이 통용되었던 행정부의 관행과 절차에 상당 부분 제동이 걸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공통적인 특성은 정부의 재량적 역할이 줄어들 고 반대로 세계화의 거센 경쟁의 파도에 맞서 정부가 제도적인 정비와 법치주의의 강화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시켜 간다는

54) 물론 아직도 과거 관치금융의 유산은 뿌리 깊게 남아있어서 LG카드사태 등 에서 나타난 것처럼 정부는 은행의 자율적 경영을 침해하는 경우가 나타난 다. 안순권(20 05 발간 예정)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와 기업의 성숙에 따라 점차 우리 경 제가 자유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 각된다.

사실 개혁경제를 주장하는 이들도 궁극적으로는 자유경제로 이 행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개혁경제는 자유경제로 이행하기 위 하여 특수한 조치Special Measure를 취하는 과도적 단계로 인식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2003) 스스로도 시장개혁 로드맵을 통하여 출자총액 제한과 같은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이 일시적 조치로서 향후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경우 이를 폐지할 계획 임을 밝히고 있다. 관리경제를 주장하는 이들만이 자유경제로의 이행에 대하여 다소의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으나 세계화와 국제 경쟁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자유경제로 의 이행은 그 시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사실상 상 당수의 전문가가 공감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3. 자유경제로의 이행과 남겨진 문제점

자유경제로의 이행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 자신이다. 정부는 그 스스로 통제력을 상실하고자 하는 조 직적 인센티브를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정부는 Niskanen(1971) 이 지적한 것처럼 국민들의 후생수준보다는 자신의 예산을 극대 화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비록 개혁경제를 표방하는 정부가 일시 적인 조치로서 개혁을 담당하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지만 정부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줄이고 현재 집행중인 정책을 철회하는 것 은 매우 어렵다. 일례로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의 경우에도 공정거 래위원회는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이를 지속하기 위하여 그

명분을 수시로 바꾸어 왔다. 즉 1990년대 초기에는 대주주의 과 도한 지분을 확산시키고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억제하며 업종전문 화를 유도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화된 경제환경을 맞아 업역의 다양성을 문제 삼기 어려워지자 오히려 충분하지 못 한 대주주의 지분을 문제 삼고 있으며 2003년에는 「시장개혁 로 드맵」을 발표하여 기업지배구조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기업규제에 대한 논리의 틀을 바꾸고 있다.

외형적으로 정부는 역할변화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조직개편 과 정부개혁 등의 방법으로 이를 받아들이려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의 공식적인 반응은 국민의 후생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도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커다란 이 해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개발 초기에 정부는 정부부처의 이해보다는 경제개발과 이를 위한 단기적 목표를 완수하기에 바 빴다. 그러나 경제개발기로부터 정부의 몸집은 서서히 커져 왔고 이제는 이와 같은 정부의 크기 자체가 조직의 개편과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과거 경제개발기에 우리나라는 일본을 이어 ‘주식회사 대한민 국’이라고 불렸다. 그리고 이 시기 우리 정부의 경제부처는 경제 기획원의 주도하에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여 왔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부처간의 밀접한 협조체제는 잘 유지되지 않는다. 오 히려 각 부처간의 갈등과 밥그릇 싸움 그리고 산하기관을 둘러싼 영향력 강화를 위한 전략에 더 몰입되어 있는 인상이다. 이런 의 미에서 우리 정부는 더 이상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아니다. 더 세 분되어 ‘주식회사 재정경제부’요, ‘주식회사 산업자원부’, ‘주식회 사 건설교통부’, ‘주식회사 정보통신부’ 등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개별 경제부처는 자신이 관장하는 기관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 하려고 하는 조직적 인센티브를 갖기 마련이다. 우리 정부의 부

처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부처간 업무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산하에 국무조정실을 두고 여러 사안에 대하여 협의하 고 있지만 부처간의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우리 정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부문 의 개혁을 시도하였다. 재정적으로 파탄된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 입하였고 이를 통폐합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구조조정을 실시하였 고 몇몇 은행에 대해서는 민영화를 실시하였다. 공기업에 대한 구조개편과 민영화도 진행되었다. KT, KT&G 그리고 한국중공업 의 민영화가 이루어졌고 발전부문이 한전으로부터 분리되어 6개 의 자회사로 분할되었다. 철도부문에서도 민영화 이전단계로서 철도공사가 출범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정부 스스로도 정부역할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 보기 위해서는 국민의 정부뿐만 아니라 그 이후 참여정부의 정책 에서도 어떻게 뒷받침되는지를 주시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외환 위기에 따른 위기의식과 IMF 등 국제기구의 감시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정부도 이러한 노력을 하였거나 그러한 모습을 보였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선 국민의 정부에서도 정부개혁은 두드러지게 이루어지지 못 하였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정부출연연구소를 기초기술연 구회, 인문사회연구회, 경제사회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 공공기술 연구회 등으로 통합・관리한 것과 몇 개의 정부부처를 통폐합한 것 외에는 별다른 정부개혁의 성과를 보이지 못하였다. 참여정부 에서도 정부개혁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인위적인 정 부개혁과 부처에 대한 구조조정은 시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 인다. 참여정부에서는 오히려 정부의 크기가 증가하였다. 2004년 말 현재 행정・입법・사법부 소속 공무원은 93만1,872명으로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2005년 정부가 공무원 3 만5,160명을 신규 선발할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05년말 공 무원 수는 96만7,032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03년 2월 참여 정부가 들어선 이후 2년간 공무원 수는 4.7% 늘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수 증가율 1.8%에 비해 2.9%포인트 높은 수준 이다. 동북아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가 설립되었고 과학기술부장관 이 부총리로 승격되었고 여러 부처에 복수차관제가 도입되었다.

한편,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은 국민의 정부에서 일견 많은 성과 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후 재정경제부와 외국인 은행장과의 갈등, 카드사 지원을 둘러싼 정부와 은행간의 갈등, 통합거래소 이사장 등과 같은 금융관련 단체장에 대한 낙하산 인 사논란 등에서 나타난 것처럼 여전히 시장원리를 통해서 해결하 여야 할 사항을 정부의 개입과 조정으로 해결하려는 과거 관치금 융의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공기업에 대한 구조개편과 민영화도 참여정부에 들어서면서 제 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한전 배전부문의 분할이 노사정위원 회의 권고에 의하여 중단되었다. 또한 지난 국민의 정부에서 추 진하기로 하였던 가스공사에 대한 구조개편과 민영화 그리고 지 역난방공사의 민영화도 중단되었다. 한편, 2003년 철도노조의 파 업 이후에 새롭게 제출되어 국회에서 통과된 ‘철도산업발전기본 법’에 따르면 철도운영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이를 공사화 하였고 정부지분의 민간매각 및 민간위탁 등 민영화 관련조항을 삭제하여 당초 철도구조개혁의 취지가 상당히 퇴색되었으며, 토 공과 주공을 통합한다는 계획도 취소되었다.

한편 국민의 정부에 이어서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장의 역 할보다는 정부의 역할이 더 강조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정부개혁론자인 윤성식(2002)은 국민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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