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공동체성의 확보

문서에서 정부의 역할 (페이지 147-151)

국민국가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국가 공동체에 대한 강한 소속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근대적 산업국 가의 형성이 국민국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였던 직접적 원인으로서 생산성 향상과 기 술적 요인을 꼽을 수 있으며, 이를 가장 중요한 국민국가의 특징 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여 러 국가들이 국제적인 도움으로 이러한 생산성 향상과 기술적 요 인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고 국제적인 금융기관과 국제원조로 인하여 초기 자본형성도 그리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적 의미의 산업국가로 탄생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 이 볼 수 있다. 그 근본적 이유로서 우리는 바로 국가 공동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례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민은 자신이 어떤 국가의 국민이라기보다는 어떤 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인도의 국민들도 자신이 인도의 국민이라는 생 각보다는 어떤 계급의 일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국가 공동체성은 한 국가 국민의 자신이 속한 나라에 대한 신 뢰와 긍지 및 자부심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자신이 국가가 보호 하는 소중한 인적 자원이라는 인식이 있을 때 한 나라의 국민으 로서 그 국가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공 동체성이 제대로 형성되어야만 한 나라 국민이 자발적으로 그 국 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자신의 역량을 높이고 국가의 법과 규칙 을 따르고 존중하는 준법정신을 갖게 되는 것이다. 국가 공동체

성은 모든 국민이 한 집단에 속하였고 이 집단 내에서는 차별이 나 부당한 대우가 없다는 일체감을 전제로 한다. 또한 누구든지 노력하고 열심을 다하게 되며 공정한 룰에 의하여 인정되면 그 사회의 높은 정치적・사회적 신분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 로 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국민국가로 성장하면서 국 민들에게 강력한 공동체성과 일체감을 부여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 을 기울이게 된다. 독일이 통일되면서 비스마르크는 연금제도를 시행하여 독일국민들이 국가사회에 속하였다는 의식을 불러일으 켰으며 미국은 남북전쟁을 통하여 인종적 차별이 없는 국가 공동 체의 확립을 내세웠다. 최근에는 인종, 연령, 성별 및 장애의 여부 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은 채 일할 수 있는 ‘적극적 행동Affirmative Action’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천황의 신민이라는 자부심을 통하여 제국주의적인 국가사회의 건설을 유도하였다. 많 은 나라가 의무교육, 의료보험 및 연금제도와 같은 다양한 사회보 장제도를 통하여 그 국민의 일체감을 확보하려고 노력한 것은 이 러한 이유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국가 공동체성을 굳건히 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경제민주화, 균형성장, 지역균형발전, 도・농 균형 발전, 중소기업 보호, 교육평준화 등의 정책은 우리 사회에 나타 나는 여러 가지 불균등한 모습을 치유하고 이에 따라 국민적 일 체감을 높이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추 세를 더욱 강화하여 신행정수도의 건설,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한 사립학교 지배구조의 변화, 부동산 세제의 재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논의되는 지역적 정치구도의 타파를 위한 연정제도 국가 공동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된다.

국가 공동체성의 추구와 함께 우리 정부는 이해당사자 자본주

Stakeholder Capitalism의 핵심적인 역할을 통하여 그 영향력을 강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를 통하여 사회전반 적인 노동문제 이슈를 해결하려 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식의 종업 원 경영참여 모형을 탐색하는 등 노동자 계층을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미 결정되어 시 행되고 있는 국책사업에 대한 환경단체의 반대에 대해서도 엄정 한 법집행보다는 의사결정과정에 참여시키는 방법 등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하여 학부모 및 교사와 같은 이해당사자가 중요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가 공동체성은 선진국에 비하여 결코 낮 지 않은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로 국가 공 동체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과거 봉건사회 에서의 계급의식은 이미 해방 후 독립국가가 건설되면서 상당 부 분 해소되었고 1950년대에는 토지개혁이 단행되었다. 전 국민에 대한 의무교육이 시행되었고 국가 공무원시험과 사법고시 등을 통하여 능력 있는 국민에 대해서는 비차별적인 기회가 균등하게 부여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 사회의 계층간 이동은 매우 원활하며 여기에 어떠한 제도적 장벽이나 차별도 없는 것으로 보 인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특성은 오랫동안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를 실천한 미국이나 유럽의 어떤 나라보다도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소득 불균등정도도 외국에 비하여 그 다지 낮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의 지니계 수는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상당 수준 증가하였으나 시장소득의 지니계수는 외국에 비하여 그리 높지 않으며 OECD국가 중 중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55)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매우

55) 유경준・김대일(2 003)

높은 수준의 평등의식이 존재하며 여러 형태의 불균등한 현상이 나타날 때 이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 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모습이 우리 사회가 높은 수준의 공동체 성을 이미 갖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국가 공동체성의 지나친 강조는 그 국가사회의 인센티브 구조 를 왜곡하여 사회전체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급격히 저하시키거나 정부역할의 지나친 강화에 따른 민주주의의 급격한 훼손으로 이 어진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사회주의의 출현은 국가 공동체성 의 가장 극단화된 모습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생산수단을 국유 화하며 국가가 생산의 결과를 배분하여 거의 완벽한 소득분배를 추구함으로써 국가 공동체성을 완벽하게 이끌어가려 하였으나 사 회주의 경제의 경쟁력은 저하되었고 본래 의도하였던 국가 공동 체성도 공산당 간부에 의한 귀족화와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구조 의 미비로 심각하게 훼손되었던 것이다. 전체주의를 통한 국가 공동체성의 강조도 정부에 의한 자원배분의 왜곡, 독재적 의사결 정을 통한 민주주의 질서의 파괴로 인하여 실패로 막을 내리게 된다.

참여정부에 들어서면서 이처럼 정부가 국가 공동체성을 높이려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정치적 견해의 차이와 함께 사회 적 갈등과 계층간의 골이 더욱 벌어지고 있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대북외교, 대미외교, 이라크 파병 등 다양한 이슈에 이르는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의 입장 차이로 사회가 극단적인 대결양상을 보이는가 하면 수도권 규제와 신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싸고 서울 과 경기도 등 지자체와 중앙정부간의 알력이 나타나고 있다.

문서에서 정부의 역할 (페이지 147-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