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법체계에 대한 국가간 비교연구에 대한 문헌조사

문서에서 정부의 역할 (페이지 59-93)

1. 국가간 비교연구의 배경과 의의

정부의 역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와 이에 따른 시장제도의 발달정도에 대한 국가간 비교연구가 최근 봇물 터지 듯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국가의 정치적 자유도나 경제적 성과 등 외견상 쉽게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한 국가에 대한 평가를 그 국가가 갖고 있는 전통, 법・제도, 국민적 성향, 투명성 등 여러 요소에서 유추해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이러한 국가간 비교 연구의 목적이다.

이러한 연구는 대체로 다음의 세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전통적인 제도론적 연구로서 많은 국가를 포함하지는 못하지만 대 표적인 국가군을 중심으로 제도와 그 성과에 따른 국제비교를 시도 하는 연구를 들 수 있다. Hayek(1948, 1973, 1976, 1979, 1996)의 연구 를 이러한 분야에 대한 가장 고전적인 연구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프랑스적 일탈’을 지적한 Dawson(1968), Merryman (1985, 1996)이 있다. 또한 영국의 명예혁명이 가져온 제도적 발전을 검토한 North and Weingast(1989)의 연구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정치 학자로서 국가간 비교연구를 제시한 Fukuyama(1995)를 들 수 있다.

둘째로 각국의 법체계, 경제적 자유, 경쟁정도 등과 경제적 성과간 의 관계에 대하여 조사하는 연구를 들 수 있다. 이를 주도한 것은 1986년 이래로 Easton and Walker(1992)와 Gwartney, Block, and Lawson(1996) 등으로 대표되는 Fraser Institute와 관련된 일련의 연

구이다. 이는 Gwartney and Lawson(2002, 2005)에 잘 정리되어 있 다. 유사한 연구로서 Cole(2003), Djankov, La Porta, Lopez-De- Silanes and Shleifer(2002) 등이 경제자유의 개념을 확장하였다. 또 한 매년 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발표하는 투명성과 부패정 도에 대한 지수 그리고 언론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

등에서 발표하는 언론자유 정도에 대한 지수 등이 있다. 셋째로 재무이론을 중심으로 기업지배구조와 자본시장 등에 대한 국가간 횡단자료 분석이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이 분야를 선도하였던 논 문은 La Porta, Lopez-De-Silanes, Shleifer, and Vishny(이하 LLSV, 1997)로서 이들은 49개국의 횡단면 자료를 토대로 법제도의 성숙과 집행정도가 자본 및 금융시장의 크기와 폭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 하였다. 이어 나타난 논문은 최근까지 매우 풍성하고 다양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논문이 방대하여 이를 모두 인용하고 제시하기는 어려우나 대표적인 것을 들자면 LLSV(1998), La Porta, Lopez-De-Silanes and Shleifer(1999), Levine(1998, 1999), Morck, Yeung and Yu(1999), Johnson, La Porta, Lopez-De-Silanes and Shleifer(2000), Wurgler(2000), Beck and Levine(2002), Claessens and Laeven(2002), Beck, Demirguc-Kunt and Levine(2002a, 2002b), Djankov, La Porta, Lopez-De-Silanes, and Shleifer(2002), LLSV(2002), Beck and Levine(2003), Beck, Demirguc-Kunt, and Maksimovic(2003) 등이 있다. 이러한 국가간 비교연구는 현재도 계속적으로 여러 연 구자들에 의하여 제시되고 있다.

국가간 비교연구는 중요한 법・제도 그리고 관습이나 전통의 차 이에 따라 한 사회의 경쟁력과 시장의 발달이 어떻게 다르게 나 타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중요한 특성 에 따라 국가들을 몇 개의 집단으로 묶을 경우 보다 선명하게 이 러한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물론 많은 국가가 표본집단으로 분

석의 대상에 포함될 때 국가간 특성의 차이가 크고 한 국가의 특 성을 나타내는 통계자료의 오류 등 많은 문제점이 내재되어 잘못 된 분석이나 유추를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여러 국가간 비교연구에서 제시하는 공통적인 메시지와 함의는 선명하게 나타 나기 마련이다.

본 장에서는 앞에서 논의한 성문법과 관습법 국가의 차이, 행 정부의 재량권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변수들, 경제적 자유도 등 과 같이 정부의 역할과 관련되어 있는 제도적, 관습적 특성이 어 떠한 차이를 불러들이는지를 주된 관심사로 하여 국가간 비교연 구에 대한 문헌조사 결과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헌조사 결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을 요약한다. 특히 제도가 정부 의 역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정부가 자원배분에 어 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구체적 메커니즘을 보고자 한다.

2. 국가간 비교연구 주요 문헌의 내용

(1) 전통적인 제도이론 연구 1) 주요 문헌의 내용

< 하이에크의 문제 제기: 경험주의와 합리주의 >

Hayek(1948, 1973, 1976, 1979, 1996)는 시장에 개입하고 특정산 업을 지원하며 인위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는 정부가 갖는 치 명적인 결함을 다양한 각도에서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를 한마 디로 설계주의에 따른 문제점으로 제기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진 화하는 제도적인 장치 안에 경제제도가 성숙되어야 한다고 주장

한다. 이와 같은 논의는 영국의 경험주의와 프랑스의 합리주의에 대한 철학사적 논의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Hayek(1996)는 강력 한 정부의 역할을 주장하는 설계주의적 입장이 프랑스의 합리주 의적 사고방식에서 연원하였다고 파악하고 있다. 그는 Lieber (1881)를 인용하면서 프랑스적 자유는 통치에서 찾아지지만 영국적 관점에서는 이는 결코 자유가 발견될 수 없는 곳이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Hayek의 시각은 정부의 역할이 국가간에 차이가 나 게 되는 근본 원인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한다. 즉 정부의 역 할은 각국이 처한 역사적 궤적과 법・제도적 특성 등 다양한 요인 에 의하여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Hayek는 설계주의적인 법체 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로 인하여 영국적 관습법 전통이 대륙적 성문법 전통보다도 우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프랑스적 일탈French Deviation27)>

유럽의 여러 국가 중에서 프랑스 법적 전통이 가장 큰 문제점 을 가져온다는 이른바 ‘프랑스적 일탈’의 논의는 하이에크의 논의 이후 Dawson(1968)과 Merryman(1985, 1966)에 의하여 지적되었 다. Dawson(1968)은 프랑스대혁명이 사법부의 ‘판결’을 금지시켰 다고 주장한다. 즉 대혁명 이후 나폴레옹 시대의 법원리에 따르 면 판사는 단순히 법을 적용하여야 했으며 법을 해석하는 판결행 위는 허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Dawson(1968)과 Merryman(1985, 1996)은 이러한 변화가 혁명전 과 비교하였을 때 매우 급진적인 변화였기 때문에 실제로는 잘 적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즉 나폴레옹 시대에도 프랑스 법원은 어느 정도 과거 프랑스 법에 기초한 법체계를 만들고 여기에 상 당 부분을 그들 자신의 판결과 법학자들의 견해를 추가하여 법체

27) 이 부분은 Beck, D em irguc-Ku nt & Lev in e(2003a)의 내용을 참조하였다.

계를 구성하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관행이 프랑스의 법체 계를 이식한 식민지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결 과 프랑스 성문법 체계를 인계받은 프랑스 식민지들은 나폴레옹 시대의 악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으며 법원의 법해석 등 재량 권은 최소화되어 사법권의 약화를 가져오는 결정적 원인이 되어

‘프랑스적 일탈’을 연유했다는 것이다.

< 영국의 명예혁명과 경제제도의 발달 >

North and Weingast(1989)는 영국의 명예혁명에 따른 경제제도 의 발달을 검토하였다. 절대왕권에 대한 견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왕권이 일반 신민의 재산권을 자신의 이득을 위하여 마음대로 변경시킬 때 투자나 경제적 활동이 위축될 수밖 에 없다. 17세기 영국의 명예혁명은 의회가 왕권을 제한하는 거 부권을 갖게 됨으로써 의회의 구성원인 자산가들의 경제적 이득 을 보호할 수 있게 된 사건이다. 명예혁명 이후에 영국의 금융산 업이 발달하게 되었는데 이는 왕권에 의한 재산권의 간섭이 배제 되고 투자가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 하 는 것이다.

그러나 명예혁명과 같은 시민계급의 승리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North and Weingast(1989)는 힘에 의하여 강요된 것이 었다고 한다. 이들은 만약 영국에 스페인이나 프랑스와 같은 상 비군이 있었고 이들이 왕실의 통제하에 있었다면 역사는 달라졌 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으로서의 ‘신뢰Trust’ >

Fukuyama(1995)는 한 사회에서 지켜지는 일반적인 신뢰수준이 국가마다 상이함에 주목하였다. 그는 이러한 신뢰수준이 그 사회

의 중요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이 신뢰수준 의 차이가 국가의 경제적 성과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다는 것을 보였다. 그는 특히 프랑스, 남부 이태리, 중국, 미국, 독 일, 일본 등의 국가에 대하여 이를 적용하여 국가간 비교연구를 시도하였다.

Fukuyama(1995)가 명시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으나 그가 신뢰 수준이 높다고 제시한 미국, 독일, 일본 등의 국가는 그렇지 않은 프랑스, 남부 이태리, 중국, 한국 등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에 상대 적으로 중앙집권적 전통이 약했음을 알 수 있다. 즉 미국과 독일 은 연방제도의 전통을 갖고 있고 일본은 중세 전국시대의 유산으 로 오랫동안 지방분권적 전통을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에 프랑스와 남부 이태리는 비교적 강력한 왕권의 통치하에 있었 으며 중국과 한국도 청나라와 조선이라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왕 국에 의하여 통치되었다고 할 수 있다.

2) 비판적 검토 및 시사점

하이에크는 정부의 강요가 없는 상태로서의 자유를 논하고 이 를 보다 세분화시켜서 영국적 자유를 사법부의 독립으로, 미국적 자유를 부처간의 견제와 균형이란 개념으로 형상화시켰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과 제도적 발달에 대한 설명이 생략 되어 그 논의가 다소 추상적으로 남아 있다는 느낌이다. La Porta, Lopez-De-Silanes, Pop-Eleches and Shleifer(이하 LLPS, 2002)는 하 이에크가 제시한 영국적 자유와 미국적 자유의 전통을 자세히 설 명하고 이를 지표화한 논의를 제기하여 하이에크의 연구에 구체 적인 검증을 시도하였다. 이들은 71개국의 자료를 통하여 사법부 의 독립으로 형상화되는 영국적 자유가 정치적 자유보다는 경제 적 자유를 더 잘 설명한다는 것과 부처간의 견제와 균형으로 형

상화되는 미국적 자유가 경제적 자유보다는 정치적 자유를 더 잘 설명한다는 것을 보였다.

한편, Hamowy(2003)는 하이에크의 영국 관습법 체계의 발달과 정에 대한 이해가 다소 과장되어 영국 관습법이 전제적인 정부에 대한 강력한 보루였다는 식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사 실은 영국의회나 관습법의 힘은 제한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오히려 영국의 유가증권법the Law of Equity이 만들어지고 나서 상 인사회의 필요가 충족되기 시작하였다고 해석하고 있다.

North and Weingast(1989)는 영국의 명예혁명은 의회가 왕권을 제한한 사건이었으나 양자간의 대결과 투쟁은 예측할 수 없는 것 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명예혁명과 이에 따른 영 국의 제도적 발달을 하나의 사건과 외적 요인으로 돌리는 듯한 느낌이다. 이보다는 오랫동안 내려왔던 전통과 제도적 진화가 이 러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보다 설득력 있는 논의라고 파악된 다. 이러한 의미에서 Hayek의 영국적 경험주의와 프랑스적 합리 주의에 대한 논의가 보다 체계적이고 분석적이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비판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제도이론 연구에서 얻어질 수 있는 시사점은 정부가 하향식으로 법제도를 설계하고 입안하는 것보다는 그 사회의 필요에 의하여 자율적으로 나타나 고, 수정되면서 확립되어 가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와 관련되어 Fukuyama(1995)의 연구에서 얻어질 수 있는 시사점은 중앙집권적인 정부에서보다는 자율적인 환경인 지방분 권의 체제에서 신뢰의 전통이 쌓여간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법체계의 유연성이 크고 다양한 주체간의 자율성이 정부에 의한 통제보다 우선될 때 제도가 안정적으로 성숙하며 사회의 신뢰수 준이 증진된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 구성원의 자발성을 더욱 잘 유도할 수 있는 체제가 높은 수준의 성취를 보인다는 것이다.

문서에서 정부의 역할 (페이지 5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