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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H A P T E R

외국사례의 시사점과 향후 북한의 과제

1. 시장화・ 사유화・국제화의 시사점

본 연구에서 살펴본 중국, 폴란드 구 동독 등 체제전환국의 사례는 시장 화・사유화・국제화와 같은 경제체제 개혁이 도시간 경제발전의 우열을 보다 분명하게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사회주의시절에 정부의 정책 적 지원 하에 경제성장을 이룩한 중공업 중심의 도시들은 시장경제의 도입 이 후 상당기간 경제가 침체되었던 반면, 지경학적으로 유리한 입지여건과 서비 스업의 성장잠재력을 갖춘 도시들은 경제발전을 나타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북한에서 어떠한 형태의 경제체제 개혁이 진행되더라도 개혁 이전보 다 도시간 발전의 우열이 더 분명하게 나타날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에도 북한에는 지역간, 도시간 사회경제적 격차가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지만 이러한 격차가 경제체제 개혁 이후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경제성장 측면에서 볼 때 도시간 우열의 발생 그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으나, 격차가 지나치게 커지게 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음은 이미 우리의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향후 북한에서 시장화・사유화・국제화가 진행될 경우, 이것이 도시발전에

미칠 영향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혁의 방식과 개혁의 초기여건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시장화・사유화・국제화의 방식과 초 기여건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외국사례가 북한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해보았다.

먼저 개혁방식의 시사점을 시장화・사유화와 국제화의 경우로 구분하여 살펴 보았다.

1) 시장화와 사유화방식의 시사점

세 국가의 사례에서는 시장화의 속도와 도시경제발전의 관계가 서로 차별 적으로 나타났다. 시장화의 속도가 느렸던 중국은 시장화의 속도가 빨랐던 폴 란드나 구 동독의 경우보다 빠른 도시경제의 성장을 나타냈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중국이 저개발 농업국가상태에서 개혁을 진행하였던 초기여건의 차이 도 반영된 것이지만, 폴란드와 구 동독의 경우처럼 급격한 시장화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구 동독은 시장화・사유화가 폴란드보다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진행됨으로써 대량실업 등 도시경제의 부 정적인 영향이 초기에 폴란드보다 더 크게 나타났는데, 이것은 급진적 방식의 통일이 가져올 부작용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중국의 사례는 정부의 주도 하에 점진적으로 추진되는 시장화가 도시 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유화보다는 점진적 시장화에 중점을 둔 개혁방식이 비교적 안정적인 도시경제 발전과 도 시개발을 이끈 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의 안정적 인 도시개발 사례는 불안전한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이룩된 성과라는 한계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인 사유재산의 형성이 아직 미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시장화와 국제화가 이룩한 성 과는 절반의 성공 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폴란드와 구 동독의 급진적인 시장화와 사유화는

도시경제 및 도시개발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폴란드의 바르샤 바, 구 동독의 베를린과 같은 수도권으로의 투자집중과 지방도시의 경제침체는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급격한 시장화와 사유화과정 에서 나타난 경제적 불안정 때문에 민간투자는 안정성 위주로 이루어질 수밖 에 없었고, 이 때문에 투자여건이 양호한 수도권 등 특정지역으로 투자가 집중 되었던 것이다. 폴란드의 바르샤바와 구 동독의 베를린처럼 북한의 평양은 북 한내 경제의 중심지로서 개혁이 추진될 경우 투자와 노동력의 유입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따라서 폴란드와 구 동독에서와 같은 문제의 재현 가능성 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폴란드와 구 동독의 사례는 급격한 시장화, 사유화가 가져올 부작용(토 지소유권분쟁, 대량실업)을 최소화하는 것이 개혁 초기에 도시경제 안정화를 위한 핵심적 과제가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북한이 이들 국가와 같은 급진적인 시장화와 사유화를 추진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경우의 과제이 다. 특히 구 동독에서는 토지의 원소유권 반환이 소유권분쟁을 야기시켜 개혁 초기에 도시개발을 지연시켰던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례는 사유 화의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대책 없이 급진적 사유화가 추진될 경우 소유권분 쟁이라는 부작용이 도시발전의 장애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도시 산업구조의 측면에서는 사회주의 시절 중공업으로 특화되었던 도시들 이 경제 침체를 나타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기 존 중공업중심의 대도시들보다는 경공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중소도시들의 성 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폴란드와 구 동독의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서비스 업이나 경공업 중심도시들이 중공업 중심도시들보다 인구 감소나 경제 침체 가 적게 나타났다. 따라서 시장화와 사유화의 부정적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 날 것으로 예상되는 중공업 도시들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어떠한 형태로든지 필요할 것임을 알 수 있다. 구 동독의 경우 연방정부의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통해 기존 공업도시로부터의 노동력 유출을 억제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과 학력을 갖춘 젊은 인력의 유출은 구 동독 도시들의 공통적 문제였다. 따라서 북한의 경우에도 개혁추진 이후 공업도시들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노동력의 유출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