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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주의의 문제점

문서에서 마르크스 ꡔ독일 이데올로기ꡕ (페이지 90-93)

ꡔ자본론ꡕ을 과학적 저작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때 ‘과학’

의 개념은 19세기 후반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C.

Taylor, Hegel and Modern Socirty, 146쪽 참조). 엘스터(J. Elster)도 마 르크스의 방법론을 다른 학설들과 분리해서 논해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 다고 하면서 마르크스는 19세기 인물로서 그가 내세운 과학주의는 그 당 시의 자연 과학의 성과로부터 소박하게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 다(J. Elster, An Introduction to Karl Marx, 21-22쪽 참조).

이처럼 마르크스 사상에서 ‘과학적’이라는 것은 19세기에 널리 사용되 었던 실증주의적인 자연 과학적 방법의 의미에서 ‘과학적’이며, 따라서 역 사적 유물론의 과학성은 실증주의 또는 과학주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 다고 볼 수 있다.

방식에 의해 예측 가능한 것으로 보는 관점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사회적 삶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A. MacIntyre, After Virtue, 215쪽)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매킨타이어의 비판처럼 마르 크스 사상에는 필연적 법칙에 대한 인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역사 주의 경향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역사주의적 관점은 ꡔ독일 이데올로기ꡕ 이외에도 마르크스와 엥 겔스의 다른 저작들에도 잘 나타나 있다. 마르크스는 「안넨코프에게 보내 는 편지」(1846년)에서 유물론적 역사관의 기본 관점을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역사주의적 태도를 볼 수 있다. “그 형태가 어떠 하든지 간에 사회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들의 상호작용적 행위의 산물이다. 이러한 또는 저러한 사회 형태를 선택하는 것은 인간에게 자유스러운가? 결코 그 렇지 않다.”(K. Marx, “Brief von K. Marx an P.W. Annenkow vom 28.

Dezember 1846”, 548쪽) 인간은 역사의 기초인 자신의 생산력들을 자유 로이 선택할 수 없는데, 왜냐 하면 생산력은 과거로부터 축적된 역사적 산 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산력을 기초로 형성된 인간들 사이의 물질적 생산 관계들이 그들의 모든 사회적 관계들의 기초를 형성한다. 이 처럼 생산력에 상응하여 교류 형태 및 소비 형태가 형성되고, 그리고 이에 상응하여 사회 질서 및 가족 관계 등의 시민 사회가 형성되며, 그리고 이 에 상응하여 정치 질서가 형성된다.

마르크스는 ꡔ정치 경제학 비판ꡕ의 서문에서 역사적 유물론을 정식화하 면서 이러한 역사주의적 태도를 좀더 명료하게 보여준다. “인간은 그들 생활의 사회적 생산에서 그들의 물질적 생산력의 일정한 발전 수준에 상 응하는 그들의 의지로부터 독립된 일정한 필연적인 관계, 즉 생산 관계를 맺는다.”(KPÖ 7쪽) 즉 사회의 형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생산 관계는 개인들의 자유 의지에 의해 선택된 것이 아니라, 역사 발전의 자연적이고 필연적인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주의적 태도는 ꡔ자본론ꡕ에 좀더 명시적으로 나타나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의 자연 법칙들로부터 발생하는 더 높거나 더 낮은 사 회적 적대 관계의 발전 정도는 여기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한 경향들이다. 공업이 더 발달한 나라는 덜 발달한 나라에게 자신의 미래 의 형상을 보여줄 뿐이다.”(Kapital I 12쪽)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생산 방식을 규정하는 법칙이 있으며, 이것은 자 연 법칙처럼 필연성을 갖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 법칙에 따 라 사회는 필연적으로 운동하면서 다음 단계로 변화하므로 미래 사회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 산업 국가의 모습은 후진 국가의 미래상인 것이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경제적 사회 구성체의 발전을 ‘자연 사적 과정’(ein naturgeschichtlicher Prozeß)으로 보았던 것이다. 개인 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작동하는 자연 법칙과 같은 사회 법칙 이 있으며, 이러한 사회의 운동 법칙을 개인들은 뛰어넘거나 거스를 수 없 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경제적 운동 법칙을 드러내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 목적 인데, 비록 한 사회가 자기 운동의 자연 법칙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했다고 할지라도 자연적인 발전 단계들을 뛰어넘을 수도 없으며 그것들을 제거하 도록 명령을 내릴 수도 없다. 그러나 사회는 출산의 고통을 단축시키고 완 화시킬 수는 있다.”(Kapital I 15-16쪽)

마르크스는 인류의 역사에 자연 과학의 법칙처럼 필연적 법칙이 있으 며, 우리는 이러한 필연적 법칙을 자의적으로 초월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인간의 역사에는 자연에서처럼 일정한 법칙이 존재하는데 마르크스는 이 러한 법칙을 자연 법칙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면서 역사의 발전 과정을 자 연사적 과정으로 보았던 것이다.

엘스터도 마르크스의 이러한 역사주의적 태도를 지적하면서 이것이 19 세기의 자연 과학의 발달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마르크스 는 그 당시의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생물학의 진보에 감명을 받 아서, 사회에 대한 연구가 유기체에 대한 연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고 생각하였으며, 그래서 사회에도 ‘확고한 필연성’으로 작동하는 사회의

‘운동 법칙’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J. Elster, An Introduction to Karl Marx, 22쪽 참조).

포퍼(K. Popper)도 마르크스와 밀이 공통적으로 역사주의적 태도을 취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것을 그 시대의 특징적인 산물로 보고 있다. 비록 마르크스가 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고 그리고 그 이론에서도 차이점 도 있지만 그러나 마르크스와 밀의 연구 작업에는 역사주의적 태도라는 공통점도 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ꡔ자본론ꡕ의 서문에서 “현대 사회의 경제적 운동 법칙을 드러내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이다”라고 말했 을 때, 그는 밀의 프로그램을 실천에 옮기려고 했다는 것이다. 밀은 인과 율에 토대한 인과적 분석을 ‘역사적 방법’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포퍼는 이것이 역사주의적 예언과 유사하다고 간주하였다(K. Popper, 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 II, 87쪽 참조).

이처럼 역사적 유물론은 역사에는 필연적인 법칙이 있으며 이에 대한 인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역사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19세기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던 자 연 과학적 방법을 모델로 하여 사회 법칙을 탐구하려고 했던 것과 연관되 어 있다.

문서에서 마르크스 ꡔ독일 이데올로기ꡕ (페이지 9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