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ꡔ독일 이데올로기ꡕ에 나타난 ‘이데올로기’ 개념

문서에서 마르크스 ꡔ독일 이데올로기ꡕ (페이지 146-150)

와 부정적 의미를 동시에 함축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대립적 의미는 이후 에도 계속 이어져서 이데올로기 개념을 둘러싼 논의에서 주요 논란점이 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는 이데올로기 개념을 이론적, 정치적 논의의 전면에 등장 시켰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역사적 유물론의 관점에서 물질적 생산 과 정을 토대로 사회적, 정치적 사상이나 관념의 변화를 설명하려고 하였다.

엥겔스는 객관적인 사회 과학을 정립하려고 시도하면서 드 트라시의 실증 주의적이고 과학주의적인 전통을 이어받게 되었다. 이러한 마르크스와 엥 겔스의 이론적 작업을 통해서 이데올로기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마르크 스주의 전통과 깊은 연관을 맺게 되었다.

드 트라시가 추구했던 접근 방식, 즉 이데올로기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 학적인 연구는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서구, 특히 미국에서 활발하게 이 루어졌다. 이들 나라의 학자들은 나치즘이나 스탈린주의를 비난하면서 그 러한 관념들의 기원을 설명하였다. 따라서 이들에게 이데올로기라는 용어 는 비합리적이면서 전체주의적 성향을 지닌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들은 마르크스주의가 대중화한 이데올로기라는 용어를 이제는 마르크스 주의를 비판하는 무기로 사용하였으며, 다니엘 벨(Daniel Bell)은 ‘이데올 로기의 종언’을 선언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마르쿠제(H. Marcuse)가 주장하고 있듯이, 사상이나 이론의 객관성과 과학성을 강조하는 주장이나 또는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대신에 효율성의 논리를 강조하는 주장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될 수도 있다(H. Marcuse, One- Dimensional Man, 9-12쪽 참조).

이처럼 이데올로기 개념은 비록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그러나 여 러 사상가들에 의해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면서 이에 대한 상반된 평가 와 더불어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서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 동으로 저작한 ꡔ독일 이데올로기ꡕ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이데올로기 개 념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독일 이데올로기’란 무엇인가?

우리가 이데올로기 개념과 관련하여 주요 분석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 책의 제목은 ꡔ독일 이데올로기ꡕ인데, 여기에는 ‘이데올로기’라는 용어 가 들어 있다. 이 책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1845년 여름부터 1846년 가을까지 쓴 것인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서 출판되지 못하다가 그들 이 사망한 후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인 1932년에 처음으로 출판되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출판사에 의해서 자의적으로 붙여진 것이 아니라 이미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의해서 그 당시에 붙여진 것이다. 따라서 여기 서 ‘독일 이데올로기’가 가리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검토한다면 이 개 념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그 윤곽을 그려볼 수 있다.

이 책의 부제는 「포이에르바하, 바우어, 슈티르너에 의해서 대표되는 근 대 독일 철학과 다양한 예언자들이 포함된 독일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이 다. 그래서 제1권에서는 근대 독일 철학과 관련하여 포이에르바하, 브루노 바우어, 막스 슈티르너와 같은 청년헤겔학파의 관념론을 주로 비판하고 있다. 제2권에서는 칼 그륀이나 모제스 헤스 등이 표방하고 있는 독일의

‘진정 사회주의’를 주로 비판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에서 비판의 대상으 로 삼고 있는 철학자나 사상가들은 독일의 청년헤겔학파와 ‘진정한 사회 주의자들’로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이들의 철학이나 사상을 가리켜서 이 데올로기라고 부르고 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이들의 철학이나 사상이 현실성을 결여하고 있는 관념론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보면서 이를 이 데올로기라고 명명하여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2) ‘허위 의식’으로서 이데올로기: 현실에 대한 관념론적 전도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ꡔ독일 이데올로기ꡕ에서 이처럼 현실을 제대로 인 식하지 못하고 있는 독일 관념론 철학을 비판하기 위해서 ‘허위 의식’이라 는 의미로 ‘이데올로기’ 개념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독일 관념론은 다른 민족들의 이데올로기와 특별한 차이점이 없다. 또 한 이것은 세계를 이념에 의해 지배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념과 개념을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원리로 간주하며, 특정한 사상들을 철학자들에게 접

여기서 이데올로기 개념은 관념론적 사고를 가리키고 있다. 이념이나 개념과 같은 관념적 요소를 세계의 지배 원리로 간주하는 관념론적 사고 가 이데올로기의 일반적 특징이라는 것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유물론 적 관점과 대비되는 관념론적 관점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이것을 일종의 이데올로기라고 말한다.

“모든 이데올로기는 이 역사[인간의 역사]에 대한 왜곡된 이해이거나, 아니면 역사에 대한 완전한 추상화 작업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 그 자체는 역사의 측면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DI 18쪽 / 53쪽)

이데올로기란 인간의 역사를 왜곡시키고 있는 의식이나 사상, 또는 역 사를 추상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의식이나 사상을 가리킨다. 전자의 의미 로 볼 경우에 이데올로기는 일종의 ‘허위 의식’을 의미한다. 즉 역사나 현 실에 대한 왜곡된 의식, 거짓된 의식, 허구적인 의식을 가리킨다. 이데올 로기는 현실을 진실되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되게 인식하는 의식이 나 사상인 것이다.

후자의 의미로 볼 경우에 이데올로기는 매우 추상적인 의식이나 사상을 의미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추상(Abstraktion)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 가하면서, 추상화 작업이 역사적 자료를 정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추상은 그 자체로서는, 다시 말해서 현실 적인 역사로부터 분리되면 아무런 가치도 갖지 않는다”(DI 27쪽 / 67쪽)고 말한다. 즉 추상화 작업이 현실과 분리되어 유리된다면 역사나 현실을 이 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이런 의미 에서 이데올로기도 일종의 추상이지만 그러나 ‘완전한 추상’이기에 현실과 는 유리되어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올바른 추상은 역사에 대한 과학적 인 탐구 방법에 필수적이지만 그러나 현실과 유리된 이러한 ‘완전한 추상’

으로서 이데올로기는 역사에 대한 과학적인 탐구나 참된 인식을 가로막는 다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이데올로기가 역사에 대한 ‘왜곡’이든 아니면 역사에 대한 ‘완전

한 추상’이든지 간에 여기서 이데올로기는 현실과 유리된 의식 그래서 현 실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반영하지 못하는 의식이나 사상을 가리키는 부정 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만약 전체 이데올로기에서 인간과 그들의 관계가 사진기의 어둠상자에 서처럼 전도되어(auf den Kopf gestellt) 나타난다면, 마치 망막 위의 전 도된 영상이 직접적인 육체적 구조에서 생겨나는 것처럼,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역사적 생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다.”(DI 26쪽 / 65쪽)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허위 의식’으로서 이데올로기 개념을 이처럼 ‘전 도’(顚倒)라는 용어를 통해서 설명한다. 사진기의 어둠 상자나 육체의 망 막에서 대상이 거꾸로 나타나는 것처럼 이데올로기에서도 대상이 거꾸로

‘전도’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대상이 실물 그대로가 아니라 위와 아 래가 또는 앞과 뒤가 바뀌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현실 다시 말해서 인간과 그들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도시 켜서 보여준다.

이러한 ‘전도’ 개념은 마르크스가 「헤겔 법철학 비판 서설」에서 포이에르 바하의 종교 비판의 논리를 수용하여 인간과 신의 관계를 설명할 때도 사용 했던 것이다(K. Marx, “Zur Kritik der Hegelschen Rechtsphilosophie.

Einleitung”, 378쪽 참조). 종교에서는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것 은 ‘전도된 세계 의식’(verkehrtes Weltbewußtsein)이기 때문에 잘못 되 었다고 비판하면서, 거꾸로 인간이 신을 만들었으며 신의 속성은 인간의 속 성이 종합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전도’ 개념은 위에서 언급한 관념론적인 인식 구조에서도 잘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관념론은 물질과 이념의 관계를 전도시켜서 물질이 이념을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이 물 질을 산출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하늘에서 땅 으로 내려오는 독일 철학과는 정반대로 우리는 땅에서 하늘로 올라간다”(DI 26쪽 / 65쪽)라고 말한다. 즉 유물론적인 관점은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데 비해 관념론적인 관점은 이와 반대로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념론과 같은 이데올로기에서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 전도된 형태 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도’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르크스와 엥겔 스는 사진기에서 영상이 전도되어 나타나는 것은 사진기의 구조 때문이며, 망막에서 영상이 전도되어 나타나는 것은 육체의 구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데올로기에서 현실이 전도되어 나타나는 것은 ‘인간의 역사적 생활 과정’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즉 인간의 생활 과정이나 조건 때문에 현실이 인간의 의식에 전도되어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사진기나 망막에 대한 비유를 직접적인 것으로 이 해한다면, 사진기나 망막의 구조 자체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러한 전도가 발생하듯이 인간의 생활 과정이나 조건 때문에 현실적 관계가 이데올로기 형태로 전도되어 나타나는 것도 불가피한 것이다. 이것은 의도적이거나 의식적으로 현실을 전도시키거나 왜곡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생활 조건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전도이자 왜곡인 것이다. 따라서 이데 올로기란 역사적인 생활 과정이나 조건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전도 나 왜곡으로 인한 허위 의식인 것이다.

3) 상부 구조의 한 형태로서 이데올로기: 이데올로기 일반의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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