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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물질적 생산 활동의 중요성

문서에서 마르크스 ꡔ독일 이데올로기ꡕ (페이지 72-77)

역사적 유물론이란 역사를 유물론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즉 인 간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고찰하는 데 있어서 물질적인 요소를 중심에 둔 다. 그런데 여기서 물질적인 요소란 바로 물질적인 생산 활동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물질적 인 생산 활동을 중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서는 이러한 물음을 중심 으로 유물론적 역사관이란 무엇인지를 살펴보겠다.

(1) 역사 서술의 출발점으로서 물질적 생산 활동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헤겔 및 청년헤겔학파의 관념론적 역사관을 비판 하면서 그 대신에 역사적 유물론, 즉 유물론적 역사관을 주장한다. 유물론 적 역사관이란 말 그대로 유물론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ꡔ독일 이데올로기ꡕ에서 이러한 유물론적 역사관의 기본 관점을 관념론적 역사관과 비교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독일 철학과는 정반대로 우리는 땅에서 하늘 로 올라간다. 즉 우리는 인간이 말하고 상상하고 관념화시킨 것으로부터 출 발한다거나, 혹은 말해지고 상상되고 표상된 인간으로부터 출발하여 그로 부터 육체를 가진 인간에 도달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현실적으 로 활동하는 인간으로부터 출발하며, 또한 그의 현실적인 생활 과정에서 이 생활 과정의 이데올로기적 반영과 반향을 서술한다.”(DI 26쪽 / 66쪽)

헤겔이나 청년헤겔학파의 역사 서술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반 면에,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역사 서술은 “땅에서 하늘로 올라간다”는 것 이다. 즉 헤겔이나 청년헤겔학파가 ‘절대 정신’이나 ‘유’, ‘인간’과 같은 관 념적이고 추상적인 존재에서 출발하여 역사를 서술한다면, 마르크스와 엥 겔스는 ‘현실적으로 활동하는 인간’이나 ‘현실적인 생활 과정’과 같은 현실 적이고 물질적인 존재에서 출발하여 역사를 서술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헤겔이나 청년헤겔학파의 역사관을 관념론적 역사관이라고 부르고, 마르 크스와 엥겔스의 역사관을 유물론적 역사관이라고 부른다. 마르크스와 엥 겔스는 유물론적 역사관의 출발점이 되고 있는 이러한 인간이 다른 역사 관에서 말하는 인간과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러한 고찰 방식이 무전제적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의 전제에서 출발하여 잠시도 그것을 버리지 않는다. 그 전제들은 어떤 환상적으로 완 결되고 고정화된 인간이 아니라, 특정한 조건 아래에서 현실적이고 경험적 으로 관찰될 수 있는 발전 과정 상의 인간이다. 이러한 활동적인 생활 과 정이 드러나기만 하면, 역사는 추상적인 경험론자에게 나타나는 것과는 달 리 죽은 사실의 집적이기를 멈추고, 또한 관념론자에게 나타나는 것과 같 은 상상된 주체의 상상된 행위도 아니게 된다.”(DI 27쪽 / 66쪽)

유물론적 역사관은 청년헤겔학파처럼 인간의 고정된 본성을 전제하고서 이것을 토대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물질적 조건들 속에 서 시대에 따라 다양한 생산 활동을 하는 현실적 인간을 전제로 하여 역사 를 서술한다. 이러한 전제는 관념론적 역사관에서처럼 인위적으로 고안해 낸 추상적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험론적 역사관에서처럼 감각적으로 경험되는 단순한 사실의 집합도 아니다. 유물론적 역사관은 현실적으로 경 험 가능한 사실을 역사 서술의 출발점을 삼는데, 그것은 고정되거나 죽은 사실이 아니라 ‘발전 과정 속에 있는 실천적 인간’이다. 이처럼 유물론적 역사관은 물질적 생산 활동을 하는 인간을 역사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2) 역사의 기본 전제로서 물질적 생산 활동

그렇다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현실적으로 활동하는 인간’이나 ‘현실적 인 생활 과정’을 역사 서술의 출발점으로 삼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이러한 요소들이 역사를 형성하기 위한 기본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 모든 역사의 제 1전제, 즉 인간은 ‘역사를 만들’ 수 있기 위해서 는 먼저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확인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생활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음식, 주거, 의복 그리고 그 밖의 여러 가지 것들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최초의 역사적

산(Produktion des materiellen Lebens selbst)이다. 그리고 실로 이것 은 단순히 인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천 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도 시시각각으로 충족시켜야 할 역사적 행위, 모든 역사의 기본 조건이 다.”(DI 28쪽 / 68쪽)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의 주체가 된는 인간의 생존이 다. 만약 인간이 생존할 수 없다면 역사는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생존을 위한 생산 활동, 즉 노동이 역사의 출발점이자 역사의 기본 조건이 된다.

인간은 이러한 생산 활동을 통해서 자연을 가공하여 변화시키고 나아가 자신의 삶도 변화시키게 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의 역사가 형성된 다. 생산 활동은 역사의 기원이자 역사의 필수 조건인 것이다. 그래서 마 르크스와 엥겔스는 인간의 삶에서 이러한 ‘물질적 생산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이것을 역사 서술의 제 1전제로 삼았던 것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역사의 제 1전제가 인간의 생존을 위한 물질적인 생산 활동이라면, 역사의 제 2전제는 ‘새로운 욕구의 창출’이라고 말한다.

“[역사의] 두 번째 전제는 충족된 최초의 욕구 자체 및 그 충족 행위와 이미 획득한 충족 수단이 새로운 욕구를 낳는다는 것이다. ― 이러한 새로 운 욕구의 창출(Erzeugung neuer Bedürfnisse)이 최초의 역사적 행위 이다.”(DI 28쪽 / 68쪽)

역사의 제 2전제는 인간의 욕구 충족과 이에 따른 새로운 욕구의 창출 이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생산 활동을 해야 하는데, 만약 이러한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의 충족에 만족하여 여기서 더 나아가지 않는 다면 새로운 변화가 없게 되고 이로 인해서 역사의 발전도 없게 된다. 즉 동일한 형태의 생산 활동만이 반복됨으로써 사회적 변화도 없게 된다. 그 러나 인간은 기존의 욕구 충족에만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욕구를 갖게 된 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생산 활동을 펼치게 되며, 이로 인해서 생산 활동의 방식이나 사회 관계에서도 변화와 발전이 있게 되어 새로운 역사가 전개된다. 이처럼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역사의 발전에서 새로운 욕구의 창출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생산력주의에 입각하여 역사를 기계론적으로 해석하는 관점과는 차이가 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역사의 발전에서 인간의 능 동적 욕구와 같은 ‘인간적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역사가 단지 생산력의 발전에 의해 기계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동적인 작용에 의해서 전개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러한 역사 이 해는 인간적 요소를 배제하는 기계론적 유물론과는 차이가 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이러한 두 가지 전제들과 더불어 ‘사회 구성원의 재생산’을 역사의 제3의 전제로 간주한다.

“[역사의] 세 번째 전제는 […] 자기 자신의 삶을 나날이 새롭게 만드 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만들어 내 번식시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 즉 부 부 관계 및 부모와 자식 관계인 가족이다. 처음에는 유일한 사회적 관계였 던 가족은 나중에 증가된 욕구가 새로운 사회 관계를 낳고, 증가된 인구가 새로운 욕구를 낳으면서 부차적인 것으로 되었다.”(DI 29쪽 / 69쪽)

역사의 제 3전제는 출산을 통해서 사회 구성원을 재생산하는 것이다.

출산을 통해서 기존의 사회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구성원을 재생산할 뿐 만 아니라, 또한 더 많은 출산을 통해서 인구가 증가되면 이에 따라 새로 운 욕구가 창출되고 이로 인해서 새로운 사회 관계가 등장하게 된다. 인구 의 증가는 사회적 활동의 영역을 확대시킴으로써 가족 중심의 단순한 형 태의 분업을 큰 사회 중심의 복잡한 형태의 분업으로 발전시키고 나아가 생산력의 증가와 함께 사회 관계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그래서 마르크 스와 엥겔스는 사회 구성원의 재생산을 통한 인구의 증가를 역사의 제 3 의 전제로 간주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물질적 생산 활동’, ‘새로운 욕구의 창출’, ‘사회 구성원의 재생산을 통한 인구의 증가’는 역사의 세 가지 전제가 되고 있 다. 그런데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이러한 세 가지 전제가 서로 다른 단계가 아니라 인류의 역사에서 항상 동시에 존재해 왔던 ‘세 가지 측면’(drei Seiten)이자 ‘세 가지 계기’(drei Momente)라고 말한다(DI 29쪽 / 70쪽 참조). 즉 이러한 세 가지 전제가 역사를 형성하는 측면으로서 서로 긴밀 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특히 제 1의 전제인

물질적 생산 활동이 중심적인 측면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역사의 주체인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물질적 생산 활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물질적 생산 활 동의 확대와 변화에 영향을 주는 것이 새로운 욕구의 창출과 사회 구성원 의 재생산이라는 제 2의 전제와 제 3의 전제이다. 이처럼 물질적 생산 활 동은 인간의 생존뿐만 아니라 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요구되기 때 문에 역사의 기본 전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역사 를 이해하거나 서술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물질적 생산 활동을 중시하는 역사적 유물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3) 역사의 원동력으로서 물질적 생산 활동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물질적 생산 활동이 역사의 기본 전제일 뿐만 아 니라 또한 사회적 삶 전반을 규정하는 토대로서 역사의 원동력이 된다고 보았다. 물질적 생산 활동은 역사가 존재하기 위한 기본 전제일 뿐만 아니 라 또한 우리의 사회적 삶 전반을 규정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역사를 변화 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이러한 물질적 생산 활동을 중심으로 역사를 고찰하는 역사적 유물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사회 형태의 역사적 발전 단계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회 구 성체’ 개념도 바로 이러한 물질적 생산 활동이 이루어지는 방식, 즉 생산 양식을 토대로 하고 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ꡔ독일 이데올로기ꡕ에서 동물로부터 인간을 구분시 켜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물질적 생산 활동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의식에 의해서, 종교에 의해서, 그밖에 사람의 의욕하는 것에 의 해서 동물과 구별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생계 수단(Lebensmittel)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을 동물과 구별하기 시작한다.”(DI 21쪽 / 58쪽)

인간과 동물을 구분시켜주는 차이점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인간은 이성적 능력을 갖고 있으며, 종교를 믿고, 언어를 사용하며, 문화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동물과 구분될 수 있다. 그런데 마르크스와 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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