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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출산 및 자녀양육경험은 추가 출산의 주요한 동기로 작용할 수 있으 므로,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와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육아스트레스, 양육으로 인한 일과 가정의 양립 어려움, 사회인식의 문제, 양육 친화적이지 못한 물리적 환경은 여성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이며 저출산 원인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 이다.

1) 여성의 양육경험

여성의 양육경험은 부정적인 양육스트레스와 연결된다. 핵가족화에 따라 결 혼 및 출산 이전에 원가족에서 양육을 경험하기 어려운 현대사회의 특징과 관 련 교육이 부족한 상태에서 ‘엄마’로서의 역할 수행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 로 해석된다. 여성들은 양육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및 고립감 등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햇빛을 너무 보고 싶어서, 이제 베란다에 애 안고 서있으면서 아, 내가 언제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모유수유를 하니까 어디 갈 수가 없고, 무슨 일이 있어도 잠깐 맡길 수도 없고, 들쳐 업고 가거나 안고 가고…(민○○, 35)

애가 밖에 나가자고 그러면 애를 메고 놀이터로 나가고, 이렇게 다니는데, 아직 산후조리 가 다 안 되서 그런지 힘도 없고… 출산 후 그 3개월이 막 3년같이 느껴질 정도로 되게 힘들었어요.(이○○, 30)

우울증에 걸릴려고 해도 걸릴 시간이 없어서 못걸려요. 내가 키우지도 못하면서 애를 셋이나 낳았구나… 그런데 애들 생각을 하면 저는 또 미안해져요.(김○○, 38)

애가 떽떽거려서 밥도 제대로 못 먹어요. 사람 미치는 거예요.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거예요. 샴푸질 하고 있는데 애가 울고 그러면 불안해서 못 하는 거예요.(김○○, 32)

2)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인터뷰 대상자의 경우 양육에 대한 사회정책적 차원의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 서 가족의 지원 없이 여성이 양육과 일을 병행하기는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따 라서 가족 지원이 없는 여성은 ‘양육’과 ‘일’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일 또는 출산 을 포기하게 되거나, 가족에게 자녀 양육의 많은 부분을 의존하게 된다.

일을 너무 하고 싶고 나가고 싶은데 그게 안 돼가지고, 제가 그 때 버틸 수 있었던 힘이, 3년만 참자. 3년만 참자… 엄마가 3년 동안 애를 키우면 안정되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 고…(민○○, 35, 1자녀)

저도 사실 일을 하다가 그만둔 케이스에요. 시아버님이 아이를 데려가고 데려오고를 해주셨어요. 그런데 시아버님이 편찮으신 이후로는 그렇게 할 수가 없고 제가 그걸 다 해야 했지요.(김○○, 38, 3자녀)

한편, 일과 가정의 양립을 저해하는 업무 특성도 존재한다. 그럴 경우 여성은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보다는 스스로 일을 포기하게 되는 경향이 있으며 어렵게 일을 유지하더라도 자녀에게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제가 있었던 데가 해외 영업하는 무역 회사여서 출장이 되게 잦았고, 보통 퇴근시간은 7시였지만 9시, 10시까지 일하고, 일이 많으면 새벽 2시, 3시에 택시타고 집에 가고 그래야 돼서, 이제 회사에서도 그만 두는 걸로 권유를 했고…(이○○, 38, 1자녀)

진짜 전염병(수두) 같은 거는 전염되니까 격리해야 된다고 일주일 동안 오지말래요. 엄 마는 직장가고 대기업 같은 경우는 월차 연차 써서 푹 쉴 수도 있겠지만 중소기업은 2~3일 연차 쓰는 것도 어렵잖아요. 그럴 경우에 진짜 어디다 맡길 데도 없고 격리 공간이 따로 있는 경우도 아니고 아무 연고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해요.(임○○, 32, 2자녀)

3) 출산과 양육에 대한 인식의 문제

연구대상자들은 출산과 양육에 대한 인식의 문제는 배우자(남성)의 문제이 고, 기업의 문제이며 동시에 사회적 분위기 조성의 문제로 보고 있었다. 즉 가 정에서 남성의 양육지원이 소극적이고, 직장환경에서도 여성의 양육자 역할을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며, 사회적으로도 출산을 환영하고 반기는 분위기 조성이 미흡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편, 가정에서 배우자에 대한 양육지원을 제 외하고는 기업이나 사회가 양육의 질적 차원까지 배려해야 한다는 기대감은 관 찰되지 않았다. 즉, 있어서는 안 될 부정적 편견 제거와 제도화된 출산양육지원 제도의 충실한 이행을 기대하나 양육의 질을 보완하는 적극적 차원의 개입에 대해서는 매우 낮은 기대감을 보였다.

배우자

신랑이 처음에는 “어, 그래, 니 맘대로, 니가 편할 대로 해. 편할 대로…” 항상 그래서 저는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딱 아기를 낳고 그런 육아적인 부분에서 기저귀 좀 빨아줘, 아들에 대한 관심이라던가 사랑이 커요. 근데 본인은 하기 싫은 거예요.

(송○○, 32)

직장환경

똑같이 능력이 있어서 똑같이 일을 해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유부녀라는 이유만으로, 아이엄마란 이유만으로, 차별받는다는 것을 감수하고 다니고 그래요.(임혜OO, 32)

“와이프가 지금 병원에서 아기를 낳으려고 하니까 좀 들어 가 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보고를 했더니 그분(상사) 왈, “너가 애 낳는 것도 아닌데 거기 가서 뭐하냐.” 라고 얘기 를 하시는 걸 들었거든요. 그것도 안 보내주는 분들이 과연 여직원이 육아휴직을 쓰고 뭐 이런 거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를 해주시겠어요? (김○○, 38)

사회 분위기

임신한 여자가, 배가 불러서 다니면, 지나다니면서 아니 뭐 집에서 쉬지, 뭐 혼자 벌면 안 돼? 이런 식으로 하여튼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말들을 제가 들었고, (중략) 일이냐 육아냐 출산이냐, 이런 모든 문제는 결국 또 본인의 선택에 있는 건데, 아이를 낳음으로

해서 뭐 혜택을 받거나 내지는 어떤 우선권이 주어져야 된다거나 이런 거는 사실 바라고 싶진 않아요. 이런 걸 바라면 우리나라에서 살 수가 없으니까.(구○○, 34, 2자녀)

4) 양육에 불편을 주는 열악한 물리적 환경

양육친화적인 물리적 환경은 사회가 출산을 환영하고 양질의 양육환경 조성 의 필요성에 대해 공적인 합의가 있을 때 나타나는 결과의 측면일 것이다. 현재 서울의 환경은 여성들에게 영유아와 동행하여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을 이용 할 때 경험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홀대받는’ 정서적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동 및 교통수단의 편리성을 비롯하여 모유수유실, 기저귀 거치대 등 빈번하게 사 용되는 시설 및 설비는 양육을 지원하는 환경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저도 애를 데리고 버스도 타보고, 지하철도 타보고, 애가 어릴 때는 유모차를 밀고 가보 기도 했지만… 아이를 데리고 밖을 나가면 그 순간 굉장히 뭐 홀대받는 느낌이 들어요.

(이○○, 39)

생각해보시면 화장실에서 기저기를 갈아야 되는데 화장실가면 기저귀 가는 칸이 없어요.

그래서 맨바닥에 눕혀가지고 돗자리 같은 거 놓고 거기서 진짜 갈아야 된다니까요. 완전 히 거지처럼 되는 거예요. 아기를 데리고 나가는 것은 부담이 너무 크니까 엄마가 집에만 있게 되어 스트레스 받고 계속 악순환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안 나가는 거예요.(민○○, 35/김○○, 32)

첫째를 낳고 모유 수유할 때 갓길에서 차를 세우고, 거기서 누가 볼까봐 눈치를 보면서 유축을 하는 그 과정이, 아, 과연 내가 이런 걸 하기 위해서 아이를 낳았나, 그래서 나는 아이를 더 이상 낳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구○○,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