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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 혹은 ‘사회적 경제 조직’의 개념에 관한 논의들이 있지만,

그 지형은 복잡하다. 법률적‧제도적 접근만으로 한국 농촌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을 적절하게 유형화하고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개별 조직의 층위를 넘어 지역사회에 확산되는 현상으로서 ‘사회적 경제’

를 포착하는 데에도 ‘사회적 경제 조직’ 수준의 접근 방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사회적 경제 조직이 지향하는 규범이 사회적 경제라는 현상이 지니는 특 징을 잘 설명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선행 연구들에서는, 주로 지역사회 주민들이 구성원인 사회적 경제 조직에서 구성원의 집단적 이해를 도모하 며,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민주적 의사결정의 원칙을 추구하며, 잉여(또는 이익)를 처분함에 있어 자본 배당의 원리를 최소화한다는 점이 개별 사회적 경제 조직의 규범적 지향이라고 정리된다. 여기에 덧붙여 한 국 농촌이라는 특수한 맥락을 고려한다면 사회적 경제는 ‘지역사회에 심화 되고 있는 사회적 배제에 대응하려는 주민들의 자조적 실천’이라는 점에서 각별히 조명할 필요가 있는 현상이다.

사회적 경제에 관한 연구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한국 농촌을 배경으로, 특히 경험적 조사 및 분석을 토대로 한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우선은 여러 유형을 망라하여 등장하고 있는 개별 사회적 경제 조직의 운영 실태를 포괄적으로 조사‧분석함으로써 농 촌에서 사회적 경제의 위상이 어떤지 가늠할 필요가 있다. 특정 유형의 사 회적 경제 조직에 대한 분석만으로는 전체적이고 포괄적인 윤곽을 그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별 조직 수준을 넘어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집 합적 실천으로서의 연결망 및 거버넌스 현상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1. 법률과 중앙정부 정책

1.1. 사회적 기업 관련 법률과 정책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2007년에 제정되고 시행되었다. 사회적 경제 관

련 용어가 법제에 반영된 최초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 조직의 한 유형으로 분류되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명칭을 법률에 명시하였다. 이 법률에서 사회적 기업이란 “취약계층에게 사회 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 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 회적 목적을 추구하며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으로서 인증 받은 자”(제2조)라고 정의된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 설 립 및 운영을 지원하고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여 사회에서 충분하게 공급되 지 못하는 사회 서비스를 확충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사회 통 합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제1조)하는 것을 법률의 목적으로 정 하고 있다.

정부는 이 법률에 기초하여 고용노동부 주관하에 사회적 기업을 인증하 며, 인증 받은 사회적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 금융, 세제, 보조금(인건비, 사업개발비), 사회보험, 공공 기관 우선구매 알선, 판로 개척 등의 지원 정 책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인증 및 각종 지원 사업 실무를 수 행하려고 준정부기관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

다. 지원 정책 실무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전국에서 직접 수행하기 어 렵기 때문에 광역 지방자치단체 수준에 ‘권역별 지원 기관’을 두어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권역별 지원 기관은 전국에 15곳이 있는데 준정부기관은 아니다. 대체로 비영리사단법인, 협동조합, 사회적 협동조합, 재단법인 등 의 법률적 지위를 지닌 단체들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으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즉,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지방 하위 단위가 아니라 ‘협력기관’이라는 명칭을 쓰는 업무 수행 위탁 기관이다.12

전국에 1,251개의 인증 사회적 기업이 있다(2014년 12월 기준). 그 가운 데 농촌 지역(읍‧면)에 전체의 23.1%에 해당하는 289개가 있다.13 인증 사 회적 기업 가운데 42.7%가 2013년과 2014년에 인증을 받았다. 농촌 지역에 소재한 인증 사회적 기업에 한정하면, 그 시기에 인증을 받은 것이 51.2%

다. 사회적 기업 인증 건수는 최근 들어와서 늘고 있다. 매년 인증 건수 가 운데 농촌 지역에 소재한 사회적 기업이 인증 받는 건수의 비율도 대체로 높아지는 추세다. 2014년에는 그 비율이 31.1%였다. 우리나라 총인구 가운 데 농촌 거주 인구 비율이 대략 18.5%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적 기 업 설립 움직임이 도시보다 농촌에서 더 활발하다고 말할 수 있다.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합계 전국

(A)

26 151 47 214 141 141 267 264 1,251 (2.1) (12.1) (3.8) (17.1) (11.3) (11.3) (21.3) (21.1) (100.0) 농촌

(B)

6 30 12 40 22 31 66 82 289

(2.1) (10.4) (4.2) (13.8) (7.6) (10.7) (22.8) (28.4) (100.0) B/A (23.1) (19.9) (25.5) (18.7) (15.6) (22.0) (24.7) (31.1) (23.1) 자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홈페이지(www.socialenterprise.or.kr).

표 3-1. 전국 및 농촌 지역의 사회적 기업 인증 연도별 현황

단위: 개, %

12 이들 권역별 지원 기관의 주요 업무와 기관 목록을 <부록 1>에 싣는다.

13 광역 지방자치단체별 사회적 기업의 수와 구성비를 <부록 2>에 정리하였다.

그림 3-1. 전국 및 농촌 지역의 인증 사회적 기업 수(누적)

자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홈페이지(www.socialenterprise.or.kr).

사회적 기업은 사회 서비스 분야 가운데서도 문화‧예술 분야에서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다(12.2%). 농촌에 한정하면, 사회복지 분야가 8.7%, 환 경 분야가 8.0%로 1위 및 2위의 빈도를 차지한다. 그런데 ‘기타’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이 전국적으로는 45.2%이고, 농촌 지역에 한정하면

59.5%나 된다. 사회 서비스 분야가 아닌 제조업, 농림어업, 일반 서비스업

(예: 음식업 등) 등에 종사하는 사회적 기업이 절반 정도임을 뜻한다.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 사 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을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서 규정하는 사회적 기업의 정의가 ‘지역사회에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거 나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가운데 하나인데, 현재로서는 그 두 경우가 대등한 비율로 존재한다. 농촌에서는 사회 서비스 제공보다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의 비율 이 다소 높은 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 서비스 분야 전국 농촌(읍‧면)

간병, 가사 지원 80 (6.4) 12 (4.2)

관광, 운동 35 (2.8) 14 (4.8)

교육 88 (7.0) 4 (1.4)

문화, 예술 153 (12.2) 13 (4.5)

문화재 5 (0.4) 1 (0.3)

보건 13 (1.0) 0 (0.0)

보육 18 (1.4) 2 (0.7)

사회복지 101 (8.1) 25 (8.7)

산림보전 및 관리 2 (0.2) 2 (0.7)

청소 106 (8.5) 21 (7.3)

환경 84 (6.7) 23 (8.0)

기타 566 (45.2) 172 (59.5)

1,251 (100.0) 289 (100.0)

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분야를 따른 것이다.

자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www.socialenterprise.or.kr).

표 3-2. 전국 및 농촌 지역의 인증 사회적 기업 업종

단위: 개, %

1.2. 자활기업 관련 법률과 정책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1999년에 제정될 때 기초생활급여 수급자에게 제공하는 여러 종류의 급여 가운데 ‘자활급여’를 개념화하여 포함시킨 바 있다.14 자활급여의 목적은 수급자의 자활을 조성하는 데 있다고 규정하였 으며, 몇 종류의 급여를 허용하였다. 자활에 필요한 금품 지급 또는 대여,

14 당시 법률에 규정된 급여는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해산급여, 장제급여, 자활급여 등 7종이다.

자활에 필요한 기능 습득 지원, 취업알선 등 정보 제공, 공공근로 등 자활 을 위한 근로 기회 제공, 자활에 필요한 시설 및 장비 대여 등이다.

한편, 수급자 2인 이상이 상호 협력하여 자활을 위한 사업을 할 수 있게 하고 그 협력 조직을 ‘자활공동체’라고 개념화하였다. 이후 2012년에 법률 을 개정하면서 수급자뿐만 아니라 차상위자도 지원 대상으로 포함했고 ‘자 활공동체’가 아니라 ‘자활기업’이라는 명칭을 쓰게 하였다. 그리고 법률은 자활기업을 대상으로 공공 부문이 사업자금 융자, 국‧공유지 우선 임대, 국 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사업의 우선위탁,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 체의 조달 구매 시 자활기업 생산품의 우선구매, 기타 수급자의 자활 촉진 을 위한 각종 사업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법률은 “기초생활 수급자 및 차상위자의 자활 촉진에 필요한 사업을 수 행하기 위한”(제15조의 2) 조직으로 중앙자활센터를 둘 수 있고, 특별 및 광역 지방자치단체에는 광역자활센터를, 그 하위 지역 수준에서는 지역자 활센터를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광역 지방자치단체 로 이어지는 계통에 따라 조직된 수직적 거버넌스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 서는 조력(助力) 기관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자활기업 과 사회적 기업 관련 거버넌스는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중앙자활센터는 재 단법인이며, 사회복지법인, 사회적 협동조합 등 비영리법인 및 단체 중에 서 지역사회복지 사업 및 자활지원 사업 수행 능력이나 경험을 고려하여 광역 및 지역 자활센터를 지정하게 되어 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광역자활센터 14곳, 지역자활센터 247곳이 있다. 이들 각 급의 자활센터가 수행하는 업무는 표 3-3에서 보는 바와 같다.

자활 부문은 스스로를 “자활기업은 취약계층의 공동 창업을 통한 탈빈 곤을 목표로 하는 협동사회경제의 주요 구성원”(중앙자활센터 2014: 10)이 라고 정의하면서, 사회적 경제 부문에 속함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자활기 업이 반드시 법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자활 기업의 법적 지위 요건으로 「부가가치세법」에 의거한 사업자라고 규정하 고 있다. 자활기업이 대부분 법인격은 없지만 세무당국에 등록된 사업자

(자영업자)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법적 지위 형식 자체만으로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