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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 조직의 유형

사회적 경제 조직을 정의하는 세 종류의 접근 방법(법적‧제도적 접근, 규범적 접근, 사회경제적 조절 메커니즘 접근) 가운데 어느 하나의 접근 방 법만을 취하여 한국 농촌의 사회적 경제 조직 실태를 분석하기는 어렵다.

법적‧제도적 접근을 따를 경우 현장에서 사회적 경제 부문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자활기업들을 포함하기가 어렵다. 상당수의 자 활기업이 법인이 아닌 영리사업체(자영업)의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 이다. 사회적 경제 조절 메커니즘 접근 방법은 조직 수준의 경험적 분석에 는 적합하지 않다. 사회적 경제 조직의 연결망이나 사회적 경제 및 공공 부문이 이루는 거버넌스를 분석할 때 취할 수 있는 관점이다. 규범적 접근 은 사회적 경제 조직의 운영 측면에서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 적합하고 각종 사회적 경제 조직이 급증하는 최근의 농촌 상황에서 필요한 접근 방 법이다. 그러나 ‘정체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지표는 정립되어 있지 않다.

사회적 경제 조직을 법률적 형식에 따라 11개 종류로 세분할 수 있었다

(표 5-1).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설립

된 협동조합이었다(24.5%). 그 다음으로 주식회사‧유한회사 등 상법상 영 리 법인이 많았다(23.5%).24 세 번째로 많은 빈도를 보인 유형은 영농조합 법인이었다(16.6%). 이를 다시 제도상 영리 추구 목적이 어느 정도 수준인 가25에 따라 크게 네 개의 범주로 재분류하였다. 영리형 사업체가 가장 많 았다(32.6%). 그 다음으로 협동조합(28.5%), 비영리 단체(22.4%), 영농조합 (16.6%)의 순이었다.26

표 5-1에서 ‘제도상 영리추구 수준’에 따라 구분한 각각의 범주는 관련 한 정부 지원 정책과 교차하여 분석하면 고른 분포를 보이지 않는다(표

5-2). 지원 정책들이 규정하고 있는 지원 자격과 정책이 처음 시행된 시기

와 장소 등 여러 조건이 각기 다르다는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마을기업 육성 사업은 ‘주민이 주도하여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사업 체’27로서 창업 보조금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농촌 지역 에서 법인을 설립하는 절차가 용이하고, 특히 농업 생산 혹은 농산물 가공

‧유통을 주된 업종으로 할 때 조세 감면 등의 혜택이 있어 유리한 법인 형 식은 영농조합법인이다. 마을기업 육성 사업의 범주에서 영농조합법인 형 식의 조직이 다수를 차지하는 데는 이런 이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4 농업회사법인은 대개 주식회사이거나 유한회사다. 영농조합법인은 법률적으로 는 민법상 조합의 지위를 갖고 있으며, 운영 측면에서는 협동조합의 원칙을 대 부분 유지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 둘은 농업 부문의 특수한 법인 형태로 농업법인으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에, 11개 세분 분류에서는 별도의 범주로 두었다.

25 실제 개별 조직의 영리추구 수준이 법제에서 규정한 것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사회적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주식회사다.

26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영농조합법인은 별도의 범주로 두었다.

27 마을기업 육성 사업이 추진되던 초기에는 법인이 아니어도 지원을 받을 수 있 었지만, 지금은 사업시행지침이 개정되어 어떤 형식이든 법인이어야 한다.

구분 1 빈도 비율 구분 2 빈도 비율

농촌 공동체회사 육성 사업은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운영되 는 법인 또는 비법인 민간단체 가운데 ‘공동체회사’의 특징을 지니는 것으 로 확인되면 지정하여 통계에 포함시키고, 그 가운데 일부 사업체에 보조 금을 지원하고 있다. 종래에 농촌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이 함께 사업체를 조직하는 가장 흔한 형식이 영농조합법인임을 감안하면 농촌 공동체회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영농조합법인이라는 점은 자연스럽다.

사회적 기업과 자활기업에 대한 지원 사업은 상대적으로 오래된 정책이 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지원 사업이 시행되었다. 그리 고 두 종류의 사업체에 대한 지원은 각각 ‘취약계층’ 및 ‘기초생활보장 수 급자 및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어떤 종류의 법인 이냐를 가리지 않고(자활사업의 경우는 법인이 아니어도)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 확보 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 체라면 지원했기 때문에 협동조합법인이나 영농조합법인 같은 ‘협동적 구 조를 명시적으로 제도화한 법인’이 아닌 것들이 많다.

사회적 경제 조직을 정의하고 범주화하는 데 널리 활용되는 법적‧제도 적 접근은 오랜 기간 사회적 경제 부문의 실천과 조직화 운동을 제도화시 켜 온 유럽의 전통에 뿌리를 둔다. 이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거꾸로 사회적 경제 조직이 여러 종류의 특정 분야 실천과 제도화를 계기로 형성되어 왔 다. 그 종류로는 자활기업, 사회적 기업, 커뮤니티 비즈니스, 협동조합 등 이 있다.

게다가 농촌 지역에서는 오래된 협동조합 운동(농협, 신협 등)이 있었으며, 협업적 영농을 지향하는 움직임은 영농조합법인이라는 형식으로 제도화되 어 복잡한 지형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각기 다른 계기로 탄생한 여러 유형의 사회적 경제 조직이 공공 부문과 각기 다른 계통으로 관계를 맺으며 활동하는 한국 농촌의 상황은 법적‧제 도적 접근만으로는 사회적 경제를 개념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뜻한다.

형식을 막론하고 조직의 설립 목적과 운영 원리 측면에서 사회적 경제의 지향과 일치하는 경우를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 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