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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한국 수학교육에 대한 제언

3. 수학 교과서 구성

가. 자기 주도적 발견학습이 가능한 교과서

교육과정의 교수·학습 방법에 “수학의 개념, 원리, 법칙, 기능의 교수ㆍ학습에서는 생활 주 변 현상, 사회 현상, 자연 현상 등의 여러 가지 현상을 학습 소재로 하여 도입하거나 구체적 조작 활동과 탐구 활동을 통하여 학생 스스로 개념, 원리, 법칙을 발견하고 이를 정당화하게 한다.”는 항목이 있습니다.

이 항목이 강조한 것은 발견입니다. 그것도 학생 스스로 발견하게 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 니다. 이것이 구성주의 교육철학입니다. 구성주의 교육에서 교사 및 성인의 역할은 학생들 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수학 교과서에서는 이 부분이 잘 드러나야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해 갈 수 있는 교과서가 제공되어 야 보다 의미 있고 효과적인 수학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수학 교과서는 구성주의 교육철학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과거 수 십 년 전의 행동주의 교육철학의 교과서 구성 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행동주의 교육 철학에서는 교사가 목표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그날 배울 것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면 학생들 은 그것을 따라하는 모방 학습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 수학 교과서가 정확하 게 그런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 [그림 Ⅲ-12]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중학교 1학년에 서 소인수분해를 학습하는 내용에 해당하는 교과서입니다.

[그림 Ⅲ-12] 2009 개정 교육과정 중1 수학 교과서의 소인수분해

과거의 우리나라 교과서의 구성은 동기 유발 부분이 미약했습니다. 바로 교과서 첫 서두에서 부터 수학 개념을 제시했었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교과서는 제6차 교육과정부터, 초등 학교와 중학교 교과서는 제7차 교육과정부터 구체적 조작 활동이나 생각을 여는 활동을 본 문 이전에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흐름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지금 [그림 Ⅲ-12]를 보면 소인수분해를 하는 생각을 열기 위해 활동이 제시되었습니다. 그 런데 그 다음에 바로 소인수와 소인수분해의 정의가 나옵니다. 소인수분해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을 학생들이 발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일방적인 설명에 의 해서 학습되도록 주어져 있습니다. 학생들은 소인수분해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해서 나왔 는지는 영문도 모른 채 잠자코 교사의 설명을 듣고 소화해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정서 적인 거부가 시작됩니다. 학습자가 학습할 필요를 느낄 틈이 없이 교사의 설명이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듣다 못한 학생들이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 소인수분해를 왜 배워요?”

“크면 안다.”, “나중에 알게 돼!”

“그렇게 따지는 사람치고 공부 제대로 하는 녀석을 본 적이 없다.”

정의에 대한 강제적 설명이 끝나자마자 교사가 예제를 풀어줍니다. 예제란 학생들이 문제를 스스로 푸는 것이 아니라 그 풀이 과정까지 시범적으로 제공되어서 학생들은 교과서의 풀이 를 눈으로 읽거나 교사의 시범적인 풀이 과정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유 사 문제를 풀 때쯤에야 비로소 학생들이 활동할 기회가 주어지지만 유사 문제를 푸는 과정 은 교사의 시범에 대한 모방일 뿐입니다.

구성주의 교육철학을 가진 교사는 자기와 철학이 다른 방식으로 구성된 현재의 교과서를 사 용할 수 없으므로 매 시간 교과서를 재구성해서 사용합니다. 교과서가 구성주의 교육철학에 맞게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인 발견 학습이 가능하도록 바뀌면 간단한 일인데 교사가 매시간 교과서를 재구성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학교의 현실입니다.

다음 [그림 Ⅲ-13]은 소인수분해를 가르치는 미국의 뉴욕주에서 사용하는 <Connected Mathematics>라는 교과서입니다.

[그림 Ⅲ-13] 미국 Connected Mathematics 교과서의 소인수분해 1

[그림 Ⅲ-13]에서 보면 단원명은 소인수분해지만 내용은 약수짝을 찾는 이전의 경험과 연 결을 시작합니다. 이것은 이후에 이루어질 퍼즐에 대한 준비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그 림 Ⅲ-12]에 있는 우리나라 교과서와 비슷합니다. 그 다음 과정이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습 니다. 여기서 바로 소인수분해의 정의를 교사가 설명하지 않습니다. 생각을 열고 동기를 유 발하는 활동을 지속하게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스스로 소인수분해의 필요성과 방법을 발 견해 내도록 시간을 주고 활동을 시킵니다. 교사가 이렇듯 소인수분해로 다짜고짜 들어가지 않고 우회하는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소인수분해를 발견하고 그 필요성을 느끼도 록 기다려줍니다.

[그림 Ⅲ-14] 미국 Connected Mathematics 교과서의 소인수분해 2

[그림 Ⅲ-14]를 보면 소인수분해라는 단원에 들어왔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소인수분해가 뭔 가를 직접 정의하고 있지 않습니다. 소인수분해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필요성을 스스로 발견하게 하고, 정의를 하는 것도 어느 정도 배경 지식과 동기가 생겨난 이후에 가능하기 때 문입니다. 직접적으로 소인수분해를 정의하고 가르치려 하기보다 간접적으로 퍼즐 게임 속 으로 빠져 들게 하면서 저절로 소인수분해를 하게 만듭니다. 학생들은 소인수분해가 뭔지는 모르지만 퍼즐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림 Ⅲ-15] 미국 Connected Mathematics 교과서의 소인수분해 3

[그림 Ⅲ-15]를 보면 퍼즐로 소인수분해를 어느 정도 경험한 이후에 비로소 정의가 나옵니 다. 우리나라 교과서가 부족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다른 나라 역시 40년 전에는 우 리와 똑같은 교과서를 사용했습니다만 지금은 많은 교과서가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발견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중3 교과서의 인수분해의 설명 과정과 같이 우리나라 수학 교과 서는 조금 심하게 이야기하면 해방 이후에 바뀐 적이 없습니다. 교사의 훌륭한 설명과 주입 식 강의 하나면 충분하다는 전근대적 교육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의 교수·학습 방법에 “수학적 추론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하여 귀납, 유추 등을 통 해 학생 스스로 수학적 사실을 추측하고, 이를 정당화할 수 있게 한다.”는 규정은 미사여구 에 불과합니다. 교육과정은 이렇지만 이를 구현한 우리나라 수학 교과서는 수학적 사실을 학 생이 스스로 추측하고 정당화할 수 있게 구성되지 않았습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한 교과서’라는 문구를 우리나라가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닙 니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초등학교 수학 익힘책은 맨 뒤에 익 힘책 문제의 정답과 자세한 풀이를 수록하였습니다. 과거에는 풀이를 준 적이 없는데 처음 풀이를 제공한 이유는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하 고 있습니다(박만구 외, 2013).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는 제6차 교육과정부터, 중학교 수학 교과서는 제7차 교육과정부터 교 과서 맨 뒤에 본문에 나오는 문제의 풀이를 자세히 수록하도록 했습니다. 그때도 ‘자기 주도 적 학습’을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을 위한 배려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는 교과서나 익힘책의 풀이를 제공해서 스스로 문제를 풀고 답을 확인할 수 있도 록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인터넷에서는 말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自己 主導的 學習, Self-Directed Learning) 은 학습자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 과정 및 전력, 학습자원을 결정하여 학습을 수 행하고 학습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는 일련의 학습과정을 말합니다(Daum 백과사전). 자기 주도적 학습은 문제를 풀고 그 풀이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풀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 목표 설정부터 시작하여 학습할 내용과 과정을 선정하는 등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 니다. 교사가 주입식으로 수학 개념을 가르치지 않고 학생이 스스로 그 개념을 발견하고 형 성해 나갈 수 있도록 수업 계획을 제공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런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교과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수학 교과서는 반드시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개 발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수학의 학습 내용이 지금보다 대폭 줄어야 합니다.

나. 교과서에서는 분리된 영역을 최대한 통합해야

교육과정은 수학의 학문적 특성을 고려하여 5개 영역으로 구분하더라도 교과서는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통합적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외국의 교과서를 분석하면서 통합의 방향을 두 가지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영역간 통합입니다. 특히 대수 영역(수와 연산, 문자와 식, 함수)에서 수와 연산, 문 자와 식은 함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많습니다. 규칙성이나 자료 정리 등의 영역은 별도로 독립하여 구성하기 다른 영역 속에서 같이 학습되어야 합니다. 핀란드 초등학교의 경우 교 육과정은 수와 계산, 대수, 기하, 측정, 자료 처리와 통계 등 5개의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지 만 교과서를 보면 자료 처리와 통계 단원은 5학년 2학기에만 명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른 학기의 교과서는 연산 영역이나 기하 영역에서 통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른 학기의 교과서는 연산 영역이나 기하 영역에서 통계를 다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