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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한국 수학교육에 대한 제언

2. 수학과 교육과정

각국은 수학과 교육과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가 본받고자 하던 미국은 국제비교 평가 성취도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하려고 움직이고 있고, 반면 우 리나라는 미국 수학 교육의 장점을 받아들이려 움직이고 있습니다. 소위 ‘수학 전쟁’이라고 칭해도 될 만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통점은 인지적 영역의 성취도가 높은 반면에 정의적 영역의 성취도가 낮게 나타나고 있고, 미국 등 서구 나라는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각 나라별로 보 면 한 마디로 수학과 수학교육의 차이에서 오는 딜레마라 할 수 있습니다. 수학과 수학교육 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수학은 학문적 위계가 중요하지만, 위계성은 교육적이지 않습니다. 위계성이 강한 교육과정에서는 한 번 실 패한 학생이 회복할 가능성이 적어지므로 냉혹하고 지극히 비교육적입니다. 교육은 도전입 니다. 이런 식으로 수학자와 수학교육자들 사이에 밀고 당김을 하는 동안 죽어가는 것은 학 생들뿐입니다. 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없습니다. 특히 수학자들은 학문적 권위를 내세워 기득 권 세력과 같이 그 권위를 지키려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생

각해야 하는데, 학생들의 인지 발달이나 정서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부족합니다.

개정 교육과정에서 새롭게 신설되는 ‘경제 수학’ 과목을 이수하게 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므 로 경상계로 진학하지 않는 나머지 학생들을 위한 수학에서는 굳이 미적분을 중복하여 이수 할 필요는 없습니다.

미적분Ⅱ는 대학의 교육과정으로 올려야 합니다. 그 이유로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사실 미적분Ⅱ는 다음 [그림 Ⅲ-5]에서 보는 바대로 대학의 이공계 교양과정인 미분 적분학과 그 내용이 일치합니다. 즉 대학 교육과정과 중복되는 부분입니다. 똑같은 내용을 중복해서 가르치는 것은 시간상 여유가 있을 때는 가능하지만 굳이 무리를 해서 가르칠 필 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림 Ⅲ-5] 고등학교 수학 교육과정과 대학 이공계 교육과정 비교 그림

둘째, 내용이 너무 어렵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고등학교 교사 중 미적분Ⅱ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학생들에게 충분하게 설명할 수 있는 교사는 10%를 넘지 않을 것입니다. 교사들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시험까지 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은 대학의 학점을 선이수하는 개념으로 가르치는 미국의 AP 제도라든가

시험은 보더라도 계산기 등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결과를 확인하는 시험인 영국의 A-level 시험과 우리나라 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인 미적분Ⅱ를 비교하는 것은 제대로 된 비교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중복되는 문제와 너무나 어려운 내용으로 구성된 미적분Ⅱ는 대학에 가서 학문적으로 필요 한 학생들만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적일 것입니다.

나. 정의적 영역의 성취도 향상시켜야

교육부의 제2차 수학교육 종합 계획이 2015년 3월 16일에 발표되었습니다. 이번 종합 계획 은 2012년 1월부터 제1차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3년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과목 흥미도 및 자신감이 저조하여, 이를 중점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판 단했으며, 앞으로 5년간 “배움을 즐기는 수학교육”의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전적으 로 동감합니다.

1) 낮은 흥미도와 자아 효능감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학습 동기(흥미도)와 자아 신념(자신감)이 저조한 것은 PISA 등 국 제비교평가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음 [그림 Ⅲ-6]은 가장 최근에 발표된 PISA 2012 평가 결과 정의적 특성의 성취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림 Ⅲ-6] 우리나라 학생들의 정의적 특성에 대한 국제적 순위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정의적 영역의 성취는 학생 개인의 입장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입장에 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학생들의 수학 교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학생 개개인의

인지적인 성취뿐만 아니라 결국 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국가 경쟁력의 발전에 토대가 되는 기 초 학문 분야의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학생들의 정의적 특성은 국가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PISA의 연구에서도 정의적 영역을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의적 영역은 학생들 이 학습에 흥미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학습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며, 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심리적 요인으로 교육의 효과, 즉 성취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인 정하기 때문입니다.

2014년 4월 세계일보가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1433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보도에 의 하면 수학이 재미없다는 학생들은 그 이유(복수응답)로 ‘어려워서’(50.4%)를 가장 많이 꼽았 고, ‘공부할 양이 많아서’(28.5%)와 ‘성적이 안 올라서’(21.0%), ‘필요성을 못 느껴서’(15.9%) 라는 응답도 많았습니다. 이런 경향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에서 2013년 7월에 실시한 [그림 Ⅲ-7]의 수학 교과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응 답자 1,009명).

[그림 Ⅲ-7] 수학 교과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 결과

2) 2009 개정 교육과정과 제2차 수학교육 종합 계획에서의 정의적 영역

파. 수학 교수ㆍ학습 과정에서...

(2) ... 계산기, 컴퓨터, 교육용 소프트웨어 등의 공학적 도구와 다양한 교구를 활용한다.

하. 수학 학습 시... 학습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는 자기 주 도적 학습 능력을 신장시킨다.

- 공학적 도구 활용 지원을 위한 관련 정보, 사용 방법 등 안내 제공

제2차 수학교육 종합 계획에서 강조한 것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며 배움을 즐기는 수학교 육”이며,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수학교육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여 마련되었다고 했는 데, 그 내용 중 상당수가 이미 강조하고 있었던 내용이라는 점은 놀랍습니다. 이것은 그동 안 우리나라 각 시도교육청과 각급 학교가 교육부 장관이 고시한 교육과정을 내용만 지켰지 교수·학습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지키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초중등교육법을 지 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3) 정의적 영역 성취를 높이려면 학습 내용 경감되어야

정의적 영역의 성취를 높이려면 우선 수업이 바뀌어야 합니다. 현재 교육과정의 학습 내용 과 그것을 구현하고 있는 교과서는 정의적 영역의 성취를 높이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수 업에서 발견학습, 탐구학습, 협동학습 등이 이루어지려면 매 시간에 소화할 수 있는 학습 내 용이 줄어야 합니다. 내용은 크게 경감하지 않은 상태로는 수업을 바꿀 수가 없습니다. 지금 보다 20% 이상 줄어야만 교사들에게 수업에 변화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 지식중심 교육에서 사고력중심 교육으로 전환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학습 목표)은 내용 영역을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내용 영역이라는 것은 주로 지식 중심입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수학의 경우 수와 연산, 도 형, 측정, 확률과 통계, 규칙성의 5개 영역별로 성취 기준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중학교 수 학은 수와 연산, 문자와 식, 함수, 기하, 확률과 통계의 5개 영역별로 성취 기준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무엇을 배우는지에 대해서 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지식만을 강조하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고 과정도 중시여기는 것 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미국과 영국, 독일, 핀란드의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 니다.

1) 사고 과정을 중시하는 외국 사례

가) 미국의 실천 원리(Mathematical Practices, MP)

2000년에 발표된 미국의 교육과정(Standards)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5개의 내용 영역과 더 불어 별도로 5개의 과정 영역이 있었습니다(<표 Ⅲ-9>). 과정 영역은 별도로 단원으로 독립 되어 구성되기보다는 내용 영역과 더불어 통합적으로 구성하여 자연스럽게 수학교육의 전반 에 과정 중심의 사고가 흐르도록 교과서를 구성하였습니다.

<표 Ⅲ-9> 미국 교육과정의 내용 영역과 과정 영역(Standards, 2000)

내용 영역 과정 영역

수와 연산 문제해결

대수 추론과 증명

기하 의사소통

측정 연결성

자료 분석과 확률 표현

2010년에 나온 공통핵심교육과정(Common Core State Standards)에는 다음과 같은 8개 의 실천 원리가 있습니다.

MP1. 문제를 이해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데 인내심을 가져라.

MP2. 추상적으로 그리고 양적으로 추론하라.

MP3. 논리 있게 주장을 구성하고 다른 사람의 추론을 비판하라.

MP4. 수학적 모델을 만들어라.

MP5. 적절한 도구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라.

MP6. 정확성에 주의를 기울여라.

MP7. 구조를 찾고 이용하라.

MP8. 반복되는 추론에서 규칙을 찾고 표현하라.

공통핵심교육과정에 의한 교과서들이 최근 미국에서 출판되고 있습니다. 교과서를 보면 이 실천 원리를 교과서 서두에 두 쪽을 할애하여 제시하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 주 제마다 학습을 마친 후에 반드시 이 실천 원리들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반성하게 하고 토론

하게 합니다. 각 주제마다 가장 유용한 실천 원리가 무엇이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은 내용 영역보다 실천 원리가 중요함을 거듭 강조하는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게 합니다. 각 주제마다 가장 유용한 실천 원리가 무엇이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은 내용 영역보다 실천 원리가 중요함을 거듭 강조하는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