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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국 수학 교육과정 국제비교 컨퍼런스」 논찬

유재봉(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개최하는 『수학 교과서 6개국 국제비교 컨퍼런스』에 종합세션에 논 찬하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처음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표로부터 토론자로 제안 받았을 때 이 날을 제외한 스케줄이 꽉 차있을 뿐만 아니라 수학교육 전문가도 아니어서 부담스러워 사양하였고, 그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훌륭한 분을 찾아보시고 정 찾지 못 하면 제가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계속되는 권유와 함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어정쩡하게 그 제안을 수용한 셈이 되었습니다. 하나는 제 자신이 외국의 수학수업 현장을 관찰한 적이 있 으며, 저의 자녀들이 외국의 초중고의 교육과정을 부분적으로나마 이수한 학부모의 입장에서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철)학자로서 수학(교육)자 들과 수학교육의 가치와 문제에 대해서 소통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 입니다. 한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기에 안심하고 있다가, 갑작스런 컨퍼런스 안내문과 154쪽 에 이르는 방대한 컨퍼런스 자료집을 보고 후회하였습니다. 저는 단순히 두어 시간에 걸쳐서 하는 소논문에 대한 간단한 논평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한정된 짧은 시간 안에 자료집 을 모두 읽고 제대로 된 논평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여기서는 자료집 ‘III장 한 국 수학교육에 대한 제언’을 중심으로 제가 가진 한국 수학교육에 대한 몇 가지 단상을 제시 한 뒤 저의 입장을 제시하겠습니다.

먼저, 이 컨퍼런스의 개최 의도와 관련된 저의 생각입니다. 이 컨퍼런스를 개최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수학교육 내용이 지나치게 어렵고 내용이 방대하여 많은 사교육을 유발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수학교과에 대해 흥미를 잃고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소위 ‘수포 자’)을 양산하고 있다는 심각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는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일이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느껴야 할 통증이고, 또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반드시 해결해 가야할 문제입니다. 실지로 우리나라에서 수학의 사 교육 참여율(45.8%, 중학교는 57.9%)이 가장 높으며, 수학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도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12년 통계청 사교육 실태조사에 의 (education for all)’의 이상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교육정의(educational justice)에 어긋나 며, 공교육을 정상화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파행으로 이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습니

첫째, 수능시험과 관련하여, 이 보고서는 수학의 수능시험이 범위가 과다하게 넓어 특히 이

없으며, 수학의 세부 전공 교수들이 자신의 전공 영역의 내용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은 존재

제보다는 그 내용이 담고 있는 형식 때문에 인정됩니다. 수학이 도야 가치가 있다는 것은 무

음이나 수학적 사고를 길러주지 못한 채 문제풀이를 잘하는 것은 수학교과의 가치와 무관

주제나 문제는 여러 시간 할애) 가르치며, 그와 관련된 문제풀이는 몇 문제만 선택하여 학생 이 해오도록 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수학을 실생활과 관련하여 공부하기 때문에 흥미를 유 발하며, 교사가 기본원리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에 문제를 푸는 데 저의 자녀들은 별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수학 교육의 상당한 문제가 수학교육의 목적을 명확히 인식함으로써 논쟁의 상당한 부 분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한 셈입니다. 수학 교육과정을 입안하거나 개정하는 사람은 부단 히 수학을 왜 가르쳐야 하는지를 질문하여 수학교육의 가치를 명료하게 드러내어야 합니다.

수학교육의 가치가 명료해지면, 그러한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교육내용, 즉 수학교과의 핵 심 아이디어를 논리적·심리적 순서에 따라 나선형으로 제시합니다. 그러면 무조건 교과의 내용을 많이 넣으려는 유혹도 사라지고, 수학공부의 어려움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입 니다. 물론 어느 나라에서나 또 학교에서 아무리 잘 가르쳐도 수학에 흥미가 없거나 수학공 부를 포기하는 사람이 학생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교육자로서 우리는 그런 사태가 최소화 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자에게 학생은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 람이 없으며, 수학 교과를 공부하지 않음으로써 그 학생은 온전한 합리성을 갖추거나 풍성 한 삶을 영위하는 데 제약이 있는 상태를 바라보아야 아픔이 있기 때문입니다.

「6개국 수학 교육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