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2장에서는 사회통합의 개념을 간략히 정의하고, 한국의 사회통합 수준을 개괄적으 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 한국의 낮은 사회통합 수준에 대한 문 제제기가 각계에서 계속되고 있다. 소득분배구조의 악화가 가져온 사회적 격차의 확 대, 고용구조의 악화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의 증가는 사회통합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 켰다. 또한 사회통합은 정치적 안정, 경제적 성공, 공공정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필 수 조건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사회적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민주적 장 치의 작동이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각종 사회적 기반 조건들은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확대·증폭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를 고려하여, 2장에서는 사회통합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자 하였다.

사회통합에 대한 전 세계 수준에서 동일한 개념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통합 은 포괄적인 개념이기도 하며, 각 나라마다 사회통합에 있어 주요한 문제라고 판단하 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본 장에서는 사회통합을 ‘한 사회의 공동의 목표를 향해 조화롭게 결속된 상태’로 정의하고, 이를 위해 사회제도적 기반이 갖춰져야 하며, 구성 원 차원에서도 통합된 상태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즉, 본 장에서는 사회통합의 상태와 사회통합의 조건을 구분하였다. 사회통합의 상태는 신뢰, 정체성, 자원봉사와 기부 등으로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통합의 조건은 이러한 상태들이 나타날 수 있 는 물질적 조건 등을 말하며, 경제적 조건, 삶의 기회, 각종 사회적 격차의 축소 등이 포함된다.

한국의 사회통합 수준은 총괄적 지수화의 결과와 개별 지표 수준에서 살펴보았다.

지수화의 결과는 강신욱 외(2012)의 연구결과를 참고하였는데, 한국의 사회적 결속 수 준은 2010년 OECD 29개국 중 23위, 사회적 안정성 수준은 34개국 중 29위, 사회적 형평성 수준은 34개국 중 28위를 보였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결속은 그나마 양호하지 만, 나머지 제도적 기반 차원에서는 상당히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한국의 사회통합 인식, 즉 상태의 차원에 주목하여 시기적 변화를 살펴보 았다. 주관적 계층의식(또는 귀속감)에서 중간층이라고 응답하는 사람의 비율이 점차 줄고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계층인식이 세대간의 이동성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물질적 조건의 열악함이 ‘희망에의 기대’ 수준마저도 낮추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사회참여의 비율은 점차적으로 개선되고 있 다. 공적 참여의 비율 증가는 한국사회의 인적 네트워크 구성 등이 폐쇄적 집단 관계에 서 개방적 집단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 긍정적인 신호이다. 자원봉사 참여, 기 부 참여의 경우에도 2000년대 중반 이후 증가하였다가, 최근(2013년) 들어서는 약간 의 정체 또는 감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개방적, 자발적 사회참여는 다양한 정보의 확보, 네트워크의 개방성을 확대하여 구성원의 신뢰와 관련될 수 있다는 점에 서 긍정적이다. 사회에 대한 신뢰수준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 다. 그러나 대인 신뢰 수준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의 사회통합의 여건과 상태를 국제적인 수준에서 비교한 결과, 경제적 수준 자 체만으로는 OECD 국가 중 중하위의 수준을 보이지만, 이러한 사회적 조건에도 불구 하고 우리 국민들은 매우 불안한 삶의 인식과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도 아직은 미진한 편이었다. 한국인은 매우 장시간 근로를 하고 있었으며, 고용보호의 수준은 높고, 장기실업률은 낮아서 사회적 배제의 수준은 객관적 지표 상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높은 고용보호 수준은 또 다른 배제를 낳을 우려가 있으며, 낮은 장기실업률은 그 만큼 노동시장의 참여가 강제되거나, 아니 면 원초적인 배제 집단(실망실업자, 잠재적 구직자)을 양산한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 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통합상태 자체는 앞서의 조건 지표의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 고 국제적 수준에서는 일부 지표에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자 포용, 안전 및 신뢰 등은 양호하였고, 시민활동, 단체 참여 등에서는 평균 이하에서 근접하였다.

한국의 사회통합수준을 진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통합 및 국민행복 인식조사」

의 결과를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중, 주요한 함의를 가지는 내용 위주로 정리하면 다음 과 같다.

첫째, 한국인이 인식하는 신뢰수준은 10점 만점에 4.59점으로 평균 이하였다. 가구 내에 장애인, 아동, 실업자가 있는 경우 신뢰수준이 낮았다. 재산이 많고, 주관적 계층 의식이 중간층, 중상층인 집단이 신뢰 수준이 높았다. 신뢰수준은 각종 욕구가 어떤 방 식으로 해결되고 있는지와 가구의 경제적 능력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사회적 조건의 개선이 신뢰수준의 제고를 일부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둘째, 우리 국민들은 우리 사회에 대한 갈등의 정도에 대해 8개 중에서 평균 5.40개 가 심각하다고 인식하였으며, 공정성에 대해서는 2.39점(5점 척도)으로 한국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보였다. 30대~50대 집단이, 고학력 집단이 갈등이 심각 하며,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공정성 인식도 갈등의 한 측면 임을 고려하면, 사회의 주축들은 현재의 상황에 대한 심각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만 연한 갈등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한 민주적 거버넌스의 확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우리 국민들의 평균적인 사회활동 참가(적극적 참가)는 0.36개로 1개에도 미 치지 못하였다. 각종 사회활동 참여는 신뢰, 사회적 규범 등 사회적 자본의 외연 확장 에 필수적이다. 사회활동의 참여가 대졸 이상 학력자,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집단 등에 서 확연하게 많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와 같은 사회활동 참여에서의 불균형을 해소하 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은 통합을 위한 첫 단계가 된다. 이와 같은 제도적 여건이 확보될 때, 신뢰 수준의 제고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