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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대한 대중의 반응

문서에서 반기업정서 무엇이 문제인가? (페이지 164-167)

정부에 대한 신뢰가 줄고 민간기업과 시장경제에 대한 지지가 높아졌지만 대중은 전반적으로 영국 기업의 성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위에서 언급했듯 이 ‘산업의 해’로 지정된 1986년에 영국 산업을 전반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는데, 대중은 영국 산업이 침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원 인을 무엇보다도 일자리 창출이 부족하고 기술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는 점에서 찾았다. 그렇다면 일자리 창출과 기술 훈련은 어떻게 가능할까?

여기서 국민은 그런 일이 투자를 통해 이루어지며 투자는 일단 이윤에 의존 한다는 데 동의하였다. 또한 국민의료보험이나 교육과 같은 사회보장제도도 결국 이윤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기업의 이윤이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의 이해는 시장경제의 원칙과 거리가 있었다. 시장경제 이론에 의하면 기업의 이윤은 주주의 몫이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대중은 이윤이 유용하게 쓰이지 않는다고 느끼며 이윤이 사용되는 방법에 대해 불만을 가 지고 있었다. 특히 이윤이 소유주와 주주들에게 돌아간다고 대답한 사람들이 71%, 경영진에게 간다는 대답은 20%이었다.47) 1991년에 행해진 조사에서도,

구 분 노조원 비노조원 차이

1986~1990년 63% 49% 14%

1991~1996년 66% 56% 10%

1998~2004년 62% 52% 10%

기업 이윤이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피고용인에 게 가야 한다는 답이 44%, 일반 대중 32%, 소유주/주주 18%, 그리고 경영 인이 3%였다.48) 우리나라에서 행해진 비슷한 조사에서 기업의 의무가 ‘사회 환원’이라고 답한 사람들이 제일 많다는 사정과 유사하다. 대처 정부 하에서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가 늘긴 했지만 만족스러운 학습효과는 나타나지 않 은 것이다. 즉 민간기업이 대중으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게 되었지만 이윤 이 실제로 어떻게 배분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시장 원칙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기할 사항은 최고 경영자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 에는 거의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49) 따라서 대처가 주창한 ‘기 업 문화’라는 개념이 뿌리 내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기업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구분했을 때 대기 업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가 훨씬 낮다는 조사 결과이다. 1987년 보고서는 노 사관계, 소비자에 대한 봉사,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 생산, 가격 등에서 소 기업이 대기업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노사관계 에서 대기업이 더 낫다가 5%, 소기업이 더 낫다가 77%였으며, 소비자 봉사 에서도 대기업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5%, 소기업이 더 낫다고 생각하 는 사람들이 71%로 나타나 압도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반응이 부정적이었 다.50) 2004년에 실시된 조사에서도 그러한 태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물론 2004년 조사는 일반 대중의 반응이 아니라 피고용인들의 태도 이기 때문에 대중적 이미지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근로자를 희생해서 소유주에게 이득을 준다는 인상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5> ‘대기업은 근로자를 희생해서 소유주에게 이득을 준다’에 동의

자료: Alison Park et al., British Social Attitudes, the 22th report(2005), 225

47) Jowell, British Social Att itudes the 1987 Report, 34.

48) Roger Jowell et al., British Social A ttitudes the 9th Report(1992), 135.

49) Ibid., 136.

50) Jowell, British Social Att itudes, the 1987 Report, 42-43.

구 분 노조원 비노조원 차이

1986~1990년 67% 55% 12%

1991~1996년 71% 60% 11%

1998~2004년 64% 56% 8%

구 분 1980년대 세대 1960년대 세대 전후세대

동의 55% 63% 58%

중립 31% 22% 22%

부정 12% 14% 17%

또한 경영인들에 대한 피고용인들의 반응이 호의적일 리는 없지만 “경영 자는 기회만 있으면 근로자로부터 최대한을 얻으려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표7과 같은 응답이 나왔다. 물론 비노조원 가운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40% 이상 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표 6> ‘경영자는 기회만 있으면 근로자로부터 최대한을 얻으려 한다’에 동의

자료: British Social Attitudes the 22th report(2005), 225

마지막으로 1980년대에 자라난 “대처 세대”와 그 이전 세대 사이에 기업 에 대한 태도에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자. 다시 말해 대기업에 대한 태도에 서 대처 세대는 전 세대들보다 친기업적인가?

<표 7> 대기업은 노동자들을 희생해서 소유주에게 혜택을 준다

자료: British Social Attitudes, the 14th Report(1997), 10.

비록 큰 차이는 아니라 할지라도 확실히 대처 세대가 사회민주적 분위기 에서 자란 60년대 세대보다 대기업에 대해 우호적임을 알 수 있다. 또한 1980년대에 자란 세대는 전 세대보다 더욱 물질주의적일 것이라는 가정 역 시 사실로 판명되었다. 그들이 일 자체보다 봉급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51)

대처 시대를 겪고 난 영국인들의 정신 상태를 요약하면, 경제적으로는 자

51) Roger Jowell et al., British Social A ttitudes the 14th Report(1997), 9.

유주의적 시장경제를 받아들였지만 빅토리아시대의 가치로 돌아가 규율 있 고 책임지는 개인을 만들어내자는 대처의 호소는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보 지 못했던 것 같다. 아직도 다수는 복지국가와 집산주의를 지지하고 있으며,

‘자립’이라는 대처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관료제에 의존하려는 성향 을 보이는 국민이 상당 수 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나 실업의 책임을 실업자들 자신에게 묻는 태도가 급격히 늘었다는 사실에서 자립을 강조한 대처의 가르침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즉 1989년 조사에서 “실업자들이 정말 원한다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명제에 동의한 사람이 52%, 동의하지 않은 사람이 28%, 동의도 부정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19%로 나타났다.52) 국가의 역할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도 확실히 줄어들었다. 비대해진 국가를 축소하고 개인을 해방 시키려 한 대처의 중점 사업이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문서에서 반기업정서 무엇이 문제인가? (페이지 164-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