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다자간 국제에너지협력의 필요조건

II. 다자간 국제협력 및 국제에너지협력

3. 다자간 국제에너지협력의 필요조건

가. 경제체제와 에너지시장의 유사성

다자간 국제에너지협력이란 특정지역에 있어서 인접 국가간의 경제적, 에너지부문적 보완 및 대체관계를 적절히 결합시킴으로써 특정지역의 인접국 전체의 후생을 증대시킬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특히 석유/

가스수송망 연계 및 전력망 연계 등의 협력사업이 가장 큰 파급효과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협력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각국이 이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 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시스템을 의미하는 경제체제의 동질성이 역내 국가간에 중요한 요건으로 작용하게 된다. 현 재의 경제체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활동을 얼마 만큼 시장기능에 맡기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때 모든 것을 시장기능 에 내맡기는 순수한 자유방임적 자본주의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경우는 현대의 국가들 중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거의 대부분의 국가는 기

본적으로는 시장기능에 의존하면서도 정부가 여러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간섭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 놓은 혼합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여 기서 혼합경제란 정부부문이 그 나라 전체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 의 상당한 부분을 생산하기도 하고 사용하기도 하며 민간부문의 경제활 동에 대해 여러 측면에 간섭하고 있는 경제체제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혼합경제체제와 대비되는 체제로는 순수시장경제체제와 통 제경제체제라는 두 가지 형태의 극단적인 체제가 있다. 그러나 소련의 몰락이후 통제경제의 예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혼합경제체제 의 유일한 대안으로는 자연히 순수시장경제체제만이 거론되게 된다. 그 러나 현실적 여건에서 모든 상품이 시장에서 자유로이 교환되고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에 의해서만 가격이 결정되는 순수시장경제체제는 유지 되기 어렵기 때문에 자연히 현존하는 모든 경제체제는 혼합경제체제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시장경제체제라는 분류에 속하더라도 경제체제의 시발 점이 순수시장경제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또는 통제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에 따라 나타나는 경제체제는 상이하게 된다. 즉 서구의 경제체제 는 비록 그것이 혼합경제의 형태이지만 순수시장경제에 기반을 두고 발 전된 체제이기 때문에 시장의 가격기능이 원활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각종 법적, 정치적 메커니즘이 확립되어 있는 반면에, 구 소련의 체제를 가지고 있었던 동구의 경제체제는 비록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관 련된 체제 정비에 힘쓰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통제경제의 기능에 많이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발점의 차이는 비록 두개의 경제체제가 혼합경제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하더라도 가격기능이 발 휘되는 정도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고 이러한 차이점은

단기간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자간 국제에너지협력은 경제체제 전반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적어도 에너지에 관련된 부문만큼은 서로의 체제가 유사할 때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국제에너지협력이란 에너지상품에 대한 교역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진행되는 것으로 이 를 위해서는 해당 국가들이 교역확대를 통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야 하는데, 이러한 이익은 경제체제의 작용과 목표가 유사할 때 용이하 게 이루어질 수 있다.

경제체제의 유사성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교될 수 있지만 에너지교 역에서 가장 중요하게 비교되는 유사성의 측면은 과연 에너지산업 부문 이 어느 정도 시장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에 대한 점이다. 즉 에너지 산업부문의 개방성과 가격기능성이 에너지교역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WTO 체제가 출범하면서 각국의 특정산업부문의 개 방성과 이에 따른 투명성은 WTO 관련 협상과 국제교역규모에 큰 영향 을 주고 있다. 에너지부문도 예외는 아니어서 1995년 우루과이 라운드가 종결될 시점에는 여전히 에너지산업부문은 국가주도의 자연독점이 에너 지부문의 주요 시장형태였으나, 이후 에너지시장 성격의 변화와 에너지 부문과 관련된 기술의 발달로 인해 서구 각국을 비롯하여 전세계적으로 에너지산업 부문의 구조개편 작업 및 개방화가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로 인해 에너지산업부문의 국제적 협력이 용이하게 이루어 질 수 있는 경제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나. 외국인 투자환경 조성

에너지산업은 그 특성상 대규모의 초기투자가 필요한 부문이다. 에너

지산업은 상류부문과 하류부문으로 구분되어지는데 탐사 및 생산이 위 주가 되는 상류부문은 초기에 대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짐으로써 투자위 험성에 대한 이득의 획득이 중요하다. 또한 하류부문은 수송과 판매가 주요부문을 이루고 있는데 효율적인 수송 및 판매 네트워크를 구성하려 면 이 또한 지역단위의 집중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산업의 구체적 발전을 위해서는 대규모 초기투자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문제는 각국의 경제발전의 정도에 따라 에너지산업 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 여력에 있어서 각국이 심각한 불균형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반적으로 경제발전이 어느 정도 이루 어져서 안정된 경제체제를 갖추고 있는 국가에서는 그러한 안정성을 바 탕으로 에너지부문에 보다 집중적인 투자가 가능한 자본 동원력을 구비 하고 있다. 반면, 경제발전의 초기 단계에 있는 국가들은 경제발전의 단 계상 생산량에 비해서 보다 높은 수준의 에너지수요량을 보여주는 것과 함께 에너지부문에 대한 대규모의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 한 상황에 비해 아직 경제발전의 정도가 성숙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자국의 에너지부문에 필요한 정도의 투자 여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실 정이다.

이러한 투자여건의 불균형으로 인해 에너지산업부문은 특히 외국인투 자환경이 중요한 산업부문으로서 각국이 적절한 투자환경의 조성과 함 께 다자간 및 양자간 투자보호장치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 한 투자환경의 조성과 보호장치가 제대로 확립되고 제기능을 발휘하려 면 관련 당사국간의 신뢰 구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비록 표준적인 기준으로 투자보호장치가 설치되었다고 해도 투자대상국에 대한 신뢰가 미흡하면 그러한 보호장치의 효과를 확신시키기 어렵고 이에 따른 투자

보호장치가 추구하는 투자유치 목표의 달성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국간의 신뢰구축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나 특히 에너 지부문에서는 에너지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결정이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 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다. 정치-사회적 환경 조성

에너지부문의 국제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해당지역의 정치적 화 합과 동의가 필요하다. 이는 에너지협력이 그 성격상 모든 주변국의 경 제개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연관성은 각국의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에너지 국제협력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각 국의 의견수렴을 추진할 수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고, 그러한 지도력을 발휘할 의사가 있는 중심국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현실적으로 볼 때 에너지협력이 이루어질 때 관련 당사국의 정치적인 동의 없이는 국가간 석유 및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건설이나 전력계통 의 연계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파이프라인의 경로에 따라 형성되는 각국 의 이해득실을 조정할 수 있는 중심국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게 된다. 결 국 정치적, 역사적 이유로 인접국간의 경제교류와 에너지교역에 대한 신 뢰가 없을 경우 국가간 에너지인프라 사업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적으로는 인접국들 간에 관심있는 협력사업에 있어서 차이가 있 기 마련인데, 이는 에너지원별로 볼 때 에너지시장의 상황에 따라 각국 의 이해득실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그 지역에 중심국이 존재하 면 각국간에 존재할 수 있는 경제교류와 에너지교역에 대한 불신과 관 련된 경제적 득실을 조정해 줄 수 있게 되고, 이러한 조정을 바탕으로

지역중심으로 다자간 에너지협력이 가능하게 된다. 만일 중심국이 존재 하지 않는 경우에는 누구도 이해득실의 조정역할을 담당하지 않게 되므 로써 결국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다자간 에너지협력은 구체적인 결과를 얻을 수 없게 되고 각국은 자신의 특정 이해에 따라 관련된 특정 국가 와 양자적인 성격을 가진 에너지협력만을 추구하게 된다. 이렇게 될 때 다자간 에너지협력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경제적 혜택은 실현 불가 능하게 되고 다자간의 에너지협력논의는 점차 구심점을 잃게 되어 대부 분의 에너지협력은 양자간의 틀에서만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정치적 화합과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인접국간의 사회적 교류 및 협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상호 신뢰 없는 정치적 화합이 불 가능하기 때문에 인접국간의 신뢰구축은 에너지국제협력의 선결조건이 될 뿐만 아니라 또한 신뢰구축을 통하여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교류가 이루어짐으로써 인접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만 진행될 수 있다. 지역협력에서 문화의 다양성은 그 지역경제에 있어서 활력의 원천 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간의 이해 단절을 야기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지역내 특정국가의 경제상황이 여타 인접국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을 통합하는 협의체의 구성이 어려운 까닭은 경제적 의존성을 의식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지역협의체 를 통해 보다 인접국과 동화됨으로써 각국이 경험하게 되는 문화적 정 체성이 불안정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치적 합의와 동의를 위한 문화적 사회적 교류의 활 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교류 못지 않게 민간차원의 교류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국가간 에너지협력 사업을 정부 간 협정에 의해서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프로젝트 추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