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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다자간 에너지협력체와 WTO의 연계성

5. 경쟁촉진정책

가. 다자간 에너지협력과 역내 경쟁촉진정책

다자간 에너지협력을 통해 회원국 국내시장을 보호하던 관세 등 정부 에 의한 공적장벽이 제거되면 각국의 에너지산업부문의 기업들이 개별 기업차원에서 실시하던 사적 무역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논의가 새로운 이슈로 부가될 수 있다. 다자간 에너지협력이 진행되면 각국의 에너지시 장에서의 경쟁여건의 여타 회원국의 에너지시장 경쟁상황에 대한 영향 력이 증대되기 때문이다.

경쟁정책이란 일반적으로 가격이나 생산량에 관한 기업간의 담합, 진 입제한, 과도한 시장집중과 같이 실질적으로 기업간의 경쟁을 제한하는 반경쟁적 행위를 다양한 경쟁촉진법을 통해 금지 또는 억제하는 수단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경쟁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장의 기능을 원활하 게 작동시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능케 하는 경쟁여건을 유지하는데

있다. 이러한 효율적 자원배분이야말로 에너지산업과 같이 비교적 동질 적인 제품의 무역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 중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로 간주되고 있는데 이는 에너지산업이 여타 산업에 비해 대규모의 자본과 기술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장상황이 독과점으로 변형되기가 용이한 여 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무역의 측면에서 보면 경쟁정책의 목적은 경쟁조건의 평준화를 통해 공정하고 개방적인 시장구조를 확보함으로써 실질적인 시장접근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각국의 경쟁촉진법과 정책수단 이 경쟁정책의 목표에 충실하지 않은 경우 이는 결국 보호무역수단으로 작용될 수 있고 이러한 측면 때문에 WTO 협상체제에서는 경쟁정책의 강화야 말로 국제무역의 확대와 이로 인한 후생증대에 가장 필요한 요 소임을 강조하고 있다.

무역자유화와 경쟁촉진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 문에 자국의 무역을 규율하는 무역정책이 많은 경우 자국의 산업에 적 용하는 경쟁정책과 상충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수출자율규제, 수 출촉진 및 수입대체정책 등이 있는데 이는 한 나라의 무역관련조치가 자국기업의 대외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높여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외국기 업의 활동을 제한하는 등의 불공정 경쟁을 유발하게되기 때문이다. 이처 럼 무역규제조치는 자국의 관련산업부문의 경쟁을 저하시키게 되는 결 과를 야기하게 되는데 이러한 연유로 무역자유화를 위해서는 경쟁정책 강화가 동시에 실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다자간 에너지협력틀에서 경쟁여건을 어떻게 개선하는 가 하는 문제는 향후의 다자간 에너지협력틀의 기본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더구나 다자간협력의 틀이 기존의 양자간 협력형태

를 보완하는 동시에 경쟁촉진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다자간 에너지협력에서 적절한 경쟁정책의 정립은 그 중요성을 더하게 된다.

나. WTO체제하에서의 경쟁촉진정책 논의 현황10)

WTO에서는 1996년 무역과경쟁 작업반을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분야를 향후 다자협정 체결의 가능성과 상관없이 검토하기 시작했는데, 동작업반은 첫째 내국민대우, 투명성, 최혜국대우와 같은 WTO 근본원 칙을 새로이 추진되는 경쟁정책의 구체적 사항에 대한 적용 타당성 검 토, 둘째 경쟁정책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개도국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을 중심으로 하여 경쟁정책을 통한 회원국간 협력방안 모색, 셋째 국제무역 증진을 비롯한 WTO 체제의 주요 목적달성에 대한 경쟁 정책의 기여정도 분석, 넷째 구체적인 경쟁정책이 선진국보다는 시장의 경쟁정도가 낮은 개도국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감안하여 전 반적인 개도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개도국의 개발 또는 산업정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오랜 준비 작업 끝에 2001년 도하각료회의에서 처음으로 경쟁정책의 국제규범화를 위한 협상이 시작되었지만, 개도국의 완강한 거부로 인해 협상시작은 지연되 고 있다.

이러한 경쟁정책에 대한 논의 추이를 살펴보면 현재까지 경쟁정책의 국제규범화에 대한 논의는 세계적으로 통일된 하나의 경쟁정책을 제정 하자는 것이기 보다는 무역의 원활화를 위하여 무역정책과 관련된 경쟁

10) 경쟁정책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윤창인 외(2000)의 제 4장 무역과 경쟁정책 부분을 참조할 것

이슈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 WTO가 협의된 규범을 제정 하자는 논점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무역과 경쟁정책의 관계를 어떻 게 설정해야 하는지, 국제경쟁규범에 구체적으로 경쟁의 어떤 요소들이 포함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인정된 합의는 아직까지 없 으며 이에 대해서 각국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매우 다른 견해들울 제시하고 있다. 경쟁정책이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시장접근에만 국한시 켜 보자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무역정책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보다 광범위한 영향도 고려하여햐 한다는 의견도 있고, 더 나아가 국제 카르텔, 국경간 합병에 대한 규범들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 였다.

EU는 경쟁정책 국제규범화에 대해 가장 적극적이며 회원국 중에서는 가장 구체적인 경쟁정책 관련 다자간 규범안을 제시하고 있다. EU안은 다자간 규범을 두 단계에 결쳐서 협상하되, 이번 협상라운드에서는 첫 단계로 핵심원칙에 대한 기본협정에 합의하고, 차기 라운드에서 실체적 내용에 대한 범위를 확정한다는 것이다. 핵심원칙의 주요내용은 회원국 들이 경쟁촉진법을 도입하고 경쟁촉진 담당부처을 설치하되 그 내용과 집행방법에 대해서는 각국이 자율권을 가지며 WTO분쟁해결기구 회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으로 회원국 각자에게 어느정도 재량권을 허용 한다는 점이다. EU는 또한 개도국의 역량강화를 위한 기술지원의 필요 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반대하고 있는 반덤핑 이슈를 제외하는 한편, 개도국에 대한 고려를 한층 강화함으로써 국제적 경쟁규범제정에 반대 하는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 일종의 타협안도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경쟁정책에 대한 구속적 국제규범의 제정에는 소극적이다. 경쟁정책 국제규범이 다국적기업들의 반경쟁행위를 규율할

수 있는 용이한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으나 자국의 산업 정책운영과 상치될 수 있다는 점, 선진국에 유리한 경쟁정책의 집행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 들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도국들은 유예기간 및 예외인정의 정도, 그리고 타 부분에서 얻어낼 수 있는 보상 등에 따라서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입장 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다자협정보다는 여러 국가들과의 양자협정으로 이 루어진 네트워크를 통하여 경쟁정책관련 국제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선 호하여 왔다. 그러나 미국도 이제는 양자협정만으로는 날로 국제화되어 가는 경쟁관련 문제들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데, 특 히 체제전환국들과 개도국들이 자국의 경쟁촉진법 도입을 적극 추진함 에 따라 해당 국가와 일관성 있는 정책조율을 해야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지 다자적인 국제협력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정책에 대한 협상환경에서 주요쟁점사항을 살펴보면 다음 과 같다. 향후 중점논의 분야는 거의 EU안에 제시된 내용을 그대로 따 르고 있는데, 핵심원칙(투명성, 비차별원칙, 공정한 절차 등), 경성카르텔 (hard-core cartel)의 규제, 자율적 협력의 형태 또는 방식(modality) 및 개도국의 제도적 능력 배양을 위한 기술협력 등의 사항을 검토한다고 되어 있다.

우선 핵심원칙을 살펴보면 투명성, 비차별성 등과 같은 WTO의 기본 원칙이 경쟁정책 분야에 항상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 다. 경쟁정책과 관련된 분쟁은 사실여부에 따라 그 결정이 달라질 수 있 기 때문에 항상 차별성 또는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염려가 있다. 또한 경쟁법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는 매우 비밀리에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

이어서 투명성 정도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 지 불확실하며 관련국 간 정보교류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회원국들은 대체로 WTO의 3 대원칙이 경쟁정책의 원칙, 목적 그리고 특성과 부합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으나, 그 적용형태에 있어서는 적절한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 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의 문제로, 비밀정보의 보호 또는 수사에 대한 보안문제에 유해하지 않는 선에서 법의 내용 및 집행상의 투명성 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함이 WTO 관련 작업반 논의에서 강조되었다.

또한 향후 협상진행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개도국에 대한 지원 및 협상방식에 관한 논의는 우선 개도국이 경쟁정책 분야에서 제도적 역량 을 제고하고 국제규범의 파급효과에 대해 정책분석을 충분히 할 수 있 도록 지원이 필요함을 인정함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한 논의방 향은 개도국에 대한 협력의 구체화 방안의 일환으로 국제기구와의 협력 및 적절한 지역 또는 양자적 협력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중 개도국이 항 상 경쟁정책 논의의 적절한 장으로 주장해 온 UNCTAD와의 협력을 강 조하고 있다. 개도국에 대한 배려로 가장 구체적으로 거론된 것은 이행 의 유예기간을 부여한다거나 협상에 참여한 후 중간임의탈퇴에 대한 선 택을 부여한다는 것 등으로 주로 협상참여 범위를 결정하는 협상방식에 대한 것이다.

도하각료회의 이후의 경쟁정책 작업반에서의 논의는 이제까지와는 달 리 협상 개시를 전제로 논의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구체적이고 진지 해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은 회원국의 참여 정도를 규정하는 협상의 형 태와 실제 내용에 있어서는 투명성, 비차별성 등과 같은 WTO의 기본원 칙을 경쟁정책 분야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 또한 개도국 에 대한 협력의 구체화 방안 등이 우선적으로 논의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