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문화 개념
다문화의 기술적인 정의는 한 사회 내의 다양한 문화의 존재를 뜻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적인 개념 정의는 한 국가나 사회에서 문화를 규정하 는 방법에 따라서, 다문화의 주체에 따라서, 그리고 다문화와 정치적 지향 성과의 관련여부 등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문 화를 ‘사회 구성원의 일반적인 생활양식’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경우 다문화는 개인 대 개인의 혹은 집단 대 집단의 생활양식 상의 차이를 모 두 포함하게 된다. 그러나 문화를 소수 공동체 고유의 관습 등 특수한 생 활양식으로 규정하게 되면 다문화는 사회 내의 다수집단과 특정 소수집단 간의 문화적 차이를 의미하게 되어 다문화의 구조는 주도적 문화와 소수 집단 문화 간의 대립양상을 띠게 된다.
다문화의 주체를 전체 사회 구성원으로 정의하는 경우 다문화는 사회 내의 다양한 이질성을 모두 포괄하는 이상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화적 다양성을 보이는 일부 집단을 지칭하는 경우, 다문화 는 집단 간 문화적 차이와 대립양상에 초점을 두게 되며, 그 중에서도 특 정 소수집단으로 규정되는 경우에는 다문화는 해당 소수집단의 고유한 문 화에 국한되어 협의적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때로 다문화는 정치적 지향성을 띠게 되기도 하는데, 특히 한 국가 혹 은 사회 내의 이질성 및 문화적 갈등 해소와 통합을 목적으로 한 논의에
제2장 다문화가족의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53
서 다문화는 다분히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혹은 해소되어야 하는 문제점으로 치부되며, 국가 혹은 사회내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제도적 장치 등과 결부되어 흔히 정치적인 지향성을 가지게 된다.
다문화와 연관된 용어로서 다문화주의와 다문화국가(혹은 다문화사회) 등이 있다. 가끔 다문화는 다문화주의와 혼용되기도 하는데, 사실 다문화 주의는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을 보유한 국가의 문화적 이질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에 대한 대응양식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대응양식 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다문화주의와 그 에 상반되는 개념인 동화주의이다.
동화주의는 근대시대의 산물로서 과거 민족국가의 통치이념이었다. 동 화주의의 목적은 한 국가의 구성 집단 중 다수를 이루는 민족 혹은 지배 적 위치에 있던 민족의 생활양식을 문화적 기준점으로 삼고, 그 외 소수 민족이나 이질적인 집단은 고유의 생활양식에서 벗어나 지배적 집단의 문 화를 수용하고 동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동화주의적 시각에서 소수집단의 문화는 무시되거나 배척되어야 할 대상으로 파악되며, 국가는 다문화 보 다는 하나의 통일된 문화를 가지고 운영되는 것을 이상적이라고 본다.
반면에 다문화주의는 국가 내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이데올로기 이다. 그 시초는 1960년대 서구의 시민권운동으로 볼 수 있으며 국가의 지배계층이 아닌 소외된 집단의 문화적 권리의 인정을 요구하는 것으로부 터 시작되었다(오경석, 2007). 이를 기점으로 하여 다문화주의는 교통수단 의 발달과 세계화로 인한 전 세계적인 이주의 증가로 더욱더 활발히 논의 되고 있으며 각 국가에서 다문화주의는 고유한 역사적 배경 및 정치적 요 구 등에 따라서 조작적으로 정의되어 정치적 이념으로 수용되고 있다.
흔히 광의적으로 다문화주의는 국가 구성원들이 보유한 모든 종류의 다 양성을 인정하며 이를 근거로 시민적 권리에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는 것 을 의미한다. 보다 협의적으로는 다양한 문화적 주체들의 특정 요구를 해
다문화시대에 대비한 복지정책 방안 연구 54
소하기 위한 정치적이며 제도적 장치의 보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다문화주의와 정치적 및 제도적 장치들 간의 연관성에 따라 ‘온건 다문화주의’와 ‘강경 다문화주의’로 구분할 수도 있다(마르티넬로, 2002).
온건 다문화주의는 한 사회내의 생활양식 등의 ‘온건한(soft)' 부분에서 타 문화의 양식을 추구하고 반영하려는 것으로 이러한 온건 다문화주의는 개 인적이거나 문화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칠 뿐 정치적이거나 제도적인 범주 로 확대되지 않는다.
반면에 강경 다문화주의는 한 사회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 및 정체 성에 대하여 사회적‧제도적‧정치적으로 인정하며 그러한 사회 변화의 중 심에 다양성을 가진 사람 및(혹은) 집단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강경 다문화주의는 사회제도적‧정치적 개입이 적극적으로 일어나 야 하며 그 결과적으로 다양성을 가진 주체의 불평등 및 차별 등이 시정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 세계 220여개 국가 중 단일민족국가로 꼽혀 온 한국은 다문화의 역 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국제결혼의 증가로 인하여 다문화가정이 정 책적 논의의 대상이 되기 이전에는 소수민족의 문화적 다양성이란 공식적 으로 인정되지 못하였고 다양성의 주체들은 한국의 주류문화에 동화되도 록 하는 것이 정책적 양상이었다. 그러나 지난 이십여년 간 증폭된 세계 화의 물결 속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한국의 태도는 동화주의로부터 변화를 꾀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정책적‧제도적으로도 다문화주의를 수용 하려는 뜻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의 다문화주의는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 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7년 국가 간 경쟁력 보고서에는 한 국인의 문화적 폐쇄성이 세계 49개국 중 44위로 제시된 바 있으며 2007년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이 단일민족국가라는 이미지를 바꿔야 한 다’고 지적한 바 있다(매일신문 2008. 2. 19; mbn TV 2007. 8. 20). 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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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주체를 결혼이민자 가정에 국한하며 특히 결혼이민자 가정 중에서도 한국인 남성과 결혼이민자로 구성된 가정을 정책의 중심 범주에 두고 있 는 점은 다문화주의의 실현에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외국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으로 구성된 가정, 외국인 부부가정 그리고 미등록 이 주노동자 가정 등 서구에서 다문화주의의 핵심주체로 포함시키고 있는 집 단들이 정책적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다문화는 그 대상에서 다분히 제한적이며, 온건한 형태의 다문화주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 다문화가족 개념
근대 이후 한국의 다문화가족으로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생겨난 미군 병사와 한국여성으로 구성된 가족, 1980년대 중반 이후 외국으로부터 유 입된 이주 노동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가족, 그리고 1990년대 후반 이후 결혼이민자와 한국인 배우자로 이루어진 다문화 가족 등으로 유형화될 수 있다. 이외에 국토의 분단과 민족의 이산이라는 한국의 역사적 특수성에 기인하여 새터민을 다문화의 주체로서 포함시키기도 하며(황정미, 2007), 외국인 가정이나 외국인과 귀화자로 이루어진 가정 등을 다문화 가정으로 보기도 한다(오경석, 2007; 김희정 2007).
그러나 한국에서 다문화가족의 법률적 정의는 결혼이민자(혹은 귀화자) 와 한국인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다(다문화가족지원법, 2008). 따라서 본 연 구에서는 다문화가족의 복지정책방안 도출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유용한 ‘다문화가족’이라는 법률적 정의를 사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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