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존연구검토
본 연구를 진행하기에 앞서 이와 관련 된 기존 연구들을 두 가지 하위 주제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검토하고 이로부터 본 연구의 가설을 도출하 고자 한다. 첫째, 지난 수 십 년 간 서구에서 여성의 성역할 인식이 변화 하면서 노동시장 참여가 빠르게 증가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여성 이 새로이 진출한 일자리들에서 시간제고용의 비중이 높았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일련의 연구들이 있다.
Esping-Andersen(2014)은 성역할 인식의 변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를 두고 ‘성역할 혁명’이라고 지칭하였다. Lewis(2001)는 여성 에게도 노동시장 참여가 시민적 의무로 여겨지게 되는 현상이 스웨덴과 미국 등지에서 나타나게 되었다고 하면서 이를 일컬어 ‘남성생계부양자 형’에서 ‘성인노동자형(Adult Worker model)’로의 변화라고 개념화하 였다(O’Connor, 2013에서 재인용, p. 150-151).
Esping-Andersen(2014)은 우리는 지금 성역할 혁명의 ‘와중’에 있다 고 본다. 기존 질서는 무너졌으나 새로운 질서는 아직 완벽하게 도래하지 않았다. 고학력여성과 저학력여성, 고소득계층과 저소득계층에서 성역할 혁명은 다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혁명의 과정을 장기간 끌면 끌수록 소득불평등, 저출산, 인구고령화 등의 사회문제는 악화된다 고 주장하였다.
한편, 성인노동자형 가족구조로의 변화가 단선적인 변화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물론, 네덜란드와 영국 등의 사례에 주목하면서 1.5 소득자 가족의 등장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Daly(2011)는 이 점을 보다
분명하게 지적하였다. 1.5소득자모델을 성인노동자모델로 가는 중간단 계라고 인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가족정책이나 노동시장정책 은 행위자들에게 분명한 시그널을 전달하지 못하고 오락가락 하고 있으 며, 결과적으로 성인노동자모델로 가기보다는 1.5소득자모델이 정착되 고 있다고 본다(Daly, 2011, p. 18-20).
두 번째로 검토할 기존연구는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소득불평등에 미 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들이다. 여유진, 김수정, 김은지, 최준영(2013)은 아내의 소득활동이 가구소득불평등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국내외 문헌 들을 리뷰하였는데, 그 결과는 시기와 국가에 따라 상이하였다. 결국 가 장 중요한 요인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여성들 중에서 어느 쪽의 경제활 동참여가 상대적으로 높은지에 달려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고소득층 배우자의 경제활동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에 아내의 소득활동은 불평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여유진, 김수정, 김은지, 최준 영, 2013, p. 181). 한편, 1996년과 2011년 두 시점의 가구소득불평등 요인을 분해한 장지연, 이병희(2013, p. 93)의 연구에서는 저소득층 아 내의 노동공급이 이미 70% 수준에 도달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임금 일자리를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을 통해서 불평등을 완화하 는 것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하였다.
외환위기 이후 2006년까지 가구의 노동공급을 살펴본 윤자영(2012, p. 110)은 중위임금 남편을 둔 아내의 고용률은 감소하거나 정체되어 있 는데 비하여 저임금과 고임금 양쪽에서 아내의 고용률이 증가하는 것으 로 분석하였다. 한편, 같은 한국노동패널자료를 분석하였지만 좀 더 긴 기간을 관찰한 장지연, 전병유(2014, p. 235)에 따르면, 남편의 소득이 중위수준에 있는 여성들의 경제활동참여 증가세가 가장 분명하게 관찰되 었다. 다만, 이 분석에서는 여성의 고용상태를 미취업, 시간제, 전일제 고
용의 세 가지로 구분하였는데, 상위소득계층에 속하는 남편을 둔 여성은 전일제로 취업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과 같은 기존 연구들의 성과에 기초하여, 본 연구에서는 가구주의 소득계층과 배우자의 고용형태(시간제/전일제)라는 두 가지 요인을 동시 적으로 고려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소득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 가구소득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일차적인 요인 은 남편의 소득수준별로 아내의 경제활동참여 양상이 어떻게 변화해 왔 는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어느 나라이든지 시기별로 달라 진다. 대체로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활발해지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보 자면, 저소득층 여성의 참여가 먼저 시작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하여 가구소득 불평등은 개인소득의 불평등에 비해 완화된 수준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70%에 육박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생각해 보면 추가적인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은 가구소득 불평등을 심화 시킬 수 있다. 둘째,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여부 뿐 아니라 참여의 양식 즉, 시간제근로의 비율이 어느 정도나 되는가에 따라 가구소득불평등 수 준은 달라질 것이다. 고소득층 여성이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시기라면 이들이 시간제 일자리로 진입한다면 가구소득불평등을 심화하 는 정도는 약화될 수 있다.
2. 가설
본 연구에서는 가구소득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여성(배우자) 고용양 상의 요인을 다음과 같은 가설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분석한다. 이 가설들 은 대안적인 가설들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상호배타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둔다.
가설 1. 여성의 고용률이 증가할수록 가구소득불평등은 증가한다.
가설 2. 노동시장에서 시간제 일자리의 비중이 증가할수록 가구소득불평등 은 감소한다.
가설 3. 2인소득자 가구의 비중이 증가할수록 가구소득불평등은 증가한다.
가설 4. 고소득층 가구주 배우자의 고용률이 낮을수록, 그리고 이들이 고용되어 있다면 시간제로 일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가구소득불평등은 감소한다.
첫 번째 가설은 동류혼의 효과로 여성의 고용률이 증가할수록 가구소득 불평등은 심화된다는 가장 단순한 논리에 근거한 가설이다. 실제 현실에 서는 1인가구나 한부모가구 여성의 증가, 그리고 남편의 소득수준별 여성 배우자의 고용률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여성의 고용률 자체가 소득불평등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가설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주로 시간제로 진 입한다면 소득불평등에 미치는 효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특히 많은 국가에서 여성의 고용률이 70% 내외에 달하는 정도로 높아진 상황 에서 보자면, 이들이 전일제가 아니라 시간제로 노동시장에 들어온다면 소득불평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세 번째 가설은 전체 사회의 여성 고용률이나 시간제 일자리 비중과 같 은 방식으로 측정한 여성고용의 효과는 가구소득불평등과의 연관성이 간 접적일 뿐이므로 가구단위로 측정된 행위양상으로 변환하여 살펴본 것이 다. 가구 내에 소득자가 한명인 가구의 비중, 소득자는 두 명이지만 그 중 에 한명은 시간제 근로자인 가구의 비중, 소득자활동자가 두 명이고 두 명이 모두 전일제 근로자인 가구의 비중을 계산하였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가설은 여성의 고용률과 고용형태(시간제 또는 전 일제)가 가구주의 소득수준별로 어떻게 분포되는지에 따라 가구소득불평 등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가설이다. 가구주의 소득수준과 여성배
우자의 고용형태를 동시적으로 고려해야 여성 경제활동 증가가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를 정교하게 포착할 수 있다는 본 연구의 주장을 반영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가설은 여성의 고용률과 고용형태(시간제 또는 전 일제)가 가구주의 소득수준별로 어떻게 분포되는지에 따라 가구소득불평 등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가설이다. 가구주의 소득수준과 여성배 우자의 고용형태를 동시적으로 고려해야 여성 경제활동 증가가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를 정교하게 포착할 수 있다는 본 연구의 주장을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