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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수립절차와 시민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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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가 시행되지 않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도 없던 관치행정 의 시대에 관료의 행정편의에 기반을 둔 계획수립절차가 만들어 진 후 지금까지 커다란 변화 없이 고착되었다. 그래서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15년여가 지난 아직 까지도 대부분의 외국 사례와는 달리 도시계획의 수립권한이 지방의회에 있지

않고 시장ㆍ군수에게 귀속되어있다. 지방정부의 계획담당 부서에는 도시계획을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전문인력이 거의 없어서, 이 부서의 기본임무라고 할 수 있 는 도시계획수립 업무를 대부분 외부용역에 의존하고 있다. 관치행정의 잔재가 아직도 뿌리깊게 남아 있어서 계획수립과정에의 시민참여는 제한적이면서도 대 개는 형식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간관리가 과학적 객관성보다는 소수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압력 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며, 더욱이 이러한 결정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이해관계자를 비롯한 시민의 계획수립과정에의 참여가 부진하여 계 획의 정당성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와 지지기반도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정상적인 법적 절차보다는 집단행동에 의존하여 계획이나 법령을 초월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도시계획의 수립절차가 제도적 또는 실 질적 차원에서 과학기술의 발전, 지방자치제 정착, 민권신장 등 변화된 시대여건 에 부응하지 못함에 따라서 계획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은 부실한 공간계획 및 법령체계와 상승작용을 하면서 계획 에 대한 일반의 불신풍조를 증폭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계획수립과정은 최종 산출물인 공간계획의 질적 수준과 위상을 결 정짓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계획수 립과정은 사례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대단히 취약하여 대폭적인 개선이 요구되 는 부분이다. 주요 개선방향을 적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에 계획 수립 및 결정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공간을 관리하는 권한과 책임이 주민 자신에게 있음을 확실하게 한다.

둘째, 계획담당 부서의 공무원은 전문가로 구성하여 도시계획수립 등 공간관 리 업무의 합리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 지속적이며 일관된 공 간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셋째, 공간계획이나 정책 등을 수립할 때 그 수립과정의 초기 단계부터 관련기 관, 주민, 이해관계자 등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보장한다.

넷째, 개발업자, 주민 및 이해당사자간의 상호견제에 의한 자율적인 공간관리 가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도록 계획수립 및 개발허가 과정에서 제기되는 이의신 청 등에 대한 특별 관리체제를 구축한다.

4) 계획집행 및 개발통제 수단

전술한 바 있듯이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용도지역제와 도시개발사업통제를 공간계획의 집행 및 개발행위 통제의 핵심적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그런데 사례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이들이 적용되는 지역이 극히 제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통제의 정도도 대단히 미약하다. 예컨대, 용도지역제의 경우 용도구분이 너무 단 순하여 용도지역제가 원래 목표로 하고 있는 상충되는 용도간의 분리효과를 제 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시의 기반시설용량에 비해 용도지역별로 허용되는 개발행위의 규모와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 시가지 과밀화의 근본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도시개발사업통제는 주변 지역과의 관계를 무시한 채 사업구역 내의 개발계획 대한 통제에 한정하고 있어 기반시설부족, 주변과의 부조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도시지역과 달리 정규적인 용도지역제나 도시개발통제 가 적용되지 않는 농촌지역에서는 자유입지형 개발행위가 폭넓게 허용됨으로써 난개발을 유발하고 있다. 이에 대처하여 최근에 제도화한 제2종 지구단위계획 등 은 집행을 위한 지원장치가 불충분하고 환경성평가, 기반시설연동제 등은 구체 적 적용방법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도시와 농촌을 불문하고 전 국토에서 거의 자유방 임에 가까운 개발행위가 허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기반시설의 용량과 관계없이 고밀도 개발이 허용되며, 수질보호가 필요한 하천상류지역에서도 숙박유흥시설 등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발생한 사회비용을 흡수하고 사후 개 선하는데 막대한 공공의 재정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이 익과 사업수익의 극대화만을 겨냥하는 토지소유자나 개발업자의 욕망을 통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가운데 투기, 난개발, 환경파괴행위 등이 전국적으로 급속하 게 확산되고 있다.

공간관리의 요체는 결국은 수립된 계획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는지, 개별적인 개발행위를 공익을 위해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바로 이점에 있어서 사례 국가들은 대단히 선명하고 강력한 계획집행 및 개발행위통제 체제 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현행 법령에 의한 용도지역을 보다 세밀하게 분류하고, 용도지역별로 토 지이용밀도의 허용한도를 대폭적으로 하향조정하며, 용도지역제의 경직성을 보 완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한다.

둘째, 현행법이 최근에 도입한 바 있는 기반시설연동제를 기성시가지와 미개 발지의 구분 없이 확실하게 시행하도록 하고,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비용 등 에 대해서는 원인자 부담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한다.

셋째, 도시계획 등의 집행을 위해 사인의 토지 등을 수용할 때에는 기대가치 또는 잠재가치가 아닌 현재 이용가에 기초하여 보상함으로써 개발이익의 사유화 와 이로 인한 각종 사회악을 방지한다.

넷째, 각급 정부간 또는 정부와 개발자간의 계약제도 등을 도입하여 공간관리 와 관련된 각종 개발계획의 집행력과 공익성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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